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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뉴스] 군 성추행에 정신과 폐쇄병동까지…'현역 부적합' 병사의 피눈물, 합의금은 얼마?
선임의 성추행으로 정신과 폐쇄병동까지 입원한 병사가 사과 없는 가해자와의 합의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군 복무 중 선임의 끔찍한 성추행으로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까지 했던 한 병사가 전역을 앞두고 절박한 질문을 던졌다.
가해자의 사과 한마디 없는 형사조정(수사 단계에서 당사자들이 화해하는 절차)을 받아들여야 하나. 아니면 끝까지 처벌을 구해야 하나.
A씨는 지난 3월, 부대 선임 B씨로부터 악몽 같은 일을 당했다. B씨는 A씨의 가슴을 주무르고, 등 뒤에서 성기가 닿는 자세를 취하며 신음 소리를 내는 등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묘사했다.
그날 이후 A씨의 군 생활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 진단을 받은 그는 2개월간 약물 치료와 상담을 받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부대 내 '보호관찰대상'으로 지정돼 동료들과 격리됐고, '현역 부적합 심사' 대상에까지 올랐다.
군 병원은 A씨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정신과 폐쇄병동에 한 달간 입원시키기에 이르렀다.
치료비 300만원, 못 받은 월급 500만원... 합의금, 얼마가 적당한가
현재까지 A씨가 지출한 치료비는 300만원, 조기 전역으로 받지 못하게 될 월급과 적금 손해액은 500만원에 달한다.
앞으로도 1년 가까이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진의 소견이다.
가해자 B씨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형사조정에 응했지만, A씨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
A씨는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지만, 당장의 피해 회복도 절실한 딜레마에 빠졌다.
법무법인 심앤이의 심지연 변호사는 “군인 강제추행은 벌금형 없이 무조건 재판으로 가는 중범죄이며, 사안의 심각성을 볼 때 실형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심 변호사는 “A씨의 경우 성행위 묘사까지 동반돼 죄질이 매우 나쁘고, 강제추행으로 상해를 입혔을 때 적용되는 ‘강제추행치상죄’도 검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사건은 통상 3천만~5천만 원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지며, 재판에서 실형이 나올 상황이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검찰 형사조정 단계에서 조정위원들이 낮은 금액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응할 필요가 없다”며 “합의 없이 민사소송만 가도 2천만 원은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합의 안 하면 처벌, 합의하면 보상... 피해자의 선택은?
만약 합의가 결렬되더라도 피해를 구제할 길은 열려 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형사 재판과 별개로 즉시 민사소송을 제기해 판결문(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리)을 받아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판결문이 있으면 10년간 가해자의 재산을 추적해 월급, 통장, 차량 등을 압류할 수 있고, 3년인 손해배상 소멸시효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판심 법무법인의 김한솔 변호사 역시 “합의는 전적으로 피해자의 선택”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변호사는 “가해자의 엄벌을 원한다면 합의 대신 ‘엄벌탄원서’를 제출해 자신의 고통을 재판부에 알려야 하고, 피해 회복이 우선이라면 적절한 금액에 합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PTSD는 '평생의 상처'... 법원도 인정하는 '미래의 고통'
법원 역시 성범죄로 인한 PTSD를 심각한 후유장애로 인정하는 추세다.
대법원은 과거 판결에서 “성범죄 피해의 영향은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거나 재발·악화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다297137 판결). A씨처럼 정신과 폐쇄병동 입원까지 한 경우는 명백한 상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변호사들의 조언과 판례를 종합하면, A씨가 요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상당하다. 이미 발생한 손해 800만원에 더해 향후 치료비, 그리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하면 최소 3천만 원에서 많게는 5천만 원 이상까지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선택은 A씨의 몫으로 돌아왔다.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할 것인가, 아니면 끔찍한 기억을 돈으로 나마 보상 받고 자신의 회복에 집중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섣부른 용서나 헐값 합의는 절대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청년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끔찍한 범죄에 대해, 이제 사법부가 어떤 무게의 책임을 물을 지 주목된다.
최희봉 기자 caleb.c@lawtalknews.co.kr
출처 https://lawtalknews.co.kr/article/V8CIW9YIDKRV 202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