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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뉴스] 내 몰카 영상을 그의 폰에서 발견했다...증거 잡은 내가 '범죄자'가 될 수 있나요?
잠든 남자친구의 휴대폰을 연 순간, A씨의 세상은 무너졌다. 갤러리에는 자신과의 성관계 영상이 버젓이 저장돼 있었다.
가장 믿었던 연인의 배신 앞에서 A씨는 범죄 증거를 남기기 위해 영상 썸네일을 촬영했지만, 이내 더 큰 공포에 휩싸였다.
그의 휴대폰을 몰래 본 행위가 도리어 자신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피해자의 역설'에 빠진 것이다.
내 손으로 잡은 증거, 도리어 '족쇄'가 될까?
두려움 속에서 찍은 단 한 장의 사진. A씨는 이 사진이 불법 증거로 폐기될까 봐, 혹은 자신을 범죄자로 만들까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오히려 이 사진이 사건의 향방을 가를 '스모킹 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불법촬영의 명백한 증거가 가해자의 손아귀에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확보한 간접 증거는 수사의 문을 여는 유일한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심앤이의 심지연 변호사는 "불법촬영 사건에서 썸네일 촬영은 정말 좋은 증거"라며 "썸네일만 있더라도 영상의 수와 대략적인 내용을 예상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A씨의 사진 한 장이 경찰이 가해자의 휴대폰을 합법적으로 확보해 범죄의 전모를 밝힐 첫 단추가 되는 셈이다.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비밀침해죄' 역고소 가능성이다.
타인의 비밀번호를 풀고 휴대폰을 본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또는 형법상 비밀침해죄(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변호사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더 큰 불법에 맞선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위솔브 법률사무소 이주원 변호사는 "성관계 몰카 영상을 확인하고 자신을 방어하고자 한 행위였기 때문에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방어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설령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100만~200만원 수준의 벌금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남자친구의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7년 징역형의 벼랑 끝에 선 가해자가 고작 벌금형의 '비밀침해죄'로 피해자를 역고소하는 것은 사실상 '자폭 카드'나 다름없다는 게 변호사들의 분석이다.
모든 증거가 사라지기까지…'48시간의 싸움'
변호사들은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와 '보안'이라고 조언했다.
가해자가 범행을 눈치채고 휴대폰을 교체하거나 데이터를 삭제·은닉하기 전에 신속히 고소를 진행하고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물을 확보하는 '골든타임'이 관건이다.
법무법인 대환 김익환 변호사는 "불법촬영에 이용된 핸드폰 등에 대한 강제적인 압수수색과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을 통해 삭제된 자료 파일까지 복원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추가 범행 증거가 나오면서 처벌이 무거워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즉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가해자 모르게 고소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김혜지 기자 hj.kim@lawtalknews.co.kr
출처 https://lawtalknews.co.kr/article/LWZUHBH733E1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