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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죄가 두렵다구요?
성범죄 혐의를 받는 연예인, 정치인들은 보통 무고죄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인터뷰를 합니다.
만약 내가 잘못이 없으면 되려 신고자를 벌하겠다는 협박이죠.
그럼 성범죄 피해사실로 고소했는데 무죄 또는 무혐의 등이 나오면 고소인에게 반드시 무고죄가 성립할까요?
무고죄를 통한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망설이시는 분들을 위해 무고죄에 대해 정확히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무고죄로 처벌받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무고죄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 등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형법 제156조).
그런데 우리 형법은 무고죄에 관하여는 과실범을 처벌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서,
내가 실수로(과실로 진실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피고소인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심으로 믿어 고소를 했는데
혐의를 입증하기에 증거가 부족해서 무죄 또는 무혐의라는 결론이 나왔더라도
고소인을 무고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무고죄로 처벌되기 위해서는,
고소인이 피고소인에게 잘못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고의로 허위의 사실을 고소해야 합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하며,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3도5114 판결).
이는 사실상 처음부터 별도의 목적을 가지고 허위의 피해사실을 꾸며내어 고소하지 않는 이상,
실제의 피해사실을 고소하였으나 단지 가해자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치 않았던
선의의 피해자가 무고죄로 처벌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고죄로 기소되는 비율은 0.78%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719/96554844/1
"한국이 유독 성범죄 무고율이 높다.", "국내 성범죄 중 무고가 40%에 이른다." 등
국내 성범죄 무고에 관하여 다양한 유언비어가 존재하지만,
가장 객관적인 수치인, 검찰 내부자료에 따른 통계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9. 7. 19.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검찰 사건 처리 통계로 본 성폭력 무고 사건의 현황'에 따르면,
2017~2018년 기간 검찰의 성폭력범죄 처리 인원수 71,740명 중 무고죄로 기소된 피의자 수는 556명으로 0.78%에 해당합니다.
즉 성범죄 피해사실을 신고한 피해자가 무고죄로 기소되어 실형의 위기에 처하는 비율이 0.78%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위 통계는 한국이 유독 무고죄에 관대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고죄가 보호하는 사회적 법익은 국가의 형사사법권, 또는 징계권의 적정한 행사로, 사법체계의 경제성을 의미합니다.
무고죄는 억울한 피의자의 보복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위 현황보고에서,
"성폭력 범죄 피의자 중에서 억울하게 무고당한 사례는 극히 적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고소나 증언을 막기 위해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하거나, 고소하겠다고 협박하거나,
가해자의 변호사가 무고 고소를 부추기는 현상은 큰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902561.html).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무고죄의 본래 취지를 왜곡하여 이용하고 있는지 꼬집는 대표적인 지적이라 하겠습니다.
진실한 피해사실에 기반했다면
무고죄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피해자가 피해자답길, 깨끗하길 바라는 현 한국사회의 후진적인 인식에는 무고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큰 몫을 합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무고죄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어
피해자가 사건의 당사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하고
두려움 없이 가해자에 대항하여 싸울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