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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변호사가 알려주는 성추행 합의금
지난 번 성폭행 합의금 편에 이어서 2탄 성추행 합의금 편입니다.
성폭행에 비해서 성추행은 사건 내용도 워낙 다양하고, 사건마다 처벌 수위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만큼 내 사건에 적당한 합의금이 얼마인지 알기가 더 어렵고, 찾아봐도 다 다르고 애매한 대답뿐입니다.
피해자 변호사로서 제가 직접 경험한, 지금 업계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는 성추행 합의금 기준을 알려드릴 테니까, 우리 피해자분들 가해자와 합의할 때 손해 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성추행은 강제추행, 준강제추행, 업무상 위력 추행, 직장 내 성추행 전부 포함됩니다.
"1,000 ~ 3,000만 원이 평균"
일단 결론부터, 1,000 ~ 3,000만 원이 실제로 합의가 성사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금액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최소한 1,000만 원은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추행에서는 팔이나 어깨 추행처럼 범행 수위가 아무리 낮아도 벌금이 200~300만 원은 나오고, 가슴이나 엉덩이 추행처럼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하는 웬만한 사건들은 대부분 500만 원이 넘어갑니다. 그럼 합의 없이 민사소송만 해도 위자료 피해보상으로 대략 1,000만 원 내외는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1,000만 원도 안 되는 금액을 받으면서 합의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차라리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을 받게 하고, 민사소송을 해서 피해보상을 받는 것이 낫습니다.
이 금액대에서는 피해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가해자와 변호사는 5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합의하자고 합니다. 검찰 형사조정에 가면 조정위원이 별 것 아닌 일로 왜 가해자 인생을 망치려고 하냐, 그냥 합의해주라는 식으로 나옵니다. 심지어 내 편이어야 될 피해자 국선변호사도 건성으로 가해자측 제안을 앵무새처럼 전달만 해주면서, 마치 피해자가 괜히 일을 크게 만드는 사람인 것처럼 취급합니다.
여기에 속으면 안 됩니다. 이 정도는 돼야 합의하겠다, 아니면 나는 엄벌탄원서 내고 민사소송 하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최소한 1,000만 원은 받아야 한다,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재판까지 갔으면 2,000 ~ 3,000만 원"
검사는 벌금형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면 구약식처분(약식기소)을 하고, 징역형이나 집행유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면 구공판처분(정식기소)을 해서 법원에 형사재판을 신청합니다. 재판으로 간다는 것은 그만큼 사건이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보통 성기 부위처럼 추헹 수위 자체가 높거나, 추행 횟수가 많은 사건들이 재판으로 갑니다.
벌금형보다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훨씬 무서운 처벌입니다. 집행유예가 나오는 성추행부터는 민사소송을 하면 확실하게 1,000~2,00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낮은 금액으로는 합의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재판에서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면 법원은 가해자에게 벌금형 정도로 감형을 해줍니다. 그 혜택까지 생각하면, 아무리 적어도 2,000만 원 은 받고 합의를 해줘야 합니다.
"실형이 나올 정도면 5,000만 원 이상"
성추행에서도 실형(집행유예 없는 징역형)이 나오는 경우가 꽤 많이 있습니다. 범행이 너무 악질적이고, 가해자가 반성하지 않고 끝까지 뻔뻔하게 무죄를 주장할 때 실형이 나옵니다. 제 사건들 중에서는 의붓아버지가 딸을 추행했던 케이스나, 교수가 제자를 추행한 케이스에서 대표적으로 실형이 나왔었습니다.
실형은 정말로 교도소에 구속된다는 뜻입니다.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직장도 다 잃고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아주 무서운 일입니다. 반대로 피해자는 겁먹은 가해자의 심리를 이용하면 많은 합의금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
이때부터는 거의 성폭행급으로 심각한 범죄이기 때문에 피해보상의 기준 자체가 높아집니다. 민사소송을 하면 2,000~3,00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합의를 해주면 법원이 집행유예로 감형을 해줍니다. 그러니까 합의금은 정말 최소로 잡아도 5,000만 원은 받아야 합니다. 그 미만으로 합의하느니 차라리 가해자가 실형 다 살게 하고 민사소송으로 2~3천 받는 것이 가해자에게도 더 고통스럽고, 피해자에게도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
물론 가해자의 직업이나 집안이 좋으면 훨씬 많은 금액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제 사건 중에 직장 상사가 부하직원을 30번 정도 추행한 케이스가 있었는데, 재판에서 2억 원을 받고 합의를 해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기준은 기준일 뿐, 더 받아도 됩니다"
성폭행 피해자에 비해서 성추행 피해자가 힘든 점 중 하나는, 별 일 아닌데 왜 그러냐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입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면 정말 심각한 범죄를 당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성추행이라고 하면 그 정도는 나도 있었는데 넘어갔다거나, 적당히 피해보상 받고 끝내주라거나,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드냐는 식으로 오히려 피해자인 내가 가해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럴수록 우리 피해자분들 더 당당해지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법이 단순한 폭행 사건에 비해서 성추행을 훨씬 세게 처벌하는 건, 그만큼 성범죄가 악질적이고 심각한 범죄고, 피해자가 입는 피해도 크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범죄를 당했으면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충분히 피해보상을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몰상식한 사람들 말에 상처받지 말고 당당하게 요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