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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무고 이야기] 무혐의라고 죄가 없다는 뜻이 아니에요
"증거가 부족했을 뿐"
무혐의, 무죄 나왔다고 기세등등해져서 피해자 무고죄로 고소할 거라고 떠드는 성범죄 가해자들 많이 보셨을 텐데, 이건 정말 법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성범죄는 무혐의, 무죄 옆에 꼭 따라오는 말이 있어요. 바로 ‘증거불충분’입니다. 말 그대로 증거가 부족했다는 뜻이지요. 실제로 성범죄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결과통지서를 받아보면, 전부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바꿔서 말하면, 증거만 있었어도 처벌했을 거라는 이야기예요. 사실 CCTV나 목격자만 있었으면 다 해결됐을 일입니다. 그런데 CCTV나 목격자 있는 사건이 몇이나 되겠어요. 성범죄는 더더욱 없습니다. 실제로 제가 피해자 변호사로서 패소하는 사건도 다 이런 맥락입니다. 결정적인 증거는 없지만 피해자 진술하고 간접증거들 가지고 가해자를 구석까지 몰고 갔는데, 결국 빈틈이 있으니까 빠져나가는 거예요. ‘CCTV만 있었어도‘라는 생각이 정말 매일 듭니다.
‘무혐의다 = 피해자가 거짓말을 했다 무고다’ 이거 아니라는 겁니다. 그냥 가해자가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증거가 없어서 범인을 놓친 겁니다. 참 웃긴 게, 누가 사기죄로 고소했는데 증거 없어서 무혐의 나왔다고 하면 법이 잘못됐네 어쨌네 하면서, 왜 성범죄는 증거 없어서 무혐의 나오면 갑자기 피해자를 욕하나요? 무혐의 나왔다고 사기 피해자를 무고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처럼, 성범죄 피해자를 무고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도 똑같은 겁니다.
그러니까 무혐의로 끝났다더라 하면, ‘뭔가 문제가 있었는데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구나’ 이게 중립적인 입장입니다. ‘무혐의니까 피해자가 꽃뱀이네’ 이건 중립적인 게 아니고 그냥 편파적으로 피해자 욕하는 겁니다.
"그럼 억울하게 고소당한 사람은요?"
반대로 물어볼게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억울하게 고소당한 사람이 정말 있을까요? 나와 내 가족들, 친구들, 누구든 억울한 성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피해자들은 함부로 고소를 하지 않아요. 누군가를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신고를 하고, 형사랑 검사 앞에서 조사를 받고, 법정에 출석해서 증언하는 건 누구에나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누구 인생 망쳐보겠다고 장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그깟 돈 몇 푼 준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이런 걸 다 견디고 굳이 고소까지 하는 건, 피해자 본인이 너무 억울하기 때문입니다. 궁금하면 직접 가까운 법원에 가보세요. 법정에 들어가보면, 태연하게 거짓말 할 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 생각이 들 거예요.
성범죄로 고소를 당하는 사람은 그럴 만한 일이 있었던 사람인 겁니다. '그럴 사람이 아니야 내가 알아' 이거 아니라는 거예요. 적법하게, 건실하게 사는 대다수 사람들은 고소당할 일이 없습니다.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이런 실수는 안 합니다. 그리고 아무 근거도 없는 사건은 애초에 경찰이 받아주지도 않습니다. 경찰이 수사를 한다는 건, 가해자에게 조사해볼 만한 혐의가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증거가 부족하면 무혐의가 나오겠지만요.
그러니까 누가 고소를 당했다가 무혐의가 나왔다고 하면, 가해자가 '운이 좋았네' 생각하면 됩니다. '꽃뱀한테 억울하게 당할 뻔했네 나도 조심해야지' 가 아니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