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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합의해주면 감형이 얼마나 되나요?
합의를 해놓고 나중에 가서 후회하는 피해자분들이 정말 많아요. 합의를 할 때는 가해자들 죽을 죄를 지었다, 평생 반성하면서 살겠다 온갖 말을 하지만, 막상 합의하고 선처받고 풀려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잘 삽니다. 마치 성범죄자 아닌 것처럼요. 가해자가 인스타에 여행 간 사진 올리고, 친구들하고 술 먹고 놀러 다니고, 프사에 여자친구 사진 올리고 하면, 피해자는 정말 죽을 맛입니다. 나는 가해자 때문에 평생을 그 기억으로 살아가는데, 가해자는 이제 책임 다 진 사람처럼 구니까요. 그래서 다시 고소를 할 수 없냐, 합의 무르고 다시 처벌할 수 없냐며 찾아오는 피해자분들이 많은데, 안타깝지만 한 번 합의하면 끝입니다. 아무 것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합의를 해주면 가해자는 감형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합의를 할 때는 아주 신중하게, 이 정도 돈이면 내가 가해자를 풀어줄 수 있는지, 용서해줘도 괜찮은지 정말 많이 생각을 해보셔야 해요. 단순히 합의금으로 피해보상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무작정 합의를 해주면 이렇게 후회할 일만 생깁니다. 내가 합의를 해줬을 때 가해자가 어떤 혜택을 받는지 정확히 알고, 그 다음에 합의 여부와 조건을 결정해야 합니다.
"성폭행은 대부분 집행유예로 감형"
성폭행은 강간, 준강간, 유사강간, 준유사강간처럼 성기나 손가락을 '삽입'하는, 성범죄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범죄들입니다. 성폭행은 아무리 가해자가 초범이고 뭐 이런 저런 이유가 있어도 무조건 구속시키는 실형이 원칙입니다. 대부분 2~3년 정도 실형이 나옵니다. 구속된다는 건 인생이 거의 끝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일반인들은 기업총수처럼 출소해서도 잘 사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직장도 잃고, 학교도 못 다니고, 나와서도 성범죄자여서 취업이 제한되는 등 인생에 너무 많은 불이익이 생깁니다. 그래서 성폭행 가해자들이 특히 합의에 간절합니다. 자기 인생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잖아요. 온 가족들이 난리가 나고, 합의만 해주면 집도 팔고 주식도 팔고 해서 어떻게든 합의금을 만들어오겠다고 사정사정을 합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면, 실형이 집행유예로 바뀝니다. 집행유예는 일정 기간 가해자가 성실하게 사는지 보고, 또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구속은 시키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가해자의 인생을 살리는 것이지요. 물론 성범죄 전과로 남고 벌금형보다 훨씬 무서운 처벌이지만, 구속되고 실형을 사는 것보다는 당연히 훨씬 약한 처벌입니다. 그만큼 성범죄에서 합의는 가해자에게 정말 큰 혜택입니다.
제 경험상 집단강간, 아청법 강간처럼 실형만 5년 정도가 나오는 중범죄들도 합의를 잘 하면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2~3년 정도가 나오는 일반 성폭행 범죄들은 대부분 집행유예가 나온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합의를 해도 형량만 깎아주고 구속 실형은 유지되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범행 내용과 가해자의 태도가 너무 악질적인 케이스입니다. 일반적인 성폭행이어도 가해자가 끝까지 반성을 안 하고 무죄 주장을 하거나, 피해자를 모욕하고 2차 가해를 해서 형량이 높아집니다. 이런 경우는 나중에 2심에 가서 피해자하고 합의를 하더라도 판사님이 가해자의 태도를 아주 괘씸하게 생각해서 풀어주지 않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1심에서 실형 3년이 나오고 2심에서 합의를 해줬는데, 가해자가 1심까지는 무죄 주장을 했었다는 이유로 2심 판사님들이 형량을 딱 1년만 깎아준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성추행은 벌금형, 기소유예로 감형"
성추행은 강제추행, 준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처럼 '삽입' 없이 만지기만 하는 범죄들입니다. 성추행은 실형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는 않고,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정도로 처벌합니다. 성추행은 부위와 횟수가 핵심인데요, 보통 팔이나 어깨, 다리처럼 덜 성적인 부위들은 처벌이 벌금형 정도로 비교적 가벼운 편입니다.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처럼 성적인 부위거나, 추행 횟수 자체가 아주 많거나, 가해자가 직장 상사나 교육자로서 자기 지위를 이용한 악질적인 성추행들은 집행유예 정도로 센 처벌이 내려집니다.
성폭행과 마찬가지로 성추행도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면 감형이 많이 들어갑니다. 벌금형이 나오는 범죄들은 벌금 액수를 아주 많이 깎아주고, 집행유예가 나오는 범죄들은 벌금형으로 처벌을 낮춰주거나 집행유예 기간을 줄여 줍니다.
성추행 합의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기소유예'입니다. 집행유예랑 헷갈리실 수 있는데 다른 겁니다. 성폭행하고 다르게 성추행은 수사단계에서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해자들이 이 '기소유예'를 노리고 빨리 합의를 시도하기 때문인데요, 기소유예는 검사가 '유죄는 인정되지만, 처벌까지는 하지 않겠다'라는 의미로 내리는 불기소처분입니다. 한 마디로 검사가 자기 권한으로 가해자를 봐주겠다는 말입니다. 성범죄 가해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유죄 자체는 인정되지만 성범죄 전과로는 의미가 없어서, 취업이나 직장에서 가해자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없습니다.
재판까지 가기 전에 수사단계에서 합의를 해주면 성추행 가해자들은 대부분 이 기소유예를 받습니다. 검찰 형사조정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애초에 형사조정의 목적 자체가 빨리 합의로 끝내고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수사단계에서 합의를 해줄 때는, 사건이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끝난다고 생각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사건이 이렇게 빨리 끝나버리는 것이 싫다면 합의해주지 말고 재판단계까지 끌고 가야 합니다.
"디지털성범죄도 기준은 비슷해요"
보통 카촬(카메라등이용촬영)이라고 부르는 불법촬영 디지털성범죄도 기준은 비슷합니다. 촬영물 유포나 유포협박처럼 실형이 나오는 중범죄들은 합의를 해줬을 때 성폭행처럼 집행유예로 감형을 받습니다. 그리고 보통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나오는 몰카 범죄들은 합의를 해줬을 때 성추행과 기준이 똑같습니다. 재판단계에서 합의해주면 벌금 액수나 집행유예 기간이 낮아지고, 수사단계에서 합의해주면 기소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