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피해자 엄벌탄원서 작성 방법
"형식은 중요하지 않아요, 편지라고 생각하세요"
엄벌탄원서에 정해져 있는 양식은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양식 찾지 않아도 돼요.
- A4용지 위에 '엄벌탄원서'라고 크게 쓰시구요, 밑에 작게 사건 번호 적고, 가해자(피의자, 피고인) 적고, 그 다음에 피해자 적어주세요.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시작하면 됩니다. 다 쓰고나면 날짜를 적구요, 밑에다 이름 쓰고 서명해주세요. 그리고 신분증 복사해서 첨부하면 끝입니다. 마지막에 검사님 이름이나 법원 재판부를 적어도 되는데, 생략해도 괜찮습니다. 분량은 1~2페이지 정도가 좋습니다.
글씨는 당연히 예쁠수록 좋습니다. 내가 너무 악필이면 워드로 치고 뽑는 것이 낫습니다.
엄벌탄원서는 피해자가 판사님과 검사님께 보내는 편지라고 생각하세요. 너무 딱딱하게 쓸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친근하게, 감정적으로 풀어서 쓰는 것이 훨씬 보기 좋습니다. 법 전혀 몰라도 되구요, 그냥 가해자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힘든지 하소연하듯이 써주세요. 판사, 검사님들은 그런 솔직한 편지를 좋아하세요.
"얼마나 힘들었고, 또 지금은 얼마나 힘든지를 써주세요"
피해자가 엄벌탄원서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판사님과 검사님이 내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파 공감하시도록, 그래서 이 악질적인 성범죄자를 선처해주지 않고 최대한 세게 처벌해 주시도록 설득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 목적이에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진심입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 무고한 피해자가 자기 속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만큼 슬픈 이야기가 없어요.
물론 피해자니까 무조건 불쌍한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성폭력 피해로 인한 고통은 때로는 슬픔이 되기도 하고, 분노가 되기도 하고, 좌절이 되기도 하고, 죄책감이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나의 고통을 어떤 형태로 표현하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절제된 분노가 울림을 주기도 하구요, 자포자기한 안타까운 모습이 울림을 줍니다.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에는 다 이유가 있고, 그게 성폭력 피해의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 나의 고통을 이야기해 주세요.
성폭력 피해자로서 당시에 어떤 기분이 들었고, 얼마나 불쾌했고, 가해자의 뻔뻔한 모습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그리고 망가진 나의 일상, 잃어버린 친구들, 가족과의 불화, 직장에서 업무를 보기 어려운 상태, 정신과 및 상담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세요. 길에서 비슷한 사람만 봐도 놀라고, 이성관계 자체를 피하게 되는 마음, 계속 우울한 생각만 든다는 지금 나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습니다.
"가해자의 주장을 반박하지 마세요"
엄벌탄원서와 의견서는 구분해서 생각하셔야 해요. 엄벌탄원서는 말 그대로 성범죄자를 엄벌해달라고 피해자가 호소하는 글입니다. 논리적으로 싸우기 위한 위한 글이 아니에요. 가해자의 주장을 반박하고 싸우려면 의견서를 내셔야 해요. 엄벌탄원서는 원래 감정적인 글입니다. 굳이 논리적일 필요가 없어요. 판사, 검사님은 피해자의 마음에 공감하기 위해 편지를 열었는데, 피해자가 막 복잡하게 싸우고 있으면 그 마음이 별로 와 닿지가 않습니다.
나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이야기해도 가해자의 변호사가 하는 주장을 제대로 반박하기는 어려워요. 피해자가 이야기하는 부분 정도는 판사, 검사님이 이미 먼저 파악해서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굳이 피해자가 반복하지 않아도요. 그러니까 가해자의 거짓말을 하나하나 반박해주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은 잠깐만 내려놓고, 나의 아픈 마음을 어필하는 것에 집중해 주세요.
"대필은 절대 안 돼요"
탄원서 대필 업체들이 있는데, 절대 이용하면 안 됩니다. 판사, 검사님들은 피해자의 엄벌탄원서를 자세히 읽어보세요. 절대 대충 넘기지 않습니다. 성폭력 범죄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의 진심이 담긴 글이니까요. 전문 업체들이 써주면 효과가 더 좋을 거라고 착각 많이들 하시는데, 오히려 정반대예요. 이런 업자들이 쓰는 글은 딱 보면 남이 써준 티가 납니다. 판사, 검사님들은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탄원서를 보세요. 누가 진심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안 내키는데 억지로 쓰고 있는지, 남이 대신 써주고 있는지 다 압니다. 그리고 대필인 게 들통나면? 무조건 페널티예요. 이 사람은 진심이 아니니까요. 안 낸 것만도 못한 상황이 됩니다.
짧아도 괜찮고, 글을 잘 못 써도 되니까 꼭 내 입으로, 내가 직접 이야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