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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 민사소송 언제 해야 되나요?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고소를 하고 형사절차 안에서 가해자가 감형을 받기 위해 합의를 요청해오면 합의금을 받거나, 아니면 형사절차와는 별도로 가해자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해서 치료비와 위자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합의는 가해자가 요청해올 때 하면 되니까 명확한데, 민사소송은 언제 할 수 있냐고 물어보시는 피해자분들이 많아요. 나는 가해자와 합의해줄 생각이 절대 없고 무조건 제대로 처벌받게 할 것이고, 민사소송으로 피해보상을 받고 싶은데 그럼 언제 시작해야 할까요?
인터넷에 나오는 다른 변호사님들 답변을 보면 형사사건이 끝난 다음에, 그러니까 유죄판결이 나오면 하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유죄판결이 나오면 피해자가 형사소송에서 승소한 것이니까, 그때 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민사소송을 시작하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건 너무 원론적인 답변입니다. 이미 내가 승소할 것이 확실한데, 굳이 유죄판결이 나올 때까지 더 기다렸다가 민사소송을 시작하면 다 끝날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요즘 피해자 민사소송은 최소 6개월에서 길면 1년까지도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니까 유죄판결이 나오고 나서 민사소송을 시작하면, 다시 1년은 기다려야 내가 최종적으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민사소송은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소송절차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단 진행을 시켜놔야 가해자를 처벌한 다음 피해자도 빨리 피해보상을 받고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어요. 합의할 생각이 없으면 가능한 빨리 민사소송을 시작하는 것이 답입니다. 언제 민사소송을 해야 되는지 정확한 기준을 알려 드릴게요.
"유죄가 확실하면 민사소송을 시작하세요"
민사소송을 시작해도 되는 기준은, '무조건 승소한다는 보장이 있을 때' 입니다. 그럼 언제 승소한다는 보장이 생기냐, 바로 형사사건에서 피해자가 승소, 즉 가해자가 유죄판결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 확실한 경우입니다.
사건마다 상황이 다르겠지요. 어떤 사건은 가해자가 열심히 무죄 주장을 해서 피해자가 이길지 아직 확신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이미 증거가 너무 확실해서 경찰단계부터 유죄가 확실하고, 또 가해자가 곧바로 자백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럼 바로 민사소송을 시작해도 됩니다. 이미 유죄가 확실하면 민사소송에서도 피해자가 무조건 승소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이니까요. 굳이 검사가 기소를 하고, 법원이 유죄판결을 해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형사사건과 민사소송은 동시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을 할 때는 지금 형사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고 정확한 진행 상황을 판사님께 말씀드리면 됩니다. 만약 증거가 확실한데도 가해자가 아직 뻔뻔하게 무죄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럼 민사법원 판사님은 일단 재판을 멈추고 형사사건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판결을 해줄 것입니다. 민사법원에서 알아서 기다려 주니까 굳이 피해자가 이걸 걱정해서 민사소송을 늦출 필요가 없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실제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피해자분들도 있습니다. 가해자의 범행 증거가 너무 확실하고, 피해자도 합의의사가 전혀 없는 경우입니다. 이런 케이스를 진행할 때는 제가 미리 민사법원에 상황을 이야기하고 형사사건 진행에 맞춰서 비슷한 시기에 판결이 나오도록 조율합니다.
"검사가 기소처분을 하면 민사소송을 시작하세요"
이게 유죄가 확실한 상황인지 모르겠다구요? 그럼 가장 보편적인 기준은 검사의 '기소처분' 입니다. 기소처분은 법원의 재판으로 가는 '정식 기소처분(구공판)'과, 벌금형으로 마무리하는 '약식 기소처분(구약식)' 두 가지로 나뉘는데, 모두 검찰이 가해자의 유죄를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피해자의 승소가 거의 확실해집니다.
검사가 기소처분을 했을 때 재판에서 법원이 가해자에게 무죄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3%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까 검사님이 유죄라고 인정하고 기소처분을 해줬다면, 이제 피해자가 승소할 가능성은 무려 97%가 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이때 민사소송을 시작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똑같이 민사소송에서 이길 가능성도 97%가 되니까요.
그러니까 다 복잡하고 잘 모르겠다, 그럼 검사가 기소처분을 하는 것만 보고 민사소송을 시작하면 됩니다.
"재판에서도 치열한 사건이면 1심 유죄판결까지 보고 시작하세요"
유일한 예외는 가해자가 끝까지 무죄 주장을 하면서 사건이 치열한 경우입니다. 요즘 성범죄는 가해자들이 재판에서도 무죄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미 증거가 명백한데도 무리하게 무죄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사건이 너무 치열해서 피해자도 재판에 증인출석을 하고 끝까지 싸워야 하는 케이스들이 있어요. 이 경우에는 실제로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피해자도 일단은 기다려봐야 합니다. 민사소송을 시작했는데 무죄판결이 나와버리면 둘 다 패소하게 되니까요.
수사단계에서도 가해자가 무죄 주장을 해서 정말 어렵게 정식 기소처분이 나왔고, 재판에서도 가해자가 계속 무죄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기다렸다가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민사소송을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