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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엄벌탄원서의 효과
"엄벌탄원서 내봤자 제대로 안 보는 것 아니냐", "어차피 형량에 별 차이 없다더라" 잘못된 이야기가 많더라구요.
성범죄에서 피해자의 엄벌탄원서는 효과가 정말 큰데, 정확히 어떤 효과가 있고 효과가 얼마나 큰지 정확히 이야기해주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서 제가 자세히 알려드리려 합니다.
"형량이 확실히 높아져요"
정말 확실히 높아져요. 흔히 우리는 재판에서 유죄, 무죄만 따지고 형량은 판사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가해자들은 '양형 주장'을 더 많이 해요. 감형해달라, 선처해달라 이런 주장이요. 그런데 피해자들은 말할 기회가 없죠. 성범죄 피해자가 고소를 하고 재판까지 간다고 하면, 보통 피해자 경찰조사 때 한 번, 재판 증인출석 때 한 번 겨우 2번 직접 말할 기회가 주어져요.
반면에 가해자는 말할 기회가 수도 없이 많아요. 재판에도 매번 가서 판사님 얼굴을 보면서 억울하다고 이야기하고, 가해자의 변호사가 직접 변론해주고, 의견서 내면서 감형해달라고 하고 본인한테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요. 그럼 어떻게 될까요?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지, 형량을 결정하는 판사님은 결국 가해자의 거짓말만 주구장창 듣다가 판결을 하게 되는 거예요. 물론 판사님이 알아서 공정하게 잘 따져 주시면 좋겠지만, 판사님도 사람인데 가해자 말만 듣다보면 당연히 가해자쪽으로 치우치겠죠. 그러면 가해자가 부당하게 감형을 받아가는 거예요. 우리 뉴스 보면 가해자가 술 취했다고 감형해주고, 나이가 많다고 감형해주고, 어리다고 감형해주고 그러죠. 그 이유가 다 여기에 있어요.
이걸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피해자가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해요. 이 일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자세히 이야기를 해줘야 해요. 그래야 판사님이 피해자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피해자가 이렇게 고통스러워 하고, 그래서 가해자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부탁하는데도 함부로 감형을 해주는 판사님은 없어요. 판사님들 피해자 엄벌탄원서 정말 꼼꼼히 읽으세요.
그래서 형량이 자연스럽게 높아져요. 원래는 가해자 말만 듣고 감형을 해주는 상황이었는데, 피해자의 이야기 때문에 감형 없이 말 그대로 엄벌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게 엄벌탄원서의 가장 큰 효과예요. 벌금으로 끝날 사건이 집행유예가 되고, 집행유예로 풀어줄 사건이 구속 실형으로 바뀌고, 단기 징역이 장기 징역으로 바뀌어요.
"검사님의 처분이 달라져요"
성추행 사건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검사님이 벌금형 처벌을 하는 약식기소(구약식처분)를 하느냐, 아니면 재판으로 가는 정식기소(구공판처분)를 하느냐 예요. 처벌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에요. 약식명령 벌금형으로 끝나버리는 것과, 정식 재판으로 가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나오는 건 가해자 입장에서 정말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벌금형과 집행유예는 직업적인 불이익도 다르고, 전과로서 효과 자체가 달라요. 재판에서는 취업제한도 생기구요.
그럼 검사님은 언제 약식기소를 하고, 언제 정식기소를 할까요? 검찰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검사님마다 기준이 천차만별이에요. 똑같은 사건인데 누구는 벌금형으로 끝나고, 누구는 징역형으로 끝나는 것이지요. 그래서 가해자들은 검사님에게 잘보이기 위해 아주 많은 노력을 해요. 반성문도 쓰고, 친구들한테 탄원서도 받아오고, 검사님한테 직접 편지도 써요. 그럼 검사님도 사람인데, 당연히 마음이 흔들리겠지요. 젊고 앞길 창창한 가해자의 인생이 걱정되기도 하고, 그냥 벌금형으로 끝내주는 거예요.
이걸 막는 게 피해자의 엄벌탄원서예요. 형량이 높아지는 것과 똑같은 원리예요. 선처해달라는 가해자의 거짓말만 듣다보면 당연히 가해자 편을 들게 되지만, 내가 얼마나 힘든지 눈물로 쓴 피해자의 엄벌탄원서를 보면 검사님도 함부로 감형을 해줄 수가 없게 돼요. 공정하고, 엄격해지는 것이지요. 그럼 벌금형 약식명령으로 쉽게 끝났을 사건이, 정식재판으로 가고 무서운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바뀌는 거예요.
"가해자들이 정말 무서워해요"
가해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피해자 변호사예요. 우리 피해자 입장에서도 가해자가 어디 로펌 선임했다더라 하면 무섭잖아요. 가해자도 똑같아요. 피해자가 변호사 선임했다고 하면, 가해자들은 정말 무서워해요. 피해자 변호사는 가해자 유죄 만들려고, 엄벌하려고 벼르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가해자들이 그 다음으로 무서워하는 게 바로 피해자의 엄벌탄원서예요. 감형 받으려고 거짓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피해자가 그걸 방해하고 망쳐버리는 거니까요. 가해자들도 맨날 대법원 사건검색 들어가서 자기 사건 검색해보거든요, 피해자 변호사가 뭐 제출하는지 보려고. 그러다 '피해자 OOO 엄벌탄원서 제출' 이 문구를 보면 정말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어요.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최대한 세게 처벌하는 것이구요, 그걸 만드는 게 바로 엄벌탄원서예요.
피해자 엄벌탄원서 효과 없다 이런 말 듣지 마시고 꼭 내세요. 차이 정말 커요.
판사님들 검사님들 가해자 반성문은 솔직히 대충 보실 때도 많지만, 피해자 엄벌탄원서는 정말 꼼꼼히 읽으세요.
내용 짧아도 괜찮으니까, 용기내서 엄벌탄원서 꼭 써보시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