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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경찰조사 전에 이건 꼭 알고 가세요
"경찰은 피해자 편이 아니에요"
피해자분들은 형사님(경찰 수사관님)이 당연히 내 편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정말 큰 착각이에요. 특히 성범죄에서는요.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범인 잡으러 다니는 형사님들을 주로 보죠. 그래서 피해자인 내가 경찰서에 가면 담당 수사관님이 당연히 내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고, 이제 알아서 가해자의 죄를 밝혀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성범죄는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성범죄는 보통 결정적인 증거 없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 싸움으로 가죠. 수사관님도 처음에는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무조건 피해자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중립적으로 양쪽의 말을 다 들어보려고 해요.
피해자분들이 가장 많이 상처를 받는 부분도 바로 여기예요. 내가 성폭행을 당해서, 성추행을 당해서 난생 처음 경찰서에 가서 조사까지 받는데, 수사관님은 내 말을 의심하는 것 같고, 오히려 가해자 편을 드는 것 같고 그러면 정말 서러워요. 그런데 이건 성범죄의 특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요. 성범죄에서는 수사관님의 역할이 피해자를 위해서 열심히 가해자의 죄를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서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하는 거예요. 피해자분들, 이걸 모르고 가면 정말 당황스러워요.
"경찰조사는 준비해서 가야 해요"
경찰조사에 가서 진술을 대충 하는 피해자분들이 많아요. '어차피 수사는 경찰이 하는 거고, 알아서 가해자 범죄 밝혀지는거고, 나는 그냥 적당히 말하면 되겠지. 아 떠올리기 싫은데 왜 자꾸 물어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실제로 많아요.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성범죄에서 경찰은 피해자 편이 아니에요. 그럼 피해자가 진술을 대충 하면 어떻게 될까요? 수사관님이 피해자의 말을 안 믿게 돼요. 생각해보세요, 요즘 성범죄 가해자들은 고소 당했다 하면 제일 먼저 변호사부터 선임하구요, 변호사한테 코칭 받고 유리하게 말 맞춰서 경찰조사 받으러 와요. 그럼 수사관님은 어떤 느낌이 들까요? 피해자 말은 뭔가 못 미더운데, 가해자 말은 그럴 듯하고 진짜로 억울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경찰조사는 진술을 미리 준비해서 가야 해요. 나는 피해자니까 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되겠지 순진하게 생각하면 안 돼요.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사실대로 말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 유리하게 말해야 해요. 거짓말을 하고 조작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피해자에게 유리한 단어와 문장 표현을 배우고, 법적으로 성범죄가 성립할 수 있게 조건에 맞춰서 진술해야 해요.
"툭툭 치듯이 만졌다" - "손을 뗐다 붙였다 하면서 비비듯이 만졌다" 어떤 표현이 성추행같나요? 당연히 후자죠. 성범죄는 아주 민감한 진술 싸움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쓰는 단어 하나로도 결과가 달라져요. 솔직히 피해자에게 불리한 싸움이에요. 가해자는 적당히 말실수좀 해도 그냥 넘어가 주거든요. 그런데 피해자가 조사받을 때 말 한 마디만 잘못 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요.
피해자가 경찰조사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피해자 전문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는 거예요. 변호사 선임까지는 못 하더라도, 내 사건에 대해 진단을 받고 어떻게 진술해야 하는지 코칭을 받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도움이 돼요. 그러니까 피해자분들 경찰조사 전에 상담만이라도 꼭 받고, 진술 준비 잘 해서 가셨으면 좋겠어요.
"수사관님을 내 편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다들 잘 모르는데, 성범죄에서 제일 중요한 단계는 경찰단계에요. 심지어 변호사님들도 잘 모르더라구요. 우리 보통 형사사건에서 검사님이 중요하고, 판사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잖아요. 중요한 결정권자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실 가장 중요한 건 경찰이에요. 검사님과 판사님은 이미 경찰에서 수사를 다 해놓으면 최종적인 판단만 하는 거예요. 경찰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말을 어떻게 적어놓는지, 어떤 방향으로 사건을 몰고 가는지에 따라서 결과가 아예 달라져요. 그리고 경찰 수사관님이 유죄라고 판단하면, 검사님이든 판사님이든 그 의견을 많이 존중해주고 따라가요. 반대로 수사관님이 처음에 무죄라고 판단하면 사건이 정말 어려워지구요.
그래서 수사관님을 피해자 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 그럼 어떻게 내 편 만들까요? 피해자 조사 준비 잘 해서 열심히 받으면 돼요. 내가 그때 뭘 보고 들었는지 최대한 자세히 이야기하고,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내 마음은 어땠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금은 또 얼마나 힘든지 호소하듯이 이야기하면 돼요. 조사받으면서 중간에 울어도 괜찮아요. 내 감정이 수사관님에게 솔직하게 전달될 수 있게, 내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럼 수사관님도 마음이 흔들리구요, 이 피해자가 정말로 범행을 당했고 그래서 힘들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가해자 조사할 때도 더 예리하게 질문하고, 빈 틈 찾아내고, 결국 가해자의 범죄를 밝혀내겠죠.
성범죄는 보통 고소인을 먼저 조사하죠. 수사관님을 내 편으로 만들 기회가 피해자에게 먼저 주어지는 거예요. 피해자분들 이 기회를 잘 살리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