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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증인신문, 미리 대비하고 가야 해요
"피해자의 재판 증인출석은 필수예요"
어느 날 갑자기 증인출석을 하라고 법원에서 통지서가 오면 피해자는 너무 당황스러워요. 이미 경찰서, 검찰 가서 몇 번씩 조사 받았는데 또 출석하라니 너무 지치죠. 그래서 재판 증인출석 꼭 해야 하냐, 안 가면 안 되냐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데, 피해자 증인출석은 필수입니다. 반드시 가야 해요.
사건마다 증인출석 요청이 오는 경우도 있고 안 오는 경우도 있는데, 차이는 가해자의 자백 여부예요. 가해자가 재판에서 자백을 했으면 피해자가 증인출석을 안 해도 되지만, 계속 무죄 주장을 하고 있으면 반드시 증인출석을 해야 해요.
피해자가 끝까지 증인출석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느냐, 법원이 가해자에게 무죄판결을 해줄 수밖에 없어요. 이건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 정해져 있는 원칙 때문이에요. 가해자가 무죄 주장을 하는데도 피해자가 증인출석을 하지 않으면, 이전에 피해자가 조사를 받으면서 했던 진술들의 증거능력이 없어져요. 성범죄는 피해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인데, 그게 없어져버리면 당연히 무죄판결을 해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가해자가 재판에서도 계속 무죄 주장을 한다, 그럼 내가 증인출석을 해야겠구나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증인신문 잘 못하면 무죄판결 나와요"
법정 드라마 보면 증인한테 변호사가 날카롭게 질문하고, 말실수 하도록 유도해서 추궁하는 장면 꼭 나오잖아요. 전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에요. 피해자 증인신문은 가해자 변호사가 피해자를 직접 공격하기 위해 있는 절차예요. 이전까지는 중립적인 역할인 경찰과 검찰이 피해자 조사를 했죠. 물론 피해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질문을 할 때도 있지만 피해자를 공격하기 위해서 하는 조사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증인신문은 가해자 변호사가 대놓고 피해자를 공격하기 위해 하는 거예요. 가해자에게 그런 기회를 주는 거죠.
그럼 피해자가 가해자 변호사의 공격을 잘 방어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무죄판결이 나오고 피해자가 패소하게 돼요. 이전에 경찰, 검찰 조사받을 때 아무리 잘했어도 증인신문을 잘 못하면 끝이에요. 그동안의 고생이 다 날아가는 거예요. 실제로 성범죄는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증인신문에서 피해자가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최종 판결을 내리는 판사님들이 직접 보는 앞에서 증인신문을 하는데, 여기서 피해자가 말실수를 하면 아주 불리한 증거가 돼버려요.
특히 요즘 가해자 변호사님들이 하는 질문을 보면, 정당한 질문이 아니라 그냥 피해자를 괴롭히는 게 목적인가 싶을 정도예요. 돈을 목적으로 고소한 게 아니냐며 꽃뱀으로 만들거나, 바람을 피우다 남자친구에게 걸려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냐며 인신공격이 기본이에요. 이렇게 공격적인 질문을 받다보면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힘들고, 결국 실수로 이어져요.
"증인신문은 미리 대비하고 가야 해요"
다른 변호사님들이 '그냥 경찰조사 때 했던 진술을 일관성 있게 하면 된다'고 잘못된 조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범죄 피해자 증인신문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요. 일관성은 기본이고, 처음 받아보는 가해자 변호사님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방어하는 것이 중요해요. '내가 피해자니까 사실대로만 말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돼요. 사실대로 말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말해야 해요.
제일 먼저 할 일은 피해자 경찰조사 때 썼던 진술조서를 열람하는 거예요. 재판단계에서는 법원에 열람, 복사 신청을 해서 내 진술조서를 받아볼 수 있어요. 보통 재판까지 가서 증인신문을 하는 시기는 피해자가 처음 경찰조사를 받을 때부터 최소 6개월, 심하면 1년도 더 지난 시점이거든요. 그럼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자기가 정확히 어떻게 말을 했었는지 기억하기가 어려워요. 증인신문에서는 쓰는 단어만 조금 달라져도 가해자 변호사님이 '예전엔 이렇게 말해놓고 왜 말이 달라져요?' 하면서 공격하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조사를 받을 때 어떻게 진술했었는지 정확히 확인하고 기억을 되살려야 해요.
다음으로는 가해자가 어떻게 공격해올지 미리 예상하고 답변을 준비해야 해요.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수사관님이나, 검사님에게 물어보거나, 첫 재판에 직접 가보면 가해자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요. 그걸 바탕으로 증인신문에서 어떤 질문이 들어올지를 미리 예상해야 해요. 그래야 가해자 변호사님의 공격적인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나에게 유리한 답변을 할 수 있어요.
사실 이 부분은 피해자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셔야 해요. 피해자 혼자서 가해자 변호사님들의 공격을 예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에요. 이 재판에서 법적으로 어떤 부분이 중요하고, 또 어떤 부분이 피해자의 약점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법을 잘 모르는 피해자 혼자서는 어려워요. 가해자 변호사님들이 어떤 식으로 피해자의 말실수를 유도하는지 잘 알고, 이걸 대비해서 답변을 준비시켜줄 수 있는 피해자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셔야 해요. 꼭 정식 선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상담을 받고 증인신문 대비 방법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되니까 꼭 기억하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