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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진술조서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하는 이유
"진술서와 진술조서는 달라요"
범죄 드라마 보면 경찰이 조서를 꾸민다는 말을 많이 쓰는데요, 가해자와 피해자, 참고인(증인, 목격자) 등 이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을 조사하고 그 내용을 기록하는 것을 말해요. 성범죄는 피해자가 고소를 하고나면 담당 수사관님하고 미리 약속을 잡고 경찰서에 출석해서 정식으로 조사를 받아요. 경찰조사를 가보면 수사관님이 사건에 대해 질문을 하고 피해자는 답변을 하는데, 이 내용을 질문-답변 순서로 쭉 기록한 것이 바로 피해자 진술조서예요.
피해자 진술조서는 흔히 생각하는 피해자 진술서와는 전혀 다른 서류예요. 진술서는 피해자가 혼자서 줄글로 쭉 써서 내는 것이지만, 진술조서는 경찰과 검찰 수사기관이 직접 작성하는 문서이기 때문이에요. 진술서는 보통 정식 고소장 제출 전에 112 신고를 했을 때 피해자가 간이로 써서 내게 돼요. 진술서를 썼으니까 끝이라고 생각하는 피해자분들도 있는데, 진술서를 냈더라도 피해자 경찰조사는 반드시 따로 받도록 되어 있어요.
"증거로 남는 것은 피해자 진술조서예요"
수사기관이 진술조서를 쓰는 이유는 조사한 내용을 증거서류로 남기기 위함이에요. 우리가 흔히 재판을 직접 나가서 말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든 법적 절차는 기본적으로 종이 서류를 가지고 하도록 되어 있어요. 심지어 재판에 나가서 증인신문을 받았어도 법원에서는 증인신문조서를 작성하고 판사님들은 그 서류를 보고 판결을 해요.
특히 성범죄는 피해자가 경찰조사만 받고 검사님은 직접 만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검사님은 피해자의 말이 담긴 진술조서, 즉 종이 서류만으로 피해자를 만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내가 조사를 받으면서 아무리 설명을 잘 했더라도, 진술조서에 안 남아 있으면 소용이 없어요. 심지어 나를 직접 조사한 경찰 수사관님도 시간이 지나면 조사했던 기억을 못 해요. 결국 수사관님이든 검사님이든 공식적인 증거로 남은 피해자 진술조서만 가지고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에요.
피해자 진술조서를 확보해서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성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인 피해자 본인의 진술이 정확히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요. 내가 부족하게 진술한 부분은 없는지 찾아서 그 부분을 보충할 수 있고, 어디서 가해자의 공격이 들어올지도 예측할 수 있어요.
"진술조서를 열람하고 2차 조사와 증인신문을 준비하세요"
성범죄는 경찰, 검찰 수사단계만 해도 최소 6개월에서 심하면 1년 이상이 걸려요. 여기에 재판단계로 가면 추가로 6개월 정도가 더 걸려요.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누구든 기억이 흐려져요. 처음에는 너무 무섭고 심각한 일이어서 생생하게 기억이 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본적인 순서도 헷갈리고 조금씩 왜곡이 되고 내용이 달라져요.
특히 처음 조사받을 때 내가 뭐라고 말했었는지 기억하기가 어려운데, 이게 가장 큰 문제예요. 성범죄는 피해자가 진술할 때 쓰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승소와 패소가 갈려요. 예를 들면 1차 조사 때는 가해자가 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고 표현했다가, 2차 조사 때는 허벅지를 잡았다고 표현하면 왜 말이 달라졌냐고 공격이 들어와요. 어차피 만진 것은 똑같은데 뭐가 다르냐 싶겠지만, 성범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행동을 말로 자세하게 표현해서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차이가 정말 커요. 이런 부분을 미리 대비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서 2차 조사를 받거나 재판에 증인출석을 하면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라는 오해를 받게 돼요.
그러니까 2차 경찰조사를 가거나 재판에 증인출석을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피해자 진술조서를 열람하는 것이에요. 내가 기억하는 대로 진술하면 일관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돼요. 기억은 변하기 때문이에요. 지금 내 기억대로 진술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조사를 받을 때 작성된 진술조서에 나와 있는 내용과 똑같이 말해야 피해자 진술이 일관된 것이에요. 진술조서를 보고 내가 어떤 순서로 말했는지, 어떤 표현을 썼는지 다시 확인하고 그걸 기준으로 기억을 되살려서 진술해야 해요. 혹시 그때 잘못 말한 부분이 있더라도, 웬만하면 마음대로 변경하지 말고 최대한 그때와 비슷하게 말해야 해요.
실제로 심앤이에서도 의뢰인님들의 피해자 조사가 끝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진술조서 확보일 만큼 중요해요.
피해자 진술조서는 경찰서나 검찰청에 온라인으로 정보공개청구(www.open.go.kr)를 하면 쉽게 확보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잊지 말고 꼭 열람해서 다음 절차를 준비하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