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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2차 가해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
인터넷에서 자신의 피해사실에 관한 글을 발견한 의뢰인
문제가 된 사건의 의뢰인은 준강간 피해를 당해 저희를 찾아오셨습니다. 사실관계에 대해 기억나는 부분들을 정확히 말씀해 주셨고, 이를 바탕으로 고소장을 작성하여 제출하였습니다. 당시 가해자는 혐의를 부인하며 합의에 의한 관계를 주장하였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의뢰인이 우연한 계기로 성범죄 피의자들이 각자의 사건과 정보를 공유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포털사이트 내 카페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카페에서 자신의 사건 내용과 시기 등이 너무나 동일한 글을 발견하였습니다.
모든 형사 사건이 그러하겠지만, 피해자들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정말 끔찍합니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그 피해의 정도나 후유증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통은 가해자가 처벌받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가해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한 번 놀랐고, 피해자에게 고통과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범죄와 피해 사실에 대한 내용을 공유한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2차 가해란?
성범죄 등의 피해자에게 특정한 피해 사실을 근거로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배척하는 행위를말합니다. 정확한 법률 용어는 아니고, 최근에 등장한 신조어 중 하나입니다. 오늘 다룬 사례에서처럼 인터넷에 범죄 및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노출시키는 것도 2차 가해에 해당합니다.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제3자나 수사 기관에 의해서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2차 피해는 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경찰청의 의뢰로 실시한 제도 개선 연구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성폭행 등 피해를 당하고 경찰 조사를 받았던 여성 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81.4%의 피해자가 신고 접수 단계에서 경찰로부터 2차 피해를 당했다고 하는 자료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 남성인 경찰이 피해 여성 앞에서 몰래카메라 영상을 확인하거나 피해 당시의 느낌을 물어봐서 너무 큰 수치심을 느꼈다는 사례도 있었고,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호감이 있지 않았냐고 질문을 한 경찰관도 있었습니다. 사건으로 인해 직장 내에서 인사상의 불이익을 준다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그에 대한 비난 또는 집단 따돌림도 역시 2차 피해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차 가해도 처벌이 되나요?
고의적인 경우는 물론 부족한 인식을 원인으로 한 2차 가해라고 하더라도 피해가 발생했으므로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 인정 여부를 검토해 봐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사실 2차 가해란 용어가 법률가들에게 아직은 생소하지만 사회적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고, 이에 대한 사례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가운 것은 법원에서도 2차 가해로 인한 처벌과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추세라는 것입니다.
가해자가 2차 가해를 입힌 경우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자신의 범죄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게시하는 것은 형법상의 자백이나 진술에는 해당하지는 않지만 매우 유력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게시물에 피해자를 조롱하거나 모욕하는 댓글이 있다면 역시 2차 가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인터넷에 글을 쓴 누구인지 밝히는 것인데, 의뢰인의 사건 같은 경우 수사 기관의 추적 끝에 가해자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가해자가 허위 진술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로 사용되었습니다.
위 사건은 성범죄 피해자 전문변호사인 저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넘어,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범죄 및 피해 사실에 내용을 인터넷에 여과 없이 올리고 공유하는 무지하고 파렴치한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있을까 우려도 됩니다. 만약 유사한 인터넷 카페로 관련 피해가 있으신 분들은 저희 법률사무소로 제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