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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처벌이 가능할까?
범죄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까?
일반적인 형사 사건의 절차를 살펴보면 먼저 피해자의 신고 또는 고발로 수사기관이 이에 대해 수사하고, 재판을 통해 범죄 및 피해 사실에 대한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게 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법원은 제시된 증거들을 바탕으로 범죄에 대한 유, 무죄를 판단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 무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범죄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형사 사건에 있어서 직접 증거를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성범죄는 주로 가해자와 피해자 단둘만이 있는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범행 장면에 관한 영상이나 목격 진술 등의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중요성
범죄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 피해자 또는 참고인의 진술, 그리고 기타 정황 증거들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의 경우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일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 판단에 의한다고 하여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며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고 형사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른다면 유죄로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는 전제하에 말입니다.
판례에 따르면 피해자의 피해 경위에 관한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신빙성이 인정되며,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첫째, 피해자는 가해자와 달리 수사 초기부터 공판 단계에 이르기까지 수사 기록을 열람할 권한이 없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의 방어권을 이유로 수사 기록을 확인하고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지만, 피해자는 본인의 진술과 증거 이외에 다른 자료는 열람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건 진행 상황에 따른 유, 불리와 상관없이 피해자 진술이 일관된다면 그 신빙성을 높게 인정합니다.
둘째, 피해자는 그 신고 사실이 허위일 경우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술이 선서 후 법정에서 이루어지고 나중에 그 진술이 허위임이 드러난다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형사 책임을 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해자를 모함하기 위해 굳이 거짓으로 진술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어려움
하지만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받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경찰 수사 초기 단계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고 구체적인 진술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충격과 정신적 고통이 크다 보니 범행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피해자 진술을 할 때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사실들은 진술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피해자분이 오해하시는 것은 내가 피해자니까 수사 기관에서도 당연히 내 편을 들어주고 이해해주겠지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사 기관은 사건의 실체적인 진실을 찾기 위한 수사를 합니다. 피해자의 진술을 듣다가 떠오르는 질문이나 의구심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간혹 피해자인 자신이 오히려 추궁당하는 느낌이었다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사 기관의 엄숙하고 위압적인 분위기 역시 진술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법률적인 지식이 없는 개인이 진술을 준비하기보다는 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차분하게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있었던 일을 설명하겠다는 자세로 진술하시면 수사 기관에서도 범죄 사실을 판단하기가 용이할 것입니다. 저희가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