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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 만남 준강간 피해자 일관된 진술로 처벌한 사례
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2019년 4월 무렵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가해자와 함께 동석하여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기억을 잃었습니다. 다음 날 깨어보니 가해자의 집이었고, 자신이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즉시 신고를 했습니다.
이렇게 술에 만취하여 의식이나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강간당했다면 준강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강간과 준강간은 구성요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강간죄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준강간에 대하여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자는 강간죄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범죄가 이루어지고, 준강간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즉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술이나 약물 등에 의하여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강간당했다면 준강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사건의 진행
가해자는 자기 집으로 이동할 때 피해자의 의식이 온전했으며 서로간의 합의하에 성관계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실제로 가해자의 집으로 이동하는 경로에 있던 CCTV 화면을 분석해 보니 의뢰인이 다소 취하긴 했지만 거동이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가해자의 집까지 이동한 것은 피해자의 동의가 있다고 판단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의 집 내부에는 CCTV가 없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당사자의 진술을 가지고 판단하게 됩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분명하게 기억나는 사실만을 진술해야 합니다. 만약 피해자가 가해자의 집으로 가는 과정에 대해 사실과 어긋나는 진술을 했다면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가해자는 음주로 인하여 의뢰인의 기억이 단편적인 점,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이성 간의 만남은 대부분 성적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애플리케이션의 대화 내용 중 성적인 언급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성관계에 상호 동의가 있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사건의 쟁점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과정으로 두 사람이 만났는지, 그리고 어떻게 가해자의 집으로 갔는지가 아니라,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범죄가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평소 의뢰인은 술을 마시고 기억을 잃는 소위 블랙아웃 증상을 보인 적이 없다는 점, 범행 당시 지갑을 분실할 정도로 의식이 혼미했던 점 등을 토대로 일관된 진술을 하였고, 가해자와 만나기 전 친구에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아는 사람과 만나는 것에 대한 불안과 위험성을 주고받은 메시지가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성관계에 동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사건의 결과
법원은 의뢰인이 수사 초기부터 재판까지 사건 전후 정황에 대하여 아주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는 점에서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며 형사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른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징역 4월의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성범죄는 범죄를 증명할 수 있는 직접적인 물증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로 범죄를 증명할 수 있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인 것입니다.
사회적 인식의 문제
많은 성범죄 사건을 다루다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가 성범죄에 대해 차별적이고,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위 완전무결한 피해자상을 원한다거나, 피해자다움에 대한 통념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한 사례처럼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여 이성을 만났다거나, 혹은 가해자의 집에 가서 함께 술을 마셨다고 성관계에 동의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준강간처럼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경우, 이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부 법원의 판결을 살펴보면 사건의 정황을 고려함에 있어 엄격하고 차별적인 잣대를 두고 있지는 않은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형법이 강간과 별도로 준강간을 규정하고 있는 이유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