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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증거수집 녹음 할 때 주의사항
제가 피해자분들을 상담할 때 빼놓지 않고 물어보는 질문이 “녹음하셨어요?”입니다. 그런데 몰래 녹음하면 불법이라고 생각해서 가해자와 대화과정을 녹음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중요한 증거를 많이 놓치게 됩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녹음이 금지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때입니다.
공개되지 않은 다른 사람 사이 대화의 녹음은 금지되며, 위반한 경우 1년~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제1항, 제16조제1항). 이 규정은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다른 사람 사이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입니다.
대화하는 당사자 사이의 녹음은 합법이니 가해자 몰래 녹음하세요.
다시 말하면 직접 대화하는 사람이 대화 상대방의 말을 녹음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대화내용을 마음대로 녹음해도 불법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상대방 동의도 필요 없고, 가해자에게 녹음한다고 알려줄 필요도 없습니다. 핸드폰을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 몰래 녹음해도 되고, 통화녹음도 몰래 해도 됩니다.
우리나라는 대화자 사이의 통화녹음은 전면적으로 합법이기 때문에 핸드폰에도 통화녹음 기능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녹음을 통해 확보한 내용은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에서 얼마든지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합법적인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무조건 녹음부터 하세요.
예전에는 피해자분들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증거 수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받으면,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하세요."라고 답변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작정 녹음부터 하세요."라고 조언을 해드립니다. 제가 경찰에 신고하라고는 말하지만, 사실 피해자가 바로 신고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말이 쉽지 신고를 결심하고 '112' 번호를 누르기까지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조건 녹음부터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핸드폰 녹음기능을 작동하고 몰래 녹음하는 것은 신고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일입니다. 지금 막 사건이 일어난 현장이면 더더욱 중요합니다. 가해자를 찾아가서 따지거나 전화로 따질 때 모든 대화내용을 녹음해야 합니다.
가해자들은 사건 이후 처음에 피해자가 와서 따지면 당황스러워 실토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습니다. 이때 가해자가 범행을 자백하도록 유도하고, 가해자가 범행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정하거나 피해자에게 용서를 빌고 사과하면, 이걸 증거로 남겨야 합니다.
녹음은 가장 확실한 증거수집 방법입니다.
피해자가 보유한 증거는 객관적이고 합법적이어야 법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녹음은 성범죄에서 가장 확실하고, 그만큼 효과도 좋은 증거수집 방법입니다. 다른 증거가 없더라도 녹음만 제대로 했다면 피해자는 사건을 훨씬 유리하게 이끌고 갈 수 있습니다.
가해자들에게 시간을 주면 나중에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을 바꾸거나 교묘하게 핵심을 피해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되면 피해자가 증거를 확보하여 제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피해자분들을 만나보면 녹음을 해서 오시는 분들이 정말 드뭅니다. 증거 없이 '가해자가 나랑 둘이 있을 때 자백했다'라는 말만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성범죄 증거수집 방법 중 녹음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피해자분들이 기억할 것은 지금 어떤 상황이든 일단 녹음부터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가해자하고 직접 이야기하고 있다면 반드시 녹음을 하셔야 합니다. 여성분들은 평소 핸드폰 초기화면 손이 잘 닿는 곳에 녹음기 어플을 깔아 놓는 것도 대비가 될 수 있습니다. 나 지금 위험한 것 같다, 가해자하고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싶으면 일단 녹음기부터 켜야 합니다. 녹음내용 중 합법적이고 피해자에게 유리한 증거는 피해자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선별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