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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의 일기가 확실한 증거수집 방법인 이유
성범죄 피해 직후 피해자분들은 무엇부터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십니다. 당장 신고부터할지 아니면 먼저 가해자하고 이야기를 해봐야 할지 또는 변호사 상담을 받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만 계속 흘러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증거도 점점 사라져 불리해질 것 같아 어떻게든 증거를 남기고 싶은데, 무엇이 증거가 될 수 있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일기는 성범죄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 확실한 증거수집 방법입니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바로 일기(다이어리), 정확히는 ‘피해사실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내가 겪은 일을 기억이 가장 생생한 때 바로 글로 기록하는 것입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피해자의 일기를 중요한 증거로 보고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가 바로 신고하지 않고 고민하다 시간이 지나 고소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수사기관과 법원에서는 항상 피해자가 그 사이에 거짓말을 지어내지 않았나 의심을 합니다. 그래서 사건 직후에 피해자가 직접 일기를 써서 그 의심을 없애주어야 합니다. 사건 직후 쓴 일기의 내용과 경찰조사 시 피해자의 진술내용이 일치하면, 피해자가 뒤늦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일기 작성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가장 좋은 시기는 사고 당일이나 며칠 안에 기록하는 것이고, 고소가 많이 늦어졌다면 2~3개월 정도 후에 쓴 일기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내게 쓰기에, 최대한 자세하게 기록합니다.
일기는 작성일자가 전자적으로 기록되는 전자장치에, 디테일한 부분을 살려 최대한 자세하게 기록합니다. 종이 일기장은 안 됩니다. 일기는 내가 피해를 입은 날부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기록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종이에 쓰는 일기는 언제든지 날짜를 조작할 수 있어 경찰은 그 내용을 믿지 않습니다. 따라서 언제 썼는지가 전자적으로 기록되고 날짜 편집이 불가능한 것을 이용해야 합니다.
제가 여러 방법을 찾아본 결과 카카오톡 내게 쓰기(내 프로필)가 가장 좋았습니다. 간편하게 쓸 수 있고, 작성날짜 그대로 나오고, 내용수정도 불가능해서 피해사실 기록용으로 적합합니다. 다 쓰고 나서도 기록이 삭제될 것에 대비하여 스크린샷도 하나 찍어 놓습니다.
일기를 쓸 때는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가해자의 행동, 내 기분과 생각, 가구배치, 물건의 생김새, 벽지 색깔까지 시간 순서대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써야 합니다. 단순하게 ‘오늘 성추행 당했다’ 등으로 몇 줄 쓰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날의 기억을 살려 가능한 모든 내용을 글로 써야 합니다. 법을 몰라 불리한 내용까지 쓰지 않을까 걱정하실 수 있는데, 그 부분은 고소할 때 경찰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무조건 써야 합니다. 증거를 분류하여 제출하는 것은 나중에 변호사와 상담하시면 됩니다.
내 기억을 남긴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그렇듯 아무리 충격적인 일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조금 흐려집니다. 내 기억이 흐려지면 증거도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일기를 쓴다는 것은 내 기억을 저장해놓는 의미도 있습니다.
성범죄 증거수집 방법 중 일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피해사실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지만, 사실 피해자 입장에서 가장 힘든 순간을 떠올려 기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힘든 과정이 되겠지만, 꾹 참고 기록하셔야 합니다. 일단 증거를 남겨두어야 나중에 고소를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찰에서 피해자조사를 받으려면 어차피 다시 기억을 떠올려서 진술해야 합니다. 실제로 제 의뢰인들께서 경찰조사 진술을 대비할 때도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그러니까 딱 한 번 꾹 참고 내 기억을 써보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