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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에서 벗어나는 방법
제목은 거창하지만 막상 답변은 너무 뻔한 것 같아요.
데이트폭력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해자를 형사고소하는 것입니다.
혼자서는 데이트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요즘 데이트폭력은 과거처럼 단순히 때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양상을 띠어요. 예를 들면 이상한 성관계를 강요한다거나, 촬영을 강요한다거나,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가스라이팅처럼 직접적인 폭행은 아니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심리적으로 가해자에게 굴복당한 상태에서 원치 않는 행위들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데이트폭력은 예전보다 수법이 훨씬 교묘해졌구요, 한 번 걸려들면 피해자가 빠져나가기 힘든 경우가 많아요. 사실 일방적인 폭행만 있는 경우라면 가해자를 폭행죄로 고소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심리적인 폭력은 피해자 입장에서 벗어나기가 정말 힘들어요.
제가 봐온 데이트폭력 피해자분들은 항상 협박에 시달립니다. 가해자는 계속해서 만남을 강요하는데, 내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에게 내밀한 이야기를 알리겠다, 가족에게 해코지를 하겠다 등의 직접적인 협박도 많은데, 제가 보기에 피해자분들이 심리적으로 가장 흔들리는 부분은 가해자가 '자살하겠다'라고 협박하는 것이에요. 아무리 무시하고 도망치려고 해도, 가해자가 정말로 죽을 것처럼 유서같은 내용을 남기기라도 하면 피해자분들은 놀라서 경찰에 연락하고 다시 가해자에게 연락하고 만나주게 되어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오래 만난 사람인데, 최소한의 정이 있잖아요. 가해자들도 그걸 아니까 이런 자살 협박을 계속해서 이용하구요.
제가 보기에 다른 도움 없이 피해자 스스로 데이트폭력의 굴레를 끊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래서 법을 이용하는 것이 데이트폭력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법적으로 가해자를 강제로 분리시켜야 비로소 반복되는 협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지요.
법을 이용하세요 도움을 받으세요
방법은 '형사고소' 입니다. 가해자의 범행을 경찰에 신고하는 절차예요. 만약 직접적인 폭행이 있었다면 폭행죄나 상해죄로 고소하면 되구요, 강압적인 성행위가 있었다면 강간죄나 강제추행죄같은 성범죄로, 차단해도 계속 연락이 반복되는 경우면 스토킹범죄로 고소하면 됩니다. 상황에 따라서 적용 가능한 죄명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요.
이렇게 해야 데이트폭력의 굴레를 끊어낼 수 있는 이유는, 형사고소를 들어가면 가해자가 비로소 겁을 먹기 때문입니다. 피해자가 고소를 하면 경찰에 담당 수사관이 배정되구요, 담당 수사관이 가해자에게 연락해서 당신이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조사 받으러 나오라고 하구요. 동시에 더 이상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조치가 들어갑니다. 사실 이 시점에서 대부분의 데이트폭력은 끝이 납니다. 당장이라도 자살하겠다던 가해자가 겨우 경찰 말을 들을 것 같냐 싶겠지만, 제 경험상 백이면 백 데이트폭력 가해자들은 여기서 범행을 멈춰요. 일단 본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소위 빨간 줄을 긋는다는 두려움이 먼저구요, 여기서 경찰의 말을 무시하고 무슨 짓을 더 했다가는 보복성 범죄로 정말 더 큰 일 날 수 있다는(구속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절대로 함부로 행동하지 못해요.
제가 실제로 데이트폭력 사건을 진행해보면, 카톡으로는 죽겠다 죽이겠다 찾아가겠다 유포하겠다 별의 별 협박을 다 보거든요. 그런데 일단 고소만 하고나면, 귀신같이 연락이 끊기고 찾아오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내가 데이트폭력을 당하고 있고 가해자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 제 말 믿고 눈 딱 감고 가해자를 고소하세요. 그럼 이번에는 정말 끝낼 수 있어요. 물론 마음이 약해져서 합의를 해주는 것은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