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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자 증인신문 준비가 왜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
사건의 개요
의뢰인과 가해자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처음 알게 된 사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만나지는 않고 가끔 연락만 서로 주고받았습니다. 당시 가해자는 자기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의뢰인은 인사치레로 한번 놀러 가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2021년 7월쯤 가해자는 진짜로 의뢰인을 초대하고 함께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습니다. 실제로 본 적도 없이 온라인으로만 알던 남성과 단둘이 술자리를 갖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자신이 먼저 말을 꺼냈는데 거절하기도 곤란하고, 자신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가해자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큰 걱정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게에 도착해보니 넓은 홀이 아닌 좁은 방에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뢰인에게 계속 술을 권하면서 취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불과 1~2시간 만에 소주를 2병이나 마셨습니다. 의뢰인이 화장실에 가려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일어났는데, 가해자가 갑자기 의뢰인의 몸을 확 잡아채고 입을 맞췄습니다. 놀란 의뢰인이 가해자의 몸을 밀어내고 거부했지만, 가해자는 멈추지 않고 강압적으로 키스를 시도하고 허벅지와 엉덩이를 만지면서 추행했습니다.
힘으로는 도저히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의뢰인은 휴대 전화를 간신히 집어 들고, 남자 친구에게 무작정 전화 통화를 시도하였고, 가해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사건의 진행
처음에 의뢰인은 사건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과하면 용서하고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는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은커녕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핑계만 늘어놓았습니다. 결국 의뢰인은 스트레스와 우울 증세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되었고, 가해자가 의뢰인에게 했던 것과 같은 수법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이용하여 범행을 계속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희에게 사건을 의뢰했습니다.
사건의 쟁점
성범죄는 피해자와 가해자 단 만의 은밀하고 사적인 공간에서 범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증거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재판에서 변호사는 범행을 입증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게 됩니다. 또한 피해자가 일관된 진술을 한다면 재판부는 그것에 신빙성을 부여합니다. 그래서 피해자의 진술과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 증거가 매우 중요합니다.
반대로 가해자 측에서는 어떻게든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을 깨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증거를 준비하거나 피해자를 직접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증인 신문하는 과정에 피해자가 당황할 만한 질문을 하거나 애초에 했던 진술과 다른 내용의 답변을 하게 만들어서 모순이 생기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관련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가해자는 재판 과정에 갑자기 사건 당시의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확인을 해야 대비가 가능한데 재판부로부터는 열람신청이 거부당했습니다. 간신히 담당 공판 검사님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공유하고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된 내용에 살펴보니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한 이후에도 두 사람이 정상적으로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통해 가해자는 무죄를 주장하려고 했습니다. 아마 가해자 측 변호사는 강제 추행을 당한 이후에도 자리를 뜨거나 도망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으면서 가해자와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말이 되는지를 지적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만약 이런 질문을 법정의 증인석에서 갑자기 받는다면 누구라도 당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늦은 밤 좁은 방 안에서 가해자인 남성과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화를 내거나 항의하는 것은 오히려 가해자를 자극하고 더욱 위험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 피해자가 최대한 침착하게 대응한 것인데, 상대방은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사건의 결과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을 부인하기 위해 가해자 측 변호사님은 공격적으로 녹취록을 비롯한 증거와 증인 신문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이미 내용을 확인하고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던 가해자는 징역 8개월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