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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뉴스] "3년 안에 손해배상 소송을 했어야 한다는데, 어릴 때라 몰라서 그 시기를 놓쳤어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소멸시효, 피해자가 성년이 되고 나서부터 계산
성범죄 피해 손해배상의 경우 일률적인 판단 보다 여러 상황 종합적으로 고려
A씨는 성인이 되기 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했다. 이후 가해자는 재판을 받았고 결국 감옥에 갔다.
하지만 A씨는 여전히 그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피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하고 숨겼다. 어머니만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났어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A씨는 가해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 하지만 피해를 당한 뒤 3년 안으로 소송을 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
고통은 아직 계속되고 있지만, 피해를 당한지 3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피해를 보상 받지 못하게 되는 건지 변호사에게 자문했다.
소멸시효 3년으로 볼 수 있지만⋯미성년자 성범죄의 경우 달라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내에 청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고 본다.
하지만, A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같은 조 제3항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성폭력·성추행·성희롱·그 밖의 성적(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A씨가 성인이 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설사 이 역시 지났더라도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심앤이 법률사무소의 심지연 변호사는 "민사소송은 실제 피해당한 날을 기준으로 3년 안에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는 1심 형사 판결이 나온 날을 기준으로 3년을 적용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대법원도 미성년자일 때 성범죄를 당하였으나, 성년이 된 후 가해자를 형사 고소한 사안에서 '형사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2022다206384 판결). 당시 해당 사건의 피해자는 성년이 된 지는 3년이 지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해자의 성폭력 행위와 관련한 제1심 형사판결 선고일로부터는 3년이 경과하기 전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했다.
20년 전 성범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인정해주기도
송앤최 법률사무소의 최지현 변호사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소멸시효를 다투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법률적 조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20년 전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성인이 된 이후 가해자와 마주쳤는데, 그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뒤늦게 발생했다. 이에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경우 소멸시효는 PTSD 진단을 받은 시점부터 진행된다고 봤다.
당시 대법원은 "성범죄 당시나 일부 증상의 발생일을 일률적으로 손해가 현실화한 시점으로 보면,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법원이 무조건 받아들여 주는 건 아니지만 성범죄 피해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심 변호사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민사 소송을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정향 방민우 변호사 역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A씨의 경우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최회봉 기자 caleb.c@lawtalknews.co.kr
출처: https://lawtalknews.co.kr/article/ANL1QPCUQFE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