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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변호사가 알려주는 성범죄 증거수집 (2) - 일기(다이어리) 편
이제 막 성범죄 피해를 입었습니다. 당장 신고를 해야 할지 아니면 가해자하고 이야기를 먼저 해봐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변호사 상담을 받아봐야 할지 너무 혼란스러운 상황이에요. 시간은 계속 가는데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증거도 점점 없어지고 내가 불리해질 것 같아요. 어떻게든 증거를 남겨야 할 것 같은데, 무슨 증거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일기(다이어리)를 쓰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피해사실 기록'이죠. 내가 겪은 일을 내 기억이 가장 생생한 지금 글로 기록해놓는 것입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피해자의 일기를 중요한 증거로 보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항상 피해자의 말을 의심합니다. 특히 성범죄는 피해자가 곧바로 신고를 하지 않고 고민하다가 시간이 지나서 고소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가 그 사이에 거짓말을 지어낸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합니다. 그래서 사건 직후에 피해자가 직접 쓴 일기로 의심을 없애주는 겁니다. 사건 직후에 쓴 일기 내용하고 경찰조사를 받을 때 피해자가 진술하는 내용이 일치하면, 피해자가 뒤늦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니까요. 사건 당일이나 며칠 안에 쓸 수 있으면 가장 좋고, 고소가 많이 늦어진 경우에는 2~3개월 정도 후에 쓴 일기도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가능한 한 빨리 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기는 성범죄 피해자의 증거수집 방법 중에서 가장 간편하게,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카카오톡 내게쓰기에, 최대한 자세하게" 그럼 일기를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까요. 정답은 쓰는 날짜가 전자적으로 기록되는 전자장치에, 디테일한 부분을 살려서 최대한 자세하게 쓰는 겁니다. 가끔 제가 일기를 쓰라고 했다고 정말로 종이 일기장에 쓰시는 분들이 있어요. 안 됩니다. 종이에 쓰는 일기는 언제든지 날짜를 조작할 수 있잖아요. 내가 피해를 입은 날부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일기를 썼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인데, 날짜 조작이 가능하면 경찰은 당연히 믿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다이어리 어플처럼 언제 썼는지가 어플상으로 기록이 되고 날짜 편집도 불가능한 것을 이용해야 합니다. 제가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카카오톡 내게쓰기(내 프로필)가 가장 좋습니다. 간편하게 쓸 수 있고, 보낸 날짜 그대로 나오고, 내용 수정도 불가능해서 피해사실 기록용으로 안성맞춤입니다. 다 쓰고나서 혹시 날아가지 않게 스크린샷도 하나 찍어놓으세요. 단답으로 '오늘 성추행을 당했다', 몇 줄 쓰고 마는 분들이 있는데 이것도 안 됩니다. 그럼 일기를 쓰는 의미가 없어요.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가해자의 행동, 내 기분과 생각, 가구 배치, 물건의 생김새, 벽지 색깔까지 시간 순서대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써야 합니다. 그날의 모든 기억을 글로 남긴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고 생각하고 가능한 모든 내용을 글로 써보는 겁니다. 내가 법을 잘 몰라서 불리한 내용까지 써버리면 어떡하나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럼 나중에 고소할 때 경찰에 증거 제출을 안 해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무조건 써보는 겁니다. 이걸 증거로 쓸지 안 쓸지는 나중에 변호사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예요. "내 기억을 남긴다는 의미도 있어요" 아무리 충격적인 일이어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조금은 흐려집니다. 누구나 그래요. 그래서 일기를 쓰는 건 내 기억을 저장해놓는 의미도 있습니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인데, 내 기억이 흐려지면 증거도 사라지는 거니까요. 사실 피해사실을 기록한다는 게 피해자 입장에서 정말 힘든 일입니다. 제일 힘든 순간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려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꾹 참고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나중에 고소를 하든 하지 않든, 일단 증거는 남겨놔야 선택을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피해자 경찰조사에 가면 어차피 다시 기억을 떠올려서 진술해야 합니다. 실제로 제 의뢰인들 경찰조사 진술대비를 할 때도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피해사실을 기록하는 게 가장 먼저예요. 그러니까 딱 한 번만 꾹 참고 내 기억을 써보는 것, 잊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202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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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변호사가 알려주는 성범죄 증거수집 (1) - 녹음(녹취)편
"가해자 몰래 녹음하세요, 합법이에요" "녹음하셨어요?" 아마 상담에서 제가 빼놓지 않고 물어보는 질문일 겁니다. 그런데 "몰래 녹음하면 불법 아니에요?" 이렇게 답하시는 피해자분들이 많아요. 그때마다 아 이미 중요한 증거를 많이 놓쳤겠구나 싶어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릴게요. 불법 아닙니다. 상대방 동의 안 받아도 됩니다. 말 안 하고 몰래 녹음해도 됩니다. 녹취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법령은 통신비밀보호법입니다. 우리나라 통신비밀보호법은 제3자가 몰래 녹취하는 행위만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몰래 녹음기나 카메라를 숨겨놓는 도청만 처벌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반대로 해석하면, 내가 직접 말을 하는 당사자 본인(대화 참여자)이면, 마음대로 녹취를 하더라도 불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상대방에게 나 지금부터 녹음한다고 알려줄 필요도 없습니다. 핸드폰을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놓고 몰래 녹음해도 되고, 당연히 통화녹음도 몰래 해도 됩니다. 이렇게 녹음을 해놓으면, 형사든 민사든 소송에서 얼마든지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통화녹음이 불법이고 그래서 아이폰에 통화녹음 기능이 없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제가 직접 조사해본 결과 미국도 합법인 주가 훨씬 많고 일부 주에서만 불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통화녹음이 전면적으로 합법이기 때문에 갤럭시에는 통화녹음 기능이 있습니다. "무작정 녹음부터 하세요" 성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또 증거수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받으면, 저는 항상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하세요."라고 답변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답변을 바꿨습니다. "무작정 녹음부터 하세요."라고요. 제가 아무리 경찰에 신고하라고 이야기해도, 사실 피해자 입장에서 신고를 한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112' 번호를 누른다는 게 말이 쉽지 막상 내가 되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녹음을 하자는 겁니다. 핸드폰으로 몰래 녹음기 켜고 녹취하는 것은 신고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니까요. 지금 막 사건이 일어난 현장이면 더더욱 중요하고, 가해자를 찾아가서 따지거나 전화로 따질 때 모든 대화 내용을 녹음해야 합니다. 가해자들이 처음에 실수를 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습니다. 피해자가 와서 따지면 본인도 당황스러우니까 어쩔 수가 없어요. 이때 가해자가 범행 내용을 구체적으로 인정하거나 피해자에게 빌고 사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증거로 남겨야 합니다. 가해자들은 나중에 가서 그런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꿔요. 그럼 피해자가 증거를 들이밀어야 하는데, 막상 제가 피해자분들을 만나보면 녹음을 해오시는 분들이 정말 드뭅니다. 결국 증거가 없으면, '가해자가 나랑 둘이 있을 때 자백했다'라고 말만 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녹취는 성범죄에서 가장 확실하고, 그만큼 효과도 좋은 증거수집 방법입니다. 다른 증거 없이 녹취만 잘 해놨어도 사건을 피해자에게 훨씬 유리하게 이끌고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피해자분들 이것만 기억해 주세요.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이든 일단 녹음을 하세요. 가해자하고 직접 이야기할 때는 특히요. 여성분들은 핸드폰 초기화면 손 잘 닿는 곳에 녹음기 어플 넣어 놓으시면 좋겠습니다. 나 지금 위험한 것 같다, 가해자하고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싶으면 일단 녹음기부터 켜는 겁니다.
202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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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피해자일 필요 없어요
"피해자 잘못이 아니에요" 피해자 변호사로서 가장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부분은, 성범죄 피해자분들이 너무 혹독하게 '자기검열'을 하고, 또 스스로를 자책한다는 점입니다. 피해자 입장이 되면 나한테 불리한 증거부터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나한테 불리한 증거 아닐까, 이거 때문에 내가 지면 어쩌지, 가해자가 무고죄로 맞고소하면 어떡하지. 그때 술을 마시지 말았어야 했는데, 모텔에 따라간 내 책임이라고 하면 어떡하지. 피해자분들이 이런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것은 우리 사회 탓입니다. 우리 사회가 성범죄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합니다. 사실 잘못은 다 범죄자가 한 것인데도, 유독 성범죄라고 하면 피해자도 원인 제공을 한 것처럼 취급해요. 제가 정말 많은 성범죄 사건을 지켜본 변호사로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데, 이 세상에 피해자가 잘못해서 일어난 성범죄는 없습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이길 수 있어요" 우리나라 법이 성범죄 피해자에게 냉정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피해자의 마음을 최대한 이해해주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법이 무작정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건 과거의 이야기예요. 불과 10년 전하고만 비교해도, 판사님들의 성인지감수성이 평균적으로 정말 많이 높아졌습니다. 요즘은 일하면서 정말 감탄이 나오는 판결문도 많이 받아봅니다. 물론 여전히 잘못된 판결도 있지만, 지금도 성범죄 피해자 편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판사, 검사님들, 경찰 수사관님들 덕분에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좋은 경찰 수사관님들이 정말 많습니다. 사실 주변에서든, 인터넷에서든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경찰이 오히려 가해자편을 들더라, 피해자 말을 의심하더라 이런 이야기요. 사실 현장에는 좋은 수사관님들이 훨씬 많습니다. 성범죄 피해자 입장에서 공감해 주시고, 이야기 자세히 들어 주시고, 피해자를 격려하고 위로해 주시고, 가해자 열심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해 주시고 이런 수사관님들 덕분에 저도 같이 위로받고 옵니다. 유포 못 하게 해야 된다고 가해자 집 앞에서 밤새 잠복해서 압수수색 해주시고, 직접 가해자 혼내주시고 이런 열정적인 수사관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한테 조금 불리한 부분이 있더라도 법적으로 이해받을 수 있습니다. 조사받을 때 잘 설명하면 됩니다. 가해자가 무서워서 요구하는 대로 따라줬더라도, 그때는 헤어지기가 힘들어서 더 연락하고 만났더라도 괜찮습니다. 그날은 내가 자제 좀 못 하고 술을 많이 마셨더라도, 안 건드린다는 가해자 말에 속아서 모텔에 갔더라도 괜찮습니다. 그깟 처신 좀 잘못 했어도 됩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이렇게 행동했는지 사실대로 이야기해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조금 피해자답지 않아도, 조금 과격하고 덜 슬퍼보이는 피해자여도 괜찮습니다. 법을 잘 모르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휘둘려서 스스로를 검열하고 자책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당당해지세요. 내가 아니라 법이 잘못된 겁니다." 성범죄 가해자들은 피해자와 반대로 본인한테 유리한 증거부터 찾습니다. 뻔히 증거가 있는데 자기는 인정을 못 하겠답니다. 그러면서 별 의미도 없는 피해자 말 한 마디를 가지고 꼬투리를 잡아요. 끝까지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구요. 이런 사람들은 결국 구속을 당해야 자기가 잘못했다면서 말을 바꿉니다. 이게 제가 가장 화나는 점입니다. 성범죄 가해자들은 이렇게 쉽게 거짓말을 합니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인데도 변명으로 받아주고, 거짓말을 하다 걸려도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가줍니다. 성범죄 피해자들은 거짓말은커녕 신고를 하는 그 순간에도 자기가 처신을 잘못 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게 아닌가 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자책하는데 말이에요. 그러니까 나 자신을 너무 엄격하게 대하지 않아도 됩니다. 성범죄 피해자들은 더 당당해져야 합니다. 그 모습을 법의 영역에서 이해하는 건 법의 역할이고 책임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나한테 손가락질 해도 나는 나를 이해해줘야 해요. 내가 결국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신고를 했다가 패소하더라도 가해자가 가해자고 내가 피해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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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가해자의 사과는 자백이 아니에요
"왜 그랬냐고 따졌더니 가해자가 사과해서 녹음했어요, 증거가 되나요? 가해자가 잘못했다고 인정한 카톡이 있는데 이길 수 있겠죠?" 내가 따졌더니 가해자가 사과를 했습니다. 그럼 잘못을 인정한 거고, 자백한 거잖아요. 녹취나 카톡을 가지고 경찰서에 갑니다. 당연히 가해자가 자백하고 내가 이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해자가 무죄를 주장한답니다. 경찰 수사관도 증거를 더 가지고 오래요. 왜 자백을 인정해주지 않을까요. 법적으로 자백이 인정되려면,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내용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성범죄 가해자들, 바보가 아닙니다. 인터넷 조금만 찾아봐도 대처 방법 쉽게 배울 수 있어요. 변명하고 빠져나가는 건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구요. 피해자는 보통 '네가 어제 강제로 했잖아'라는 식으로 따지는데, 가해자는 그런 부분만 대답 안 하고 은근슬쩍 넘어가면서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그래서 피해자분들이 가해자가 자백했다면서 가져오는 증거들을 자세히 보면, 대부분 가해자가 교묘하게 행동은 인정을 안 하면서 무작정 미안하다고 사과만 하는 내용입니다. 내가 생각이 짧았다, 너를 배려하지 못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다, 내 실수다, 반성하고 있다, 기억은 안 나지만 미안하다, 내가 정신이 어떻게 됐던 것 같다. 가해자들의 단골 멘트입니다. 그러니까 가해자들은 사과만 했을 뿐, 자기 행동을 솔직하게 인정한 적은 없는 겁니다. 가해자들도 다 이걸 알고 이용하는 것이고, 실제로 이런 방어 방법을 가르쳐주는 가해자 변호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사과는 자백이 아니기 때문에 효력도 없습니다. "이 정도 증거로 고소하면 패소하기 십상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는데 가해자가 이걸 어떻게 빠져나갈까요. 사실 말 한 마디면 가해자는 아주 쉽게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그때는 피해자가 너무 흥분해서 따지니까, 진짜로 신고할까봐 무서워서 진정시키고 달래주려고 사과한 것이다, 사실 서로 동의한 관계였다."라고 주장하면 끝입니다. 성범죄는 기본적으로 가해자에게 유리한 싸움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대충 말이 되는 변명을 하면 다 받아주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가해자가 애매하게 사과한 증거 하나 가지고 쉽게 생각해서 고소를 들어가면 절대 안 됩니다. 정말 아무 것도 못 해보고 패소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나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아니면, 처음부터 다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 전략 자체를 새로 짜야 하고, 증거도 새로 찾아야 하고, 심하면 죄명과 피해진술 자체를 바꿔야 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심각한 일입니다. "확실하게 증거로 남기려면, 아주 자세히 이야기하세요" 그럼 어떤 내용이 있어야 피해자에게 유리한 증거로 쓸 수 있을까요. 정답은 사건을 일부러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피해자분들이 보통 '네가 잘못했잖아, 네가 강제로 했잖아' 이 정도 말만 하면서 싸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아주 자세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어제 내가 하지 말라고 계속 말했는데, 오늘만 봐달라면서 힘으로 내 팔을 잡았잖아. 어제 내가 술 취해가지고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네가 갑자기 와서 억지로 옷 벗겼잖아." 이런 식으로 가해자의 행동과 상황을 아주 자세하게 언급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를 하면서 따지면, 가해자가 인정하지 않고 똑같이 사과만 하더라도 유리한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정말로 억울했으면 가해자가 반박을 했을 텐데, 반박하지 않은 것 자체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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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변호사가 알려주는 성추행 합의금
지난 번 성폭행 합의금 편에 이어서 2탄 성추행 합의금 편입니다. 성폭행에 비해서 성추행은 사건 내용도 워낙 다양하고, 사건마다 처벌 수위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만큼 내 사건에 적당한 합의금이 얼마인지 알기가 더 어렵고, 찾아봐도 다 다르고 애매한 대답뿐입니다. 피해자 변호사로서 제가 직접 경험한, 지금 업계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는 성추행 합의금 기준을 알려드릴 테니까, 우리 피해자분들 가해자와 합의할 때 손해 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성추행은 강제추행, 준강제추행, 업무상 위력 추행, 직장 내 성추행 전부 포함됩니다. "1,000 ~ 3,000만 원이 평균" 일단 결론부터, 1,000 ~ 3,000만 원이 실제로 합의가 성사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금액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최소한 1,000만 원은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추행에서는 팔이나 어깨 추행처럼 범행 수위가 아무리 낮아도 벌금이 200~300만 원은 나오고, 가슴이나 엉덩이 추행처럼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하는 웬만한 사건들은 대부분 500만 원이 넘어갑니다. 그럼 합의 없이 민사소송만 해도 위자료 피해보상으로 대략 1,000만 원 내외는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1,000만 원도 안 되는 금액을 받으면서 합의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차라리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을 받게 하고, 민사소송을 해서 피해보상을 받는 것이 낫습니다. 이 금액대에서는 피해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가해자와 변호사는 5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합의하자고 합니다. 검찰 형사조정에 가면 조정위원이 별 것 아닌 일로 왜 가해자 인생을 망치려고 하냐, 그냥 합의해주라는 식으로 나옵니다. 심지어 내 편이어야 될 피해자 국선변호사도 건성으로 가해자측 제안을 앵무새처럼 전달만 해주면서, 마치 피해자가 괜히 일을 크게 만드는 사람인 것처럼 취급합니다. 여기에 속으면 안 됩니다. 이 정도는 돼야 합의하겠다, 아니면 나는 엄벌탄원서 내고 민사소송 하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최소한 1,000만 원은 받아야 한다,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재판까지 갔으면 2,000 ~ 3,000만 원" 검사는 벌금형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면 구약식처분(약식기소)을 하고, 징역형이나 집행유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면 구공판처분(정식기소)을 해서 법원에 형사재판을 신청합니다. 재판으로 간다는 것은 그만큼 사건이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보통 성기 부위처럼 추헹 수위 자체가 높거나, 추행 횟수가 많은 사건들이 재판으로 갑니다. 벌금형보다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훨씬 무서운 처벌입니다. 집행유예가 나오는 성추행부터는 민사소송을 하면 확실하게 1,000~2,00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낮은 금액으로는 합의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재판에서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면 법원은 가해자에게 벌금형 정도로 감형을 해줍니다. 그 혜택까지 생각하면, 아무리 적어도 2,000만 원은 받고 합의를 해줘야 합니다. "실형이 나올 정도면 5,000만 원 이상" 성추행에서도 실형(집행유예 없는 징역형)이 나오는 경우가 꽤 많이 있습니다. 범행이 너무 악질적이고, 가해자가 반성하지 않고 끝까지 뻔뻔하게 무죄를 주장할 때 실형이 나옵니다. 제 사건들 중에서는 의붓아버지가 딸을 추행했던 케이스나, 교수가 제자를 추행한 케이스에서 대표적으로 실형이 나왔었습니다. 실형은 정말로 교도소에 구속된다는 뜻입니다.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직장도 다 잃고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아주 무서운 일입니다. 반대로 피해자는 겁먹은 가해자의 심리를 이용하면 많은 합의금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거의 성폭행급으로 심각한 범죄이기 때문에 피해보상의 기준 자체가 높아집니다. 민사소송을 하면 2,000~3,00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합의를 해주면 법원이 집행유예로 감형을 해줍니다. 그러니까 합의금은 정말 최소로 잡아도 5,000만 원은 받아야 합니다. 그 미만으로 합의하느니 차라리 가해자가 실형 다 살게 하고 민사소송으로 2~3천 받는 것이 가해자에게도 더 고통스럽고, 피해자에게도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 물론 가해자의 직업이나 집안이 좋으면 훨씬 많은 금액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제 사건 중에 직장 상사가 부하직원을 30번 정도 추행한 케이스가 있었는데, 재판에서 2억 원을 받고 합의를 해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기준은 기준일 뿐, 더 받아도 됩니다" 성폭행 피해자에 비해서 성추행 피해자가 힘든 점 중 하나는, 별 일 아닌데 왜 그러냐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입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면 정말 심각한 범죄를 당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성추행이라고 하면 그 정도는 나도 있었는데 넘어갔다거나, 적당히 피해보상 받고 끝내주라거나,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드냐는 식으로 오히려 피해자인 내가 가해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럴수록 우리 피해자분들 더 당당해지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법이 단순한 폭행 사건에 비해서 성추행을 훨씬 세게 처벌하는 건, 그만큼 성범죄가 악질적이고 심각한 범죄고, 피해자가 입는 피해도 크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범죄를 당했으면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충분히 피해보상을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몰상식한 사람들 말에 상처받지 말고 당당하게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202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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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성범죄 피해자 변호사는 없나요?
어떤 선배 변호사님이 같은 제목으로 쓰신 감명 깊은 글이 하나 있었다. 처음 밝히는 비밀인데, 사실 심앤이 법률사무소는 이 글에서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심앤이 법률사무소가 벌써 3년을 훌쩍 넘겼다. 같은 주제로 심앤이 법률사무소에 대해, 그리고 변호사로서 내가 느끼는 업계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제목을 빌렸다. 그 글을 보고 우리나라에 피해자 전문 변호사가 없다는 걸 처음 알았다. 시장조사 한다고 그렇게 이것저것 검색하고, 다른 변호사들 광고를 참 많이 봤는데도 몰랐다. 생각하고 보니까 그때부터 보이더라. 성범죄 비스무리한 키워드로 검색만 하면 무죄 만들어 주겠다는 로펌들 광고가 그득그득한데, 피해자 도와주겠다는 광고는 정말 하나가 없었다. 뭐 '고소, 신고' 이런 키워드도 광고가 뜨긴 하는데, 눌러보면 어차피 가해자 무죄 만들어주는 로펌 홈페이지다. 첫 페이지부터 무죄, 기소유예, 집행유예 만들었다는 자랑이 덕지덕지다. 처음으로 성범죄 피해자가 된 사람들의 마음을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난생 처음 겪는 고통, 무엇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가족에게도 말하기 힘든 외로움. 나도 겪을 수 있는 일, 나는 변호사라고 다를 수 있을까. 뭐라도 도움 받으려고 인터넷 검색했는데, 무섭게 생긴 남자 변호사들 수십 명이 팔짱 끼고 줄줄이 서서 가해자 무죄 만들어주겠다고 대기하는 모습. 여기에 찾아갈 용기가 날까. 공정하지 않아 보였다. 가해자들이 비싼 돈 써서 변호사 선임하는 건 자유지만, 그럼 피해자도 똑같이 돈 쓰고 싸워볼 기회를 줘야지. 무죄 만들어 준다는 로펌에 갑자기 피해자가 가면 유죄도 잘 만들어 주나. 우리나라 성범죄 피해자에게 선택지는 없어 보였다. 희망을 주고 싶었다. 변호사들이 가해자 변호를 좋아하긴 하는데요, 가끔 소신 있게 피해자 편인 변호사도 있어요 정도는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날부터 심앤이 홈페이지에 "성범죄 피해자만을 변호합니다."라고 올리고, 다짐했다. 그래서 피해자 변호사는 왜 없나? 슬프지만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범죄 법률 시장이 얼마나 큰지 안 알려져 있는데, 대형로펌의 무대인 기업 법률 시장을 제외하면 전체 법률 시장의 절반은 성범죄라고 봐도 될 정도다. 요즘 거의 대형로펌 규모로 커진 서초동 유명 로펌들은 전부 성범죄를 이용해서 성장했고, 지금도 성범죄가 주요 수입원이다. 그런데 전체 성범죄 중에서 피해자 변호는 아무리 많이 쳐줘도 10%가 한참 안 된다. 나머지는 전부 가해자 변호다. 그러니까 변호사가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하지 않는다는 건, 잠재 고객의 90%는 날리고 시작한다는 뜻이다. 성범죄 피해자 변호로 유명한 변호사님들도, 막상 뉴스기사나 본인 업무사례를 찾아보면 가해자 변호 사건이 꼭 끼어 있다. 사실 변호사 입장에서 이게 잘못된 일도 아니고 그 변호사님들도 먹고 사셔야 하는 문제인데, 그래도 무조건적인 내 편을 기대했던 피해자들에게는 상처로 다가오는 것 같다. 내가 피해자 변호만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주변 선배 동기들이 다 말렸다. 그게 돈이 되냐, 돈 절대 못 번다, 굶어 죽는다.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계획이다 그런데 해내버렸다. 생존을 넘어서 성장했다. 강남 한복판 대로변 건물 사무실에 직원과 변호사가 바글바글하다. 가해자 전문 유명 로펌들과 대등하게 맞서 싸우고 있고, 이들과 늘상 마주치는 단골 파트너가 됐다. 업계에서 나름 악명도 높아졌다. 사무실에는 자백할테니 합의해달라는 가해자 변호사님들의 전화가 빗발친다. 10%도 안 되던 시장을 심앤이가 직접 개척하고 있다. 우리를 따라하는 후배 변호사님들까지 생겼다. 심앤이 법률사무소는 성범죄 피해자 전문 로펌이다. 상담 온 피해자 의뢰인들이 '가해자가 어디 로펌을 선임했다더라, 변호사가 몇 명이 붙었다더라, 이길 수 있을까요 변호사님' 하면서 겁먹고 좌절하면 그게 그렇게 마음이 아팠다. 그때 결심했다. 개인변호사 혼자 약자 편에서 외롭게 분투하는 그런 피해자 변호사 말고, 내가 강해서 나를 믿고 함께하는 피해자 의뢰인을 강자로 만들어주는 변호사, 사건마다 그런 변호사들 여러 명씩 붙어서 머리 짜내고,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 잘 갖춰진 큰 로펌. ‘유죄’ 만들고 ‘구속’시켜주겠다고 팔짱 끼고 당당하게 광고하는 로펌. 피해자가 심앤이 선임했다고 하면 가해자가 무서워서 벌벌 떠는 그런 그림. 그래서 더 당당하게 가해자 구속시켰다고, 징역 몇 년 나왔다고, 합의금 얼마 받아냈다고 덕지덕지 자랑하고 있다. 더 자랑좀 하면 작년 심앤이의 성범죄 수사단계 승소율이 81%를 찍었다. 검찰 평균 기소율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성범죄 피해자 변호사 여기 있다.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계획이다.
20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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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변호사가 알려주는 성폭행 합의금
"가해자 변호사가 다들 1천만 원에 합의한다는데 정말인가요? 다른 피해자들은 얼마에 합의해요? 합의금은 피해자가 결정하는 거라던데 얼마가 적당한지 모르겠어요" 합의금은 피해자의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닐까 싶은데, 막상 인터넷을 찾아봐도 얼마가 적당한 합의금인지는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변호사들의 직접 답변도 합의금은 피해자가 원하는 만큼 결정하면 된다는 식의 애매한 답변이 많은데, 변호사인 제가 봐도 답답합니다. 그래서 대놓고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피해자 변호사로서 제가 직접 경험한, 지금 업계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는 성폭행 합의금 기준입니다. 최소 5천만 원, 1억 이상도 가능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성폭행 합의금은 최소 5천만 원이 시작입니다. 그리고 다른 조건이 더 붙으면 1억 이상 훨씬 더 높은 금액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일단 가장 일반적인 경우를 기준으로 잡아야 합니다. 이전까지 전과 없이 초범인 20~50대 남성 가해자가 술에 취한 여성 피해자를 1번 성폭행한 경우입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법원이 이런 가해자에게 내리는 형량은 징역 2~3년입니다. 집행유예 없이 구속되는 실형입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하면 가해자에게 3~5천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면 가해자는 집행유예를 받습니다. 집행유예는 구속시키지 않고 가해자에게 사회에서 반성할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2~3년을 감옥에 갇힐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니까, 가해자에게는 정말 큰 혜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큰 혜택을 받으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합의해주지 않고 가해자가 실형 2~3년을 다 살게 하고 민사소송을 하더라도 3~5천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합의를 해준다면, 합의를 안 해줘도 당연히 받을 수 있는 돈보다는 훨씬 큰 금액을 받아야 합니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이걸 '형사 프리미엄'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성폭행 합의금이 5천만 원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 미만 금액에서는 피해자가 굳이 합의를 해줄 이유가 없습니다. 최소한 민사소송 없이 5천만 원을 바로 준다는 정도는 되어야 피해자가 고민해볼 만합니다. 유리한 조건일수록 합의금을 높여야 한다 5천만 원은 말 그대로 최소고, 이제 이 이상부터가 진짜 피해자의 선택입니다. 정확히는 피해자 변호사의 협상력에 달린 문제입니다. 가해자도 바보가 아닌 이상 합의금을 알아서 갖다 바치지는 않기 때문에 협상을 잘 해서 받아내야 합니다. 합의금이 높이는 조건은 아주 다양합니다. 집안이 좋아서, 전문직이어서, 파면되는 공무원이나 교사여서, 유명 연예인이어서 등등 가해자의 배경은 가장 기본입니다. 그리고 가해자가 뻔뻔하게도 끝까지 무죄 주장을 하다가 구속된 다음 2심에서 합의를 해주는 경우, 훨씬 심각한 케이스여서 형량이 5년 이상 아주 높게 나온 경우처럼 사건 진행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심앤이에서 진행한 사건들을 가지고 말씀드리면, 합의금 최고액은 4억 원이었고 가해자의 직업이 의사인 케이스였습니다. 1억 이상 고액 합의 케이스도 꽤 많이 있는 편이고, 평균적으로는 7~8천만 원 정도에서 합의가 성사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금액이 안 맞으면 합의 안 해주면 그만 어디까지나 참고하는 기준점으로만 생각해야 합니다. 내 사건의 합의금은 피해자인 내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남들이 과하다고 해도 내가 10억 100억은 받아야 용서가 되겠으면 그렇게 받는 것입니다. 평균은 평균이고 나는 달라도 됩니다. 금액이 부족하면 합의 안 하면 그만입니다. 합의 안 해도 민사소송으로 피해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금액만 가지고 이야기했지만, 어떻게 보면 성범죄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자의 태도인 것 같습니다. 합의도 결국은 용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가해자의 태도가 나쁘면 변호사인 저도 합의를 해주기가 싫고, 어떻게든 더 많은 금액을 받아내고 싶습니다. 반대로 가해자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보이면 조금 더 관대하게 받아줄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고민이 되면 가해자 변호사에게 가해자가 뭐라고 말하면서 사과를 하는지 직접 물어보기도 하고, 가해자에게 사과편지부터 요구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인 나의 마음입니다. 하나하나 지켜보면서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면 거기에 답이 있습니다.
202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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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와 민사소송] 성범죄 피해보상 받는 방법
"성범죄 피해자는 돈으로 피해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어요" 성범죄 피해자에게 피해보상은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 것도 물론 중요하고 속이 시원한 일이지만, 정작 나에게 금전적으로 돌아오는 것이 없으면 내 피해는 제대로 회복된 것이 아니니까요. 성범죄 피해자가 돈으로 피해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가해자에게 형사처벌을 내리는 것과는 별개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적인 절차가 다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내가 가해자를 신고하면 처벌도 되고, 피해보상도 받을 수 있고 알아서 절차가 다 진행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피해자분들이 많은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형사처벌과 피해보상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형사처벌은 경찰과 검찰같은 수사기관이 직접 진행해 주지만, 피해보상은 전혀 도와주지 않습니다. 피해보상은 피해자가 알아서 받아야 한다는 거죠. 흔히 경찰 수사관에게 합의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는 피해자분들이 있는데, 그럼 '경찰은 합의에 관여하지 않는다, 합의는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하는 거다'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그러니까 피해자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자기 권리를 찾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요. 기억하세요 '합의'와 '민사소송' 성범죄 피해자가 돈으로 피해보상을 받는 방법은 크게 '형사합의'와 '민사소송' 2가지로 나뉩니다. 둘 다 가해자의 돈으로 피해보상을 받는다는 건 똑같지만, 절차와 효과가 완전히 다르니까 잘 보셔야 합니다. 먼저 형사합의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합의금'을 받고 선처해주는 절차입니다. 우리 흔히 간단한 폭행이나 교통사고 이런 사건에서 합의본다고 하잖아요. 그 합의가 바로 이 형사합의를 말하는 겁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돈(합의금)을 받고 대신에 가해자를 봐주는 거죠.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피해보상 문제가 빠르게 해결된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래서 사건을 빨리 끝내고 싶은 피해자분들이 합의를 선호합니다. 가해자를 고소(신고)하고 실제로 유죄판결 형사처벌까지 받게 하려면 보통 1년 정도가 걸리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싫을 때 합의를 해주고 사건을 끝내는 피해자분들이 많습니다. 합의를 해주면 가해자는 아주 큰 혜택, 감형을 받습니다. 합의는 성범죄에서 감형 효과가 가장 큽니다. 강간(성폭행)처럼 아주 심각한 성범죄여도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면 가해자는 구속을 피할 수 있습니다. 성폭행보다는 약한 성추행 종류는 대부분 벌금형 정도까지 감형이 되고, 심지어 검사가 아무 처벌도 안 하고 기소유예로 가해자를 봐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가 합의를 해준다고 사건이 바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성범죄는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더라도 가해자를 유죄로 처벌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감형 효과가 정말 크니까,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내가 합의금으로 얼마를 받으면 가해자를 용서해줄 수 있을까' 잘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합의해줄 생각 없으면, 민사소송 하면 됩니다 합의는 쉽지가 않습니다. 일단 가해자가 범행을 다 인정하고 자백해야 합의가 가능한데, 가해자가 억울하다고 무죄를 주장하면서 싸우고 있으면 당연히 합의 자체가 불가능해요. 금액도 맞아야 합니다. 나는 합의금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겠는데, 반대로 가해자는 조금만 주고 싶겠죠. 결국 협상의 문제입니다. 잘못은 자기가 해놓고 어떻게든 합의금 액수를 낮추려고 하는 가해자를 보면 너무 괘씸하고 정이 떨어질 때도 많아요. 그냥 처벌 받겠다,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가해자들도 있습니다. 합의를 해주려고 했다가도, 협상 도중에 뻔뻔한 가해자의 태도를 보고 마음이 변해서 합의를 거부하는 피해자분들도 많습니다. 이럴 때 하는 것이 민사소송입니다. 조건이 안 맞아서 합의를 못 했거나, 합의를 해주기가 싫고 가해자가 최대한 센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럴 때 민사소송을 하는 겁니다. 가끔 합의를 못 하면 피해보상 없는 것 아니냐 하는 피해자분들이 있는데, 민사소송 하면 됩니다. 꼭 기억하세요.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본인이 받는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피해자에게 돈으로도 피해보상을 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몸으로 때우면 된다? 착각입니다. 형사처벌은 형사처벌이고, 돈은 돈대로 나갑니다. 교도소 다녀왔으면, 피해자에게 돈도 줘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성범죄 민사소송은 가해자에 대한 2차 처벌, 경제적 처벌의 의미가 있습니다. 나는 가해자가 감형받는 것이 싫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만들어주고 싶다 하면 검찰에, 법원에 엄벌탄원서 열심히 내고, 민사소송까지 하면 됩니다.
2023.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