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등강제추행 합의금에는 법이 정한 기준액이 없습니다. 가해자 측이 처음 꺼내는 100만 원, 200만 원은 시세가 아니라 피해자가 기준을 모를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게다가 이 죄에는 벌금형이 없습니다. 선고가 다가올수록 다급해지는 쪽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입니다.
같은 내무반 선임에게 추행을 당한 병사가 100만 원을 제안받았다가 1,000만 원에 합의한 사건이 있습니다. 금액을 열 배로 바꾼 것은 흥정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공소장에 적힌 추행 횟수와 진술조서에 남은 가해자의 말, 그리고 민사소송을 실제로 낼 준비였습니다.
이 글은 기준액이 없는 이유, 벌금형이 없다는 사실이 협상에서 갖는 의미, 금액을 가르는 요소, 가해자 측이 쓰는 후려치기 논리, 심앤이가 진행한 군 사건의 결과, 정보공개청구 순서, 합의하지 않을 때의 길을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군인등강제추행 합의금, 정해진 기준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합의금은 법원이 매기는 값이 아니라 피해자가 받아들일지 말지를 정하는 피해 보상액입니다. 실무에서 죄명별로 오가는 금액대는 합의금·합의대행에 정리돼 있고, 군 사건도 그 구간에서 출발합니다. 다만 군 사건에는 그 구간 안에서 자리를 바꾸는 사정이 두 가지 더 있습니다.
하나는 죄명의 무게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군인이나 군무원이면 형법이 아니라 군형법이 적용되고, 법정형의 출발선이 달라집니다. 다른 하나는 기록의 공백입니다. 복무 중인 피해자는 혼자 고소하고, 수사가 어디까지 갔는지 알려 주는 곳이 없어 공소장 한 장 없이 협상 전화를 받습니다. 반대편에는 기록을 다 읽은 변호인이 앉아 있습니다.
그래서 군 사건의 합의에는 금액을 말하기 전에 할 일이 있습니다. 기록을 먼저 확보하고, 그 기록으로 숫자의 근거를 세우는 일입니다.
벌금형이 없는 죄명, 급한 쪽은 가해자입니다
군형법 제92조의3은 군인등강제추행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합니다.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인 것과 달리 벌금이라는 선택지가 아예 없습니다. 벌금 몇백만 원짜리 약식명령으로 조용히 끝날 길이 막혀 있다는 뜻입니다. 강간이나 유사강간처럼 다른 죄명의 법정형은 군인 성범죄·군인등강제추행에서 비교해 보실 수 있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3 요지 — 폭행이나 협박으로 군인·군무원 등을 추행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기소된 가해자 측이 현실적으로 노리는 결과는 집행유예입니다. 그런데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만 붙일 수 있고(형법 제62조), 재판부는 형을 정하면서 피해가 회복됐는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지를 살핍니다. 가해자에게 합의서는 실형을 피하려는 재판에서 가장 아쉬운 서류입니다.
가해자가 간부라면 사정은 더 급합니다. 장교·준사관·부사관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만 선고받아 확정돼도 제적됩니다(군인사법 제10조 제2항 제5호, 제40조 제1항 제4호). 벌금형이 없는 죄이니 유죄가 나오면 실형이든 집행유예든 군복을 벗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선고기일을 받아 든 가해자입니다.
군대 성추행 합의금을 가르는 요소 여섯 가지
아래 표는 군 사건에서 금액을 실제로 움직이는 사정과, 그 사정을 입증하는 자료를 짝지은 것입니다. 맨 오른쪽 칸은 같은 지점에서 가해자 측이 꺼내는 말입니다.
| 요소 | 금액을 올리는 사정 | 뒷받침하는 자료 | 가해자 측이 하는 말 |
|---|---|---|---|
| 추행 횟수 | 여러 건이 범죄사실로 기재됨 | 공소장, 범죄일람표 | 한두 번 장난친 것 |
| 계급과 관계 | 선임·상관의 지위를 이용함 | 인사권 언급, 지시 관계 | 친해서 그랬다 |
| 2차 가해 | 장난으로 치부, 부대원을 통한 압박 | 진술조서, 메시지, 동료 진술 | 오해를 풀려던 것 |
| 정신적 피해 | PTSD 진단, 복무 부적응 | 진단서, 진료 기록, 생활기록부 | 원래 적응을 못 했다 |
| 분리 지연 | 신고 뒤에도 같은 공간에서 생활 | 분리 요청 기록, 전출 일자 | 부대가 정한 일이다 |
| 사건 단계 | 선고기일이 잡힌 재판 단계 | 공판기일 통지 | 지금 아니면 못 준다 |
표의 가운데 두 칸이 핵심입니다. 금액을 올리는 사정은 피해자의 기억 속에 이미 있지만, 협상에서 통하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자료에 적힌 문장입니다. "여러 번 당했다"는 말은 깎이고, 공소장에 적힌 "총 6회"는 깎이지 않습니다.
오른쪽 칸의 말들은 하나같이 입증의 부담을 피해자에게 떠넘깁니다. 하나하나 말로 받아칠 필요가 없습니다. 같은 줄 왼쪽의 자료를 내밀면 됩니다.
'동성 간 장난', '유사 사건 100만 원'이라는 후려치기
군 사건의 합의 제안에는 두 문장이 거의 빠지지 않습니다. 남자들끼리 친 장난이었다는 말, 그리고 비슷한 사건은 100만 원쯤에 끝난다는 말입니다. 둘 다 근거가 없습니다.
추행인지 아닌지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로 갈리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어떤 접촉이 추행인지를 가릴 때 피해자가 원했는지, 두 사람이 어떤 관계였는지, 그 행위가 어떤 경위로 어떤 모습으로 이뤄졌는지를 한데 놓고 보라고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에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줄 행위라면 추행이라는 것이 출발점입니다(대법원 2001도2417). 싫다고 했는데도 옷 속으로 손이 들어왔다면 장난이 아닙니다. 장난은 당한 사람도 웃을 수 있을 때만 장난입니다.
'유사 사건 100만 원'은 출처를 밝힐 수 없는 숫자입니다. 가해자 측 변호인의 일은 의뢰인이 낼 돈을 줄이는 것이고, 그 숫자는 그 일을 위해 고른 것입니다. 견줄 대상은 남이 받았다는 금액이 아니라 이 사건을 민사로 가져갔을 때 법원이 인정할 위자료입니다. 합의는 가해자에게 감형이라는 대가를 내주는 일이므로, 합의금이 그 위자료보다 위에서 정해져야 앞뒤가 맞습니다.
'장난' 주장은 가해자에게 되돌아가는 부메랑이기도 합니다. 수사기관 앞에서 범행을 장난으로 깎아내린 말은 조서에 남고, 그 조서는 반성하지 않는 태도와 2차 가해의 증거가 됩니다. 동성 사이의 추행에서 이 변명을 무너뜨리는 자료 목록은 동성 성추행·남성 피해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00만 원 제안이 10배가 된 사례와 군 사건 결과표
심앤이가 진행한 군 사건 세 건을 결과 중심으로 나란히 놓았습니다. 첫 줄은 형사 합의, 나머지 두 줄은 민사 판결입니다.
| 사건 | 출발점 | 최종 결과 | 결과를 가른 것 |
|---|---|---|---|
| 내무반 선임의 반복 추행 | 합의 제안 100만 원 | 합의금 1,000만 원 | 공소장·진술조서 확보, 민사 예고 |
| 부대 샤워실 불법촬영 | 화해권고결정 1,000만 원 | 판결 1,200만 원 | 이의신청, 계획성·무성의 입증 |
| 직속 상관의 위력 추행 | 형사 벌금 400만 원 | 위자료 1,500만 원 | 인사권 과시와 2차 가해 입증 |
첫 번째 사건의 피해자는 샤워 중 장난처럼 시작해 옷 속으로 손을 넣는 데까지 나아간 선임의 추행을 견디다 혼자 고소했고, 선고를 앞두고 100만 원 수준의 합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심앤이는 민사 소장보다 기록이 먼저라고 보고 관할 검찰청에 공소장과 진술조서의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받아 본 기록에는 추행 6회,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동성 간의 장난'으로 돌린 2차 가해, 피해자의 PTSD 증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가해자 측 변호인은 '유사 사건 100만 원'을 다시 꺼냈습니다. 심앤이는 그 금액이 통상 위자료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 군형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 민사 소장을 곧 접수한다는 점을 알렸습니다. 그러자 가해자가 소장 접수를 미뤄 달라며 1,000만 원을 제시했고, 민사소송 없이 합의로 마무리됐습니다(사건 보기).
두 번째 사건은 훈련 뒤 샤워장을 향해 세워 둔 선임의 휴대폰을 피해자가 발견한 불법촬영 사건입니다. 포렌식에서 촬영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촬영이 금지된 부대에 허가받지 않은 휴대폰을 몰래 들여와 범행한 계획성과 경위서를 쓰고도 사과하지 않은 태도를 소장에 담았습니다.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은 1,000만 원이었는데, 피해자는 합의가 가해자의 형을 낮출 것을 우려해 합의를 거절하고 이의신청을 했고 정식 재판에서 위자료 1,200만 원 판결을 받았습니다(사건 보기).
세 번째 사건은 막 전입한 여성 간부가 직속 상관에게 수십 차례 추행을 당한 사건입니다. 형사재판은 2건만 추행으로 인정해 벌금 400만 원에 그쳤고, 그대로라면 위자료도 500만 원 안팎에 머물 상황이었습니다. 민사에서는 인사권을 내세운 위력 행사와, 전출된 뒤 부대원들에게 연락해 유리한 진술을 하라고 협박한 2차 가해를 입증해 위자료 1,500만 원이 인용됐습니다(사건 보기).
세 사건 모두 출발점은 낮았습니다. 낮은 출발점을 결론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 세 사건의 공통점입니다.
정보공개청구 순서, 기록을 먼저 손에 쥡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 판을 바꾼 것은 기록이었습니다. 혼자 고소해 재판까지 온 피해자는 대개 자기 사건의 공소장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래 순서로 기록부터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1. 사건의 현재 위치를 확인합니다. 경찰 수사 중인지, 검찰에 송치됐는지, 기소돼 재판 중인지에 따라 기록을 가진 기관이 달라집니다. 사건번호와 담당 부서를 먼저 적어 둡니다.
2. 받을 문서를 특정합니다. 공소장, 본인의 진술조서, 본인이 낸 자료가 기본입니다. 불송치로 끝난 사건이라면 불송치 결정서가 첫 번째입니다.
3. 기록을 가진 기관에 청구합니다. 수사와 기소 단계의 기록은 관할 검찰청이나 경찰서에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정보공개포털(open.go.kr)에서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재판 중인 사건은 피해자가 재판장에게 소송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94조의4).
4. 기한을 역산합니다. 공공기관은 청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공개 여부를 정해야 하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10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습니다(정보공개법 제11조). 선고기일이 잡혀 있다면 이 기간을 빼고 움직여야 합니다.
5. 기록을 숫자의 근거로 바꿉니다. 범죄사실로 적힌 횟수와 일시, 가해자가 조사에서 한 말, 진단서와 진료 기록을 한 장으로 정리합니다. 이 한 장이 합의 제안에 대한 답변서가 되고, 합의가 깨지면 민사 소장의 뼈대가 됩니다.
기록을 받으면 협상의 말이 달라집니다. "그 돈으로는 못 한다"가 아니라 "공소장에 6회로 적혀 있고, 조서에는 장난이었다는 진술이 남아 있다"고 말하게 됩니다.
군대 성희롱 합의금은 어떻게 접근합니까?
신체 접촉이 없는 성희롱은 군인등강제추행이 아니어서, 먼저 형사 죄명이 붙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합의금은 형사절차라는 지렛대가 있을 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상관이라면 군형법 제64조의 상관모욕이 문제 되고, 이 죄에도 벌금형이 없습니다.
대위인 피해자를 두고 병사가 부대 여군들의 신체에 순위를 매기며 성적 비하 발언을 되풀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부대는 성희롱으로 징계했지만 경찰은 병사들끼리의 뒷담화라며 불송치했습니다. 심앤이는 불송치 결정서부터 공개 청구로 확보했고, 거기 적힌 세 가지 사유 각각에 반론을 붙인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담당 수사관은 의견을 바꿔 상관모욕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습니다(사건 보기).
징계로만 끝나고 형사 죄명이 서지 않는 성희롱이라도 길이 막힌 것은 아닙니다. 성희롱도 불법행위이므로 민사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부대의 징계 결과와 조사 기록이 그 소송의 증거가 됩니다.
가해자가 직접 연락하거나 부대원을 통해 합의를 종용하면
군 사건의 합의 제안은 변호인보다 먼저 가해자 본인, 가해자의 부모, 같은 부대 간부나 동기의 입을 거쳐 옵니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은 이것을 금지합니다.
부대관리훈령 제250조의3 요지 — 행위자는 신고된 뒤부터 본인·대리인·가족을 통해 피해자나 그 가족에게 일절 접촉해서는 안 되고, 사과나 합의 의사도 피해자 변호사 등 대리인 또는 조사관을 통해서만 전달해야 한다. 모든 군인과 군무원은 피해자에게 화해나 합의를 강권·종용해서는 안 된다.
"좋게 끝내자"는 간부의 한마디, "걔도 앞길이 있지 않냐"는 동기의 말은 호의가 아니라 훈령이 2차 피해 행위로 금지한 것입니다. 대꾸하지 말고 날짜와 말한 사람, 들은 말을 그대로 적어 두십시오. 메시지는 지우지 말고 캡처해 성고충전문상담관이나 사건 조사관에게 2차 피해로 알리면 됩니다.
가해자의 직접 연락에는 한 문장만 돌려주면 충분합니다. 연락을 멈추고 할 말은 대리인을 통해 하라는 것입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도 가해자의 반복된 직접 연락을 끊게 한 뒤에야 변호인의 정식 제안이 나왔습니다. 이런 접촉 기록은 버릴 것이 아니라 위자료를 올리는 자료입니다.
합의하지 않기로 했다면, 공탁과 민사소송
합의는 의무가 아닙니다. 군인등강제추행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하는 죄가 아니어서, 합의를 거절해도 재판은 그대로 진행됩니다. 처벌이 목표라면 합의 없이 판결을 받는 길을 택하셔도 됩니다.
합의를 거절하면 가해자는 선고 직전에 형사공탁을 걸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피고인도 사건번호와 공소장에 적힌 피해자 명칭만으로 법원 소재지 공탁소에 돈을 맡길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공탁법 제5조의2). 다만 법원은 공탁이 있으면 선고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므로(형사소송법 제294조의6), 받을 뜻이 없다면 그 뜻과 이유를 서면으로 분명히 내야 공탁이 피해 회복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돈은 민사로 따로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민사 위자료는 피해와 가해자를 알게 된 날부터 3년 안에 청구해야 하므로(민법 제766조 제1항) 형사 결과만 기다리다 기한을 넘기지 않도록 하셔야 합니다.
소송 중에 법원이 보낸 화해권고결정의 금액이 피해에 못 미친다면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해 정식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226조). 배상명령은 형사 법정이 위자료 액수를 따지기 어렵다며 각하하기 쉽고 그 결과가 민사에서 불리한 기준점으로 남기 때문에 권하지 않습니다. 청구 항목과 소송 순서는 민사 손해배상에 정리돼 있습니다.
군인등강제추행 합의금에 기준액은 없지만 순서는 있습니다. 기록을 확보하고, 그 기록으로 숫자의 근거를 세우고, 직접 연락은 끊고, 합의가 아니면 민사라는 다음 길을 준비해 두는 것입니다. 처음 들은 100만 원은 사건의 값이 아니라 가해자 측의 희망 사항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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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