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선처탄원서 양식이 재판에 들어왔을 때, 피해자가 맞서는 양형의견서 작성법

가해자 측 선처탄원서 양식과 반성문이 재판부에 제출됐을 때, 그 내용을 확인하는 방법과 선처 주장 여덟 가지를 항목별로 반박하는 양형의견서 구성을 정리했습니다.

2026.09.04 · 읽는 시간 7분 · 글 법무법인 심앤이 성범죄피해자전담센터 심지연 대표변호사

핵심 요약

  1. 가해자 측이 낸 선처탄원서와 반성문은 법원 열람·복사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확인한 내용은 항목별로 반박할 수 있습니다.
  2.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건 이후의 연락 기록과 합의·공탁 경과를 시점별로 정리하면 흔들립니다.
  3. 피해자 본인이 쓰는 엄벌탄원서와 달리, 양형의견서는 상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문서라 대리 변호사 명의로 제출합니다.

재판이 시작된 뒤 피해자에게 전해지는 소식 중 가장 막막한 것이 "가해자 측에서 탄원서를 여러 장 냈다"는 말입니다. 가족과 직장 동료, 학교 선후배가 돌려 쓴 선처탄원서 수십 장에 손으로 쓴 반성문, 기부 영수증과 치료 확인서가 한 묶음으로 들어옵니다. 그러나 양형은 서류의 장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가해자 측 자료를 열람·복사로 확인한 뒤 선처 주장을 항목별로 반박하는 피해자 측 양형의견서를 결심 기일 전에 내는 것이, 장수에 맞서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재판부가 확인하는 것은 선처를 구하는 주장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실제로 맞아떨어지는지입니다. 탄원서 수십 장이 같은 문장을 반복하고 있고 반성문의 내용이 사건 이후 가해자의 행동과 어긋난다면, 그 어긋남을 짚어 주는 서면 한 장이 훨씬 무겁게 읽힙니다.

아래에서는 가해자 측 자료를 확인하는 방법, 흔히 등장하는 선처 주장 여덟 가지를 항목별로 반박하는 문장, 그리고 그 반박을 어떤 순서로 묶어 한 편의 의견서로 만드는지까지 정리했습니다.

가해자 측이 재판부에 내는 양형자료 세 가지

기소가 되면 가해자 측은 혐의를 다투든 인정하든 양형자료부터 준비합니다. 종류는 대체로 셋입니다. 첫째는 피고인 본인이 쓰는 반성문, 둘째는 가족과 지인이 쓰는 선처탄원서, 셋째는 공탁서·기부 영수증·치료 확인서·재직증명서 같은 객관 자료입니다.

세 가지는 노리는 지점이 서로 다릅니다. 반성문은 사건 이후의 태도를, 선처탄원서는 가해자의 평소 사람됨을, 객관 자료는 피해 회복 노력과 사회적 유대를 보여 주려 합니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이 셋이 서로를 뒷받침할 때 하나의 그림이 완성됩니다. 반대로 셋 사이에 어긋나는 대목이 하나라도 드러나면 그림 전체의 신빙성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피해자 측 대응은 자료를 감정적으로 부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맞지 않는 지점을 찾아 사실로 적어 두는 방식이 됩니다. 반성문에는 사죄하고 싶다고 적혀 있는데 사건 이후 사과 연락이 한 번도 없었다면, 그 공백 자체가 반박 자료입니다. 재직증명서를 내면서 정작 피해자가 같은 직장을 그만둔 사정은 빠져 있다면 그 대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처탄원서 내용은 피해자가 확인할 수 있나요?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판 준비 단계에 들어가면 피해자도 재판부에 열람·복사를 신청해 공소장과 증거목록, 공판조서와 함께 가해자 측이 제출한 양형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신청은 사건이 진행 중인 재판부에 하고, 허가 범위와 시점은 재판부가 정합니다.

기일과 진행 상황은 법원 '나의사건검색'에 사건번호를 넣어 확인하면 됩니다. 형사재판은 공개가 원칙이라 방청석에서 변론을 직접 듣는 방법도 있습니다. 변호인이 어떤 감형 사유에 힘을 싣는지는 법정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재판 단계에서 피해자가 쓸 수 있는 절차 전체는 재판절차(법원)에 단계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선처탄원서를 받았을 때 쥘 수 있는 서면 전체는 엄벌탄원서에 정리돼 있습니다.

다만 열람이 언제나 곧바로 허가되지는 않습니다. 선고 직전에 들어온 자료는 복사가 끝나기 전에 기일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아직 내용을 보지 못했다는 점과 확인 후 의견을 내겠다는 뜻을 먼저 짧은 서면으로 밝혀 두는 편이 낫습니다. 그래야 뒤늦게 제출한 의견서가 시기를 놓친 서면으로 가볍게 읽히지 않습니다.

가해자 선처 주장 여덟 가지와 반박의 축

선처 주장은 사건마다 달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몇 가지 틀 안에서 반복됩니다. 아래 표는 자주 등장하는 여덟 가지와, 각 주장이 노리는 감경 요소, 피해자 측이 짚어야 할 사실을 나란히 둔 것입니다.

가해자 측 주장노리는 감경 요소피해자 측이 짚을 사실
”초범입니다”전과 없음신고 전 유사 행위의 반복 여부
”진지하게 반성합니다”반성하는 태도사건 이후 연락과 발언 기록
”술에 취해 우발적이었습니다”계획성 없음범행 전후 이동과 준비 정황
”합의하려 애썼습니다”피해 회복 노력합의 제안의 시점·방식·태도
”공탁금을 맡겼습니다”실질적 피해 회복수령 거부 의사를 밝힌 서면
”직장을 잃었습니다”사회적 제재피해자가 잃은 일상과의 대비
”피해가 크지 않았습니다”결과의 경미성진단서와 지속된 치료 기록
”피해자도 원인을 제공했습니다”피해자의 귀책그 주장 자체가 2차 가해

여덟 가지가 모두 같은 무게로 다뤄지지는 않습니다. 실제 형량을 가르는 것은 대체로 둘째, 넷째, 다섯째입니다. 반성과 합의 노력, 공탁은 서로 이어져 있어서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도 함께 약해집니다. 그래서 반박의 순서도 이 셋을 먼저 두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둘째 주장을 다룰 때는 판단을 앞세우지 말고 시점을 앞세워야 합니다. 반성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재판부가 정할 문제이고, 피해자 측이 제공할 것은 그 판단의 재료입니다.

쓸 수 있는 문장: “피고인은 반성문에서 사죄의 뜻을 밝혔으나, 사건 이후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사실이 없고, 대리인을 통해 합의 금액만 세 차례 제시했습니다. 각 연락의 일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피해야 할 문장: “반성한다는 말은 전부 거짓입니다.” — 결론만 단정하면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읽히고, 뒤에 붙인 사실까지 흐려집니다.

다섯째 공탁 주장은 가만히 두면 그대로 인정되기 쉽습니다. 피해자가 돈을 찾아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받을 의사가 없다는 뜻을 서면으로 남겨야 감형 근거로 쓰이기 어려워집니다. 치료비 때문에 부득이 출급해야 한다면 이의를 유보한다는 의사를 함께 밝히고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덟째 주장은 형태를 바꿔 가며 등장합니다. 특히 성폭행 사건에서는 저항의 정도나 사건 전후의 연락을 문제 삼는 방식으로 변형됩니다. 이때는 반박에 앞서 그 주장이 공판정에서 나왔다는 사실 자체를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재판이 끝난 뒤가 아니라 재판 중의 태도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양형의견서는 어떤 순서로 구성하나요?

정해진 서식은 없습니다. 다만 반박을 흩어 놓으면 읽는 사람이 무엇에 대한 반박인지 따라가기 어려우므로, 여섯 부분으로 나눠 쓰는 방식이 안정적입니다.

첫 부분에는 사건번호와 당사자, 작성자가 피해자를 대리한다는 사실을 적습니다. 둘째 부분에는 가해자 측이 제출한 서면의 목록과 그 요지를 짧게 정리합니다. 상대의 주장을 먼저 요약해 두어야 뒤의 반박이 어디에 닿는지 분명해집니다.

셋째 부분이 본론인 항목별 반박입니다. 위 표의 순서를 그대로 쓰지 말고, 이 사건에서 실제로 제출된 주장만 골라 하나씩 소제목을 붙이면 됩니다. 각 항목은 상대 주장 한 줄, 그에 어긋나는 사실 두세 줄, 근거 자료의 이름 한 줄로 마무리하는 것이 읽기 좋습니다.

넷째 부분에는 피해자의 현재 상태를 적습니다. 정신과 진료가 이어지고 있다면 진단서와 진료 내역을, 직장이나 학업을 그만두었다면 그 시점을 함께 적습니다. 다섯째 부분에는 합의와 공탁에 대한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마지막 여섯째 부분에 구하는 처분과 부가처분을 적습니다.

마무리에 쓸 수 있는 문장: “피해자는 합의할 의사가 없고 공탁금을 수령할 의사도 없습니다. 피고인이 미성년자를 상대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취업제한 처분이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처탄원서·엄벌탄원서·양형의견서는 무엇이 다른가

세 문서는 이름이 비슷해 자주 섞이지만 쓰는 사람과 목적이 다릅니다.

구분선처탄원서엄벌탄원서양형의견서
쓰는 사람가해자의 가족·지인피해자 본인피해자 대리 변호사
문서의 축사람됨과 딱한 사정피해와 심경상대 주장의 반박
다루는 사실사건 바깥의 이야기사건 이후의 일상기록과 시점
첨부 자료재직·가족관계 서류진단서·메시지열람복사한 기록
내는 시기공판 진행 중 수시결심 전결심 전과 선고 전
적정 분량여러 장 반복 제출A4 한두 장쟁점 수에 따라

피해자 측 문서 둘은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입니다. 탄원서는 피해자의 언어로 쓰였다는 점에서 힘을 얻고, 의견서는 그 내용을 기록과 연결해 반박의 형태로 세웁니다. 둘을 한 번에 내기 어렵다면 탄원서를 먼저 제출하고 열람 결과를 확인한 뒤 의견서를 잇는 순서가 현실적입니다.

반박이 형량에 그대로 반영된 사건 두 건

첫째는 친구의 집들이에서 술에 취해 잠든 사이 피해를 입은 준강간 사건입니다. 1심에서 징역 4년과 법정구속이 선고되자 가해자는 항소하면서 그동안의 무죄 주장을 접고 돌연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뒤늦은 자백을 감형 사유로 삼으려는 시도에 대해, 1심 내내 이어진 폭언과 증인 진술의 왜곡, 사과가 한 번도 없었던 사정을 정리해 탄원서와 의견서로 제출했고, 항소는 기각돼 1심에서 선고된 형이 그대로 남았습니다(사건 보기).

둘째는 연인 사이에서 벌어진 불법촬영 사건입니다. 가해자는 재판 단계에서 혐의를 인정한 뒤 양형조사를 신청하면서, 공판정에서는 금액이 맞지 않아 합의가 안 됐다고 진술했습니다. 실제로는 진심 어린 사과 없이 무상 합의를 제안한 것이었고, 합의 경위를 일시별로 특정한 의견서를 선고 전에 내자 재판부는 반성 없는 태도를 지적하며 징역 8개월과 법정구속을 선고했습니다(사건 보기).

두 사건의 공통점은 자백이 곧 감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자백 이후의 태도가 어긋난다는 사실을 피해자 측이 시점과 함께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선고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 내도 반영되나요?

결심이 끝났더라도 선고 전이라면 제출할 수 있고 기록에 편철됩니다. 다만 변론이 재개되지 않는 한 그 자리에서 다시 다투는 절차는 열리지 않으므로, 결심 기일 이전에 제출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가해자 측 공탁이나 추가 탄원서가 선고 직전에 들어오는 일이 잦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심 이후에도 사건 진행을 계속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1심에 낸 서면은 기록과 함께 항소심으로 송부되므로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것만으로 항소심에서 판단이 새로 이루어지지는 않으므로, 1심 이후에 새로 생긴 사정, 즉 추가 공탁이나 태도의 변화를 중심으로 항소심 재판부에 다시 제출하는 편이 낫습니다. 같은 문서를 그대로 다시 내면 새로 판단할 재료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주 어긋나는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민사에서 배상이나 조정을 먼저 받은 경우, 형사 재판부가 이를 피해 회복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민사상 배상을 받은 것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라는 사실을 의견서에 한 줄로라도 남겨 두어야 합니다. 그 한 줄이 빠지면 피해자가 애써 받아 낸 배상이 감형 사유로 되돌아오는 일이 생깁니다. 형사와 별개로 진행하는 배상 청구의 절차와 청구 항목은 민사 손해배상에 정리돼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해자가 낸 선처탄원서 내용을 피해자가 볼 수 있나요?
볼 수 있습니다. 공판 준비 단계에 들어가면 피해자도 재판부에 열람·복사를 신청해 공소장과 증거목록, 공판조서와 함께 가해자 측이 제출한 양형자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청은 사건이 진행 중인 재판부에 하고, 허가 범위와 시점은 재판부가 정합니다. 선고 직전에 들어온 자료라 복사가 늦어질 때는 아직 내용을 보지 못했고 확인 후 의견을 내겠다는 뜻을 짧은 서면으로 먼저 밝혀 두는 편이 낫습니다.
Q. 공탁금을 안 찾아가면 가해자 감형을 막을 수 있나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돈을 찾아가지 않았다는 사정만 남으면 공탁 주장이 그대로 인정되기 쉬우므로, 받을 의사가 없다는 뜻을 서면으로 재판부에 남겨야 감형 근거로 쓰이기 어려워집니다. 치료 때문에 부득이 출급해야 한다면 이의를 유보한다는 의사를 함께 밝히고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Q. 결심이 끝났는데 지금 양형의견서를 내도 반영되나요?
선고 전이라면 제출할 수 있고 기록에도 편철됩니다. 다만 변론이 재개되지 않는 한 그 자리에서 다시 다투는 절차는 열리지 않으므로, 결심 기일 이전에 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1심에 낸 서면은 기록과 함께 항소심으로 송부되지만 그것만으로 새로 판단되지는 않으므로, 항소심에서는 1심 이후에 생긴 추가 공탁이나 태도 변화를 중심으로 다시 제출하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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