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추행을 당한 직후, 이후의 모든 절차를 가르는 것은 사실상 하나입니다. 그 사람을 그 자리에서 붙잡았는가, 아니면 문이 닫히면서 놓쳤는가입니다. 이 갈림에 따라 며칠 안에 해야 할 일도, 시간에 쫓기는 정도도 전혀 달라집니다.
여기에 죄명이 하나 더 얹힙니다. 같은 지하철 추행이라도 어떤 사건은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어떤 사건은 강제추행으로 처리됩니다. 죄명을 정하는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수사기관이지만, 두 죄명이 무엇으로 갈리는지 알고 있으면 조사에서 어느 대목을 자세히 말해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아래에는 두 죄명을 가르는 판단표, 붙잡았을 때와 놓쳤을 때의 절차표, 그리고 현장에서 바로 적어 두어야 할 메모 항목과 예문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과 강제추행, 어디에서 갈리나
두 죄명의 가장 큰 차이는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지를 따지느냐 마느냐입니다. 밀집한 공간에서는 밀거나 위협하지 않아도 몸이 닿는 상황 자체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의 추행은 별도의 조문으로 처벌합니다. "세게 당한 것도 아닌데 죄가 되나" 하는 걱정을 하실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 구분 | 공중밀집장소추행 | 강제추행 |
|---|---|---|
| 근거 조문 | 성폭력처벌법 제11조 | 형법 제298조 |
| 장소 조건 |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 | 장소 제한 없음 |
| 폭행·협박 | 없어도 성립 | 요건으로 따짐 |
| 행위 정도 | 가벼운 접촉도 성립 | 행위가 더 무거우면 적용 |
| 법정형 |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 원 이하 |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 원 이하 |
| 진술에서 중요한 것 | 접촉 부위·방식과 혼잡도 | 접촉 당시의 정황 전체 |
표의 '장소 조건'을 좁게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법원은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를 사람이 실제로 빽빽하게 들어찬 곳으로만 보지 않고, 여러 사람이 상시로 드나들도록 열려 있는 공간 전반으로 넓게 해석해 왔습니다(대법원 2009도5704 판결). 그래서 텅 빈 시간대의 열차에서 벌어진 일도 이 죄로 다뤄집니다. 지하철과 버스는 물론이고 달리는 고속버스, 찜질방, 클럽, 수영장처럼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공간이 모두 여기에 들어갑니다.
표의 '행위 정도'도 두 죄명을 가르는 자로 읽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접촉이 가벼웠다는 사정만으로 강제추행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예고 없이 이뤄진 순간적인 접촉이 그 자체로 강제추행으로 다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갈리는 지점은 폭행이나 협박에 해당하는 힘의 행사가 있었는지, 행위의 무게가 어느 정도였는지입니다. 어느 쪽이든 피해자가 죄명을 미리 정해서 신고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소장이나 진술에는 접촉한 부위, 방식, 횟수, 그때의 혼잡도를 사실대로 적으면 되고, 조문을 고르는 일은 수사기관의 몫입니다.
붙잡았을 때와 놓쳤을 때, 절차가 이렇게 갈립니다
두 경로는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언제 알게 되느냐에서 갈립니다. 현장에서 붙잡으면 그날 인적사항이 확보되지만, 놓치면 그 자리를 특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시점 | 붙잡았을 때 | 놓쳤을 때 | 이 단계를 건너뛰면 |
|---|---|---|---|
| 사건 직후 | 112로 지하철경찰대 요청 | 시각·역·칸·인상착의 메모 | 특정의 출발점이 사라집니다 |
| 당일 | 현행범 체포, 인적사항 확보 | 역무실·철도경찰에 영상 보존 요청 | 보존기간이 지나 영상이 지워집니다 |
| 조사 | 접촉 부위와 방식을 진술 | 같은 진술에 동선 자료를 더함 | 기억이 흐려져 진술이 흔들립니다 |
| 특정 이후 | 가해자 측 합의 연락 | 특정 통보를 받은 뒤 합의 연락 | 낮은 첫 제안에 그대로 응하게 됩니다 |
| 송치 이후 | 수사기록 열람·복사 | 수사기록 열람·복사 | 전과와 여죄를 모른 채 결정합니다 |
현장 경로에서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무리해서 붙잡지 말라는 것입니다. 열차 안이라면 112로 신고해 다음 역에서 인계하는 방식이 안전하고, 위험하다고 느껴지면 붙잡는 대신 인상착의와 내린 역을 눈으로 확인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라면 기사에게 알리고 가까운 정차지에서 내려 신고할 수 있습니다.
사후 경로에서 가장 급한 일은 영상 보존입니다. 역사 안 영상은 역무원과 철도경찰에게, 매장 안 영상은 사업주에게, 길거리라면 경찰을 통해 도로 영상과 주변 차량 기록까지 요청해 두어야 합니다. 신고 접수와 영상 보존 요청은 별개의 절차이므로, 신고했다는 사실만으로 영상이 자동 보관되지는 않습니다.
신고와 별개로 고소장까지 접수할 생각이시라면 접수처를 미리 확인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 성범죄 고소장은 경찰서로 냅니다. 검찰청에 직접 접수하던 방식이 없어지기 때문에, 예전 안내문만 보고 움직이면 헛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두 경로는 신원이 확정되는 순간 하나로 합쳐집니다. 그 뒤로는 조사, 송치, 처분이라는 같은 길을 걷습니다. 진술이나 목격자 외에 남은 자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증거로 세울 수 있는지는 증거가 없는 경우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놓쳤다면 그 자리에서 이 항목들을 적어 두세요
가해자를 놓친 사건에서 수사의 실마리는 대부분 피해자의 메모에서 나옵니다. 시간과 위치만 정확하면 영상 동선과 교통카드 기록으로 신원을 좁혀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억은 반나절이면 흐려지므로, 다음 역에 내리자마자 휴대전화 메모장에 다음 여덟 가지를 적어 두시기 바랍니다.
1. 날짜와 시각을 분 단위로
2. 노선, 진행 방향, 탄 역과 내린 역
3. 몇 번째 칸인지, 어느 문 앞이었는지
4. 접촉한 신체 부위와 방식
5. 지속된 시간과 반복된 횟수
6. 내가 한 말과 상대의 반응
7. 주변 사람의 인상착의와 서 있던 위치
8. 상대가 내린 역과 이동한 방향
문장으로 이어 쓰면 나중에 진술조서를 작성할 때 그대로 옮길 수 있습니다. 아래는 실제로 쓰는 형태의 예문입니다.
2026년 ○월 ○일 오후 6시 42분경, 2호선 하행 열차 4-2번 문 앞. 뒤에 서 있던 30대 남성이 오른손으로 엉덩이를 두 차례 문질렀습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라고 말하자 손을 떼고, 다음 역에서 곧바로 내려 계단 쪽으로 갔습니다. 왼쪽에 서 있던 20대 여성이 그 장면을 보고 있었습니다.
메모와 함께 남겨 두면 좋은 것이 두 가지 더 있습니다. 하나는 그 자리에서 항의한 녹음입니다. 대화 당사자가 하는 녹음은 적법하고, 항의에 대한 상대의 반응 자체가 정황 증거가 됩니다. 다른 하나는 교통카드 이용 내역 화면입니다. 탑승 시각이 기록으로 남아 영상 검색 구간을 좁혀 줍니다.
혼잡하지 않은 지하철이었는데도 공중밀집장소추행이 되나요?
됩니다. 이 죄는 사람이 몇 명 있었는지를 세어서 성립 여부를 정하는 조문이 아닙니다. 앞서 본 대로 대법원은 여러 사람이 상시로 이용하도록 열려 있는 공간이면 이 죄의 장소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좌석이 비어 있던 시간대의 열차에서 벌어진 사건도 실제로 이 죄명으로 처리돼 왔습니다.
오히려 한산했다는 사정은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붐비지 않았는데도 굳이 뒤에 바짝 붙어 접촉했다면, 실수라는 변명이 설 자리가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조사에서는 당시 승객 밀도, 상대와의 거리, 접촉이 반복됐는지를 함께 말씀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가해자가 누군지 모르는데 처벌까지 갈 수 있나요?
갈 수 있습니다. 얼굴을 보지 못했고 이름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된 사건이 신원 특정을 거쳐 처분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경찰은 역사 영상의 동선, 교통카드 이용 내역, 통신 기록 같은 자료를 이어 붙여 사람을 좁혀 나갑니다.
다만 이 방식은 시간과 장소가 정확할수록 잘 작동합니다. 특정에 필요한 것은 얼굴 기억이 아니라 분 단위의 시각과 정확한 위치입니다. 특정에 한 달 이상 걸리는 사건도 있으므로, 연락이 없다고 해서 사건이 없어진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행 상황은 사건번호로 확인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합의 제안이 먼저 왔을 때 확인할 것
가해자가 특정되면 가족이나 변호인을 통해 합의 요청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첫 제안은 대체로 낮습니다. 형편이 어렵다는 말과 함께 100만 원, 300만 원 정도의 금액이 먼저 오는 일이 흔합니다. 첫 제안은 시세가 아니라 협상의 출발점입니다.
응답하기 전에 확인할 것이 네 가지입니다.
- 수사기록 열람·복사 — 가해자에게 동종 전과가 있는지, 다른 피해자가 더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피해를 뒷받침하는 자료 — 사건 뒤 택시비로 나간 카드 내역, 정신과 진료 기록처럼 금액의 근거가 될 자료를 모아 둡니다.
- 합의서의 보호조항 — 접근·보복금지, 비밀유지, 소제기금지, 필요하면 통신 제한까지 문서에 넣어야 합니다.
- 처벌과의 관계 — 합의는 피해 회복의 문제이고, 처벌 여부와 수위는 그와 별개로 정해집니다.
지하철 사건에서 자주 나오는 합의 국면과 협상의 지렛대는 공공장소 몰카·성추행에 유형별로 더 자세히 정리돼 있습니다.
불송치나 가벼운 처분으로 끝났을 때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넘기지 않고 불송치로 종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피해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데, 2026년 10월 2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기한이 새로 생겼습니다. 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입니다.
같은 날부터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하는 절차도 없어져 첫 경찰조사의 비중이 커집니다. 앞의 메모 항목을 조사 전에 다시 읽어 보시라고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바뀌는 내용 전체는 개정 내용 정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검사가 기소하지 않기로 하면 불복 절차는 두 갈래입니다. 항고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하는데, 불기소 처분을 한 지방공소청·지청에 항고장을 내면 관할 광역공소청장이 판단합니다(공소청법 제57조). 그 결과에 다시 불복할 때는 10일 안에 재정신청으로 넘어갑니다. 두 기한 모두 짧으므로 처분 통지를 받은 날짜를 그날 바로 기록해 두시기 바랍니다. 이의신청서와 항고장에 무엇을 담아 다투는지는 불송치·불기소 대응에 정리돼 있습니다.
벌금형 약식기소로 마무리되는 사건도 있습니다. 현장에서 붙잡히고 영상까지 남은 사건이 가볍게 정리되면 납득하기 어려우실 텐데, 이때는 피해자 의견서와 엄벌탄원서를 내어 정식재판에 회부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범행의 계획성, 재범 위험, 사건 이후의 태도를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요점입니다.
붙잡은 사건과 놓친 사건, 실제 두 건
먼저 놓친 경로입니다. 퇴근길 승강장에서 모르는 남성에게 추행을 당한 사건으로, 신고는 즉시 이뤄졌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신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역 안 영상에 장면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 열쇠였고, 철도경찰과 계속 소통해 가해자를 찾아냈습니다. 상대가 제시한 300만 원에 대해 택시 출퇴근 지출과 정신과 치료 사실, 민사 위자료 가능성을 근거로 반박해 합의금 1,000만 원과 접근·보복금지 조항까지 받았습니다(사건 보기).
다음은 붙잡은 경로입니다. 혼잡하지 않은 열차 안에서 뒤에 밀착해 신체를 비비는 방식의 추행이 있었고, 즉시 신고로 현행범 체포가 이뤄졌습니다. 쟁점은 상대가 제시한 100만 원이었습니다. 수사기록을 복사해 동종 전과를 확인한 뒤 그 제안을 거절하자, 하루 만에 열 배인 1,000만 원으로 합의가 이뤄졌고 합의서에는 비밀유지와 소제기금지 조항이 함께 들어갔습니다(사건 보기).
두 사건은 출발점이 정반대였지만 결과는 같은 자리에 도달했습니다. 공통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피해 직후의 신고로 현장 자료가 지워지기 전에 붙들렸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낮은 첫 제안에 곧바로 답하지 않고 기록으로 근거를 만든 뒤에 응했다는 점입니다. 붙잡았는지 놓쳤는지는 시작을 가를 뿐, 끝까지 가는 길을 막지는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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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