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명을 찾아보다가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이라는 긴 이름 앞에서 멈추는 분이 많습니다. 맞은 적도 없고 협박을 들은 적도 없는데, 여기서 말하는 위력에 내 상황이 들어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먼저 결론부터 적으면 위력은 물리력이 아닙니다. 법원이 확인하는 것은 가해자가 힘을 썼는지가 아니라,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가 있었고 가해자가 그 관계를 이용했는지입니다.
인사권, 평가권, 계약 갱신 권한처럼 생계와 진로를 쥔 지위는 그 자체로 위력으로 읽힙니다. 신고를 망설이는 이유가 피해의 크기가 아니라 죄명의 뜻인 경우가 실제로 자주 있습니다.
이 글은 위력이 인정될 때 무엇이 근거가 되는지를 표로 정리하고, 상사·교장·사수·지도교수처럼 지위가 다른 사건 네 건에서 그 근거가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지 살펴봅니다. 어느 죄명으로 정리되는지, 강제추행과는 어디에서 갈리는지도 함께 다룹니다.
조문부터 갈라 봅니다, 추행과 간음은 다른 법입니다
신체 접촉에 그쳤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 성관계까지 이르렀다면 형법 제303조 제1항이 적용됩니다. 앞의 법은 정식 명칭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입니다. 두 조문 모두 폭행이나 협박을 요구하지 않고, 보호·감독 관계를 이용했는지만 봅니다. 법정형은 간음 쪽이 두 배 이상 무겁습니다.
다만 위력 사건이라고 해서 반드시 이 두 조문으로만 처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껴안거나 만지는 이른바 기습적인 접촉은 그 행위 자체가 폭행으로 평가돼 강제추행이 됩니다. 술에 취해 기억이 끊긴 상태를 이용했다면 준강제추행이나 준강간이 됩니다. 실무에서는 같은 사실관계가 더 무거운 죄로 정리되는 경우가 오히려 흔합니다.
| 죄명 | 근거 조문 | 법정형 | 이 죄가 되는 상황 |
|---|---|---|---|
| 강제추행 | 형법 제298조 | 징역 10년 이하, 벌금 1,500만 원 이하 | 폭행·협박이 있거나 기습적인 접촉 |
|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 | 징역 3년 이하, 벌금 1,500만 원 이하 | 보호·감독 관계를 이용한 추행 |
|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 형법 제303조 제1항 | 징역 7년 이하, 벌금 3,000만 원 이하 | 같은 관계에서 성관계까지 이른 경우 |
| 강간 | 형법 제297조 | 징역 3년 이상 | 폭행·협박으로 제압당한 경우 |
| 준강제추행·준강간 | 형법 제299조 | 강제추행·강간과 같은 형 | 만취 등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 |
아래에서 볼 네 건은 모두 강제추행 계열로 정리됐고, 그중 한 건은 유사강간까지 함께 기소됐습니다. 위력 관계가 배경에 있었어도 행위의 모습에 따라 죄명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위력이 인정되는지 판단하는 기준표
대법원은 위력을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으로 보면서, 폭행이나 협박만이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지위나 권세를 쓰는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2019도2562). 결국 다투는 지점은 하나입니다. 그 관계가 거절을 어렵게 만들었는가.
수사와 재판에서 이 판단은 한 가지 사실로 끝나지 않습니다. 아래 요소가 겹칠수록 위력 쪽으로 기울고, 그때마다 뒷받침할 자료가 따로 있습니다. 마지막 줄처럼 위력 판단에서 아예 빼야 하는 사정도 있습니다. 고소를 준비한다면 자료 칸부터 챙기시는 편이 빠릅니다.
| 판단 요소 | 법원이 보는 사정 | 뒷받침하는 자료 |
|---|---|---|
| 관계의 종류 | 인사권·평가권을 가진 직속 상사(대법원 2019도2562) | 조직도, 발령 문서 |
| 신분의 불안정 | 계약직, 기간제, 수습, 학위 과정 | 근로계약서, 학적 서류 |
| 장소와 경위 | 업무 지시를 빌미로 부른 밀폐 공간 | 지시 메시지, 출장 일정 |
| 반복 여부 | 같은 행위가 여러 차례 이어짐 | 날짜별 메모, 일기 |
| 사후 불이익 | 업무 배제, 권고사직, 계약 종료 | 이메일, 인사 기록 |
| 사건 직후 반응 | 곧바로 지인이나 가족에게 알림 | 카카오톡, 통화 기록 |
| 거절의 형태 | 자리를 피하거나 말을 돌림 | 대화 내역, 목격자 진술 |
| 직업·평소 태도 | 진술을 낮춰 볼 근거가 못 됨(대법원 2018도7709) | 행위 당시의 정황 진술 |
표를 보시면 알 수 있듯이, 위력을 증명하는 자료와 추행 자체를 증명하는 자료는 다릅니다. 추행은 사건 당시의 흔적으로 다투고, 위력은 사건 앞뒤의 관계로 다툽니다. 두 축을 같이 준비해야 진술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거절하지 못했는데도 위력이 인정될 수 있나요?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력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이면 되고, 실제로 자유의사가 제압됐을 것까지 필요하지는 않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20도5646). 말하지 못하게 만든 구조가 바로 위력이기 때문에, 거절하지 못한 사실이 오히려 위력을 보여주는 사정이 됩니다.
가해자 측 반박은 대체로 세 가지로 모입니다. 첫째는 반항하지 않았으니 동의였다는 주장입니다. 업무 지시를 곧바로 받는 자리에 있으면 그 자리에서 거절하기 어렵다는 사정 자체가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둘째는 연인 사이였다는 주장인데, 대화 내역에 업무 이야기만 남아 있고 애정 표현이 없다는 점이 반박 근거가 됩니다. 셋째는 사건 뒤에도 잘 지내지 않았느냐는 주장입니다. 불이익이 두려워 이어간 연락은 호감의 증거가 아니라 위력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증거로 읽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술할 때는 감정보다 조건을 적는 편이 낫습니다. 무엇이 두려웠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걸려 있어서 두려웠는지를 쓰는 것입니다.
이렇게 쓰면 관계가 드러납니다: “저는 3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기간제였고, 갱신 여부는 가해자가 결정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소리를 내면 다음 계약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만 쓰면 부족합니다: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 무엇 때문에 말을 못 했는지가 빠지면 관계가 아니라 성격 문제로 읽힐 수 있습니다.
지위별로 본 네 건, 상사·교장·사수·지도교수
같은 위력이라도 지위에 따라 다투는 지점이 달라집니다.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사건 가운데 관계가 뚜렷했던 네 건을 지위별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인사권을 가진 임원이 입사 6개월 차 신입에게 저지른 사건입니다. 오피스텔 정리를 지시해 밀폐된 공간으로 부른 뒤 세 차례 추행했는데, 경찰이 이를 하나의 범죄사실로 묶으려 한 것이 쟁점이었습니다. 세 번의 행위가 시간과 목적을 달리한다는 의견서를 거듭 내어 재판으로 넘겼고, 벌금 500만 원과 합의금 2,300만 원으로 마무리됐습니다(사건 보기).
둘째, 초등학교 교장이 기간제 교사를 출장지에서 추행한 사건입니다. 인사고과와 계약 연장 권한을 쥔 상대라 거부 의사를 밝히기 어려웠다는 점, 다른 교사들에게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는 점이 핵심이었습니다. CCTV와 녹취, 가해자의 문자를 함께 제출해 강제추행으로 기소됐습니다(사건 보기).
셋째, 서른 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사수가 회식 뒤 노래방에서 추행하고 유사강간에 이른 사건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부모에게는 사과하겠다고 해 놓고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문자 내역을 들어 부인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통화 녹음을 녹취록으로 만들고 진료 내역과 사내 조사 결과를 함께 내어 강제추행과 유사강간으로 정식 기소됐습니다(사건 보기).
넷째, 지도교수가 연구실과 차량, 귀가길 등에서 여섯 달 동안 열 차례 넘게 추행한 사건입니다. 졸업이 걸려 있어 곧바로 고소하지 못했고 면담 뒤에는 논문 검토에서 배제당했는데, 그 배제 자체가 보복성 정황이 됐습니다. 날짜와 장소를 시간 순으로 정리해 상습성을 세운 결과 상습강제추행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사건 보기).
네 건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행위를 다투기 전에 관계를 먼저 세웠다는 점입니다.
업무상 위력 추행으로 고소해야 하나요, 강제추행으로 고소해야 하나요?
죄명은 고소인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과 법원이 사실관계를 보고 정합니다. 고소장에 죄명을 다르게 적었다고 해서 사건이 잘못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행위와 관계를 구체적으로 적는 일입니다.
다만 두 죄의 법정형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정리되는지는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갑자기 껴안거나 신체를 만진 경우처럼 접촉 자체가 기습적이었다면 강제추행이 성립할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접촉이 은근하게 이루어졌고 지위를 이용한 정황이 두드러진다면 위력 추행 쪽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소장에는 두 축을 모두 넣는 편이 안전합니다. 어떤 접촉이 있었는지를 부위와 상황까지 적고,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따로 적는 것입니다. 추행이 여러 차례라면 반드시 회차별로 나누어 적어야 합니다. 하나로 뭉뚱그려 적으면 여러 번의 피해가 한 번의 사건으로 축소될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이 없는 관계도 업무상 위력에 해당하나요?
해당합니다. 조문은 업무나 고용, 그 밖의 관계로 자신의 보호와 감독 아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삼습니다. 정식 근로계약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학원 원장과 강사, 지도교수와 학생, 소속사 대표와 소속 연예인, 업소 업주나 실장과 종사자처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위치라면 포함됩니다.
업소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특히 자주 벌어지는 일이 편견에 부딪히는 상황입니다. 직업을 이유로 동의를 추정당하거나, 피해자답지 않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직업이나 평소의 생활 태도를 들어 진술의 증명력을 함부로 낮춰 보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대법원 2018도7709). 판단 기준은 그 행위가 내 의사에 반했는지 하나뿐입니다.
선불금이나 벌금을 빌미로 성적인 행위를 강요했다면 강요죄(형법 제324조)가, 나아가 업소에 가둬 두고 나가지 못하게 했다면 감금죄(형법 제276조)가 별도로 성립합니다. 두 죄는 요건이 다르므로, 그만두지 못하게 했다는 사정만으로 감금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이동의 자유가 막혔는지를 따로 봅니다. 강요당한 성매매의 경우 성매매처벌법은 그 사람을 피해자로 보아 처벌하지 않습니다. 처벌이 두려워 신고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업소에서 벌어진 사건을 어떤 죄명으로 다투는지는 유흥업소 종사 피해자에 따로 모아 두었습니다.
학생·수강생·환자·신도처럼 고용 관계가 아닌 사건은 교수·의사·목사 성범죄에서 따로 다룹니다.
첫 경찰 진술을 준비하는 순서
2026년 10월 2일 시행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하는 절차가 없어져 첫 경찰조사의 비중이 커집니다. 다만 검사의 보완수사요구나 이의신청으로 다시 다툴 길은 남아 있고, 고소장은 경찰서에 냅니다(개정 내용 정리).
준비 순서는 위의 기준표를 그대로 따라가면 됩니다. 먼저 관계를 보여주는 서류를 모으고, 다음으로 추행 시점을 날짜별로 나누어 적고, 마지막으로 사후 불이익의 흔적을 정리합니다. 기억이 선명한 구간과 흐릿한 구간은 억지로 메우지 말고 나누어 말하는 편이 신빙성을 지킵니다. 접수부터 송치까지 각 단계에서 피해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수사절차(경찰·검찰)에 순서대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료는 원본 그대로 두는 것이 원칙입니다. 편집하거나 옮겨 담으면 증거로서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사건 뒤에 예의상 주고받은 연락도 지우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워 두면 나중에 가해자 쪽이 유리한 부분만 제출했을 때 전체 맥락을 되살릴 방법이 없어집니다.
신고 전에 자주 놓치는 다섯 가지
첫째, 사후 연락을 지우는 것입니다. 어색한 대화를 남기고 싶지 않아 삭제하는 분이 많은데, 그 대화가 위력의 지속을 보여주는 자료인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여러 번의 피해를 한 번으로 적는 것입니다. 회차를 나누지 않으면 상습성이 드러나지 않고, 형량 판단에서도 한 건의 사건으로만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회사 조사와 형사 진술이 어긋나는 것입니다. 사내 고충처리나 인권센터 조사, 노동청 진정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라면 어느 자리에서든 같은 사실을 같은 표현으로 말해야 합니다. 표현이 달라지면 가해자 측이 그 차이를 진술 번복이라고 주장합니다.
넷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합의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오해였다는 식의 사과문이나, 혐의는 부인하면서 돈만 건네는 제안은 반성으로 평가되기 어렵습니다. 받을 의사가 없다면 공탁금 수령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혀 두는 편이 낫습니다. 합의를 언제 어떤 조건으로 다룰지는 합의금·합의대행에서 사건 유형별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섯째, 죄명을 먼저 정해 놓고 사실을 거기에 맞추는 것입니다. 위력 추행이라고 생각해 폭행에 해당하는 정황을 빼고 진술하면, 오히려 더 무거운 죄로 갈 수 있었던 사건이 가볍게 정리될 수 있습니다.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적고, 죄명은 수사기관이 판단하도록 두시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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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