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는 차 안에서 당한 성추행은 가해자의 이름을 몰라도 신고할 수 있습니다. 택시는 차량번호와 호출·결제 기록이, 버스는 노선번호와 차내 영상이, 항공기는 좌석 배정과 승무원 보고가 남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붙잡지 못했어도 사람을 찾아가는 통로가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차 안의 영상은 저장 장치가 차면 오래된 것부터 덮어써지고, 누가 언제 보존을 요청했는지에 따라 남는지 지워지는지가 갈립니다. 신고를 미루는 동안 흐려지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영상입니다.
이 글은 택시·버스·항공기에서 벌어진 성추행을 신고하는 순서, 이동수단마다 남는 기록의 차이, 적용되는 죄명이 갈리는 지점, 그리고 기록이 부족할 때 무엇으로 입증하는지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택시 성추행 신고, 무엇부터 해야 합니까?
안전한 곳에서 내린 뒤 112에 신고하고, 차량번호와 탑승·하차 시각을 그 자리에서 적어 두시면 됩니다. 택시는 호출 앱의 배차 기록과 카드 결제 내역이 남기 때문에, 기사의 이름을 몰라도 차량과 운전자를 역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금으로 결제했다면 하차 위치와 시각이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가해자가 기사인 경우와 함께 탄 일행인 경우는 이후 절차가 달라집니다. 기사라면 운수회사와 플랫폼에 배차 기록과 차량 영상이 남고, 일행이라면 동승 사실 자체가 첫 번째 쟁점이 됩니다. 어느 쪽이든 하차 직후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가 시각을 붙잡아 주는 자료가 됩니다.
택시 안에서 벌어진 추행은 실무에서 대개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으로 다룹니다. 밀집한 공간이 아니라 밀폐된 공간이라, 뒤에서 볼 공중밀집장소 추행 조문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강제추행이 곧바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이 죄의 성립 요건과 접촉의 판단 기준은 성추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회식이 끝나고 택시를 기다리던 신입 사원이 회사 이사에게 손목을 잡혀 끌려간 사건이 있습니다. 가해자는 택시 안에서 호텔로 가자는 말을 반복하며 어깨를 감싸 끌어당기고 얼굴을 들이대 추행했고, 1심 선고 당일까지 손을 빼지 않았으니 호감이 있는 줄 알았다고 주장하다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가해자는 곧바로 항소해 태도를 바꾸고 500만 원을 공탁했습니다. 심앤이는 사건을 이어받아 일방적인 공탁이 감형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의견서와 피해자·가족의 엄벌탄원서를 냈고, 1,000만 원이라는 첫 제안을 거절해 합의금을 2,000만 원까지 올렸습니다. 결과는 징역 1년 · 집행유예 2년에 사회봉사 160시간과 취업제한 3년이었습니다(사건 보기).
택시·버스·비행기, 남는 기록이 이렇게 다릅니다
아래 표는 이동수단별로 사건 뒤에 남아 있는 기록과 그것을 붙잡는 곳을 정리한 것입니다. 왼쪽부터 읽으시면 신고 전화를 걸기 전에 손으로 적어 둘 항목이 보입니다.
| 이동수단 | 사건 뒤 남는 기록 | 확보를 요청하는 곳 | 그 자리에서 적어 둘 것 |
|---|---|---|---|
| 택시 | 차량 영상기록, 호출 앱 배차 기록, 카드 결제 내역 | 경찰, 운수회사, 호출 플랫폼 | 차량번호, 탑승·하차 시각과 장소 |
| 시내버스 | 차내 영상, 운행 기록, 교통카드 태그 기록 | 경찰, 버스 운수회사 | 노선번호, 차량번호, 승하차 정류장 |
| 고속·시외버스 | 차내 영상, 좌석 예매 기록, 휴게소 영상 | 경찰, 운수회사, 터미널 | 좌석번호, 출발 시각, 기사에게 알린 시각 |
| 항공기 | 좌석 배정과 예약 기록, 승무원 보고 | 착륙 공항 관할 경찰, 항공사 | 좌석번호, 편명, 승무원을 부른 시각 |
표를 세로로 읽으면 공통점이 하나 보입니다. 어느 칸에도 가해자의 이름은 없지만, 어느 칸이든 그 사람이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는 남습니다. 좌석과 시각이 특정되면 수사기관은 예매·결제·승하차 기록을 따라 사람에게 도달합니다.
또 하나는 요청할 곳이 둘이라는 점입니다. 경찰에만 신고하고 운수회사나 항공사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회사가 보관 중인 영상이 그대로 시간이 흐르는 경우가 생깁니다. 신고와 별개로 보존 요청을 따로 넣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버스 성추행은 공중밀집장소추행입니까, 강제추행입니까?
둘 다 가능합니다. 버스는 성폭력처벌법 제11조가 정한 대중교통수단이어서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이 적용될 수 있고,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에 붙잡거나 몸으로 밀어붙이는 유형력이 더해졌다면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이 되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훨씬 무겁습니다.
만원 버스가 아니었다는 점은 불리한 사정이 아닙니다. 승객이 적은 시간대의 버스에서 벌어진 일도 신고할 수 있고, 오히려 사람이 적을수록 우연한 접촉이라는 변명이 설 자리가 좁아집니다.
| 이동수단 | 주로 적용되는 죄명 | 법정형 | 다투게 되는 지점 |
|---|---|---|---|
| 시내·고속버스 | 공중밀집장소 추행 또는 강제추행 | 3년 이하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 | 붙잡거나 미는 유형력이 있었는지 |
| 택시 | 강제추행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 동승 사실과 접촉의 고의 |
| 항공기 | 강제추행과 항공보안법 위반 | 위 형과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 운항 중이었는지, 승무원 보고가 있는지 |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상대에게 버스 안에서 피해를 입은 사건이 있습니다. 술자리 뒤 데려다주겠다며 부축하던 가해자가 엉덩이를 움켜쥐었고, 함께 탄 버스에서 어깨와 팔, 허벅지를 쓰다듬었으며, 놀란 피해자가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자 따라 내려 강제로 입을 맞추고 옷 위로 몸을 만졌습니다.
피해자는 곧바로 신고했지만 변호사 없이 증인신문을 치렀고, 가해자 측의 집요한 신문에 위축돼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생겼습니다. 심앤이는 증인신문 녹취서를 확보해 빠진 대목을 의견서로 보완하고, 거부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는 진술이 처음부터 일관됐다는 점과 가해자가 학교에 낸 사과문·각서가 자백에 가깝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재판부는 징역 8개월 · 집행유예 2년과 취업제한 3년을 선고했습니다(사건 보기).
비행기 기내 성추행, 어느 나라 법으로 처벌됩니까?
대한민국 국적 항공기 안이라면 외국 상공을 지나는 중이어도 우리 법으로 처벌합니다. 가해자가 한국인이면 형법 제3조에 따라 국외에서 저지른 죄에도 형법이 적용되고, 외국인이면 형법 제4조가 대한민국 항공기 안에서 저지른 죄에 형법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착륙 뒤 공항 관할 경찰에 인계되는 절차가 가능합니다.
기내에서는 두 가지가 함께 문제 됩니다. 신체를 만졌다면 강제추행이고, 여기에 항공보안법 제23조 제1항 제4호가 금지하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가 겹칩니다. 이 조항을 어기면 운항 중인 항공기에서는 1천만 원 이하, 계류 중인 항공기에서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항공보안법 제50조).
조문 요지 — 항공보안법 제22조 제1항은 기장과 기장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승무원이 기내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내에서 할 일은 분명합니다. 참지 말고 승무원을 부르십시오. 좌석을 옮겨 달라고 요청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자리에서 말하고, 승무원의 이름과 부른 시각을 메모해 두시면 됩니다. 승무원이 남긴 보고와 좌석 배정 기록이 나중에 그 시간에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해 주는 자료가 됩니다.
차내 영상 보존 요청, 누구에게 어떻게 합니까?
신고할 때 영상 보존을 명시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이 핵심입니다. "추행을 당했습니다"만 전달하면 출동과 조사는 시작되지만, 차량 영상이 자동으로 확보되지는 않습니다. 몇 시 몇 분, 어느 노선의 어느 차량인지를 함께 알리고 그 구간의 영상을 보존해 달라고 요청하셔야 합니다.
같은 요청을 운수회사나 플랫폼에도 넣으십시오. 전화로 요청한 뒤에는 요청한 날짜와 담당자 이름을 문자나 앱 문의로 한 번 더 남겨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나중에 영상이 사라졌을 때, 언제 보존을 요청했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영상이 언제까지 남아 있는지는 차량과 회사마다 다르고 보장된 기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확보의 성패는 보존 기간이 아니라 요청 시점이 가릅니다. 공공장소와 이동수단에서 벌어진 사건의 신고와 영상 확보 절차는 공공장소 몰카·성추행에 단계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가해자를 놓치고 내렸을 때 무엇부터 적습니까?
집에 도착해 숨을 고르기 전에 다섯 가지를 적어 두시면 됩니다. 정확한 시각, 차량번호나 노선번호와 좌석 위치, 가해자의 인상착의와 옷차림, 내가 탄 정류장과 내린 정류장, 그리고 당시 주변에 누가 있었는지입니다. 기억은 하루만 지나도 흐려지지만 메모는 그대로 남습니다.
그다음은 내 기록을 모으는 일입니다. 교통카드 태그 내역, 카드 결제 내역, 호출 앱의 이용 기록, 휴대전화의 위치 기록은 모두 내가 그 시각에 그 차에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가해자를 특정하는 일과 내 동선을 증명하는 일은 다른 작업이고, 뒤의 것은 오늘 바로 할 수 있습니다.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피해자가 낯선 남성에게 신체를 만지는 피해를 입은 사건이 그 예입니다. 신고는 즉시 이뤄졌고 역사 영상에도 행위가 담겨 있었는데,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아 한 달 동안 수사가 제자리에 있었습니다.
심앤이는 선임계를 제출한 뒤 담당 수사관과 계속 연락하며 신원 확인을 밀어붙였습니다. 상대가 드러난 뒤 형편을 이유로 300만 원을 내밀자 이를 거절했고, 피해자가 그 뒤로 출퇴근길마다 택시를 이용하며 버텨 온 사정을 협상 자리에 올렸습니다. 최종 합의금은 1,000만 원이었고 비밀유지와 접근·보복 금지 조항이 함께 들어갔습니다(사건 보기).
영상이 없으면 처벌이 안 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영상은 여러 증거 중 하나이고, 진술과 정황이 맞물리면 기소와 유죄까지 갑니다. 특히 가해자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동석자의 목격 진술과 가해자가 진술을 바꾼 흔적이 영상의 자리를 대신합니다.
술자리 뒤 같은 방향이라며 함께 택시를 탄 학과 선배가 집 앞까지 따라 들어와 피해를 입힌 사건이 그렇습니다. 가해자는 택시에 함께 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합의금을 노린 허위 신고라고 몰았습니다.
심앤이는 세 갈래로 반박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동기가 두 사람이 나란히 차에 오르는 장면을 봤다고 진술했고, 가해자는 경찰 단계에서 기억을 내세우다가 검찰에 가서야 동승 자체를 부인해 말이 바뀌었으며, 그날 마신 술과 먹은 음식 같은 대목에서도 진술이 계속 흔들렸다는 점을 의견서에 담았습니다.
여기에 피해 직후 지인에게 남긴 대화, 정신과 진료 기록, 두려움 때문에 이사한 사실을 보여 주는 임대차계약서를 붙였습니다. 결국 가해자는 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돼 정식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사건 보기).
물적 증거가 부족한 사건에서 무엇을 모아 어떻게 배치하는지는 증거가 없는 경우에 항목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이동수단에서 벌어진 성추행은 피해자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기억에 의존할수록 불리해지고, 기록에 기댈수록 유리해집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입니다. 시각과 좌석을 적는 것, 그리고 영상 보존을 말로 요청하는 것입니다. 그 두 가지만 해 두시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도 절차는 시작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