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나 거래처 사람에게 당한 성희롱도 회사가 조치할 법적 의무를 지는 문제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의2 제1항은 고객 등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의 성적 언동으로 굴욕감을 느낀 근로자가 고충 해소를 요청하면, 사업주가 근무 장소 변경이나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같은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돌아오는 답은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손님한테 어쩌겠느냐, 거래처와 사이가 틀어진다, 네가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그 말을 듣는 동안 행위는 대체로 더 나아갑니다. 말에서 접촉으로, 접촉에서 촬영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회사 내부 절차와 무관하게 이미 형사 사건입니다.
이 글은 사업주가 지는 의무와 어기면 받는 제재, 고객과 거래처의 행위별로 갈리는 죄명, 회사 절차가 닿지 않는 자리에서 벌어진 사건의 대응, 증거를 어디서 찾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고객 성희롱은 회사가 관리해야 하는 위험입니다
먼저 조문을 그대로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 조항은 가해자가 회사 사람이 아닐 때 적용되는 규정이어서, 회사가 없다고 잡아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의2 제1항 — 사업주는 고객 등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성적인 언동 등을 통하여 근로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 등을 느끼게 하여 해당 근로자가 그로 인한 고충 해소를 요청할 경우 근무 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의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객 등에는 매장 손님만이 아니라 거래처 담당자, 납품과 배송을 위해 드나드는 사람, 원청 직원처럼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이 폭넓게 들어갑니다. 가해자가 우리 회사 소속이 아니라는 사실은 회사가 빠져나갈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근로자가 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 피해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또는 고객의 성적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이익한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못 박고 있습니다. 요구를 거절한 대가로 배치가 바뀌거나 계약이 끊긴다면 그 자체가 위법한 조치입니다.
회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제재가 따릅니다. 조치 의무를 어긴 사업주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피해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해고나 불이익 조치를 한 사업주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규정돼 있습니다. 앞의 것이 행정 제재이고 뒤의 것이 형사처벌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크게 다릅니다.
고객을 응대하는 업무라면 산업안전보건법도 겹칩니다. 제41조는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정보통신망으로 상대하며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응대근로자를 대상으로, 고객의 폭언 등으로 건강장해가 생기거나 생길 현저한 우려가 있으면 사업주가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의 조치를 하도록 정합니다. 근로자는 그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하면 사업주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됩니다.
두 법을 함께 기억하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요구는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해야 힘이 됩니다. 같은 요청이라도 구두로 하면 없던 일이 되고, 메일이나 사내 시스템으로 남기면 회사가 무엇을 알고도 방치했는지가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응대 중단, 담당 교체, 근무 장소 변경 가운데 원하는 조치를 날짜와 함께 적어 두시기 바랍니다.
고객·거래처의 행위별로 죄명이 갈립니다
회사 절차와 형사 절차는 별개로 굴러갑니다. 회사가 미적거리는 동안에도 고소는 바로 할 수 있고, 오히려 수사가 시작되면 회사의 처분 속도가 달라집니다. 아래 표는 고객이나 거래처 사람이 한 행위별로 어떤 죄명이 붙는지, 그리고 회사에 함께 요구할 조치가 무엇인지를 묶은 것입니다.
| 상대가 한 행위 | 붙는 죄명 | 법정형 | 회사에 함께 요구할 것 |
|---|---|---|---|
| 몸을 만지거나 껴안음 |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 해당 고객 응대 중단 |
| 계약·평가 권한을 쥔 채 만짐 |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 거래 담당자 교체 |
| 여럿 앞에서 성적으로 조롱 | 형법 제311조 모욕 |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 | 목격자 진술 확보 협조 |
| 메시지·DM으로 음란한 말 |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 |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 업무용 번호·계정 분리 |
| 몰래 신체를 촬영 |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카메라등이용촬영 |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 매장 영상 원본 보존 |
표를 세로로 읽으면 한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성적인 말만 오간 단계에서는 형사의 문이 좁고, 접촉과 촬영으로 넘어가는 순간 형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그래서 말 단계에서 회사 조치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회사가 움직이지 않을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피해가 생깁니다.
두 번째 줄을 특히 보시기 바랍니다. 위력은 직장 상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계약을 끊거나 평가를 좌우할 수 있는 거래처 사람도 그 지위 자체가 위력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거래처 성희롱은 회사 절차가 닿지 않는 자리에서 벌어집니다
사무실 안이라고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외부인은 사내 성희롱 예방교육의 대상도 아니고 징계 권한이 닿지도 않아, 피해자가 혼자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쉽습니다.
20대 사회 초년생이 사무실에서 겪은 사건이 그렇습니다. 가해자는 약 40세 연상의 남성으로, 물품을 납품하러 그 회사에 주기적으로 드나들던 배달원이었습니다. 딸 같다며 친근하게 굴어 피해자도 예의를 갖춰 대해 왔는데, 다른 직원들이 모두 점심을 먹으러 나간 시간에 혼자 남은 사무실로 들어와 일을 마치고도 가지 않고 말을 걸다가 뒤에서 껴안으며 신체를 움켜잡았습니다. 놀라 피했는데도 따라와 같은 짓을 반복했습니다.
신고한 뒤에는 가해자가 지인들을 회사로 보내 합의를 요구하며 행패를 부리는 2차 가해까지 이어졌습니다. 형사는 집행유예로 끝났지만 심앤이는 민사로 이어 갔습니다. 도망친 사람을 따라가 한 번 더 추행했다는 경위, 사람을 동원해 직장을 찾아오게 한 행태, 법정에서 끝까지 무죄를 주장한 태도를 소장과 준비서면으로 거듭 짚었습니다. 정신과 진단서와 형사재판기록으로 피해를 입증한 결과 위자료 1,500만 원과 진료비 296,500원을 전부 인정받았습니다(사건 보기). 형사 결과가 가벼워 보여도 절차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민사 손해배상에 정리돼 있습니다.
손님이라서 참으면 촬영까지 갑니다
응대 노동자에게 가장 자주 하는 조언이 참으라는 것입니다. 그 조언의 결과를 보여 주는 사건이 있습니다.
카페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다른 손님에게서 방금 나간 남성이 몰래 촬영한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매장 폐쇄회로 화면을 확인했습니다. 화면에는 그 남성이 피해자가 지날 때마다 휴대전화로 다리 등을 찍는 모습이 남아 있었고, 가해자는 자주 오던 단골이었습니다. 문제는 화면이 사각지대에 있어 휴대전화 화면 자체는 찍히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심앤이는 정황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카메라 각도가 노골적이었던 점과 수개월간 드나든 단골이어서 상습 촬영이 의심된다는 점, 클라우드 동기화와 유포 가능성을 짚어 휴대전화와 전자기기 전반의 압수수색을 요청했습니다. 포렌식에서 실제 촬영물이 확인되자 사건은 빠르게 검찰로 넘어갔고, 가해자가 제시한 800만 원을 거절하고 협상해 합의금 1,500만 원을 받아냈고, 촬영물을 갖고 있지 않다는 확인과 비밀유지, 접근과 연락을 막는 조항까지 붙였습니다(사건 보기).
고소하지 않고 끝낼 수도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다만 그 선택이 손해가 되지 않으려면 상대가 무엇을 겁내는지 알고 협상해야 합니다.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던 피해자는 라운딩을 하러 온 손님에게 엉덩이를 만지는 추행을 당했습니다. 불쾌한 내색을 했는데도 어깨와 허리를 감싸 안고 머리카락 냄새를 맡는 행위가 이어졌고, 동행한 가해자의 친구가 대신 사과할 정도였습니다. 피해자는 경기과에 캐디 교체를 요청해 겨우 벗어났지만, 가해자는 이후 연락에서도 변명만 늘어놓았습니다.
정식 고소도 충분한 사건이었으나 피해자가 절차의 부담을 원하지 않아 고소 전 합의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가해자는 신용불량자라며 200만 원이 최대라고 버텼는데, 심앤이가 고소하면 벌금형만으로도 최소 500만 원 이상이 예상되고 손해배상 청구가 따로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압박하자 결국 금액을 올려 최종 350만 원에 합의했습니다(사건 보기). 합의는 되돌릴 수 없으므로 조건을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는 합의금·합의대행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서비스를 받는 쪽이었어도 위력이 인정됩니까?
인정된 사건이 있습니다. 거래 관계에서 만난 사이라면 방향이 반대여도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가전제품 판매 대리점 직원이 홈케어 서비스를 신청한 피해자의 집을 방문해 제품을 시연하면서, 마사지 기능이 있다며 동의 없이 옷을 들어 올려 속옷을 만지고 성적인 농담을 반복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 둘만 있어 피해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뒤에 검색해 보니 그 제품에는 마사지 기능이 아예 없었습니다.
1심은 피해자의 저항이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심앤이는 반려견 때문에 설치해 둔 홈캠 영상을 확보해 제출하고, 항소심이 한 번의 공판으로 끝나지 않도록 피해자 증인 출석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다시 진술할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항소심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으며,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과 취업제한 3년까지 명했습니다. 민사에서도 1,600만 원의 강제조정 결정이 내려졌습니다(사건 보기).
증거는 응대 현장과 회사 기록에 남습니다
낯선 손님이라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응대 업무는 오히려 기록이 많이 남는 일입니다. 아래는 어디를 먼저 보아야 하는지 정리한 것입니다.
| 어디에 | 무엇이 남는가 | 왜 급한가 |
|---|---|---|
| 매장·차량 영상 | 접촉 순간, 동선, 촬영 자세 | 보존 기간이 지나면 덮어쓰기 |
| 예약·배차·주문 기록 | 가해자 특정, 방문 일시 | 회사가 정리하면 사라짐 |
| 교체·중단 요청 기록 | 그날 피해를 알렸다는 사실 | 구두 요청은 남지 않음 |
| 동료·동행자 진술 | 행위와 직후 반응 | 퇴사하면 연락이 끊김 |
| 직후 메시지·통화 | 당시 상태와 표현 | 지우면 복구가 어려움 |
가장 빨리 사라지는 것은 영상입니다. 매장 영상은 보존 기간이 짧아 며칠 만에 덮어쓰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회사에 서면으로 보존을 요청하고 그 요청 자체를 남겨 두는 일이 먼저입니다. 요청을 받고도 지웠다면 그 사실이 다시 회사의 조치 의무 위반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동행자와 목격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특정이 어려워집니다. 그날 함께 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무엇을 보았는지를 기억이 선명할 때 적어 두시면 됩니다. 증거를 어디서부터 모을지 막막하시다면 증거가 없는 경우에 항목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단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에 대하여
이 말은 손님이 매출이고 피해자는 비용이라는 계산을 숨긴 문장입니다. 그러나 법은 반대로 정해 두었습니다. 고객의 성적 언동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사업주에게 있고,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형사처벌까지 받습니다. 참으라는 말은 조언이 아니라 회사가 자기 의무를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말입니다.
'서비스업이라 그렇다', '예민하게 굴면 일을 못 한다'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말들은 피해자를 직업 정체성으로 묶어 항의를 봉쇄합니다. 손님을 응대하는 일과 손님의 신체 접촉을 견디는 일은 애초에 같은 일이 아닙니다. 응대 노동자가 겪는 특유의 문제는 유흥업소 종사 피해자와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에서 각각 다루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길은 두 갈래이고 동시에 갈 수 있습니다. 회사에는 근무 장소 변경이나 응대 중단 같은 조치를 서면으로 요구하시고, 접촉이나 촬영, 메시지가 있었다면 회사의 답을 기다리지 말고 바로 고소하시면 됩니다. 앞의 사건들은 모두 심앤이가 피해자를 대리해 진행한 사건이고, 그중 어느 것도 피해자가 참아서 해결된 사건은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