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변호사 선임계는 사건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내는 곳이 달라집니다. 수사 중이면 사건을 맡은 경찰서 수사팀에, 송치됐으면 배당된 검찰청에, 기소됐으면 재판이 열리는 재판부에 냅니다. 선임계가 접수되는 순간부터 피해자 대리인은 사건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선임계는 형식적인 종이가 아닙니다. 그 한 장이 접수되기 전까지 변호사는 조사에 들어갈 수도, 기록을 요청할 수도, 수사관과 사건을 이야기할 수도 없습니다. 반대로 접수된 다음에는 첫 2주 안에 해야 할 일이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이 글은 단계별 제출처, 선임계가 여는 권한, 첫 2주 타임라인, 그리고 그 2주가 결과를 갈랐던 사건들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피해자 변호사 선임계는 어디에 냅니까?
내는 곳은 사건을 지금 쥐고 있는 기관입니다. 고소 전이라면 고소장을 접수할 경찰서, 수사 중이면 담당 수사팀, 송치 뒤에는 검찰청, 기소 뒤에는 법원 재판부입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단계가 넘어가면 다음 기관에 다시 냅니다.
| 사건 단계 | 선임계를 내는 곳 | 그때부터 열리는 것 | 먼저 하는 일 |
|---|---|---|---|
| 고소 전 | 고소장을 접수할 경찰서 | 고소 대리와 접수 확인 | 죄명 검토와 고소장 작성 |
| 경찰 수사 중 | 사건을 맡은 수사팀 | 조사 참여와 의견 진술 | 기존 조서·제출 자료 확보 |
| 검찰 송치 뒤 | 사건이 배당된 검찰청 | 처분 전 의견서 제출 | 보완수사 사항 확인 |
| 기소 뒤 재판 | 재판이 열리는 재판부 | 공판 출석과 의견 진술 | 공판기록 열람·등사 신청 |
| 판결 확정 뒤 | 대응 검찰청 | 재판확정기록 신청 | 민사에 쓸 기록 정리 |
표에서 눈여겨보실 칸은 오른쪽 두 개입니다. 단계가 뒤로 갈수록 열리는 권한은 넓어지는데, 그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좁아집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사건의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재판 단계에서는 이미 정해진 방향 안에서 의견을 더하는 일이 중심이 됩니다.
그래서 같은 선임계라도 언제 접수되느냐에 따라 값이 다릅니다. 단계별로 수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수사절차(경찰·검찰)에, 기소 뒤 법정에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재판절차(법원)에 정리돼 있습니다.
선임계 한 장으로 열리는 권한
근거 조문은 성폭력처벌법 제27조입니다.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은 형사절차에서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받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선임된 변호사에게는 네 가지 권한이 따라옵니다.
제27조 요지 — 변호사는 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구속 전 피의자심문과 증거보전절차, 공판준비기일과 공판절차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며, 증거보전 후의 관계 서류나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고, 피해자를 위한 소송행위에 포괄적 대리권을 가집니다.
이 가운데 피해자가 첫 2주에 체감하는 것은 두 번째와 세 번째입니다. 조사실에 함께 들어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 사건에 무슨 서류가 들어 있는지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구분해 두실 점이 있습니다. 조사 중에 변호사가 의견을 말하려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조사실에서 변호사가 대신 답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의 취지가 어긋나거나 사실이 잘못 정리될 때 바로잡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정확합니다.
선임 후 첫 2주, 날짜별로 무엇이 진행됩니까?
순서는 기록 확보, 사실 정리, 죄명 재검토, 조사 준비, 의견서 제출입니다. 아래 타임라인은 수사 단계에서 선임한 경우를 기준으로 한 일반적인 진행이고, 조사 날짜가 이미 잡혀 있으면 일정 조정이 맨 앞으로 옵니다.
| 시점 | 하는 일 | 왜 이 순서입니까 |
|---|---|---|
| 1~2일 | 선임계 접수, 담당 수사관 확인, 일정 조정 요청 | 조사 전에 시간을 벌어야 |
| 2~4일 | 진술조서·고소장·제출 자료 확보 | 기록에 무엇이 있는지 먼저 |
| 3~6일 | 시간순 사실 정리, 보유 자료 전부 회수 | 지워지기 전에 모아야 |
| 5~9일 | 죄명 재검토, 고소 보충서 작성 | 수사 방향이 굳기 전에 |
| 7~12일 | 조사 동행 준비, 예상 질문 정리 | 조서로 남기 전에 |
| 10~14일 | 첫 의견서 제출, 통지 신청 | 처분 판단이 시작되기 전에 |
맨 아래 칸의 통지 신청을 빠뜨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피해자는 신청이 있을 때 공소제기 여부와 공판의 일시·장소, 재판 결과, 피의자의 구속·석방 등을 통지받습니다(형사소송법 제259조의2). 신청하지 않으면 사건이 어디까지 갔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조사 날짜가 이미 잡혀 있다면 무엇부터 합니까?
일정 조정부터 합니다. 준비 없이 들어간 조사의 조서가 남는 것보다, 며칠 미루더라도 정리된 진술을 남기는 편이 낫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일을 배워 온 스승에게 피해를 입은 사건이 그랬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잠든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다가와 유사강간을 저질렀고, 통증에 깬 피해자에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사과했습니다. 피해자는 고소장은 접수했지만 이후 절차를 전혀 알지 못한 채 경찰조사를 앞두고 있었고, 착오로 자료도 제출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심앤이는 즉시 경찰에 선임계를 넣어 대리인 선임 사실을 알리고 조사 일정을 연기해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그 사이 진술 정리 양식을 보내 사실관계를 세우고, 삽입 여부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위해 수사기관에 DNA 감정을 요청했습니다. 감정 결과가 나오자 부인하던 가해자가 시인했습니다. 가해자가 7,000만 원을 공탁했지만 수령 의사가 없음을 공판에서 직접 밝혀 감형은 없었고, 1심은 징역 2년 6개월과 법정구속, 취업제한 3년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협상으로 합의금은 1억 원이 됐습니다(사건 보기).
잠든 사이 벌어진 사건에서 감정과 기록을 어떤 순서로 요청하는지는 준강간·준강제추행에 유형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혼자 받은 1차 조서부터 확보하는 이유
이미 조사를 받으신 경우라면 첫 주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문서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기억과 조서는 자주 어긋나고, 다음 조사는 앞 조서를 기준으로 진행됩니다.
동거 중이던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한 뒤 폭행과 강간 피해를 입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한 대화를 녹음해 두었다가 신고했고, 홀로 1차 경찰조사까지 마친 상태였습니다. 수사관이 더 구체적인 조사를 요청해 2차 조사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심앤이는 담당 변호사의 조사 동석을 위해 즉시 선임계를 제출하면서, 확보해야 하는 줄도 모르셨던 1차 진술조서를 함께 받아 사건을 분석했습니다. 그 위에서 진술의 방향을 여러 차례 가다듬어 2차 조사에 동석했고,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한 연락 내역과 지인들에게 피해를 알린 메시지, 지인 진술서를 증거로 냈습니다. 검찰은 강간죄로 기소를 결정했습니다(사건 보기).
첫 2주에 죄명과 가해자 범위를 다시 봅니다
기록을 받으면 죄명이 맞는지, 입건된 사람이 전부인지 다시 봅니다. 혼자 고소하신 경우 이 두 가지가 좁게 잡혀 있는 일이 많습니다.
학교 선후배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이 그랬습니다. 피해자는 술을 마시고 길에서 잠들었다가 다음 날에야 자신의 바지가 벗겨진 채 신체가 촬영됐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습니다. 가해자는 이를 부인했고, 고소가 진행되자 취하를 강요하며 협박했습니다. 피해자는 변호사 없이 1차 경찰조사를 마친 뒤 찾아오셨습니다.
선임계를 내고 고소장과 진술조서, 제출 자료를 모두 받아 보니 가해자는 동성 사이의 장난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었습니다. 심앤이는 촬영한 사람만이 아니라 잠든 피해자의 팔을 붙들고 옷을 벗긴 두 사람도 가담자로 보아 피의자를 3명으로 특정한 고소 보충서를 냈고, 목격자의 추궁에 가해자들이 스스로 인정한 녹음과 정신과 진료 기록을 더했습니다. 결과는 3명 전원 송치였습니다(사건 보기).
첫 의견서에는 무엇을 씁니까?
쟁점에 대한 답을 씁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적는 서면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지금 무엇 때문에 판단을 미루고 있는지를 확인한 뒤 그 지점만 정면으로 반박하는 서면입니다.
대학 동기의 자취방에서 2차 술자리를 이어가다 잠든 사이 추행 피해를 입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고소 뒤 검찰로 송치돼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다시 경찰 수사가 이어졌습니다.
심앤이는 선임계를 제출하고 정보공개청구로 혼자 조사받을 당시의 진술조서를 확인한 뒤, 담당 수사관에게 보완수사 사항부터 물었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부분이 쟁점이었습니다. 의견서에는 피해자가 옷을 벗은 사실이 없다는 점, 설령 그렇더라도 신체를 만져도 된다는 이해로 이어질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가해자가 범행 직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한 메시지를 정리해 담았습니다. 사건은 다시 검찰로 송치됐습니다(사건 보기).
2주가 지나기 전에 정리해 두실 것
첫 2주에 만들어 두는 것은 화려한 주장이 아니라 다음 단계에서 계속 쓰이는 재료입니다. 내 진술조서 사본, 시간순으로 정리된 사실관계, 지워지기 전에 회수한 대화와 진단서, 그리고 통지 신청입니다. 이 네 가지가 있으면 사건이 검찰로 가든 법정으로 가든 처음부터 다시 만들 일이 없습니다.
선임이 늦었다고 이 순서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재판 단계에서 선임하더라도 첫 2주에 하는 일은 같습니다. 기록을 받고, 사실을 세우고, 의견서를 냅니다. 순서를 지키면 뒤늦은 선임도 제 몫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