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의간음죄는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동의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강간을 판단하는 죄입니다. 지금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간음한 경우만 강간으로 처벌하기 때문에, 싫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강행된 성관계가 법정에서 무죄가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2022년에 있었던 한 유사강간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1시간 넘게 75차례나 그만하라고 말한 녹음이 남아 있었는데도 1심과 2심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여성신문·CBS노컷뉴스 보도). 피해자가 낸 재판소원은 2026년 6월 9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회부됐습니다.
심앤이는 이 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글은 비동의간음죄의 뜻과 현행 강간죄와의 차이, 지금 법이 피해자를 놓치는 지점, 실제 사건, 2007년부터 폐기만 반복된 입법 경과, 반대 논거에 대한 반박, 유엔 권고와 해외 입법, 법이 바뀌기 전에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비동의간음죄 뜻, 현행 강간죄와 무엇이 다릅니까?
비동의간음죄와 비동의강간죄는 같은 말입니다.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바꾸자는 입법안을 가리키고, 국회에 제출됐던 법안들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또는 "동의 없이"라는 문구를 썼습니다. 새 범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강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바로잡는 일입니다.
아래 표는 같은 사건을 두 기준이 어떻게 다르게 다루는지를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 구분 | 현행 강간죄(형법 제297조) | 비동의간음죄 |
|---|---|---|
| 법이 묻는 것 | 가해자가 폭행·협박을 했는가 | 피해자가 동의했는가 |
| 폭행·협박의 정도 |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 | 성립 요건이 아님 |
| 법정에서 나오는 질문 | 왜 더 저항하지 않았습니까 | 동의를 어떻게 확인했습니까 |
| 거부했지만 맞지는 않은 경우 | 무죄가 나올 수 있음 | 처벌 대상 |
| 몸이 굳어 아무 말도 못 한 경우 | 폭행·협박 입증에서 막힘 | 동의가 없었다면 처벌 대상 |
| 증명책임 | 검사 | 검사(바뀌지 않음) |
표에서 먼저 보실 곳은 셋째 줄입니다. 현행법에서는 조사실과 법정의 질문이 피해자를 향합니다. 얼마나 세게 밀쳤는지, 왜 소리를 지르지 않았는지, 왜 도망가지 않았는지를 피해자가 해명해야 합니다. 기준이 동의로 바뀌면 질문의 방향이 가해자 쪽으로 돌아갑니다.
마지막 줄도 중요합니다. 법이 바뀌어도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그대로 있습니다. 바뀌는 것은 누가 증명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증명하느냐입니다.
현행 강간죄가 피해자를 놓치는 지점은 어디입니까?
대법원은 강간죄의 폭행·협박을 아주 좁게 봅니다.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거나 저항하기가 현저히 어려울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폭행·협박의 개념 가운데 가장 좁은 것을 요구한다고 해서 최협의설이라고 부릅니다. 2005년에 이 기준을 조금 누그러뜨린 판결이 나왔지만 기준 자체는 남았습니다.
판시 취지 — 나중에 돌아보면 피해자가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거나 온 힘을 다해 저항하지는 않았다는 점만 들어, 폭행·협박이 그 정도에 못 미쳤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5도3071).
2023년 9월 21일 전원합의체는 강제추행죄에서 이 '항거곤란' 요건을 없앴습니다(대법원 2018도13877). 대법원은 항거곤란을 요구하는 것이 피해자에게 '정조'를 수호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입장을 전제한다고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판결이 바꾼 것은 강제추행뿐이고, 강간과 유사강간에는 옛 기준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더 중요한 대목이 있습니다. 같은 판결에서 대법원은 현행법을 해석하면서 피해자의 동의 부재만을 근거로 곧바로 성폭력범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법원이 해석으로 메울 수 있는 범위는 여기까지이고, 나머지는 국회가 법을 고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공백이 얼마나 큰지는 통계가 보여 줍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4년 상담통계(2025년 3월 발표)에서 피해 경위가 확인된 강간 피해상담 218명 가운데 폭행·협박이 없었던 경우가 70.2%(153명)였고, 법원 기준에 맞는 최협의의 폭행·협박은 7.3%(16명)에 그쳤습니다.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가 2019년 1~3월 전국 66개 성폭력상담소의 강간 상담 1,030명을 분석했을 때도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없었던 피해가 71.4%(735명)였습니다.
강간 피해 열 건 가운데 일곱 건이 강간죄의 문턱에서 걸러지는 구조입니다. 술에 취해 있었거나 상대가 직장 상사였다면 다른 죄명으로 갈 길이 있지만,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피해자는 거부했다는 녹음을 들고도 무죄 판결문을 받습니다.
저항하지 못한 피해자가 수사와 재판에서 겪는 일
심앤이가 진행한 사건에서도 같은 장면이 되풀이됩니다. 친구 집들이에서 처음 만난 남성이 아이들이 자는 방에 들어와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간음한 사건이 있습니다. 피해자는 바로 옆의 아이가 깨어 그 장면을 볼까 봐 소리를 지르지 못했습니다. 1심은 강한 저항이 없었다며 강간을 무죄로 보았고, 항소심에서 몸 위에 올라타 짓누른 것만으로도 저항을 제압하기에 충분했다는 의견서를 거듭 낸 끝에 강간까지 유죄로 뒤집혀 징역 2년 ·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습니다(사건 보기).
소속사 대표가 데뷔를 앞둔 연습생을 숙소 방까지 따라 들어와 양손을 눌러 제압한 사건도 있습니다. 피해자는 존댓말로 하지 말아 달라고 거부했지만 가해자는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팔에 남은 피멍 사진, 직후 지인과 AI 챗봇에게 도움을 구한 대화, 가해자의 사과 메시지를 묶어 낸 뒤에야 검찰이 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사건 보기).
출장지에서 스무 살 많은 상사에게 차 안과 숙소에서 추행당한 직원의 사건에서 가해자가 내놓은 변명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아 싫어하는 줄 몰랐다"였습니다. 날짜·장소별 범죄일람표와 의견서 세 차례로 위계 아래에서 저항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소명해 업무상위력추행과 퇴거불응으로 기소됐습니다(사건 보기).
세 사건 모두 피해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 간 방법을 보시기 바랍니다. 수사와 재판의 대부분이 피해자가 왜 더 저항하지 못했는지를 해명하는 데 쓰였습니다. 법이 처음부터 동의를 물었다면 필요 없었을 해명입니다.
비동의간음죄 발의와 폐기, 민주당 공약 철회까지의 경과
이 법은 새로운 주장이 아닙니다. 2007년에 처음 발의됐고, 그 뒤로 발의와 폐기만 반복됐습니다.
| 시기 | 있었던 일 | 결과 |
|---|---|---|
| 2007년(17대 국회) | 임종인 의원, 동의 없는 성적 행동 처벌 규정 첫 발의 | 임기 만료로 폐기 |
| 20대 국회(2018년 미투 이후) | 5개 정당이 개정안 10건 발의 | 전부 임기 만료로 폐기 |
| 21대 국회 | 백혜련(2020.6.)·류호정(2020.8.)·소병철(2021.9.) 의원안 3건 | 전부 임기 만료로 폐기 |
| 2023.1.26. | 여성가족부,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개정 검토 명시 | 법무부 반대로 약 9시간 만에 철회 |
| 2024.3.27. | 더불어민주당, 총선 10대 공약에 넣었다가 철회 | ”실무적 착오”라고 해명 |
| 2025.1. | 국민동의청원 2건이 각 5만 명을 넘겨 법제사법위원회 회부 | 심사기간 연장만 반복 |
| 2026.5. 기준 | 22대 국회 개원 2년, 발의된 법안 0건 | 의원 10명의 서명을 채우지 못함 |
2023년 1월 26일의 일은 상징적입니다. 여성가족부는 그날 오전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하며 강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여성가족부 스스로 2015년 제1차 기본계획부터 논의해 온 과제라고 설명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법무부가 개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여성가족부는 저녁에 기자단 문자로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물러섰습니다. 발표에서 철회까지 약 9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시 여당에서는 합의한 관계였는데도 나중에 무고당할 수 있다는 반대가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4년 3월 총선 10대 공약에 이 법을 넣었다가 비판이 나오자 검토 단계의 초안이 잘못 포함된 "실무적 착오"였다며 거둬들였습니다. 집권한 뒤에도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 이 법은 없었습니다(주간경향 2026년 8월 31일 보도). 2026년 6월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법무부와 입법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22대 국회의 성적표는 더 초라합니다. 투데이신문 2026년 5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개원 2년이 지나도록 관련 법안은 한 건도 발의되지 못했습니다. 두 의원실이 초안을 만들었지만 발의에 필요한 의원 10명의 서명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이 법안에 이름을 올릴 10명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2026년 9월 19일에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해도, 그 뒤 접수된 형법 개정안 가운데 동의 여부를 강간죄의 기준으로 삼는 법안은 없습니다. 반대한 정당도, 공약에 넣었다가 뺀 정당도 결과는 같습니다. 법은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비동의간음죄 반대 논거, 하나씩 따져 보겠습니다
반대론은 네 가지로 모입니다. 어느 것도 사실과 법리 앞에서 버티지 못합니다.
| 반대 논거 | 사실 | 근거 |
|---|---|---|
| 무고가 폭증한다 | 성폭력 무고 기소는 성폭력 피의자의 최대 0.78% | 대검찰청·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분석(2017~2018년) |
| 입증책임이 피고인에게 넘어간다 | 구성요건이 바뀌어도 증명은 검사 몫 |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
| 연인·부부 사이가 범죄가 된다 | 부부 사이 강간은 지금도 범죄 | 대법원 2012도14788 전원합의체 |
| 동의는 모호해서 재판할 수 없다 | 법원은 이미 ‘의사에 반하여’를 심리 중 |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
무고가 폭증한다는 주장부터 보겠습니다. 대검찰청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7월 발표한 분석에서, 2017년과 2018년 두 해 동안 검찰을 거친 성폭력 피의자는 71,740명이었는데 성폭력 무고로 기소된 사람은 약 556명, 많이 잡아도 0.78%였습니다. 가해자 쪽 고소로 시작된 무고 사건 824명 가운데 84.1%가 불기소됐고 유죄로 확인된 것은 49명, 5.9%였습니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0년 이슈페이퍼). 남발되는 것은 허위 고소가 아니라 가해자의 무고 역고소입니다. 거짓 고소는 지금도 형법 제156조로 처벌되고, 역고소를 당했을 때의 대응은 무고죄 방어에 정리돼 있습니다.
입증책임이 뒤집힌다는 주장은 형사재판의 기본을 무시한 말입니다. '동의가 없었다'는 것이 범죄의 성립 요건이 되면, 그 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하는 쪽은 검사입니다. 피고인이 동의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증명이 모자라면 지금과 똑같이 무죄가 선고됩니다. 준강간이나 업무상 위력 간음은 지금도 폭행·협박 없이 재판하지만 입증책임이 뒤집힌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연인 사이가 범죄가 된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연인과 부부 사이의 강요된 성관계는 이미 범죄입니다. 대법원은 2013년 5월 16일 전원합의체에서 혼인이 유지되고 있는 부부 사이에서도 강간죄를 인정했습니다. 관계는 동의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이 법이 처벌하는 것은 나중에 마음이 바뀐 관계가 아니라 그 순간 동의가 없었다는 점이 증명된 행위입니다.
동의가 모호하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불법촬영 재판은 촬영이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뤄졌는지를 매일 심리하고, 위력 간음 재판은 자유의사가 제압됐는지를 따집니다. 법원은 사람의 의사를 판단하는 일을 이미 하고 있습니다. 유독 강간에서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법리가 아니라 핑계입니다.
유엔 권고와 해외 입법, 한국만 제자리입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제8차 심의에서 형법 제297조를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 부재를 중심으로 고치라고 권고했고, 2024년 6월 제9차 최종견해에서 같은 권고를 다시 냈습니다.
권고 요지 — 적극적이고 자유로우며 자발적인 동의의 결여를 기준으로 강간을 정의하고, 동의 없는 모든 성적 행위를 포괄하도록 형법을 개정할 것(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제9차 최종견해, 2024년 6월).
위원회는 이 권고를 2년 안에 이행 상황을 서면으로 보고해야 하는 항목으로 지정했습니다. 그 2년이 지나는 동안 국회에는 법안 한 건이 없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움직였습니다. 독일은 2016년 11월부터 인식할 수 있는 의사에 반한 성적 행위를 처벌하고, 스웨덴은 2018년 7월 자발적 참여 여부를 기준으로 삼으면서 과실강간죄까지 만들었습니다. 스페인은 2022년 10월 동의의 정의를 형법에 넣었고, 우리와 법체계가 가까운 일본도 2023년 7월 강제성교등죄를 부동의성교등죄로 바꾸면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형성·표명·관철하기 어려운 상태 여덟 가지를 조문에 적었습니다.
법을 바꾼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스웨덴 범죄예방위원회(Brå)의 2025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강간 기소는 2017년 236건에서 2020년 455건으로 늘었습니다. 처벌되지 않던 피해가 법정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법이 바뀌기 전, 피해자에게 지금 의미는 무엇입니까?
비동의간음죄가 아직 없다고 해서 폭행·협박 없는 피해를 고소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술이나 수면 상태였다면 준강간, 상사나 교수였다면 업무상 위력 간음,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다면 의제강간과 아청법이 적용됩니다(지금 법으로 동의 없는 성관계는 어떻게 처벌되나).
강간죄로 가는 사건이라면 폭행·협박을 좁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법원은 유형력의 내용만이 아니라 경위, 관계, 당시와 그 뒤의 정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몸 위에 올라타 누른 것, 손목을 잡아 누른 것, 체격 차이, 문이 잠긴 방이었다는 사정이 모두 재료입니다. 죄명별 기준은 성폭행에, 술 때문에 기억이 끊긴 사건의 입증은 준강간·준강제추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그리고 저항하지 못한 이유를 사실로 적어 두시기 바랍니다. 옆에 아이가 자고 있었다, 상대가 데뷔를 결정하는 사람이었다, 몸이 굳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변명이 아니라 증거입니다. 직후에 보낸 메시지와 가해자의 사과처럼 이미 손에 있는 자료를 어떻게 묶는지는 증거가 없는 경우에 있습니다.
거부했는데도 강행된 성관계는 지금 법으로 처벌되든 안 되든 성폭력입니다. 법이 그 상식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을 뿐이고, 그 간극을 피해자가 해명으로 메우는 일은 끝나야 합니다. 법이 바뀔 때까지는 현행법 안에서 가장 넓은 길을 찾아 고소하시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