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건 기록을 받는 창구는 한 곳이 아닙니다. 수사 중에는 사건을 맡은 경찰서나 검찰청에, 불송치나 불기소로 끝나면 그 사건을 처리한 관서에, 기소돼 재판이 열리면 사건이 계속된 법원에, 판결이 확정된 뒤에는 기록을 보관하는 검찰청에 신청합니다. 단계마다 신청처가 다르고 받을 수 있는 범위도 다르기 때문에, 엉뚱한 곳에 낸 신청 한 장으로 몇 주가 그냥 지나갑니다.
기록은 나중에 참고할 자료가 아니라 다음 절차의 재료입니다. 이의신청서는 불송치 결정서를 반박하는 글이고, 증인신문 준비는 내 진술조서를 다시 읽는 일에서 시작하며, 민사 소장의 청구 원인은 공소장과 판결문에서 나옵니다. 기록을 손에 넣는 시점이 늦어지면 그 뒤의 모든 대응이 한 박자씩 밀립니다.
이 글은 단계별 신청처와 받을 수 있는 범위를 표로 정리하고, 피해자의 열람등사권이 가해자 측의 권리보다 어떻게 좁게 설계돼 있는지, 거부되거나 일부만 나왔을 때 무엇이 남는지를 순서대로 다룹니다.
단계별 신청처와 받을 수 있는 기록
먼저 전체 지도를 보겠습니다. 아래 표는 사건이 놓인 단계별로 어디에 신청해서 무엇을 받을 수 있는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 사건 단계 | 신청처 | 받을 수 있는 기록 | 근거 |
|---|---|---|---|
| 수사 중 | 담당 경찰서·검찰청 | 본인 진술이 적힌 부분, 본인이 낸 고소장·증거서류 | 수사준칙 제69조 제1항 |
| 불송치·불기소 뒤 | 사건을 처리한 관서 | 불송치 결정서, 불기소 이유서, 해당 사건 기록 | 수사준칙 제69조 제2항 |
| 기소 뒤 재판 중 | 사건이 계속된 법원 | 공소장, 공판조서, 증거목록, 증인신문 녹취서 |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 |
| 판결 확정 뒤 | 기록을 보관하는 검찰청 | 판결문 등본을 포함한 소송기록 | 형사소송법 제59조의2 |
표를 세로로 읽으면 한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단계가 뒤로 갈수록 받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집니다. 수사 중에는 사실상 내가 만든 서류만 돌려받는 수준이고, 재판이 열려야 상대방이 낸 서류와 법정에서 오간 내용까지 닿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거꾸로 세우면 손해입니다. 수사 단계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을 그때 받아 두지 않으면, 재판이 열릴 때까지 아무 근거 없이 기다리게 됩니다. 단계별 대응 전체는 수사절차(경찰·검찰)에 정리돼 있습니다.
수사 중에 받을 수 있는 것은 '내 것'까지입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서는 사건관계인이 본인의 진술이 기재된 부분과 본인이 제출한 서류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69조 제1항이 근거입니다.
조문 요지 — 피의자, 사건관계인 또는 그 변호인은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하여 본인의 진술이 기재된 부분과 본인이 제출한 서류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수사준칙 제69조 제1항).
여기서 말하는 사건관계인에 피해자가 들어갑니다. 같은 조 제5항은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도 위임장과 신분관계 증명서를 내면 대신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본인이 직접 관서를 찾기 어려운 상태여도 길이 막히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이 단계에서 가해자의 진술조서나 수사보고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내 진술이 적힌 조서와 내가 낸 서류가 경계선입니다. 가해자가 무엇을 다투는지는 서류가 아니라 담당 수사관에게 확인해 파악하고, 그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서로 대응하는 것이 이 시기의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피해자 진술 조서 열람은 언제 신청해야 합니까?
조사가 끝난 그 주에 신청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2차 조사나 증인신문은 짧아도 몇 달, 길면 1년 넘게 지난 뒤에 잡히는데, 그때 기억에 남은 표현과 조서에 적힌 표현이 어긋나면 가해자 측은 곧바로 진술이 바뀌었다고 공격합니다. 조서를 손에 쥐고 있어야 같은 사실을 같은 단어로 말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는 경로는 정보공개청구입니다. 정보공개포털(open.go.kr)에서 담당 관서를 지정해 청구하면 되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청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10일의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됩니다. 연장 통지가 오면 그 자체로 일정이 20일까지 밀린다는 뜻이므로, 기일이 잡혀 있다면 청구를 뒤로 미루면 안 됩니다.
군 내무반 선임에게 반복적으로 추행당한 사건이 기록 확보가 금액을 바꾼 예입니다. 의뢰인은 홀로 형사 절차를 진행하던 중 가해자로부터 100만 원짜리 합의 제안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심앤이는 민사 소장을 준비하면서 관할 검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공소장과 진술조서를 포함한 형사 기록 일체를 확보했고, 추행이 6회에 이른다는 점과 의뢰인의 정신적 피해를 기록으로 특정했습니다. 군형법 적용과 민사 청구를 함께 압박하자 가해자는 처음 금액의 10배인 1,000만 원을 제시했습니다(사건 보기). 군에서 달라지는 신고 경로와 보호조치는 군인 성범죄·군인등강제추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불송치 이유서는 어떻게 받습니까?
불송치 통지를 받은 뒤 그 사건을 처리한 경찰서에 신청합니다. 사법경찰관은 사건을 검사에게 보내지 않기로 하면 그 취지와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하게 돼 있고, 수사준칙 제69조 제2항은 여기서 더 나아가 불송치나 불기소로 끝난 사건의 기록 자체에 대해서도 사건관계인이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사의 처분으로 끝난 사건 기록에는 한 겹의 제한이 더 붙습니다. 검찰보존사무규칙은 불기소로 마무리된 사건 기록 가운데 본인의 진술이 적힌 서류는 열람까지, 본인이 제출한 서류는 열람과 등사까지 허용합니다. 내가 말한 내용을 눈으로 보고 받아 적을 수는 있어도 사본으로 들고 나오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단계의 요령은 방문 전에 확인할 항목을 미리 적어 가는 것입니다. 결정서에 적힌 판단 근거, 조사되지 않은 채 남은 쟁점, 내 진술 중 왜곡되거나 빠진 대목을 표시하며 읽으면 그 자리에서 이의신청서의 뼈대가 만들어집니다. 반박 논리를 세우는 방법은 불송치·불기소 대응에 단계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는 2026년 10월 2일부터는 불송치 이의신청에 3개월 기한이 붙으므로, 통지를 받은 날부터 일정을 세워 두시기 바랍니다(개정 내용 정리).
기소된 뒤 공판기록 열람·등사는 재판장이 허가합니다
재판이 시작되면 범위가 크게 넓어집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는 소송계속 중인 사건의 피해자, 피해자 본인의 법정대리인, 이들로부터 위임을 받은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변호사가 소송기록의 열람 또는 등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소장, 공판조서, 증거목록, 가해자 측 의견서, 증인신문 녹취서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다만 신청한다고 곧바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재판장이 피해자의 권리구제나 진술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허가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신청서에는 서류 이름만 적을 것이 아니라, 그 기록이 왜 필요한지를 한두 줄로 적어야 통과가 빠릅니다. 증인신문을 앞두고 있다거나, 가해자가 다투는 지점을 특정해 의견을 내려 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이유가 좋습니다.
대학생 소개팅 자리에서 강제추행 피해를 입은 사건에서는 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를 열람복사로 확보한 것이 결과를 갈랐습니다. 녹취서를 검토해 진술이 누락되거나 구체성이 부족했던 대목을 짚어 낸 뒤, 다음 공판기일 전에 의견서를 제출해 왜곡될 수 있었던 부분을 바로잡았습니다. 초범임에도 징역 8개월 · 집행유예 2년과 취업제한 3년이 선고됐습니다(사건 보기). 재판 단계에서 피해자가 쓸 수 있는 절차는 재판절차(법원)에 모여 있습니다.
가해자는 목록까지 보는데 피해자는 왜 허가를 받습니까?
법이 그렇게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에 따라 검사에게 증거로 신청할 서류, 증인의 인적사항이 적힌 서면, 자신의 주장과 관련된 서류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고, 같은 조 제5항은 서류의 목록에 대해서는 검사가 열람이나 등사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못 박습니다. 검사가 48시간 안에 거부 이유를 알리지 않으면 법원에 허용을 신청하는 길도 제266조의4에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피해자 쪽은 다릅니다. 제294조의4로 신청해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제7항은 그 허가 여부에 관한 재판에 대하여 불복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같은 사건에서 한쪽은 목록을 받을 권리와 법원에 다시 물을 절차를 가지는데, 다른 한쪽은 거부당해도 다툴 수단이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 제7항 — 제3항 및 제4항에 관한 재판에 대하여는 불복할 수 없다.
이 구조를 옹호하는 논리는 늘 같습니다. 기록이 공개되면 사건관계인의 명예와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것입니다. 확정기록의 제한 사유를 정한 제59조의2 제2항에도 그 문구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문구는 자기 피해 사실이 어떻게 기록됐는지 확인하려는 피해자 앞에서 더 자주 꺼내집니다. 피해자 보호를 명분으로 만들어진 제한이 정작 피해자의 접근을 막는 데 쓰이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배제입니다.
확정된 뒤에는 검찰청에 재판확정기록을 신청합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기록은 법원을 떠나 검찰청으로 갑니다. 형사소송법 제59조의2 제1항은 누구든지 권리구제, 학술연구 또는 공익적 목적으로 재판이 확정된 사건의 소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검찰청에 열람 또는 등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민사소송을 준비하는 피해자는 권리구제 목적에 그대로 해당합니다.
검사는 같은 조 제2항의 일곱 가지 사유에 해당하면 제한할 수 있지만, 소송관계인이나 이해관계 있는 제3자가 정당한 사유를 소명하면 그 제한은 풀립니다. 제한을 하는 경우에는 그 이유를 신청인에게 알려야 하고(제3항), 제한 처분에 불복할 때는 그 기록을 보관하는 검찰청에 대응한 법원에 취소나 변경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6항). 재판 중과 달리 여기서는 다툴 창구가 있습니다.
강제추행 피해자가 도리어 무고로 역고소당한 사건이 확정기록의 쓸모를 보여 줍니다. 의뢰인은 원사건 기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는데, 정보공개청구로 수사기록 일체를 확보하고 재판부에 열람·등사를 신청해 공소장과 판결문, 피고인 의견서까지 모았습니다. 이를 토대로 경찰 조사 전에 의견서를 내 무고할 동기가 없었다는 점을 정리했고, 무고 혐의는 불송치로 종결됐습니다(사건 보기).
거부되거나 일부만 나왔을 때 남는 수단
신청이 한 번에 통과되지 않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아래 표는 자주 마주치는 상황과 그때 남아 있는 선택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표의 마지막 열은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이미 본 조문들을 상황별로 되짚은 것입니다.
| 상황 | 자주 붙는 이유 | 남아 있는 선택지 |
|---|---|---|
| 수사 중 가해자 진술조서 요청 | 본인 진술도 본인 제출 서류도 아님 | 수사관에게 쟁점을 확인하고 의견서로 반박 |
| 공판기록 열람·등사 불허 | 범죄의 성질과 심리 상황 등 고려 | 불복 불가, 필요 범위를 좁혀 다시 신청 |
| 확정기록 일부 제한 | 명예·사생활 등 제59조의2 제2항 사유 | 대응 법원에 처분 취소·변경 신청 |
| 불기소기록 등사 거부 | 본인 진술 서류는 열람까지만 허용 | 현장에서 표시하며 읽고 항목을 특정해 재신청 |
| 정보공개청구 회신 지연 | 10일 이내 결정, 10일 연장 가능 | 연장 통지를 받아 두고 기한을 역산해 관리 |
표에서 반복되는 요령은 하나입니다. 막연히 전부를 달라고 하지 말고 필요한 서류와 이유를 특정하는 것입니다. 범위를 좁힌 신청은 제한 사유에 걸릴 여지도 줄어듭니다.
늦게 시작해도 기록부터 잡으면 흐름은 돌아옵니다. 공중화장실에서 불법촬영 피해를 입은 사건에서는 재판이 이미 진행 중인 단계에 대리인이 바뀌었습니다. 선임계를 낸 직후 정보공개청구와 기록복사로 의뢰인의 진술서, 이전 대리인이 낸 고소장, 변호사 의견서까지 확보한 뒤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고, 가해자가 처음 제시한 3,000만 원을 반성 없는 제안이라고 지적해 합의금 4,000만 원과 비밀유지·접근금지 조항까지 받아 냈습니다(사건 보기).
기록을 달라는 신청은 부탁이 아니라 권리 행사입니다. 단계마다 창구가 다르다는 사실 하나만 알고 있어도, 받아야 할 것을 제때 받고 거부된 이유를 다음 신청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사건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확인하시고, 그 단계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을 먼저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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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