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가 받는 합의금에는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소득세도 증여세도 내지 않고, 세무서에 따로 신고할 것도 없습니다. 합의서에 적힌 금액 전부가 피해자의 몫입니다.
그런데 협상 막바지에 가해자 측이 세금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 있습니다. "세금 22%를 떼고 보내겠다", "회사 비용으로 처리해야 하니 세금계산서를 끊어 달라"는 식입니다. 둘 다 법적 근거가 없는 요구이고, 실제로는 합의금을 깎거나 자기 세금을 줄이려는 수법입니다.
이 글은 합의금에 세금이 없는 근거, 받는 돈의 성격별 과세 여부, 세금계산서와 세금 공제 요구에 대응하는 법, 합의서에 적을 문구, 세무 전문가 확인이 필요한 경우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형사 합의금 세금, 왜 내지 않습니까?
소득세는 법이 과세 대상으로 열거한 소득에만 붙습니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은 기타소득을 '다음 각 호에서 규정하는 것'으로 한정하는데, 그 목록에서 배상금이 나오는 곳은 제10호 하나뿐입니다. 그마저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받는' 배상금이고, 시행령 제41조 제8항은 이를 재산권에 관한 계약을 어겨서 생긴 손해배상으로 좁혀 놓았습니다.
성범죄 합의금은 계약을 어겨서 받는 돈이 아닙니다. 범죄라는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을 돈으로 메우는 위자료입니다(민법 제750조·제751조). 목록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과세 대상 소득이 아니고, 국세청이 세법 해석 기준으로 삼는 기본통칙도 같은 취지입니다.
소득세법 기본통칙 21-0…1 제5항 요지: 위약금과 배상금에는 신체의 자유나 명예를 해하거나 정신상의 고통을 가한 것과 같이 재산권 외의 손해에 대한 배상 또는 위자료로 받는 금액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국세청 회신도 일관됩니다. 법원 판결로 받은 정신적·물질적 피해 배상금이 문제 된 사안에서 정신상의 고통에 대한 배상이나 위자료로 지급하는 보상금은 기타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했고(소득46011-399, 2000. 3. 30.), 이듬해에도 같은 답을 냈습니다(제도46011-11573, 2001. 6. 18.). 최근에는 계약의 위약이나 해약이 아닌 불법행위로 발생한 배상금은 제10호의 기타소득이 아니라고 회신했습니다(법령해석과-2332, 2021. 6. 30.).
용어를 하나 정리하겠습니다. 흔히 합의금은 비과세라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법이 특별히 세금을 면제해 준 소득이 아니라 처음부터 과세 대상 목록에 들어 있지 않은 돈입니다. 결론은 같습니다. 낼 세금은 0원이고, 적용할 세율 자체가 없습니다.
받는 돈의 성격별 과세 여부표
| 받는 돈 | 성격 | 과세 여부 | 근거 |
|---|---|---|---|
| 형사 합의금 | 범죄로 입은 정신적 손해의 배상(위자료) | 소득세 없음 |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기본통칙 21-0…1, 국세청 제도46011-11573 |
| 민사 판결·조정으로 받는 위자료 | 위와 같음 | 소득세 없음 | 국세청 소득46011-399 |
| 치료비·변호사 비용 등 실제 손해의 배상 | 불법행위로 생긴 손해의 보전 | 소득세 없음 | 국세청 법령해석과-2332 |
| 위자료에 붙은 지연손해금 | 위자료와 같은 성격 | 소득세 없음 | 국세청 기준-2018-법령해석소득-0177 |
| 위 돈에 대한 증여세 | 대가 없이 받은 돈이 아님 | 증여로 보지 않음 | 국세청 서면-2017-상속증여-0893 |
| 손해와 무관한 사례 성격의 돈 | 사례금 | 기타소득 과세 |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 사전-2024-법규소득-0691 |
| 회사가 주는 돈에 급여·퇴직위로금이 섞인 경우 | 항목마다 다름 | 세무 전문가 확인 | 같은 사전답변 |
표의 위 다섯 줄은 결론이 같습니다. 합의로 받든 판결로 받든, 이름이 위자료든 치료비든 범죄로 생긴 손해를 메우는 돈인 한 세금이 없습니다. 성범죄 피해자가 받는 돈은 거의 전부 여기에 들어갑니다.
증여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증여는 대가 없이 재산을 넘겨받는 것인데(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6호), 손해배상은 입은 손해를 메우는 돈이어서 무상이 아닙니다. 국세청은 피해 보상으로 받은 재산이 문제 된 사안에서 정신적 또는 재산상 손해배상의 대가로 받는 위자료는 조세포탈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증여로 보지 않는다고 회신했습니다(서면-2017-상속증여-0893, 2017. 4. 17.). 아래 두 줄은 주의가 필요한 경우이고, 뒤에서 하나씩 설명합니다.
합의금 세금 신고, 따로 해야 합니까?
하지 않습니다. 종합소득세 신고는 과세 대상 소득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위자료는 신고서에 적을 소득이 아닙니다. 증여세 신고 대상도 아닙니다.
다만 서류는 남겨 두어야 합니다. 나중에 큰돈의 출처를 설명해야 할 일이 생기면 합의서와 입금 내역, 판결문이나 조정조서가 이 돈이 범죄 피해에 대한 배상이라는 증빙이 됩니다. 합의서 원본, 입금 확인 자료, 형사 판결문은 버리지 말고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합의금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구받았다면
거절하시면 됩니다. 세금계산서는 사업자가 재화나 용역을 공급할 때 공급받는 쪽에 발급하는 서류입니다(부가가치세법 제32조 제1항). 피해자는 무엇을 판 사람이 아니고, 합의금은 물건값이나 용역의 대가가 아닙니다. 발행할 의무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발행할 방법 자체가 없습니다.
이 요구는 대개 가해자가 사업자이거나 법인 대표일 때 나옵니다. 합의금을 사업상 비용처럼 꾸며 자기 세금을 줄이려는 것입니다. 피해자에게 사업자등록이 있다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실제 공급 없이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으면 발급한 쪽도 3년 이하 징역 등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3항). 가해자의 절세를 위해 피해자가 처벌 위험을 질 이유가 없습니다. 가해자 쪽 장부 처리는 가해자가 풀 문제이고, 피해자가 내줄 서류는 합의서와 수령 확인뿐입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꼭 받아 두어야 하는 세금계산서가 있습니다.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에게서 받는 선임료 세금계산서와 영수증입니다. 이 서류가 나중에 돈이 됩니다.
같은 부서 상사에게 준유사강간 피해를 입은 의뢰인 사건에서 가해자는 항소심에 가서야 혐의를 인정하고 3천만 원을 공탁했고 징역 2년이 선고됐습니다. 심앤이는 이어진 민사소송에서 형사사건에 든 변호사 수임료와 치료비, 휴업손해, 위자료를 청구했고, 법원은 가해자의 감액 주장을 물리치고 3,652만 원을 인용했습니다(사건 보기). 지출 증빙을 갖춰 두면 변호사 비용까지 가해자에게 받아낼 수 있고, 챙겨 둘 서류 목록은 변호사비용 청구 편에 있습니다.
'세금 떼고 주겠다'는 합의금 세금 공제 요구, 몇 퍼센트가 맞습니까?
맞는 퍼센트는 없습니다. 가해자 측이 말하는 22%는 기타소득 원천징수세율 20%(소득세법 제129조)에 그 10분의 1인 지방소득세를 더한 숫자입니다. 원천징수는 과세 대상 소득을 지급하는 사람이 세금을 미리 떼어 내는 제도인데(소득세법 제127조), 위자료는 기타소득이 아니므로 뗄 세금이 처음부터 없습니다.
그러니 이 요구의 정체는 둘 중 하나입니다. 세법을 모르거나, 알면서 합의금을 22% 깎으려는 것입니다. 3천만 원 합의라면 660만 원이 사라지는 제안입니다.
가해자 측의 첫 제안은 원래 낮습니다. 헬스 트레이너에게 강제추행 피해를 입은 의뢰인 사건에서 가해자 측은 공탁금을 포함한 민형사 통합 1,500만 원을 내밀며 빚이 많아 더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심앤이는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그 조건으로는 합의할 이유가 없다고 잘랐고, 가해자는 3,000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비밀유지·접근금지 조항이 붙었고 항소심 형은 징역 10개월 · 집행유예 2년이었습니다(사건 보기).
'돈이 없다'가 통하지 않으면 '세금'이 나올 뿐, 깎으려는 시도라는 본질은 같습니다.
대응은 간단합니다. 합의서에 어떤 명목의 공제도 없이 전액을 지급한다고 적고, 입금액이 합의서 금액과 같은지 확인한 뒤에 처벌불원서를 내는 것입니다. 이미 세금 명목으로 떼인 채 받았다면 합의서 금액과의 차액을 요구할 수 있고, 세무서에 납부됐다고 하면 돌려받는 절차를 세무 전문가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국세청은 이름이 아니라 실질을 봅니다, 합의서에 적을 문구
국세청은 돈의 이름이 아니라 실질로 과세 여부를 가립니다. 2024년 사전답변에서 국세청은 합의에 따라 받는 위자료라도 명칭과 상관없이 사례금에 해당하면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고, 정신적 피해 등의 손해에 대한 위자료이면 과세하지 않으며, 어느 쪽인지는 약정의 동기와 경위, 위자료의 성격, 지급 사유와 조건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했습니다(사전-2024-법규소득-0691, 2024. 12. 18.).
사례금으로 본 예도 있습니다. 공사장 소음·일조권 분쟁에서 국세청은 실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금은 기타소득이 아니지만, 권리가 침해되지 않을 정도의 불편을 감수한 데 대한 사례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주는 합의금은 기타소득이라고 했습니다(법령해석과-3127, 2018. 11. 30.).
성범죄 합의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범죄라는 불법행위와 실제 손해가 전제된 배상이고, 대법원도 처벌불원 의사를 얻으려고 지급한 형사 합의금을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봅니다(대법원 1996. 9. 20. 선고 95다53942). 그래도 합의서가 돈의 성격을 흐리게 적으면 불필요한 다툼의 빌미가 됩니다. '위로금', '사례', '성의 표시' 같은 표현은 빼고 손해배상이라는 점을 문장으로 박아 두어야 합니다.
예문: “갑은 이 사건 범죄행위로 을이 입은 정신적 손해의 배상금(위자료)으로 금 ○○○원을 지급한다. 갑은 세금 등 어떤 명목으로도 위 금액에서 공제하지 않는다.”
회사가 주는 합의금 세금처리, 급여와 섞일 때
직장 내 사건에서는 가해자 개인이 아니라 회사가 돈을 내는 일이 있습니다. 회사는 돈을 지급할 때 원천징수 의무를 지는 입장이라 세금 처리에 예민합니다. 위 사전답변의 사안에서도 회사는 밀린 급여는 근로소득으로, 위자료와 지연이자는 사례금 등 기타소득으로 보아 세금을 떼고 지급했고, 그 처리가 맞는지를 두고 질의가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회사와 합의할 때는 한 장의 합의서에 성격이 다른 돈을 뭉뚱그려 적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밀린 급여나 퇴직위로금처럼 근로관계에서 나오는 돈은 근로소득이나 퇴직소득으로 과세되고, 성희롱·성추행 피해에 대한 위자료는 과세되지 않습니다. 항목과 금액을 나눠 적어야 위자료 부분까지 세금이 떼이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돈의 성격이 섞이는 합의는 서명 전에 세무 전문가 확인을 거치시기 바랍니다. 회사 신고와 형사 고소 가운데 무엇을 먼저 할지는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편에서 다룹니다.
민사 판결로 받는 위자료와 지연이자, 합의 뒤의 반환 요구
합의가 아니라 민사소송으로 받는 돈도 같습니다. 판결이든 조정이든 위자료와 치료비 같은 손해배상금 본체에는 소득세가 없습니다. 배상액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민사 손해배상 편을 보시면 됩니다.
판결금에 붙는 지연이자도 위자료에 붙은 것이라면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판결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금 2천만 원과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받은 사람에게 세무서가 이자 부분의 종합소득세 신고 안내문을 보낸 일이 있었는데, 국세청은 손해배상금과 그 지연손해금 모두 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정리했습니다(기준-2018-법령해석소득-0177, 2018. 8. 16.). 세무서 안내문이 오더라도 이 해석을 근거로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밀린 임금처럼 과세되는 돈에 붙은 지연이자는 기타소득으로 봅니다(위 2024년 사전답변). 판결금에 위자료 말고 다른 항목이 섞여 있고 지연이자가 크다면 항목별 처리를 세무 전문가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합의금이 입금된 뒤에 세금 문제가 생겼으니 일부를 돌려 달라는 연락이 오더라도 응할 이유가 없습니다. 위자료에는 가해자가 대신 낸 세금도, 피해자가 돌려줄 세금도 없습니다.
합의 뒤의 반환 요구가 어디까지 가는지 보여 주는 사건이 있습니다. 성추행 피해를 합의로 마무리한 의뢰인이 있었습니다. 합의 덕에 기소유예로 끝난 가해자는 돌변해 낸 돈을 도로 내놓으라며 연락을 퍼붓고 가족까지 협박했고, 거꾸로 의뢰인을 고소하기까지 했습니다. 심앤이는 공갈미수·협박·무고·스토킹 혐의를 하나하나 짚은 고소장을 냈고, 경찰은 전부 인정해 사건을 검찰로 넘겼습니다(사건 보기).
이런 연락은 직접 다투지 말고 그대로 보존하시기 바랍니다. 합의서에 넣을 조항과 상대가 어겼을 때의 대응은 합의금·합의대행 편에 나와 있습니다.
합의금은 피해에 대한 배상이지 소득이 아닙니다. 세금을 이유로 금액을 깎거나 서류를 요구하는 말에는 근거 조문이 무엇인지 되물으시면 됩니다. 합의서에 돈의 성격을 위자료로 분명히 적고, 전액이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서류를 보관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