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추행인지 여부를 만진 부위의 경중이나 가해자가 말하는 의도로 가르지 않습니다. 거부 의사에 반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접촉이 있었는지를 행위 자체로 판단하고, 대법원은 2023년에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라는 종전 요건마저 폐기했습니다. 그래서 '장난이었다', '어깨를 주물렀을 뿐이다'라는 변명은 법리상 이미 설 자리가 좁습니다.
군 사건에서 이 판례들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부대 안에서 추행은 분위기나 군기, 남자들끼리의 장난이라는 말로 덮이고, 그 말이 그대로 조사실과 법정의 방어 논리로 옮겨 옵니다. 판례가 무엇을 정해 두었는지 알고 있으면 그 말이 왜 통하지 않는지를 고소장 단계부터 적어 넣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군인등강제추행 사건에서 반복해 인용되는 대법원 판결 다섯 건을 사건번호와 선고일로 정리하고, 쟁점별로 그 판시가 어떤 변명을 막는지를 순서대로 설명했습니다.
군인등강제추행 판례 다섯 건, 무엇을 정한 판결입니까?
아래 다섯 건은 성격이 다릅니다. 두 건은 군인등강제추행 사건 자체에서 나온 판결이고, 세 건은 강제추행 일반의 법리를 정한 판결이지만 군 사건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군형법 제92조의3은 죄명과 법정형만 다를 뿐 추행의 성립 기준은 형법 강제추행과 같기 때문입니다.
| 사건번호 | 선고일 | 사건명 | 정한 것 |
|---|---|---|---|
| 2001도2417 | 2002. 4. 26. | 강제추행 | 추행의 판단 기준,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인 경우도 포함 |
| 2014도13529 | 2014. 12. 24. | 군인등강제추행·추행·폭행 | 군인등강제추행은 성폭력처벌법상 성폭력범죄이자 등록대상 성범죄 |
| 2019도15994 | 2020. 3. 26. | 강제추행 | 기습추행에서 폭행의 정도, 회식 중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 |
| 2018도13877 | 2023. 9. 21. | 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 | 전원합의체, 폭행·협박이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 없음 |
| 2024도12324 | 2024. 11. 28. | 군인등강제추행 | 항소심은 1심의 진술 신빙성 판단을 함부로 뒤집을 수 없음 |
표를 위에서 아래로 읽으면 방향이 하나로 모입니다. 성립 요건은 넓어지고, 피해자 진술을 배척할 수 있는 사유는 좁아졌습니다. 2002년 판결이 부위의 경중을 기준에서 밀어냈고, 2023년 전원합의체가 저항의 정도라는 문턱을 없앴으며, 2024년 판결은 1심이 믿은 진술을 항소심이 쉽게 뒤집지 못하도록 못을 박았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가해자 측이 쓸 수 있는 방어는 사실관계 다툼으로 좁아졌습니다. 그러니 피해자 쪽 준비도 법리 논쟁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무엇이 있었는지를 특정하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실효가 있습니다.
추행의 의미, 부위의 경중으로 갈리지 않습니다
군 사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반박은 어깨나 허리를 만진 정도인데 추행이냐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 질문에 2002년에 이미 답을 내놓았습니다. 부위를 나열해 재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어떤 의사를 밝혔는지, 두 사람의 나이와 성별, 그전까지의 관계, 그 행위가 나오게 된 정황, 접촉의 방식과 반복 여부, 그 자리의 객관적 상황을 함께 놓고 신중히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판시 요지 — 추행이란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만한 행위이자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대법원 2001도2417, 2002년 4월 26일 선고).
같은 판결은 강제추행의 또 다른 형태를 인정했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 추행하는 경우뿐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곧 추행인 경우도 강제추행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기습추행이고, 이때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의 의사를 꺾을 만한 것이어야 하지 않으며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이 있었다면 힘의 세기를 묻지 않습니다.
2020년 판결은 이 법리를 구체적인 장면에 적용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직원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가 문제 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기습추행의 폭행 정도와 추행의 의미를 다시 확인했습니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술자리, 짧은 접촉, 웃으며 한 행동이라는 조건이 전부 갖춰져도 추행이 됩니다.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는 문턱이 사라졌습니다
2023년 9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을 다시 정의했습니다. 종전 판례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요구했는데, 이 판결은 그 기준을 폐기하고 형법상 폭행죄나 협박죄에서 말하는 폭행·협박이면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시 요지 —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않고, 상대방의 신체에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을 고지해 추행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대법원이 든 이유 가운데 하나가 종전 법리가 사실상 '피해자다움'을 요구해 왔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지를 따지는 기준은 저항하지 못한 피해자에게 책임을 되돌립니다. 이 판결로 '왜 소리치지 않았느냐', '왜 밀쳐 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은 법리적 근거를 잃었습니다.
군 사건에는 이 변화가 특히 크게 작용합니다. 계급이 위에 있는 사람의 접촉을 뿌리치는 일은 물리적 힘의 문제가 아니라 복무 전체가 걸린 문제입니다. 저항의 강도를 재던 기준이 사라졌으니, 조사에서 답해야 할 것은 얼마나 저항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있었는가로 바뀝니다.
군대 성추행 사례에서 '장난'이라는 변명이 깨지는 방식
법리가 넓어졌어도 변명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군 사건의 가해자는 대개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보다 의미를 바꿔 말합니다. 장난이었다, 친해서 그랬다, 복장을 봐 준 것이다, 남자들끼리 흔한 일이다 같은 문장입니다. 이 변명이 깨지는 자리는 법리가 아니라 사실의 밀도입니다.
맞선임이 밤마다 후임의 생활관을 찾아와 성적인 말을 늘어놓으며 잠을 방해했고, 시간이 지나자 신체 접촉으로 옮겨 가 엉덩이와 가슴을 만지고 옷 위로 성기를 만지는 행위를 반년 가까이 반복한 사건이 있습니다. 심앤이는 고소보충서에 열 차례의 추행을 하나씩 일시와 장소, 방법으로 나눠 적은 범죄일람표를 붙였고, 싫다고 밝힌 뒤에도 접촉이 이어졌으니 추행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고, 누가 보더라도 성적 수치심을 느낄 행위였다는 두 가지를 의견서의 축으로 세워 '남자끼리 한 장난'이라는 변명이 설 자리를 없앴습니다. 세 차례 경찰조사를 거쳐 군인등강제추행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사건 보기).
변명이 구체적인 사실을 내세울 때는 그 사실의 전제를 무너뜨립니다. 선임이 어깨와 허리를 반복해 만지고 옷 안으로 손가락을 넣은 사건에서 가해자는 복장 검사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심앤이는 동등한 병사 사이에는 복장 검사 권한 자체가 없고 피해자가 그전까지 복장으로 지적받은 적도 없다는 점을 의견서로 반박했으며, 동기들의 진술서로 7회의 추행을 날짜·장소별로 특정해 군인등강제추행 송치를 받아냈습니다(사건 보기).
동성 간 사건에서 죄명과 절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동성 성추행·남성 피해자에 정리돼 있습니다.
계급과 위계는 왜 저항하지 못한 사정이 됩니까?
계급이 만든 것은 거부의 어려움이지 동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시를 따라야 하는 관계에서 손을 뿌리치면 그날 이후의 복무 전체가 불편해지고, 부대는 옮길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판례가 관계와 경위를 판단 요소로 넣어 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접촉이라도 누가 누구에게 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부대에 갓 전입한 20대 여성 간부가 직속 상관에게 피해를 입은 사건이 그 구조를 보여 줍니다. 가해자는 업무상 자연스러운 행동인 것처럼 꾸며 허리에 팔을 두르거나 뺨을 쓰다듬는 접촉을 수십 차례 되풀이했는데, 형사에서는 벌금 400만 원에 그쳤습니다. 심앤이는 가해자가 인사권을 내세워 피해자를 눌렀던 정황, 수사와 재판 내내 이어진 2차 가해를 항목별로 입증해 민사에서 위자료 1,500만 원을 인용받았습니다(사건 보기).
여기서 짚어 둘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군형법이 추행을 따로 무겁게 처벌하는 것을 군기 유지 장치로만 읽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렇게 읽으면 피해자는 '군기 문란 사건의 관련자'가 되고 피해는 부대 관리의 문제로 축소됩니다. 대법원은 군인등강제추행이 형법 강제추행의 가중적 구성요건이며 성폭력처벌법상 성폭력범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2014도13529). 보호되는 것은 부대의 질서가 아니라 피해자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입니다.
군 성범죄 사례에서 항소심이 1심을 뒤집으려면
1심에서 유죄가 나와도 가해자가 항소하면 재판이 이어집니다. 이때 피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같은 진술이 항소심에서 다르게 평가되는 상황인데, 대법원은 2024년 군인등강제추행 사건에서 그 한계를 분명히 했습니다. 항소심은 1심 증인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이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4도12324).
판시 요지 — 피고인이 부인하고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직접증거인 사건에서는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 논리적 정합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며, 부수적인 사항에 관한 진술이 다소 일관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습니다.
이 판결에서 항소심은 1심이 이미 고려한 사정이나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수적 사정을 들어 무죄로 판단했고, 대법원은 그 점을 법리 오해로 보고 파기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이 판시가 갖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다툼의 대상은 핵심 사실이고, 사소한 기억의 차이는 신빙성을 무너뜨리는 재료가 되지 못합니다.
물증이 거의 남지 않는 사건에서 진술을 어떻게 보강하는지는 증거가 없는 경우에 항목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는 (성인지 감수성 판결 해설)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따라오는 것
군인등강제추행은 성폭력처벌법상 성폭력범죄이자 신상정보 등록대상 성범죄입니다. 2014년 대법원 판결은 이 죄가 형법 강제추행과 행위 태양이 같은 가중 유형이므로 등록대상에서 뺄 이유가 없다고 보았고, 법원이 신상정보 제출의무 고지를 빠뜨렸다면 그 법원이나 상급심이 다시 고지할 수 있으며 그것이 형의 불이익한 변경이 되지도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도13529).
부대 안에서 징계로 끝내자는 말이 나올 때 이 판결이 답이 됩니다. 징계는 복무상의 조치일 뿐이고, 형사절차를 거쳐 확정된 유죄 판결에는 등록과 취업제한 같은 효과가 따라붙습니다. 두 절차는 서로를 대신하지 않으며, 그 갈래는 군인 성범죄·군인등강제추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확정된 유죄 판결은 민사에서도 쓰입니다. 손해배상 청구에서 형사판결은 유력한 증거가 되고, 형사에서 처벌이 가벼웠더라도 위자료 액수까지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앞의 여성 간부 사건이 그 예입니다.
판례를 고소장과 진술에 옮겨 적는 방법
판례를 아는 것과 쓰는 것은 다릅니다. 아래는 군 사건에서 반복되는 변명과 그것을 막는 판시, 그리고 함께 준비할 자료를 묶은 표입니다.
| 가해자의 변명 | 근거가 되는 판시 | 준비할 자료 |
|---|---|---|
| 어깨·허리를 만졌을 뿐이다 | 부위가 아니라 의사·관계·경위·행위 태양으로 판단(2001도2417) | 거부 의사를 밝힌 시점과 방법의 기록 |
| 장난이고 친해서 그랬다 |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이면 힘의 세기를 묻지 않음(2001도2417) | 반복 횟수를 특정한 범죄일람표 |
| 저항하지 않았으니 동의다 |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를 요구하지 않음(2018도13877) | 계급·보직 관계와 거부 시 불이익 |
| 술자리에서 스친 것이다 | 회식 중 접촉도 기습추행에 해당(2019도15994) | 동석자 진술서, 좌석과 동선 |
| 진술이 조금씩 다르다 | 부수적 사항의 불일치로 배척 불가(2024도12324) | 핵심 사실 중심의 시간순 메모 |
| 군기 문제로 처리하면 된다 | 성폭력처벌법상 성폭력범죄에 해당(2014도13529) | 부대 신고·상담 기록 |
표를 세로로 읽으면 준비할 자료가 결국 두 갈래로 모입니다. 거부 의사를 언제 어떻게 밝혔는지, 그리고 그 뒤에도 무엇이 몇 번 반복됐는지입니다. 판례가 정해 둔 판단 요소를 그대로 채워 넣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군 사건의 고소장은 법리를 길게 쓸 필요가 없습니다. 위 표의 오른쪽 칸을 채운 문서가 왼쪽 칸의 변명을 이미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판례는 피해자에게 완벽한 저항을 요구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고, 그 자리에서 남은 일은 사실을 정확히 적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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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