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서 벌어진 성폭력도 경찰에 고소할 수 있습니다. 교단이 이미 징계를 했든 아직 아무 조치가 없든 고소는 막히지 않고, 고소했다는 이유로 교단 절차가 멈추지도 않습니다. 두 절차는 애초에 다른 것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신고를 망설이는 이유는 법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그 사람이 나를 위해 기도해 준 사람이고, 내가 신앙을 배운 공동체 전체가 그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사정이 사건에서는 위력의 재료가 됩니다. 존경과 신뢰를 오래 쌓아 거절할 수 없는 관계를 만든 과정은, 나중에 상대가 꺼낼 합의된 관계였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깨는 근거가 됩니다.
이 글은 교회 성폭력에 붙는 죄명, 교단 절차와 형사 고소의 차이, 신앙을 이용한 위력을 무엇으로 입증하는지, 공동체가 피해자를 밀어낼 때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교회 성폭력에 어떤 죄명이 붙습니까?
행위마다 붙는 죄명이 다릅니다. 성인 피해자에게는 그루밍이라는 이름의 죄가 따로 없어서, 무엇을 당했는지에 따라 조문이 갈립니다. 술에 취해 의식이 없거나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한 간음은 준강간이고, 형법 제299조는 이를 강간죄와 같은 예에 따라 처벌합니다. 신도라는 관계를 이용해 관철한 간음은 형법 제303조 제1항의 업무상위력등에의한간음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기도나 안수를 빙자해 몸을 만진 경우는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이거나,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입니다. 뒤의 조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 법정형이 훨씬 낮습니다. 어느 죄명으로 고소장을 쓰는지가 결과를 바꾸므로 처음부터 따져야 합니다.
형법 제299조 요지 —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의 예에 의해 처벌합니다.
종교적 권위 자체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든다고 본 확정 판결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2019년 8월 9일 상습준강간 등으로 기소된 교회 설립자의 상고를 기각했고(2019도7225), 신도들이 종교적 권위에 억눌려 항거하지 못한 상태를 이용했다고 본 원심이 유지되면서 징역 16년이 확정됐습니다. 몸으로 누른 적이 없다는 항변은 이 구조 앞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교단 징계와 형사 고소, 무엇이 다릅니까?
셋은 서로를 막지 않고, 하나가 끝나야 다음이 열리는 것도 아닙니다. 무엇을 먼저 할지는 지금 가장 급한 것이 무엇인지로 정하면 됩니다. 가해자의 처벌이 급하면 형사, 같은 예배 공간에서 마주치지 않는 것이 급하면 교단 절차, 치료비와 위자료가 급하면 민사입니다.
| 갈래 | 판단하는 곳 | 다루는 것 | 피해자의 지위 | 나오는 결과 |
|---|---|---|---|---|
| 교단 내부 절차 | 당회·노회·총회 재판국 등 | 가해자의 직분과 교인 자격 | 당사자가 아닌 신고인 | 면직·정직·제명 |
| 형사 고소 | 경찰·검찰·법원 | 범죄 성립과 형벌 | 고소인이자 피해자 | 징역·벌금·취업제한 |
| 민사 소송 | 민사 법원 | 정신적 손해의 배상 | 원고 | 위자료 |
표에서 가장 중요한 칸은 피해자의 지위입니다. 교단 절차에서 피해자는 가해자를 심의하는 자리의 당사자가 아니라 신고인에 그칩니다. 결과가 정직 몇 개월로 끝나도 그 결정 자체를 다투기가 어렵고, 절차와 기한은 교단 헌법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신고서 사본과 회신은 반드시 문서로 받아 두셔야 합니다.
반대로 형사 절차에서 피해자는 고소인입니다. 진술과 증거로 사건을 끌고 갈 수 있고,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툴 통로가 있습니다. 교단이 조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몇 달이 흐른다면 그 시점에 고소로 넘어가면 됩니다.
주의하실 점이 하나 있습니다. 교단 조사에서 한 진술과 경찰에서 할 진술은 같은 사실관계여야 합니다. 내부 절차에서는 공동체를 배려한다고 표현을 흐리거나 피해를 줄여 말하기 쉬운데, 그 문서가 나중에 그대로 수사기록에 붙습니다. 양쪽에 다른 이야기를 남기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원칙입니다.
신앙을 이용한 위력은 무엇으로 입증합니까?
위력은 물리력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위력을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 보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가리지 않으며 행위자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위력에 포함된다고 판시했습니다(2019. 9. 9. 선고 2019도2562). 교회에서 그 지위는 직분 임명권, 상담자의 자리, 선교나 봉사 인원 선발, 공동체 안에서의 평판입니다.
| 확인하는 것 | 교회 사건에서의 모습 | 남는 자료 |
|---|---|---|
| 지위가 무엇을 쥐고 있었나 | 직분 임명, 상담, 선교·봉사 선발 | 임명 공지, 단체 대화방, 일정표 |
| 관계가 언제 사적으로 바뀌었나 | 심야 개인 상담, 단둘의 외부 약속 | 통화 기록, 메시지, 예약 내역 |
| 거절에 무엇이 돌아왔나 | 봉사 배제, 믿음이 약하다는 평가 | 공지, 들은 사람의 진술 |
| 당시 몸 상태가 어땠나 | 만취, 수면, 약물 | 진료·처방 기록, 결제 내역 |
| 사건 뒤 상대가 한 말 | 사과 방문, 조용히 하자는 중재 | 녹음, 문자 |
표를 세로로 읽으면 대부분의 칸이 교회가 이미 만들어 둔 기록이라는 점이 보입니다. 주보와 단체 대화방, 봉사자 명단, 헌금이나 수련회 결제 내역은 지위와 관계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신앙적인 의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그루밍·가스라이팅에 유형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이 나왔다면
기도라서 만졌다, 영적인 훈련이었다, 하나님이 붙여 주신 관계다. 이런 말은 변명이 아니라 범행의 수단입니다. 피해자가 거절을 신앙의 실패로 느끼도록 만들어 저항을 미리 지워 버리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이 오갔다면 감출 것이 아니라 그대로 진술에 적으셔야 합니다.
용서를 강요하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용서는 피해자가 스스로 정하는 문제이고, 고소를 포기하라는 요구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교회의 명예가 훼손된다는 말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책임을 옮기는 문장이므로 받아들이실 이유가 없습니다.
교회를 지키는 방법이 피해자를 침묵시키는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틀렸습니다. 성직자가 신도를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는 공동체를 무너뜨린 원인이지 공동체가 감당할 시험이 아닙니다. 덮는 쪽을 선택한 교회는 같은 가해자에게 다음 피해자를 만들어 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3년이 지나 고소를 결심한 신도
심앤이가 진행한 사건입니다. 대학생 신도였던 피해자는 종교 활동에서 알게 된 지도자를 깊이 신뢰하고 있었습니다. 종교생활을 상담해 주겠다는 말에 단둘이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 장소가 술집으로 바뀌었고, 권하는 대로 마시다 만취해 의식이 흐려진 사이 모텔로 옮겨져 강간당했습니다.
그날 아침 산부인과 진료와 사후피임약 처방 기록이 남았습니다. 이후 가해자와 그 가족이 찾아와 직위를 내려놓겠다며 사과했고, 피해자는 그 대화를 전부 녹음해 두었습니다. 당시에는 용서하고 넘어갔지만 고통이 이어져 약 3년이 지나 고소를 결심했습니다.
심앤이는 자백이 담긴 녹음을 확인한 뒤 고소장과 증거목록부터 완성했고, 그것을 근거로 고소 전 합의를 제안했습니다. 가해자가 처음 제시한 2,000만 원을 모두 거절하고 결렬되면 곧바로 고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기한을 두고 압박한 결과, 피해자가 목표로 삼았던 금액보다 높은 7,000만 원에 합의가 이뤄졌습니다(사건 보기).
오래된 사건을 받치는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피해 직후에 남은 객관적인 의료 기록과, 사과하러 온 자리의 녹음입니다. 몇 해가 지난 사건의 고소와 시효 문제는 시간이 많이 지난 경우에 정리돼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조용히 해결하자는 말에 응해야 합니까?
응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내부에서 조용히 정리하자는 제안은 대개 가해자의 직분과 교회의 평판을 지키려는 것이지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중재를 맡겠다는 사람이 가해자의 동료이거나 상급 직분자라면, 그 자리는 이미 기울어 있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 나가게 되더라도 얻을 것은 있습니다. 자신이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합법이고, 그 자리에서 나온 사과와 회유는 그대로 자백에 가까운 증거가 됩니다. 조용히 하자는 말이 오간 자리일수록 기록으로 남기셔야 합니다.
공동체가 피해자를 밀어낼 때
신고 뒤에 벌어지는 일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피해자가 먼저 유혹했다는 소문이 돌고, 예배나 모임 참석을 사실상 막고, 원래 맡던 봉사에서 조용히 빼는 식입니다. 이것은 사건의 여파가 아니라 별도의 2차 가해이고, 민사에서 위자료를 높이는 사유가 됩니다.
대응은 기록입니다. 소문을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언제 어떤 통보를 받았는지, 단체 대화방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를 날짜별로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상담사나 멘토처럼 마음을 열어 둔 상대가 그 의존을 이용한 경우도 구조가 같고, 이런 관계의 위력과 징계 절차는 교수·의사·목사 성범죄에 함께 정리돼 있습니다.
교회를 떠나는 선택을 하셔도 사건은 그대로 남습니다. 출석을 그만두었다는 사정이 피해를 줄이지도, 고소를 어렵게 만들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신앙을 잃고 공동체에서 밀려난 사실 자체가 손해의 크기를 보여 주는 사정이므로, 그만두게 된 경위도 적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교회에서 겪은 피해는 사건 하나로 끝나지 않고 신앙과 인간관계를 같이 흔듭니다. 그래도 순서는 단순합니다. 지금 남길 수 있는 기록을 먼저 남기고, 어떤 죄명으로 다툴지 정하고, 교단 절차에 낼 진술과 경찰에 낼 진술을 같은 사실관계로 맞추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만 지켜지면 몇 해가 지난 사건도 충분히 다툴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