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처벌법은 1994년에 처음 만들어진 뒤 30년 동안 한 방향으로만 넓어졌습니다. 가장 큰 분기점은 2013년 6월 19일이고, 이날부터 성범죄는 더 이상 친고죄가 아닙니다. 그전까지는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국가가 수사를 시작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이 개정들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름과 얼굴을 걸고 나선 피해자들의 고발, 법정에서 무너져 본 사건들, 그 뒤에 이어진 집요한 요구가 조문을 한 줄씩 밀어 올렸습니다. 법이 먼저 바뀌고 피해자가 따라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연표를 알아야 할 실질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형사사건에는 원칙적으로 행위 당시에 시행되던 법이 적용되므로, 피해가 언제 있었는지에 따라 적용 조문과 법정형이 달라집니다. 이 글은 제정과 분법, 친고죄 폐지, 2020년과 2024년의 디지털 개정, 공소시효 특례, 그리고 아직 비어 있는 자리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습니까
지금의 성폭력처벌법은 두 단계를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출발점은 1994년 1월 5일 공포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4702호)이고, 같은 해 4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처벌 규정과 피해자 보호 규정을 하나의 특별법에 함께 담은 첫 법률이었습니다.
2010년 4월 15일에 이 법은 둘로 갈라집니다. 처벌과 수사·재판 절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법률 제10258호)으로, 상담소와 보호시설, 의료·법률 지원은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10261호, 2011년 1월 1일 시행)로 나뉘었습니다. 오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부르는 법이 이때 생긴 특례법입니다.
두 법이 나뉜 것은 단순한 정리가 아니었습니다. 처벌은 처벌대로 무거워지고 지원은 지원대로 늘어나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된 결과였고, 실제로 그 뒤 15년 동안 두 법은 각각의 속도로 두꺼워졌습니다.
성폭력처벌법 개정 연표, 법률번호와 시행일로 본 30년
아래 표는 법률번호와 공포일, 시행일이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되는 개정만 추린 것입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개정이라도 조문과 번호가 맞물려 확인되지 않으면 넣지 않았습니다.
| 시행일 | 법률 | 달라진 것 |
|---|---|---|
| 1994. 4. 1. | 법률 제4702호(1994. 1. 5. 제정) |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묶은 첫 특별법 시행 |
| 2010. 4. 15. | 법률 제10258호(제정) | 처벌·절차만 떼어낸 특례법으로 분리 |
| 2013. 6. 19. | 법률 제11556호(2012. 12. 18. 전부개정) | 친고죄 폐지, 형법 개정과 함께 시행 |
| 2018. 10. 16. | 법률 제15792호 |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법정형 상향 |
| 2020. 5. 19. | 법률 제17264호 | 촬영물 소지·구입·저장·시청 처벌 신설 |
| 2020. 6. 25. | 법률 제17086호(2020. 3. 24. 공포) | 허위영상물 조항 신설 |
| 2023. 10. 12. | 법률 제19517호(2023. 7. 11. 공포) | 19세 미만 피해자 영상녹화물 특례 신설 |
| 2024. 10. 16. | 법률 제20459호 | 허위영상물 소지·구입·저장·시청 처벌 신설 |
| 2025. 6. 4. | 법률 제20535호(2024. 12. 3. 공포) | 성인 대상 신분비공개·신분위장수사 도입 |
표를 세로로 읽으면 한 가지 흐름이 보입니다. 1994년과 2010년의 개정은 법의 뼈대를 세우는 일이었고, 2013년 개정은 피해자를 고소의 부담에서 풀어 준 일이었으며, 2020년 이후의 개정은 대부분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쫓아간 일이었습니다.
또 하나, 공포일과 시행일이 다른 개정이 많다는 점을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위 표에서 2020년 3월 24일에 공포된 개정은 석 달 뒤에, 2024년 12월 3일에 공포된 개정은 여섯 달 뒤에 시행됐습니다. 내 사건에 적용되는 기준은 언제나 공포일이 아니라 시행일입니다.
친고죄 폐지는 무엇을 바꿨습니까
2012년 12월 18일에 두 법이 같은 날 공포됐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전부개정(법률 제11556호)과 형법 개정(법률 제11574호)이고, 둘 다 2013년 6월 19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이 개정으로 형법 제306조가 삭제됐는데, 이 조문이 바로 강간과 추행의 죄를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게 묶어 두던 조항이었습니다.
같은 개정에서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 대상이 '부녀'에서 '사람'으로 바뀌었고, 구강이나 항문에 성기 또는 신체 일부를 넣는 행위를 처벌하는 유사강간죄(제297조의2)가 새로 생겼습니다. 남성과 성소수자 피해자가 강간죄의 피해자로 인정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형법 부칙(법률 제11574호) 제2조 요지 - 친고죄 폐지에 관한 개정 규정은 법 시행 후 최초로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한다.
친고죄가 유지되던 시절의 명분은 "피해자의 명예와 의사를 존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조항은 정반대로 작동했습니다. 가해자와 그 가족은 고소를 취소받기 위해 피해자와 주변을 압박했고,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에 따라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피해자의 권리라던 것이 실제로는 합의를 강요하는 지렛대였습니다.
2020년 개정은 무엇을 새로 처벌하게 했습니까
2020년 5월 19일 공포·시행된 법률 제17264호가 디지털 성범죄 처벌의 기준선을 다시 그었습니다. 촬영물이나 복제물을 소지·구입·저장하거나 시청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규정(제14조 제4항)이 이때 신설됐습니다. 상습범 가중 규정(제14조 제5항)도 같이 생겼습니다.
같은 개정에서 강간·강제추행부터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제11조),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제13조)까지 여러 조문의 법정형이 함께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공포된 형법 개정(법률 제17265호)으로 제305조 제2항이 신설돼, 19세 이상인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을 간음·추행하면 동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처벌하게 됐습니다.
허위영상물, 즉 딥페이크를 정면으로 다루는 조문(제14조의2)은 조금 앞선 2020년 3월 24일 공포(법률 제17086호)로 만들어져 2020년 6월 25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이 조문들이 한꺼번에 생긴 배경에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끌어낸 피해자와 추적자들의 싸움이 있었습니다.
내 촬영물이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경우의 확인 순서는 불법촬영(몰카)에 따로 나와 있습니다.
딥페이크와 위장수사, 2024년과 2025년에 열린 문
2024년 10월 16일 공포·시행된 법률 제20459호는 허위영상물 조항을 다시 손봤습니다. 편집·합성·가공한 사람과 반포한 사람의 법정형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리됐고, 허위영상물을 소지·구입·저장하거나 시청한 사람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규정(제14조의2 제4항)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2024년 12월 3일 공포된 법률 제20535호는 수사 방법 자체를 바꿨습니다. 제22조의2부터 제22조의5까지가 신설돼, 사법경찰관리가 신분을 밝히지 않고 접근하는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을 위장해 들어가는 신분위장수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25년 6월 4일부터 시행됐고, 성인 피해자 사건에도 이 수사가 가능해진 것이 핵심입니다.
위장수사에는 함정수사라는 반대 논리가 따라붙습니다. 그러나 가입 조건을 걸어 놓은 비공개 대화방, 구매 이력을 요구하는 판매 구조에서 수사기관이 신분을 밝히고 들어가면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증거가 서버에서 지워지는 속도를 생각하면 이 개정은 늦어도 한참 늦었습니다.
공소시효 특례는 어디까지 넓어졌습니까
제21조는 시간에 관한 조문입니다. 미성년자가 피해자인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는 그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날부터 진행하고(제1항), DNA 같은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되며(제2항), 13세 미만인 사람과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일정한 범죄는 공소시효를 아예 적용하지 않습니다(제3항). 제3항은 2019년 8월 20일과 2020년 5월 19일 개정으로 대상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이 조문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 주는 사건이 있습니다. 여섯 살 무렵부터 약 7년 동안 열 살 많은 친오빠에게 성범죄를 당한 의뢰인이 20년이 지나 심앤이를 찾아왔습니다. 부모에게 털어놓았지만 신고로 이어지지 않은 채 세월이 흘렀고, 일부 범죄는 공소시효 만료가 코앞이었습니다.
심앤이는 시효가 끝나기 전에 기소 결정을 받아 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진술정리 양식으로 정리한 내용을 범죄 일람표로 만들고 일기장과 학교생활기록부, 지인 진술서를 붙였으며, 조사 일정을 계속 미루는 가해자에 대해 체포영장 발부를 촉구하는 의견서까지 냈습니다.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시효 만료를 앞두고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사건 보기). 오래된 피해의 시효 계산 방법은 시간이 많이 지난 경우에 단계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조문이 넓어졌다는 말은 실제로 무슨 뜻입니까
법이 넓어졌다는 것은 처벌의 문이 열려 있는 사람의 범위가 늘었다는 뜻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5조는 친족관계인 사람의 강간·강제추행을 일반 조문보다 무겁게 처벌하면서, 그 친족에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을 포함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제5조 제5항).
이 조항이 없었다면 묻혔을 사건이 있습니다. 어머니와 오래 함께 살아 온 사실혼 배우자에게 잠든 사이 추행을 당한 의뢰인은, 혼인신고가 없어 서류상 가족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고소를 망설였습니다. 심앤이는 처음부터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으로 죄명을 특정하고, 가족사진과 가해자가 스스로를 아버지라고 부른 대화 기록, 참고인 진술서를 모아 실제 가족으로 살아온 관계를 증명했습니다.
네 차례에 걸친 진술정리로 접촉 부위와 순서, 지속 시간까지 구체화했고 고소가 늦어진 사정도 함께 설명했습니다. 수사 결과 친족관계가 인정돼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사건 보기). 친족 사건의 대응 순서는 가족·친척에 의한 성폭력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 피해 시점 | 먼저 확인할 것 | 놓치기 쉬운 지점 |
|---|---|---|
| 2013. 6. 19. 이전 | 당시 죄명과 고소 요건 | 친고죄 여부와 고소기간 |
| 2013. 6. 19. 이후 | 현행 조문과 공소시효 특례 | 미성년자는 성년 시점부터 기산 |
| 2020. 5. 19. 이후 | 소지·시청까지 별도 범죄 | 촬영 시효가 지나도 소지는 남음 |
| 2024. 10. 16. 이후 | 허위영상물 소지·시청 처벌 | 합성물도 실제 촬영물과 같은 구조 |
아직 비어 있는 자리, 무엇이 남았습니까
30년치 개정을 늘어놓고 보면 한 칸이 비어 있습니다. 강간죄는 여전히 폭행 또는 협박을 요건으로 하고,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얼어붙어 저항하지 못한 피해자가 조사실에서 "왜 더 강하게 거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비동의간음죄 입법은 이 질문을 없애기 위한 것입니다.
반대 논리는 늘 무고 걱정입니다. 그러나 무고는 무고죄로 처벌하면 되고, 실제로 무고가 문제 된 사건에서 피해자 측이 어떻게 방어하는지는 이미 절차로 확립돼 있습니다. 있지도 않은 공포를 이유로 있는 피해를 방치하는 것이 지금의 법입니다. 교제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다루는 독립 법률이 없어 스토킹처벌법과 형법 조문을 이어 붙여 대응하는 상황도 그대로입니다.
연표의 마지막 줄은 아직 쓰이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개정이 그랬듯, 다음 줄도 피해자들의 고발과 요구가 채울 것입니다. 오래됐다는 이유로, 조문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포기하기 전에 내 피해가 어느 시점의 어느 조문에 걸리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