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을 한 줄로 정의해 둔 법률은 없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과 양성평등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각각 다른 자리에서 성희롱을 정의하고 있고, 세 정의가 공통으로 붙잡는 것은 가해자의 속마음이 아니라 성적인 언동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했는지입니다.
대법원도 같은 자리에 서 있습니다. 성희롱이 성립하려면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고(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성립 여부는 당사자의 관계와 장소, 행위의 내용과 정도 같은 사정을 모아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칭찬이었다"는 해명이 결론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글은 세 법의 정의를 표로 비교하고, 대법원이 세운 판단 기준을 항목별로 풀고, 실제로 가장 많이 묻는 세 가지, 곧 외모를 두고 하는 말과 쳐다보는 시선, 동성 사이의 언동이 어디서 선을 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성희롱 법적 정의는 세 법에 나뉘어 있습니다
세 법이 따로 정의를 두고 있는 이유는 각자 열어 주는 절차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회사가 지켜야 할 의무를 만들고, 양성평등기본법은 국가기관과 공공단체의 처리 의무를 만들며,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위에 진정을 넣을 길을 엽니다.
| 법률 | 적용되는 자리 | 정의가 붙잡는 행위 | 열리는 절차 |
|---|---|---|---|
|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2호 | 사업주·상급자·근로자 사이의 직장 |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조건과 고용에 불이익을 주는 것 | 회사의 조사·조치 의무, 노동청 진정 |
|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단체의 업무·고용 관계 |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한 성적 언동·요구로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이익을 주겠다는 뜻을 밝히는 행위 | 기관의 사건 처리와 재발 방지 조치 |
|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 공공기관·각급 학교·공직유관단체 등 |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것 | 인권위 진정과 시정 권고 |
표를 세로로 읽으면 세 정의의 뼈대가 같다는 것이 보입니다. ①지위를 이용했거나 업무와 관련이 있을 것, ②성적 언동일 것, ③그 언동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어느 정의에도 '가해자가 성적으로 의도했을 것'이라는 요건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가로로 읽으면 차이가 보입니다. 사기업에서 벌어진 일은 남녀고용평등법, 공공기관과 학교에서 벌어진 일은 양성평등기본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각각 맡습니다. 형법에는 '성희롱죄'라는 죄명이 없어서, 신체 접촉이 있었다면 강제추행으로, 성적인 메시지나 사진을 보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으로 형사 절차가 열립니다. 메시지와 단체방에서 벌어진 일의 죄명은 SNS·오픈채팅 성희롱에 유형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대법원이 세운 성희롱 판단 기준은 무엇입니까?
기준은 두 겹입니다. 먼저 객관적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만한 행위가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그 행위로 상대방이 실제 그런 감정을 느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합니다. 가해자가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이 두 겹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판시 취지 -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와 상황,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한 번으로 그쳤는지 계속됐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는 취지입니다(대법원 2005두6461).
이 다섯 가지 사정은 그대로 준비 목록이 됩니다. 판단에 쓰이는 재료가 무엇인지 알면,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무엇을 적어 두어야 하는지도 정해집니다.
| 법원이 보는 사정 | 사건에서 확인되는 모습 | 남겨 둘 기록 |
|---|---|---|
| 당사자의 관계 | 인사·평가 권한을 쥔 사람인지 | 조직도, 결재 라인, 업무 지시 내역 |
| 행위가 있었던 장소와 상황 | 회식·출장처럼 자리를 뜨기 어려웠는지 | 참석자 명단, 좌석, 일정표 |
| 상대방의 반응 | 웃어넘겼는지, 화제를 돌렸는지 | 그 직후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 |
| 행위의 내용과 정도 | 외모 평가인지 성관계를 암시했는지 | 들은 말을 그대로 옮긴 메모 |
| 한 번인지 계속됐는지 | 같은 말이 반복됐는지 | 날짜와 장소를 붙인 목록 |
세 번째 칸을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웃어넘겼다는 사실은 동의가 아니라,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였다는 정황으로 읽히는 재료입니다. 그 자리에서 정색하지 못한 것이 나중에 불리하게 쓰일까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예쁘다'는 말도 성희롱이 됩니까?
됩니다. 외모를 두고 하는 말이 늘 성희롱인 것은 아니지만, 그 말이 나온 관계와 자리, 반복 여부에 따라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언동이 되면 성희롱입니다. 판단의 중심은 단어가 아니라 맥락입니다. 인사 권한을 가진 상급자가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외모와 몸매를 반복해 평가했다면, 그 말은 칭찬의 외형을 쓴 위력 행사입니다.
말만 오간 사건은 형사로 다투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발언의 내용과 자리에 따라 모욕죄나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형사 절차가 열립니다.
회식 자리에서 나온 말을 형사로 끌고 간 사건이 있습니다. 팀장이 사원인 피해자에게 다가와 업무 태도를 문제 삼다가 남편과 사이가 나빠서 그런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렸고, 피해자가 웃으며 화제를 돌리려 하자 성관계를 암시하는 말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습니다. 회식이 끝난 뒤에도 사내에서 성희롱과 폭언이 이어졌고, 피해자는 퇴사한 뒤 고소를 결심했습니다.
심앤이는 이미 진행 중이던 고용노동부 진정과 형사 고소를 분리해 설계하고, 진정 절차에서 만들어진 조서와 의견서를 형사 증거로 끌어왔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동료들에게 진술서를 받아 여러 사람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채웠고, 사생활을 성적으로 조롱한 발언을 모욕죄(형법 제311조)의 구성요건에 맞춰 특정했습니다. 가해자는 벌금 50만 원의 구약식 처분을 받았고, 심앤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공판회부 신청서를 내어 정식재판에서 더 무거운 처벌을 구했습니다(사건 보기).
쳐다보는 시선도 성희롱이 됩니까?
됩니다. 성적 언동은 말과 손에만 있지 않습니다. 성희롱 판단에서 말하는 성적 언동에는 육체적 행위와 언어적 행위뿐 아니라 시각적 행위도 포함되고, 몸을 훑어보는 시선이나 음란한 사진을 보이도록 두는 행위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신체 접촉이 없었다는 사정은 성립을 막는 방패가 되지 못합니다.
접촉 없이 벌어진 언행만으로 민사 배상을 받아 낸 사건이 그 예입니다. IT 회사 동료가 지나가는 사람을 두고 성행위를 묘사하고, 출장에서 같은 방을 쓰자고 하고, 사내 메신저로 애정 표현을 보내고, 피해자를 빤히 쳐다보는 일이 이어졌습니다. 회사에서 경고를 받고도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이는 가해자 때문에 피해자는 결국 퇴사했고, 가해자 측은 성적인 의도가 없었고 별일이 아니라고 다퉜습니다.
심앤이는 형사판결의 도움 없이 민사소송만으로 입증해야 하는 사건이라고 보고, 문제 된 언행을 하나씩 떼어 그 말과 행동이 어떤 맥락에서 성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판례의 기준에 맞춰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쳐다보는 행위까지 포함해 문제 된 언행 전부를 성희롱으로 인정했고, 가해자가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사건 보기). 형사처벌이 어려운 언동을 금전 배상으로 묻는 절차는 민사 손해배상에 정리돼 있습니다.
동성 사이에도 성희롱이 성립합니다
세 법의 문언 어디에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을 제한하는 말이 없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다른 근로자에게', 양성평등기본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상대방에게'라고만 적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세운 기준도 마찬가지로 성별을 조건으로 걸지 않습니다. 동성이라서 성희롱이 아니라는 주장은 조문과 판례 어디에도 근거가 없습니다.
문제는 법이 아니라 사건을 다루는 사람들의 시선입니다. 남성 피해자나 동성 사이의 사건은 장난으로 축소되기 쉽고, 피해자 스스로도 신고를 망설이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일수록 처음부터 행위를 가볍게 요약하지 않고 그대로 적어 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남성 교사인 피해자가 새로 부임한 교장에게 겪은 사건이 그렇습니다. 처음 만난 날부터 어깨를 잡히고 끌어안기거나 허벅지를 스치는 접촉이 반복됐고, 멋있다거나 사랑한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교장과 교사라는 관계 때문에 말을 꺼내기 어려웠고, 교육청 심의위원회에 신고한 뒤에는 가해자가 다른 교직원들을 찾아다니며 신고 사실을 알리고 허위 신고라는 취지의 진술서를 받아 내려 했습니다.
심앤이는 피해자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사안이 가볍게 다뤄질 수 있다고 보고, 성폭력 피해자는 누구든 될 수 있다는 점을 의견서로 먼저 짚었습니다. 공식 기념사진에 남아 있던 신체 접촉 장면을 증거로 내고, 신고 뒤의 유포 행위를 2차 피해로 따로 구성해 동료들의 탄원서를 확보했습니다. 위원회는 직장 내 성희롱과 2차 피해를 모두 인정했고, 가해자 인사이동을 통한 분리조치와 접촉·보복 금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사건 보기).
딱 한 번이었어도 성희롱입니까?
한 번이어도 성희롱입니다. 대법원이 드는 고려 사정에 행위가 한 번으로 그쳤는지 계속됐는지가 들어 있는 것은, 반복돼야만 성립한다는 뜻이 아니라 반복이 정도를 더 무겁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성희롱 안내서도 단 한 번의 언동으로 성희롱이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 번뿐이라는 사정이 실제로 쓰이는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회사가 조사를 미루고 넘어가려 할 때, 그리고 가해자가 처분 수위를 낮춰 달라고 할 때입니다. 한 번인지 여러 번인지는 성립의 문제가 아니라 처분과 배상액의 문제입니다. 그러니 반복되기를 기다렸다가 신고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내 메신저와 회식 자리는 직장 밖입니까?
직장 밖이 아닙니다. 고용노동부 안내서는 사내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주고받은 언동, 근무시간이 아닌 때에 벌어진 언동도 업무와 관련이 있다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설명합니다. 회식과 출장, 워크숍처럼 자리를 뜨기 어려운 상황은 오히려 판단에서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기록의 범위도 사무실 안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메신저 대화는 화면만 찍어 두지 말고 대화가 오간 날짜와 시각이 함께 보이도록 남기시고, 회식 자리의 일은 참석자와 좌석을 함께 적어 두시기 바랍니다. 직장에서 벌어진 사건의 신고 경로와 회사의 의무는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예민하다'는 반응에 기록으로 답합니다
신고하면 가장 먼저 돌아오는 말이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예민하게 받아들인다"입니다. 앞에서 본 대로 의도는 성립 요건이 아니고, 예민함이라는 말은 판단 기준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판단은 같은 처지에 놓인 평균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이뤄지므로, 문제는 피해자의 성격이 아니라 그 자리에 놓였던 조건입니다.
대법원은 성희롱을 다투는 소송에서도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밝히면서, 피해자가 놓인 처지를 헤아리지 않은 채 그 진술을 쉽게 믿기 어렵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확인했습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즉시 항의하지 못했다거나 이후에도 웃으며 인사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가 부정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피해자가 할 일은 자신이 예민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슨 말을 했고 그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 그 뒤 업무와 평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사실로 적어 두는 일입니다. 성희롱의 성립은 피해자의 태도가 아니라 가해자의 언동으로 결정됩니다. 그 기록이 회사 조사에서든, 인권위 진정에서든,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에서든 같은 무게로 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