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성인지 감수성 판결은 역차별인가, 유죄추정이라는 주장을 대법원 기준으로 반박

성인지 감수성 판결은 역차별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성인지적 관점이 무조건 유죄를 뜻하지 않는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유죄추정과 남성 역차별 주장을 판결문과 실제 사건으로 반박했습니다.

2026.09.19 · 읽는 시간 7분 · 글 법무법인 심앤이 성범죄피해자전담센터 심지연 대표변호사

핵심 요약

  1. 대법원은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라는 것이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거나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하라는 뜻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2023도13081).
  2. 유죄추정이라는 비난의 표적인 2018도7709는 판결요지 첫 항에서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유죄라는 원칙부터 확인합니다.
  3. 이 기준이 선 뒤에도 1심 무죄는 계속 나오고 있으며, 항소심에서 결론이 바뀐 사건에서 판단을 가른 것은 통념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은 사실이었습니다.

역차별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2024년 1월 4일 성범죄 사건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라거나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하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직접 밝혔습니다(대법원 2023도13081). 역차별론이 표적으로 삼는 2018년 판결 자체도 유죄에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는 원칙부터 확인하고 시작합니다.

그런데도 이 판결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고 피고인을 미리 유죄로 놓는 제도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판결문을 펼쳐 놓고 보면 그런 문장은 한 줄도 없습니다. 말의 뜻 자체가 궁금하시다면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성인지 감수성 뜻).

이 글은 역차별 주장이 어떤 갈래로 나뉘는지, 2018년 이후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그대로인지, 유죄추정론과 남성 역차별론이 실제 사건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는지, 이 주장이 조사실에서 피해자에게 어떤 질문으로 되돌아오는지를 차례로 다룹니다.

역차별이라는 주장은 무엇을 말합니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유죄추정론입니다. 피해자가 울면 유죄가 되고 피고인은 결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둘째는 남성 역차별론입니다. 이 기준이 여성만 보호하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둔다는 주장입니다. 셋째는 판사 재량론입니다. 감수성이라는 말이 모호해 판단이 여론에 좌우된다는 주장입니다.

세 갈래는 서로 다른 말처럼 보이지만 같은 자리에서 출발합니다. 2018년 이전의 판단 관행이 중립이었고, 대법원이 그 중립을 피해자 쪽으로 기울였다는 전제입니다. 그 전제가 사실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달라진 것과 그대로인 것

성인지 감수성 판결이 형사재판의 원칙을 손댔다면 역차별이라는 말도 검토할 값어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판결문에서 달라진 항목과 그대로인 항목을 갈라 놓으면 이야기가 간단해집니다. 아래 표의 둘째 칸이 그 구분입니다.

항목달라졌습니까지금 적용되는 기준근거
유죄에 필요한 심증그대로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2018도7709 판결요지 제1항
증명할 사람그대로검사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진술 신빙성 심사그대로주요 부분의 일관성, 경험칙, 허위 진술 동기2018도7709
늦은 신고와 사건 뒤의 연락달라짐그 사정만으로 진술을 배척할 수 없음2017두74702, 2018도7709
불기소·무죄를 허위의 근거로 삼는 것달라짐무고의 적극적 근거로 쓸 수 없음2018도2614
성인지적 관점의 범위분명해짐무조건 유죄를 뜻하지 않음2023도13081

위 세 줄은 형사재판의 뼈대이고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아래 세 줄이 달라진 부분인데,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전부 증거가 아닌 것을 증거처럼 쓰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늦게 신고했다는 사실, 그 뒤에도 연락했다는 사실, 불기소로 끝났다는 사실은 무엇이 있었는지를 알려 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 판결로 손해를 본 것은 남성이 아니라 통념에 기대던 판단 방식입니다. 증거를 더 많이 요구받게 된 쪽은 여전히 검사입니다.

성인지 감수성은 유죄추정입니까

아닙니다. 무죄추정 원칙도, 범죄를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는 원칙도 그대로입니다. 대법원은 2024년 이 점을 문장으로 못 박았습니다.

판시 취지 —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해야 한다거나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대법원 2023도13081).

유죄추정이 실제로 작동한다면 성범죄 1심에서 무죄는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무죄는 지금도 나오고, 그 무죄가 통념 위에 세워지는 일도 있습니다.

남편의 친구가 함께 마신 술자리 뒤 벌어진 사건이 그렇습니다. 피해자는 평소 주량을 넘겨 마시고 안방에서 의식을 잃었다가 눈을 떴을 때 가해자가 몸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고, 울며 밀쳐 냈지만 강간에 이르렀습니다. 1심은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 조사 없이 가해자 진술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고, 판결문에는 친구 집에서 친구의 아내를 강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취지가 담겼습니다.

심앤이는 2심에서 선임돼 공판검사에게 추가 증인신문을 요청하고, 1심이 진술을 배척한 네 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한 의견서를 100쪽 분량으로 냈습니다. 증인신문을 다시 진행한 항소심은 피해 과정과 그 뒤의 반응이 겪어 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보아 준강간을 유죄로 인정했고, 가해자에게 징역 4년과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취업제한 3년을 선고했습니다(사건 보기).

이 사건에서 통념에 기댄 것은 피해자 쪽이 아니라 무죄를 선고한 1심이었습니다.

남성 역차별이라는 주장은 맞습니까

맞지 않습니다. 2018년 판결이 보호하는 대상은 성폭행이나 성희롱의 피해자이고, 조문에도 판결문에도 성별 제한이 없습니다. 남성 피해자 사건에서 나오는 남자가 왜 저항하지 못했느냐는 질문 역시 이 기준이 걸러 내는 통념입니다.

심앤이가 진행한 사건에 그 장면이 그대로 있습니다. 회사에서 친한 형과 동생처럼 지내던 직장 상사가 술자리에서 커밍아웃을 했고, 피해자는 존중한다면서도 자신은 이성애자이고 여자친구가 있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날 밤 피해자의 집에서 함께 잠들었는데, 인기척에 깬 피해자는 상사가 자신의 성기를 만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 말라고 거부했는데도 가해자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생계 때문에 곧바로 회사를 그만두지 못했고 신고도 미뤘습니다. 자택에서 벌어진 일이라 직접증거도 없었습니다. 가해자는 서로 호감이 있는 사이의 스킨십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앤이는 가해자가 먼저 사과하며 합의금을 제안한 정황, 경찰 조사에서 거절 의사가 없어 보여 접촉했다고 스스로 말한 진술, 수개월에 걸친 정신과 통원 기록을 의견서로 묶었고, 사건은 강제추행으로 정식 기소됐습니다(사건 보기).

신고가 늦었다는 사정이 배척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기준은 피해자의 성별을 가리지 않습니다. 동성 간 사건과 남성 피해자 사건에서 달라지는 죄명과 절차는 동성 성추행·남성 피해자에 정리돼 있습니다.

통념을 걷어내면 결론이 어떻게 달라집니까

사실이 판단을 정하게 됩니다. 통념이 빠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피해자의 감정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같은 동네에서 자란 연인이 성관계를 몰래 촬영해 두었다가, 이별 뒤 그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비상구 계단에서 강간하고 몇 달 뒤 다시 성관계를 요구한 사건이 있습니다. 1심은 피해자가 수개월이 지나서야 피해를 진술했다는 점과 그 뒤 한 차례 더 성관계에 응했다는 점을 들어 강간을 무죄로 보았습니다. 촬영 혐의만 일부 인정해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심앤이는 항소심에 의견서를 세 차례 냈습니다. 피해자가 기억하는 부분과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구분해 일관되게 진술해 온 점, 일기와 메모로 당시 상황을 계속 기록해 둔 점, 촬영물을 쥔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눌릴 수밖에 없던 사정, 가해자가 지인들에게 허위 진술을 부탁한 정황을 짚었습니다. 항소심은 강간까지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가해자를 법정구속했습니다(사건 보기).

원심이 진술을 물리친 이유는 새로 나온 증거가 아니었습니다. 피해자가 마땅히 어떻게 행동했어야 한다는 관념이었습니다. 그 관념을 빼고 기록만 놓았을 때 결론이 뒤집혔다는 사실이, 역차별론에 대한 가장 짧은 답입니다.

역차별 주장은 무엇을 겨냥하고 있습니까

신고를 막는 일을 겨냥합니다. 역차별론은 대개 무고 공포와 한 묶음으로 나옵니다. 감수성 때문에 억울한 남성이 양산된다는 문장은, 증거가 부족한 피해자에게 신고하면 네가 처벌받는다는 경고로 도착합니다.

숫자는 그 경고를 받쳐 주지 않습니다. 2017년과 2018년 검찰 통계에서 성폭력 무고로 기소된 사람은 성폭력범죄 처분 인원 71,740명 대비 약 556명, 0.78%가 상한이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쪽의 고소로 시작된 무고 사건 824명 가운데 유죄로 끝난 사람은 49명이었습니다(대검찰청·한국여성정책연구원).

대법원은 성폭력을 신고한 사람이 무고로 재판받는 사건에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신고를 허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2018도2614). 역고소를 당했을 때 밟는 순서는 무고죄 방어에 있습니다.

피해자는 이 주장을 조사와 재판에서 어떻게 상대합니까

판결 번호를 외우실 필요는 없습니다. 통념에서 나온 질문을 알아보고, 그 자리에 당시의 처지를 사실로 채워 넣으시면 됩니다. 왜 소리치지 않았는지, 왜 그 뒤에도 연락했는지를 묻는 질문은 사건을 묻는 질문이 아니라 피해자다움을 묻는 질문입니다.

답은 세 덩이로 나누어 적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첫째, 그때 하지 못한 행동을 사실대로 인정합니다. 둘째, 그 선택을 만든 조건을 관계와 불이익으로 적습니다. 셋째, 그 조건을 보여 주는 자료를 붙입니다. 면담 기록, 근무표, 메시지, 진료 기록처럼 이미 손에 있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무엇을 모을 수 있는지는 증거가 없는 경우에 항목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서면에서는 한 걸음 더 나갑니다. 불송치 이유서나 판결문이 늦은 신고와 사건 뒤의 연락을 배척 근거로 삼고 있다면, 그 문장을 그대로 인용해 대법원 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짚으시면 됩니다. 판단의 재료로 쓸 수 없는 것을 썼다는 지적은 감정이 아니라 법리입니다.

성인지 감수성 판결은 피해자에게 특혜를 준 판결이 아닙니다. 판단에 쓰면 안 되는 재료를 걷어낸 판결입니다. 역차별이라는 이름은 그 재료를 다시 쓰고 싶다는 요구를 좋게 부른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조사와 재판에서 그 요구를 만나면, 해명 대신 사실로 답하시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인지 감수성 판결은 역차별입니까?
아닙니다. 2018년 판결이 보호하는 대상은 성별 제한 없이 성폭행이나 성희롱의 피해자이고, 무죄추정과 검사의 증명책임도 그대로입니다. 달라진 것은 늦은 신고나 사건 뒤의 연락처럼 사건에 관해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는 사정을 진술 배척의 근거로 쓸 수 없게 됐다는 점입니다.
Q. 성인지 감수성 때문에 무조건 유죄가 나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2024년 성인지적 관점이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거나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하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2023도13081). 실제로 성범죄 1심 무죄는 지금도 선고되고 있고, 심앤이가 항소심에서 뒤집은 사건들이 그 사례입니다.
Q. 성인지 감수성이 남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남자가 왜 저항하지 못했느냐는 질문도 이 기준이 걸러 내는 통념이어서, 남성 피해자 사건에서도 늦은 신고나 직접증거 없음이 곧바로 불리한 사정이 되지 않습니다. 심앤이가 진행한 남성 피해자 사건에서도 진술의 일관성과 가해자 진술의 모순으로 정식 기소를 받았습니다.
Q. 성인지 감수성 판결 뒤에도 무죄가 나옵니까?
나옵니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항소심에서 유죄로 바뀐 사건들이 있고, 그 1심 판결문에는 오히려 이런 일은 이례적이라거나 피해자 같지 않다는 취지의 통념이 담겨 있었습니다. 판단을 바꾼 것은 감수성이라는 말이 아니라 증인신문과 기록으로 확인된 사실이었습니다.
Q. 성인지 감수성 때문에 무고가 늘었다는 주장은 맞습니까?
통계와 맞지 않습니다. 2017년과 2018년 검찰 통계에서 성폭력 무고로 기소된 사람은 성폭력범죄 처분 인원 71,740명 대비 약 556명이었고, 가해자 측 고소로 시작된 무고 사건 824명 가운데 유죄는 49명이었습니다. 대법원도 불기소나 무죄만으로 신고를 허위로 단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2018도2614).
Q. 조사에서 피해자답지 않다는 지적을 받으면 어떻게 답해야 합니까?
하지 못한 행동을 사실대로 인정하고, 그 선택을 만든 조건을 관계와 불이익으로 적은 뒤, 그 조건을 보여 주는 자료를 붙이시면 됩니다. 면담 기록이나 근무표, 메시지, 진료 기록이면 충분합니다. 결정서나 판결문이 그 사정을 배척 근거로 삼았다면 해당 문장을 인용해 대법원 기준과 어긋난다고 짚으시면 됩니다.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아요.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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