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기일에 실형이 선고돼도 가해자가 그날 바로 수감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을 정하는 것과 그 자리에서 구속하는 것은 별개의 판단이고, 반대로 집행유예나 벌금이 선고되면 구속돼 있던 가해자도 그날 법정에서 풀려납니다(형사소송법 제331조).
선고기일은 몇 분 만에 끝납니다. 그런데 그 몇 분 뒤부터 피해자에게 남은 시간은 7일뿐입니다. 항소 기간이 7일이고, 피해자에게는 항소권이 없어 그 안에 검사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선고기일 당일 법정에서 벌어지는 일, 법정구속의 근거와 선고 결과별로 확인할 것, 결과를 통지받는 방법, 그리고 7일 안에 해야 하는 일을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선고기일에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
선고기일은 심리가 끝난 뒤 판결을 선고하기 위해 따로 잡는 기일입니다. 증거조사나 신문은 이미 끝나 있고, 재판장이 주문을 읽은 뒤 이유의 요지를 설명합니다. 실형인지 집행유예인지, 형량은 얼마인지, 수강명령이나 취업제한 같은 부가처분이 붙었는지가 이 자리에서 한꺼번에 정해집니다.
피해자가 놓치기 쉬운 것이 부가처분입니다. 형량만 듣고 자리를 뜨면 신상정보 등록과 공개, 취업제한 기간, 이수명령 시간을 놓칩니다. 이 항목들은 가해자가 앞으로 어디에서 일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내용이어서, 같은 직장이나 같은 학교에 있던 피해자에게는 형량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주문에는 구속에 관한 판단도 함께 나옵니다. 실형이 선고되면서 그 자리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우가 있고, 실형인데도 불구속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차이가 선고기일의 가장 큰 변수입니다.
실형이 선고되면 가해자는 그날 구속됩니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른바 법정구속은 형을 정하는 판단과 별개로, 재판부가 구속 사유를 심사해 피고인을 구금하기로 결정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절차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구속할 수 있으며(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구금하려면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합니다(같은 법 제73조).
여기서 피해자에게 중요한 조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법원은 구속 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해야 합니다(제70조 제2항). 가해자가 선고 전까지 피해자에게 연락하거나 주변에 소문을 냈다면, 그 사실이 구속 여부를 가르는 자료가 된다는 뜻입니다.
조문 요지 — 무죄, 면소, 형의 면제, 선고유예, 집행유예, 공소기각 또는 벌금이나 과료를 과하는 판결이 선고되면 구속영장은 효력을 잃습니다(형사소송법 제331조).
이 조문 때문에 결과가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가해자라도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그날 법정에서 나갑니다. 반대로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던 가해자가 실형 선고와 함께 그 자리에서 구속되기도 합니다.
취업 면접을 빌미로 벌어진 강제추행 사건이 뒤쪽 경우입니다. 피부과 사장인 가해자는 자신에게 시술을 받아야 채용된다며 시술을 강요했고, 시술 도중 피해자의 성기 부위를 만지고 교육용이라며 시술 부위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습니다. 가해자는 재판 내내 피해자가 서명한 동의서를 내세워 시술과 촬영에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앤이는 취업을 조건으로 강요된 상태에서 한 서명은 선택권이 배제된 것이어서 진정한 동의로 볼 수 없다는 점, 만진 부위가 시술에 필요 없는 곳이고 촬영물이 교육에 쓰인 적이 없다는 점을 판례와 함께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 내용을 판결문에 반영해 전부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취업제한 5년을 선고했으며 가해자는 그 자리에서 법정구속됐습니다(사건 보기). 위력을 이용한 추행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는 성추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선고 결과별로 그날 확인할 것
선고를 듣고 나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그래서 결과 유형별로 확인할 것을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아래 표는 선고 주문에 따라 가해자의 신병이 어떻게 되는지와, 피해자가 그날 안에 판단해야 할 일을 묶은 것입니다.
| 선고 결과 | 가해자의 신병 | 그날 확인하고 판단할 것 |
|---|---|---|
| 실형 · 법정구속 | 그 자리에서 구금 | 형량, 부가처분, 가해자의 항소 여부 |
| 실형 · 불구속 유지 | 종전 상태 그대로 |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이유 |
| 집행유예 | 구속영장 효력 상실, 석방 | 검사에게 항소를 요청할지 |
| 벌금 | 구속영장 효력 상실, 석방 | 양형이 사건에 맞는지, 항소 요청 여부 |
| 무죄 | 구속영장 효력 상실, 석방 | 판결 이유, 항소 요청과 증거 보완 |
표를 아래로 내려갈수록 피해자가 움직여야 할 폭이 커집니다. 세 번째 줄부터는 가만히 있으면 그대로 확정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선고 직후의 무력감이 가장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선고 결과를 피해자는 어떻게 알게 됩니까?
신청해 두면 검사가 통지합니다. 검사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의 신청이 있으면 공소제기 여부, 공판의 일시와 장소, 재판 결과, 가해자의 구속과 석방 등 구금에 관한 사실을 신속하게 통지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59조의2). 신청하지 않으면 선고기일이 언제인지도 모른 채 지나갈 수 있습니다.
이 통지에서 특히 중요한 항목이 구금에 관한 사실입니다. 가해자가 석방됐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안전과 직결되고, 항소심에서 가해자가 다시 풀려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통지 신청은 1심 선고로 끝내지 말고 사건이 확정될 때까지 유지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판결문은 따로 신청해서 받습니다. 민사소송이나 합의, 징계 절차에서 쓰이는 핵심 자료이므로 선고 뒤 바로 확보해 두시는 것이 좋고, 재판 진행 중과 확정 뒤에 신청처와 방법이 달라집니다(판결문 받는 세 경로).
피해자에게는 항소권이 없습니다
이 대목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형사재판에서 항소할 수 있는 사람은 검사와 피고인이고, 사건의 당사자인 피해자에게는 항소권이 없습니다. 형이 터무니없이 가벼워도 피해자는 스스로 불복하지 못하고, 검사에게 항소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피해자를 절차의 주체가 아니라 증거를 제공한 참고인으로 취급해 온 형사소송 구조가 그대로 남은 결과입니다.
시간도 짧습니다. 항소 제기기간은 7일이고(형사소송법 제358조), 상소 제기기간은 재판을 선고한 날부터 진행되며(같은 법 제343조 제2항), 기간을 계산할 때 초일은 넣지 않으므로 선고 다음 날부터 셉니다(같은 법 제66조 제1항). 선고를 듣고 마음을 추스르는 사이 기한이 지나갑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선고 결과가 가벼울 가능성이 있다면 선고 전에 미리 항소 요청 의사를 정리해 두고, 선고 당일 공판검사에게 연락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검사에게 낼 요청서에 무엇을 적는지는 별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검사 항소 요청서 쓰는 법).
지인의 소개로 만난 남성에게 강간 피해를 입은 사건이 이 절차로 결과를 바꾼 예입니다. 피해자에게는 경미한 지체장애가 있었고, 가해자는 코로나로 가게가 문을 닫는다며 모텔로 데려가 곧바로 범행했습니다. 가해자는 합의된 관계였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강간죄가 인정됐는데, 1심은 합의도 없는 사건에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자는 선고 직후 심앤이를 찾았습니다. 심앤이는 담당 검사에게 항소를 요청해 사건을 항소심으로 올렸고, 사건 유형에 맞춘 엄벌탄원서를 준비해 제출했습니다. 재판장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직접 언급할 만큼 반영됐습니다. 여기에 피해자 변호사가 항소심 법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집행유예 선고 뒤 피해자가 자살을 기도할 만큼 무너진 사정을 재판부에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항소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사건 보기). 탄원서를 어떻게 쓰는지는 엄벌탄원서에 정리돼 있습니다.
선고 뒤 7일 안에 하는 일
7일은 짧지만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아래 표의 네 가지는 순서대로가 아니라 동시에 진행하셔야 합니다.
| 할 일 | 내용 | 어디에 |
|---|---|---|
| 재판 결과 통지 신청 유지 | 선고 결과와 구속·석방 사실 확인 | 담당 검찰청 |
| 검사에게 항소 요청 | 양형이 부당한 이유를 서면으로 | 공판검사실 |
| 판결문 확보 | 민사소송과 합의의 근거 자료 | 법원 또는 검찰청 |
| 가해자 항소 여부 확인 | 항소하면 항소심 대응으로 전환 | 담당 검찰청 |
네 번째 줄을 빠뜨리기 쉽습니다. 가해자만 항소하면 결과는 원심 유지 아니면 감형뿐이고, 피해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잃을 것만 남습니다. 항소심에서 어떤 서면을 언제 내는지는 재판절차(법원)에 단계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1심 무죄가 항소심에서 뒤집힌 사건도 있습니다. 친구의 집들이에서 처음 만난 가해자가 술자리에서 추행한 뒤, 피해자가 아이들이 자는 방에서 잠들자 따라 들어와 강간한 사건입니다. 피해자는 옆에 있던 아이가 깰까 봐 크게 저항하지 못했고, 1심은 강한 저항이 없었다는 이유로 강간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심앤이는 검사실에 항소를 요청한 뒤, 가해자가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탄 행위만으로도 반항을 억압하기에 충분했고 옆에 아이가 있어 저항하지 못할 것을 알고 이용한 이상 강간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의견서를 거듭 제출했습니다. 형이 무거워질 것을 직감한 가해자가 합의를 요청하자 3,000만 원을 거절하고 5,000만 원으로 올렸으며, 항소심은 강간까지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습니다(사건 보기).
선고기일은 결과를 통보받는 자리가 아니라 다음 절차가 시작되는 자리입니다. 형량과 부가처분, 구속 여부를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결과가 사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7일 안에 검사에게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가만히 두면 확정되는 판결은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확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