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에게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했다면 대학 인권센터 신고와 경찰 고소를 동시에 하실 수 있습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고, 한쪽 결과가 다른 쪽 증거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함께 가는 편이 유리합니다.
피해자를 붙잡는 것은 대개 법이 아니라 학사 일정입니다. 학위를 그 사람이 쥐고 있고, 전공이 좁아 옮길 데가 없고, 졸업이 한 학기 남았습니다. 그래서 신고를 늦추다가 상대가 해외로 나가거나 정년으로 떠난 뒤에야 손을 대는 일이 생깁니다. 그러나 늦어진 이유가 학업과 업계였다는 사정은 수사기관이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설명입니다.
이 글은 인권센터와 형사 고소의 차이, 지도교수의 위력을 무엇으로 증명하는지, 논문 배제 같은 불이익이 시작됐을 때의 대응, 졸업한 뒤의 징계시효, 합의 제안을 받았을 때의 기준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교수 성희롱 신고, 어디에 먼저 해야 하나요?
지금 가장 필요한 결과가 무엇인지로 정하시면 됩니다. 지금도 같은 공간에서 그 사람을 마주쳐야 하고 학위 심사가 남아 있다면 인권센터가 먼저입니다. 분리조치와 지도교수 변경이 형사보다 빠르게 나오고, 인권센터에 낸 자료는 그대로 형사 증거가 됩니다.
반대로 학과나 학교가 사건을 덮으려는 기색이 보이면 고소가 먼저입니다. 형사 사건번호가 생긴 뒤에야 움직이기 시작하는 기관이 많습니다. 기관 조사가 먼저 진행되면서 진술이 흔들릴 위험도 줄일 수 있습니다.
대학 인권센터는 학교가 임의로 두는 기구가 아닙니다. 고등교육법 제19조의3은 학교 구성원의 인권 보호와 성희롱·성폭력 피해 예방 및 대응을 위해 인권센터를 설치·운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2021년 3월 23일 개정, 2022년 3월 24일 시행). 접수 창구와 조사 기간, 징계 종류는 학칙으로 정해지므로 신고 전에 해당 학교 규정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인권센터 신고와 형사 고소, 절차 비교표
두 절차는 판단하는 대상 자체가 다릅니다. 표의 마지막 두 칸을 먼저 보시면 왜 하나만으로는 부족한지가 보입니다.
| 갈래 | 근거 | 판단 대상 | 피해자의 지위 | 나오는 결과 |
|---|---|---|---|---|
| 대학 인권센터 | 고등교육법 제19조의3, 학칙 | 학내 인권침해 여부 | 신고인 | 분리조치, 지도교수 변경, 징계 요구 |
| 형사 고소 | 형법, 성폭력처벌법 | 범죄 성립과 형벌 | 고소인이자 피해자 | 징역·벌금, 취업제한, 신상정보 등록 |
| 민사 소송 | 민법 제750조 | 정신적 손해의 배상 | 원고 | 위자료 |
인권센터는 분리와 징계를 다루지만 형벌을 정하지 못합니다. 징계 절차는 가해자의 책임을 학교가 정하는 과정이어서, 피해자가 그 절차의 한쪽 당사자로 서지는 못합니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도 그 결정을 직접 뒤집기는 어렵습니다. 처벌의 무게를 정하는 절차는 형사뿐입니다.
반대로 형사는 오늘 당장의 연구실 분리를 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인권센터에 분리와 지도교수 변경을 요구하면서 같은 자료로 고소장을 쓰는 방식이 가장 많이 쓰입니다. 기관에 제출한 진술과 경찰에서 할 진술은 반드시 같은 사실관계로 맞춰 두셔야 합니다.
지도교수 성추행에서 위력은 무엇으로 증명되나요?
지위의 이름이 아니라 그 사람이 실제로 쥐고 있던 권한으로 증명합니다. 논문 심사, 학위 일정, 성적과 실습 평가, 장학생 선정, 추천서, 연구 과제 참여, 조교 배정 가운데 무엇이 그 교수 손에 있었는지를 이메일과 지도 기록, 평가표, 학과 공지로 보여 주면 됩니다.
조문은 둘로 갈립니다.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자기의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계나 위력으로 추행하면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 간음에 이르면 형법 제303조 제1항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면 강제추행이나 강간으로 더 무겁게 다툴 수 있으므로, 어느 조문으로 쓸지는 처음부터 정해야 합니다.
정교수가 아니어도 같습니다. 겸임교수나 강사라도 수업 평가와 조교 배정을 쥐고 있으면 위력입니다. 학점과 선발을 쥔 지위가 어떻게 범행의 수단이 되는지는 교수·의사·목사 성범죄에 관계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논문에서 배제되기 시작했다면
거절한 뒤에 돌아온 불이익은 사건의 여파가 아니라 증거입니다. 지위를 쓸 수 있었다는 사실과 실제로 썼다는 사실을 한 번에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심앤이가 진행한 사건이 그 구조 그대로입니다.
지도교수는 팔이 아파 혼자 주무르던 학생에게 다가와 억지로 그 팔을 잡아당겨 만졌습니다. 그 뒤로는 과제를 설명한다며 허벅지 위에 손을 얹고, 혼자 발표를 준비하던 학생의 어깨와 엉덩이에 손을 대는 일이 약 6개월 사이 10회 넘게 반복됐습니다. 피해자가 면담을 요청해 그만해 달라고 말했지만 그 직후에도 옷을 정리해 주겠다며 상체를 만졌고, 이후 논문 검토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됐습니다.
한 학기 뒤면 졸업이었는데도 피해자는 교내 인권센터 신고와 형사 고소를 함께 선택했습니다. 심앤이는 인권센터 제출 자료와 통화 녹음, 일기, 추행 직후마다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를 모아 날짜·장소·행위를 시간순으로 특정한 고소보충서를 냈고, 녹음에 남은 가해자의 발언으로 추행의 고의를 짚었습니다. 사건은 단순 강제추행이 아니라 상습강제추행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사건 보기).
흩어진 피해를 하나의 상습 범행으로 묶은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었습니다. 한 번의 추행으로 보면 가볍게 다뤄질 일도, 같은 행위가 반복된 목록으로 놓이면 죄명 자체가 무거워집니다. 그래서 기억이 남아 있을 때 각 피해의 날짜와 장소를 적어 두는 일이 그 무엇보다 먼저입니다.
보복은 이메일과 학과 공지, 평가표로 남습니다. 꽃뱀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 역시 별도의 2차 가해이고 위자료를 높이는 사유가 되므로, 소문의 출처와 들은 사람을 날짜별로 적어 두시기 바랍니다. 구체적인 대응 순서는 2차 가해·보복범죄 대응에 있습니다.
회식에서 강하게 항의하지 못했는데 불리한가요?
불리하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서 소리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으면 됩니다. 실습 평가와 취업이 걸린 상대에게 즉시 항의하기 어려웠다는 사정은 위력 관계에서 매우 흔한 반응이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동의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병원 실무수습을 마치는 날 열린 회식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담당 교수가 다가와 팔을 붙잡아 자기 몸 쪽으로 끌어당겼고, 자리를 옮겨 피하려 하자 다시 다가와 가슴을 움켜잡았습니다. 간호학과 학생이던 피해자는 며칠 동안 그 장면이 되살아나는 고통을 겪다가 고소를 결심했습니다. 어둡고 소란스러운 장소라 목격자도 영상도 없었습니다.
심앤이는 사건 직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따져 묻고 가해자가 이를 인정하며 사과한 메시지를 정리해 제출하고, 회식 장소의 구조와 동선, 접근 방향, 접촉 부위를 순서대로 진술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이어 사적인 친분이 전혀 없는 실습생과 지도 교수 관계였다는 점을 들어 정식 재판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냈고, 가해자는 강제추행으로 기소됐습니다(사건 보기).
졸업한 뒤에도 징계를 요구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성폭력범죄와 성희롱은 징계시효가 10년으로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사립학교 교원은 징계 사유가 생긴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의결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성 관련 비위는 10년입니다(사립학교법 제66조의4 제1항). 국공립대 교원에게는 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2 제1항 제1호가 같은 기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 구분 | 근거 조문 | 원칙 | 성폭력·성희롱 |
|---|---|---|---|
| 사립대 교원 | 사립학교법 제66조의4 제1항 | 3년 | 10년 |
| 국공립대 교원 | 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2 제1항 | 3년 | 10년 |
징계시효와 형사 공소시효는 서로 다른 기간이라는 점만 구분하시면 됩니다. 징계시효가 남아 있다고 해서 형사 고소가 언제까지나 가능한 것은 아니고, 반대로 형사 절차가 끝난 사건이라도 징계 요구는 별도로 할 수 있습니다. 직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겪는 같은 구조의 사건은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가해 교수가 먼저 합의를 제안해 올 때
금액보다 조건을 먼저 보셔야 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계속 마주쳐야 하는 관계라면 접근금지와 통신제한, 2차 피해 방지가 합의서에 적히지 않는 한 사건이 끝나도 일상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전공의였던 피해자가 서른 살 위 전공교수에게 수년간 추행을 당한 사건에서, 심앤이는 육하원칙으로 재구성한 30건이 넘는 피해 목록과 녹음, 일기를 근거로 협상했습니다. 가해자가 금액이 과하다며 감액을 요구하자 형사와 민사뿐 아니라 행정상 문제 제기까지 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가해자에게 남는 손해가 없다는 점을 짚어 설득했고, 자필 사과문과 동종업계 2차 피해 방지, 비밀유지·접근금지·통신제한 조항을 포함해 합의금 1억 원으로 마무리했습니다(사건 보기).
합의는 사건을 끝내는 방법인 동시에 앞으로의 관계를 정하는 계약입니다. 기관이 해 줘야 할 일을 합의 조건으로 적어 두면 지도교수 변경이나 학회에서의 분리까지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신고 전에 정리해 둘 기록
첫째, 날짜와 장소, 접촉 부위와 그때 오간 말을 시간순으로 적어 두세요. 반복된 피해는 하나씩 흩어져 있을 때보다 목록으로 묶일 때 훨씬 무겁게 평가됩니다.
둘째, 거절한 날과 대우가 바뀐 날을 같은 줄에 놓으세요. 이 순서가 그대로 위력의 서사가 됩니다. 셋째, 녹음 파일과 메시지, 일기는 손대지 않은 원본 상태로 두세요. 잘라 붙이거나 다른 파일로 옮기면 증거 가치가 떨어집니다.
학위가 걸려 있다는 이유로 참아 온 시간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시간을 설명할 수 있는 기록만 있으면 늦은 신고도 충분히 다툴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