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이나 노래방, 펜션 같은 술자리에서 당한 성추행은 술을 마신 자리에서 벌어졌다는 이유로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갑자기 만진 행위는 그 자체가 폭행으로 평가돼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이 되고, 만취해 기억이 끊긴 사이 벌어진 일이라면 형법 제299조 준강제추행으로 강제추행과 같은 형에 처해집니다.
피해자분들이 신고를 망설이시는 이유는 대개 법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가해자는 술김이었다며 사과로 덮으려 하고, 동료들은 회사 생활을 걱정해 입을 다물고, 주변에서는 분위기를 깨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술자리라는 사정은 가해자의 방패가 아니라 피해자의 증거가 남는 조건입니다.
이 글은 술자리 접촉이 어떤 죄로 갈리는지, 노래방과 펜션처럼 자리가 옮겨진 뒤의 피해는 어떻게 다루는지, 회식이라서 오히려 남는 증거가 무엇인지, 회사가 징계를 미룰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회식 성추행, 술김에 그랬다는 말은 통하나요?
통하지 않습니다. 강제추행에서 말하는 폭행은 상대를 제압할 정도의 힘을 뜻하지 않고, 의사에 반하는 접촉이면 그 자체로 인정됩니다. 그래서 어깨를 감싸거나 허벅지에 손을 올린 순간의 행위가 곧 폭행이자 추행이 되며, 때리지 않았다는 말은 처음부터 답이 되지 못합니다.
취해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술에 취했다는 사정은 범행을 없애 주지 않고, 그날 계산을 직접 처리했거나 대리운전을 불렀거나 귀가 동선을 정확히 정한 정황이 확인되면 기억이 없었다는 말 자체가 무너집니다.
가해자가 다음 날 찾아와 사과하는 것도 사건을 끝내는 절차가 아닙니다. 사과는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는 자료가 됩니다. 사과 문자와 각서는 지우지 말고 원본 그대로 보관하세요.
술자리 접촉이 어떤 죄가 되는지 가르는 기준
같은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라도 피해자의 의식 상태와 두 사람의 관계에 따라 죄명이 달라집니다. 죄명이 달라지면 수사에서 확인하는 대상도 달라지므로, 처음부터 어느 쪽인지 가늠해 두시는 편이 진술 준비에 도움이 됩니다.
| 상황 | 적용되는 죄명 | 법정형 | 입증의 초점 |
|---|---|---|---|
| 의식이 있는데 갑자기 만짐 |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 접촉의 방식과 거부 의사 |
| 상사가 지위를 이용해 추행 | 업무상 위력 추행(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 인사권 등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 |
| 만취해 기억이 끊긴 사이 |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 | 강제추행과 같은 형 | 그때 항거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
| 잠든 사이 벌어진 일 |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 | 강제추행과 같은 형 | 잠들어 있었다는 정황과 시각 |
표의 첫 줄과 셋째 줄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갈리는 지점입니다. 앞의 것은 내가 어떻게 거부했는지가 중심이 되고, 뒤의 것은 그때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가 중심이 됩니다. 기억이 끊긴 구간이 있다면 그 사실을 감추지 마세요. 기억이 없다는 사정은 약점이 아니라 항거불능 상태를 뒷받침하는 정황입니다.
둘째 줄은 상사가 가해자일 때 추가로 검토되는 조문입니다. 때리거나 협박하지 않았어도 인사와 평가를 쥔 사람이 만든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 자체가 위력으로 평가됩니다. 직장에서 벌어진 피해의 절차별 대응은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벌어진 일은 회사 징계로 끝나나요?
끝나지 않습니다. 회사의 징계는 내부 인사 조치일 뿐이고 형사 책임은 그와 별개로 남습니다. 정직이나 감봉으로 마무리됐다고 해서 고소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징계 기록은 사실관계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전체 회식에서 친분이 전혀 없던 직장 동료에게 피해를 입은 사건이 있습니다. 가해자는 술에 취한 피해자에게 다가와 허리와 등을 여러 차례 만졌고, 나중에 확인한 회식 장소 영상에는 피해자가 기억하던 것보다 더 심한 접촉이 남아 있었습니다.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정직 처분을 내렸지만 그것으로 형사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심앤이는 두 사람 사이에 사적 친분이 없었다는 점, 피해 직후 곧바로 회사에 알린 점, 영상에 장면이 남아 있고 가해자도 혐의를 인정한 점을 묶어 고소장을 시간 순서로 작성했고, 회사가 보관한 원본 영상을 수사기관이 확보하도록 요청 사항까지 적었습니다. 조사 전 세 차례 진술을 정리하고 조사에 동행했으며, 사건은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사건 보기).
노래방·2차에서 정신을 잃은 사이라면
자리가 2차로 옮겨진 뒤의 피해는 준강제추행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이 쌓인 시간대이고, 조명이 어둡고, 좌석이 붙어 있어 가해자가 노리기 쉬운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수사에서 확인하는 것은 내가 저항했는지가 아니라 저항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입니다.
상사가 권하는 술을 거절하지 못하고 마시다 2차 노래방에서 정신을 잃은 피해자가 있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상사가 몸을 더듬고 있었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벗어나지 못한 채 다시 의식을 잃었습니다. 가해자는 곧 500만 원을 내밀며 일방적으로 합의를 요구했고, 거절하자 계속 연락해 왔습니다.
심앤이는 가해자가 혐의를 인정하며 사과한 대화와 통화 녹음을 녹취록으로 정리하고 정신과 기록을 더한 뒤, 모든 연락을 대리인에게로 돌려 직접 접촉을 끊었습니다. 피해자가 힘들게 들어간 회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첫 제안을 거절했고, 가해자의 퇴사 일정 확정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합의금은 일곱 배인 3,500만 원이었고 비밀유지와 접근금지, 퇴직 이행 확약 조항이 들어갔습니다(사건 보기).
합의를 먼저 제안받았을 때 금액보다 먼저 볼 것은 조항입니다. 처벌불원 문구를 넣을지, 접근금지와 비밀유지를 어떻게 적을지에 따라 그 뒤의 안전이 달라집니다. 협상 순서와 조항 설계는 합의금·합의대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펜션·MT처럼 자고 오는 자리라면
잠든 사이 벌어진 일도 준강제추행입니다. 이런 자리는 방과 이불이 공유되고 여러 사람이 함께 자기 때문에, 가해자가 나중에 실수로 닿았다거나 자다가 뒤척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이 흔합니다. 그 주장을 깨는 것은 위치와 시각입니다.
깨어난 직후에 확인하고 남길 것은 네 가지입니다. 내가 누워 있던 자리와 가해자의 자리, 잠든 시각과 깬 시각, 그때 방에 누가 함께 있었는지, 그리고 깨어나 처음 한 말과 행동입니다. 함께 잔 일행의 진술은 이 사건 유형에서 가장 강한 간접 증거가 됩니다.
숙소 예약자와 인원, 방 배정을 정한 단체 대화방, 그날의 사진과 동영상도 그대로 두세요. 술에 취한 정도와 항거불능 상태를 무엇으로 입증하는지는 준강간·준강제추행에서 사건 유형별로 다루고 있습니다.
동료들이 증언을 꺼릴 때 입증은 어떻게 하나요?
진술과 간접 증거로 합니다. 동료들이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해 목격했다고 말하기를 주저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그것이 곧 사건의 실패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목격자의 수가 아니라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그 진술을 뒷받침하는 정황입니다.
회식이라는 자리는 오히려 기록을 많이 남깁니다. 아래 목록은 실제로 수사기관에 제출되는 자료들입니다.
| 자료 | 무엇을 보여 주는가 | 확보하는 곳 |
|---|---|---|
| 식당·노래방·엘리베이터 영상 | 자리 배치와 접촉, 이동 경로 | 업주에게 보존 요청, 경찰 확보 |
| 법인카드·간편결제 내역 | 자리와 시간대, 2차로 옮긴 시각 | 회사 지출 기록, 결제 앱 |
| 대리운전·택시 호출 기록 | 귀가 시각과 동행 여부 | 호출 앱 이용 내역 |
| 단체 대화방과 개인 메시지 | 사건 전후의 언동과 사과 | 휴대전화 원본 보관 |
| 다음 날 근태와 병원 기록 | 피해 직후의 상태 | 회사 근태 자료, 진료기록 |
표를 읽으실 때 기준은 하나입니다. 사람의 기억은 흔들려도 결제와 호출, 출입 기록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 자료들이 피해자 진술의 시간대를 고정해 주면, 동료가 말을 아껴도 사건은 유지됩니다.
증언을 부탁할 때는 사건 전체를 증명해 달라고 하지 마세요. 그날 몇 시에 누가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처럼 부담이 적고 확인 가능한 사실 한 가지만 물어보는 편이 협조를 얻기 쉽습니다.
회사가 징계를 미룰 때 무엇을 할 수 있나요?
형사 고소와 노동청 진정을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유죄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징계를 미루면 피해자는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계속 일해야 합니다. 이때 형사 절차는 회사를 움직이는 지렛대가 됩니다.
큰 프로젝트를 마친 기념 회식에서 주량을 넘겨 마신 뒤 귀갓길에 상사에게 추행당한 피해자가 있습니다. 상사는 부축하는 척하다 몸을 돌려 입을 맞추고 가슴과 엉덩이를 만졌으며, 저항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는 계단에서 굴러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회사는 처음의 말을 바꿔 징계를 보류하겠다고 했습니다.
심앤이는 형사 절차와 고용노동부 진정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건물에 들어간 적이 없다는 가해자의 주장은 휴대전화 검색 기록과 주변 건물 영상으로 무너졌고, 인근에 경찰서가 있었는데도 인계하지 않은 정황으로 호의였다는 변명도 배척됐습니다. 의견서를 네 차례 내고 노동청 조사에 동행한 끝에 검찰은 준강제추행으로 정식 기소했습니다(사건 보기).
고소하면 회사에서 더 힘들어지지 않나요?
그 걱정이 현실인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순서를 정하면 위험은 줄어듭니다. 사내 신고와 노동청 진정은 분리 조치와 징계를 끌어내는 절차이고, 형사 고소는 책임을 확정하는 절차입니다. 어느 것을 먼저 할지는 회사 분위기와 가해자의 지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분명한 것은 침묵이 안전을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회식에서 손을 뻗는 사람은 평소에도 같은 말과 행동을 반복해 왔을 가능성이 높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다음 사람이 같은 자리에 앉게 됩니다. 접촉이 추행으로 인정되는 판단 요소와 초기 대응은 성추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라 애매하다고 느끼실 수 있지만, 애매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주변의 반응입니다. 그날의 접촉이 원하지 않은 것이었다면 그것으로 죄는 성립합니다. 기억나는 것을 순서대로 적어 두고, 사과 메시지와 결제·호출 기록을 지우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