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때문에 조력을 포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국가가 비용을 대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폭력피해자 무료법률지원 사업, 그리고 법률구조라는 세 갈래가 열려 있고 세 경로 모두 피해자가 돈을 내지 않습니다.
다만 무료 조력은 범위가 정해져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무료인지 모르고 시작하면, 정작 사건이 중요해지는 국면에서 조력이 끊깁니다. 그래서 무료 경로를 고를 때는 "공짜인가"보다 "이 사건의 어느 단계까지 함께 가 주는가"를 먼저 보셔야 합니다.
이 글은 경로별로 누가 받을 수 있고 무엇을 해 주는지, 무료 상담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그리고 비용을 결국 가해자에게서 돌려받은 사건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성범죄 변호사 무료 상담, 어디까지 무료인가요?
상담은 대부분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소송 단계의 조력까지 무료인 경로도 있습니다. 아래는 공식 안내로 확인되는 경로만 모은 표입니다.
| 경로 | 대상 | 지원 내용 | 요청하는 곳 |
|---|---|---|---|
| 피해자 국선변호사 | 성폭력범죄 피해자 | 형사절차 조력 | 수사기관에 의사 표시 |
| 폭력피해자 무료법률지원 | 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 | 상담, 민사·가사 소송대리, 형사 지원 | 수행기관 5곳 |
| 법률구조 | 성폭력범죄 피해자 등 유형별 대상자 | 법률상담과 소송구조 | 대한법률구조공단 |
| 신종폭력 무료법률지원 | 스토킹·교제 성폭력 등 피해자 | 수행변호사 연계 | 한국여성변호사회 |
| 기관 연계 | 성폭력 피해자 | 무료법률지원 신청 안내 | 지역 상담소·해바라기센터 |
표를 가로로 읽으면 각 경로가 어느 절차를 맡는지가 보입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형사절차 전담이고, 무료법률지원 사업은 형사에 더해 민사와 가사까지 닿으며, 법률구조는 소송 자체를 도와주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한 곳만 정해 두실 필요가 없습니다. 형사는 국선으로 시작하고 민사는 무료법률지원 사업에 신청하는 식으로 겹쳐 쓰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신청 없이 선정되기도 합니다
근거는 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6항입니다. 검사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선정해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고, 19세 미만 피해자 등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반드시 선정해야 합니다. 미성년 피해자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성인 피해자는 선정이 재량이므로 가만히 기다리기보다 수사기관에 국선변호사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시는 편이 빠릅니다. 고소장을 낼 때나 첫 조사 일정을 잡을 때 말씀하시면 됩니다.
선정된 국선변호사는 사선과 같은 권한을 가집니다. 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진술하고, 공판절차에 출석하며,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고, 피해자를 위한 소송행위에 포괄적 대리권을 가집니다(성폭력처벌법 제27조). 권한이 좁아서 아쉬운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맡는 사건 수 때문에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폭력피해자 무료법률지원 사업은 소송비용까지 지원합니다
두 번째 경로는 정부가 예산을 대는 무료법률지원 사업입니다. 여성가족부가 2024년 3월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의 수행기관은 5곳으로 늘었고, 지원 대상은 가정폭력·성폭력·스토킹·교제폭력 등 폭력 피해자입니다.
보도자료 요지 — 폭력 피해자는 무료법률지원 사업 수행기관을 통해 1인당 구조비용 600만 원 범위에서 소송에 드는 비용과 법률상담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지원 내용은 법률상담과 민사·가사 소송대리, 형사소송 지원입니다. 수행기관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등이 있고 기관마다 맡는 전문 분야가 다릅니다. 신청은 지역 보호시설이나 상담소, 해바라기센터를 통해서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스토킹과 교제폭력 등 신종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무료법률지원 사업을 운영하며, 교제 관계에서 벌어진 성폭력과 사이버 성폭력, 명예훼손 피해자도 대상에 포함됩니다.
법률구조는 어떤 피해자까지 보나요?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법률구조 대상자를 소득 기준과 별개로 피해 유형별로도 두고 있고, 그 목록에 성폭력범죄 피해자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피해자,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범죄피해자가 각각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구분해 두실 점은 법률구조가 형사 고소를 대신해 주는 제도가 아니라 소송을 도와주는 제도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이 경로가 실질적으로 쓰이는 국면은 형사가 끝난 뒤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 단계입니다. 민사에서 무엇을 어떻게 청구하는지는 민사 손해배상에 정리돼 있습니다.
수사 단계의 조력이 필요하시다면 경로를 반대로 잡으셔야 합니다. 고소장 작성과 첫 조사가 걸린 국면에서는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먼저이고, 그 단계에서 무엇이 진행되는지는 수사절차(경찰·검찰)에 단계별로 나와 있습니다.
무료 상담에서 반드시 확인하실 세 가지
무료 상담은 사건을 통째로 맡기는 자리가 아니라 방향을 정하는 자리입니다. 30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남는 것이 달라지므로, 아래 항목을 적어 가시기를 권합니다.
| 확인할 것 | 왜 필요한가요 | 준비해 갈 자료 |
|---|---|---|
| 이 사건의 죄명 | 죄명에 따라 절차와 기한이 달라짐 | 사건 경위를 적은 시간순 메모 |
| 지금 단계에서 닫히는 기한 | 이의신청·항고는 날짜로 끊김 | 받은 통지서와 문자 |
| 무료 조력이 끝나는 지점 | 그 뒤를 미리 계획해야 함 | 선정 통지나 지원 결정문 |
세 번째 칸이 핵심입니다. 무료 조력의 범위를 상담에서 먼저 확인해 두면, 조력이 끊기는 시점에 급하게 결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무료 조력의 범위가 끝나는 지점
실제로 그 지점이 문제가 된 사건이 있습니다. 어깨 마사지를 받으러 간 피해자가 마사지사에게 가슴 주변을 만지게 하는 행위와 상의 탈의 요구, 손에 성기를 닿게 하는 행위를 반복해 당했습니다. 피해자는 용기를 내 고소했고 국선변호사의 조력으로 형사 1심까지 마쳤습니다.
문제는 가해자가 항소하면서 생겼습니다. 피해자는 항소심을 앞두고 심앤이를 찾아왔고, 형사 대응과 함께 민사 손해배상 소장을 냈습니다. 가해자는 수사 단계부터 부인했고 1심 유죄 뒤에도 항소하며 녹음 파일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했습니다. 심앤이는 그런 상대를 두고 변호사 없이 형사절차에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점을 판례와 함께 주장했습니다. 민사 재판부는 형사절차에서 지출한 변호사 선임 비용 전액과 위자료를 인정해 약 2,600만 원의 배상을 명했고, 항소심 대응 비용까지 손해 범위에 들어갔습니다(사건 보기).
이 사건이 보여 주는 것은 무료 조력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력의 범위가 끝나는 지점이 있고, 그 지점 이후의 비용은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사지나 시술을 빙자한 추행의 구조는 성추행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비용은 마지막에 가해자에게 청구합니다
형사절차에서 쓴 변호사 비용은 원칙적으로 당연히 배상되는 항목이 아닙니다. 그러나 변호사 없이는 절차를 감당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으면 가해자의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로 인정됩니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친구에게 강간 피해를 입은 사건이 그 예입니다. 피해자는 사건 직후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 앞에서 가해자 역시 범행을 시인했습니다. 그러나 수사가 본격화되자 가해자는 서로 호감이 있었다며 말을 바꿨고, 1심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심앤이는 항소심에서 이를 유죄로 뒤집었고 상고심에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이어진 민사에서 심앤이는 가해자가 끝까지 부인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집요하게 공격한 이상 피해자가 혼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형사 변호사 선임 비용 전액과 위자료를 모두 인정했고, 1심뿐 아니라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지출한 비용까지 손해배상 범위에 넣어 5,650만 원을 인용했습니다(사건 보기).
동거하던 연인이 이별을 거부하며 목을 조르고 강간한 사건에서도 같은 길이 열렸습니다. 가해자는 불법행위 직후부터 법정구속되는 순간까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대질조사를 요구하고 공판에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형사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된 뒤 제기한 민사에서 형사 변호사 비용을 손해 항목에 포함해 3,500만 원이 인용됐습니다(사건 보기).
돈이 없으면 참으라는 말을 반박합니다
가해자 측은 종종 국선변호사가 있는데 왜 사선 비용을 청구하느냐고 반박합니다. 성립하지 않는 논리입니다. 무료 조력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이 사건에서 그 조력만으로 충분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고, 부인하며 다투는 상대를 앞에 두고 피해자가 혼자 절차를 감당할 수 없었다는 사정은 법원이 실제로 인정해 온 손해입니다. 그 요건과 준비할 증빙은 변호사비용 청구에 정리돼 있습니다.
비용을 이유로 고소를 접으라는 조언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사절차는 피해자가 돈을 내야 열리는 절차가 아닙니다. 국가가 비용을 대는 국선 조력이 있고, 예산으로 운영되는 무료법률지원 사업이 있으며, 마지막에는 가해자에게 비용을 돌려받는 길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하실 일은 간단합니다. 수사기관에 국선변호사를 원한다고 말씀하시고, 무료법률지원 사업의 대상이 되는지 상담소를 통해 확인하시고, 지출한 비용의 계약서와 영수증을 원본 그대로 보관해 두시는 것입니다. 비용은 사건을 포기할 이유가 아니라 마지막에 정산할 항목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