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대행은 피해자가 가해자와 직접 말을 섞지 않고, 대리인이 접촉과 협상을 전부 맡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비용은 보통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나뉘고, 피해자가 쓴 변호사 비용은 합의금에 반영하거나 나중에 가해자에게 청구하는 길이 따로 있습니다.
고소 전 합의를 대리인만 통해야 하는 이유는 금액을 더 받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가해자와 직접 주고받은 말과 문자가 그대로 수사 자료가 되고, 그 접촉 자체가 피해자를 한 번 더 무너뜨리는 통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대리인을 세우는 일은 창구를 하나로 막는 일입니다.
이 글은 합의대행 비용의 구조, 직접 협상이 위험한 이유, 절차 다섯 단계, 합의서에 반드시 넣어야 하는 조항, 합의가 결렬됐을 때 남는 절차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합의대행 변호사 비용은 어떻게 나뉘나요?
구조부터 보시면 됩니다. 사건을 맡을 때 정하는 착수금, 합의가 성사됐을 때 그 결과에 따라 정하는 성공보수, 그리고 자료 발급이나 우편처럼 실제로 나가는 실비로 나뉩니다. 금액은 사건의 죄명과 증거 상태, 가해자 측의 태도, 협상이 몇 차례나 오갈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상담 자리에서 확인하실 것은 총액이 아니라 경계입니다. 어디까지가 계약 범위인지를 문서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합의가 결렬돼 형사 고소로 전환될 때 별도 계약이 되는지, 민사소송은 포함인지, 성공보수의 기준이 무엇인지가 그 경계입니다.
비용 때문에 대응을 미루시는 분들이 많은데, 피해자가 지출한 변호사 비용은 사건 안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항목입니다. 합의금을 정할 때 비용을 얹어 반영하는 방법과 민사소송에서 손해로 청구하는 방법이 있고, 회수 경로는 변호사비용 청구에 정리돼 있습니다.
고소 전 합의를 직접 하면 무엇이 무너지나요?
세 가지가 한꺼번에 무너집니다. 첫째, 접촉입니다. 가해자나 그 가족이 연락할 통로가 열려 있으면 사과를 가장한 회유, 선처를 구하는 호소, 주변 지인을 통한 압박이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받는 손상은 합의금으로 메워지지 않습니다.
둘째, 기록입니다. 협상 중에 오간 말은 사건이 형사절차로 넘어가는 순간 자료가 됩니다. 금액을 먼저 부르거나 감정이 실린 문자를 보내면 가해자 측은 그것을 피해자의 목적이 돈이었다는 주장으로 뒤집어 씁니다. 실제로 합의금을 돌려 달라며 피해자를 역으로 고소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셋째, 순서입니다. 직접 협상은 대개 금액부터 시작해 금액에서 끝납니다. 접근금지나 비밀유지처럼 피해자에게 더 중요한 조건이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채 합의가 끝나 버립니다.
예문 — “이 사건에 관한 연락은 대리인을 통해서만 받겠습니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시면 그 자체를 자료로 남기겠습니다.”
합의대행 절차 다섯 단계
아래 표는 대리인이 붙었을 때 진행되는 순서입니다. 왼쪽은 대리인이 하는 일이고, 오른쪽은 어느 단계에서든 피해자만 정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오른쪽 칸을 대리인이 대신 정하는 일은 없습니다.
| 단계 | 대리인이 하는 일 | 피해자가 정하는 것 |
|---|---|---|
| 사건 검토 | 증거와 죄명, 처분 전망을 함께 확인 | 처벌과 배상 중 무엇을 앞에 둘지 |
| 목표 설정 | 금액대와 부가조건의 범위를 잡음 |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저선 |
| 접촉·협상 | 가해자나 그 대리인과만 소통 | 협상 중단 시점 |
| 합의서 작성 | 조항을 문서로 만들고 이행 방법을 정함 | 최종 서명 여부 |
| 이행 확인 | 입금과 조건 이행을 확인, 위반 시 대응 | 위반 시 형사 전환 여부 |
표에서 놓치기 쉬운 단계가 첫 줄입니다. 합의부터 하겠다고 찾아오셨더라도 증거가 탄탄하면 협상력이 달라지므로 검토가 먼저입니다. 가해자가 왜 지금 합의를 원하는지, 무엇을 잃을까 두려워하는지를 파악하는 일도 이 단계에서 끝냅니다.
마지막 줄도 중요합니다. 합의는 서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행으로 끝납니다. 분할 지급이라면 미이행 시 어떻게 할지를 합의서에 미리 적어 두어야 합니다.
합의금만 적은 합의서는 절반짜리입니다
피해자가 사건 이후 실제로 겪는 문제는 금액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입니다. 같은 회사에 계속 다녀야 하는 문제, 같은 모임에서 마주치는 문제, 소문이 퍼지는 문제가 남습니다. 합의서에 조항으로 적히지 않으면 이 문제들은 합의 뒤에도 그대로 남습니다.
| 합의서에 넣는 조항 | 없을 때 실제로 생기는 일 |
|---|---|
| 접근금지·연락금지 | 사과를 이유로 연락이 다시 시작됩니다 |
| 비밀유지 | 주변에 사건이 알려지고 말이 바뀝니다 |
| 공통 관계 정리 | 같은 모임이나 자리에서 계속 마주칩니다 |
| 근로관계·학적 정리 | 피해자만 일터나 학교를 떠나게 됩니다 |
| 위반 시 제재 | 조항을 어겨도 물을 수단이 없습니다 |
| 부제소 범위의 한정 | 뒤에 드러난 피해까지 묶여 버립니다 |
회사 대표에게 사무실에서 추행을 당한 사건이 이 표의 필요성을 보여 줍니다. 오래 근무한 회사였고 가해자는 대표였습니다. 의뢰인은 저항하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일상이 무너져 퇴사를 결심한 뒤 심앤이를 찾아왔습니다. 피해 뒤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은 병원 기록과, 퇴사 직전 가해자를 붙들고 그날 일을 추궁하며 녹음해 둔 통화가 남아 있었습니다.
심앤이는 고소 전 합의를 먼저 시도하되 결렬되면 형사 고소와 노동청 신고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가해자가 시간을 끌자 피해자가 성추행 때문에 퇴사한다는 사실을 사직서에 적겠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결국 합의금 3,000만 원과 함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권고사직으로 처리하는 조건, 비밀유지와 접근금지 조항까지 넣어 합의가 이뤄졌습니다(사건 보기). 직장에서 벌어진 사건의 회사 내 조치는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가해자 측 변호사가 먼저 연락해 왔을 때
가해자가 먼저 합의를 제안하는 시점은 대개 조사를 앞둔 때입니다. 이때 피해자는 금액이 적정한지 판단할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결정을 재촉받습니다. 그 상태로 서명하면 사건은 가장 낮은 값에 끝납니다.
모임에서 알게 된 동네 친구에게 만취 상태에서 강간 피해를 입은 사건이 그랬습니다. 의뢰인은 사과를 받고 정리하려 했지만 가해자가 동의한 줄 알았다며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여 신고했고, 1차 경찰조사가 잡힌 날 가해자 측 변호인에게서 합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심앤이는 예정된 조사를 먼저 미루게 하고, 가해자 측이 보낸 합의서 초안과 문자, 통화 녹음을 검토했습니다. 가해자 측이 제시한 금액은 1,000만 원이었습니다. 친구 관계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충격이 더 컸다는 점, 모임에서 계속 마주쳐야 하는 불안이 이어진다는 점을 짚고, 정당한 보상이 없으면 형사 고소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가해자는 처음 제안의 3배인 3,000만 원을 마련했고, 지인들에게 언급하지 않을 것과 모임에서 탈퇴할 것을 합의서에 넣었습니다(사건 보기).
부제소합의를 요구받았을 때
가해자 측이 요구하는 부제소합의는 이 사건으로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서명하면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무엇을 포기하는 합의인지 범위를 반드시 좁혀야 합니다. 형사 고소만인지 민사 청구까지인지, 나중에 드러날 다른 피해까지 포함되는지가 전부 달라집니다.
학원에서 알게 된 친구에게 준유사강간 피해를 입은 사건에서 이 협상이 그대로 쟁점이 됐습니다. 의뢰인은 술자리에서 기억이 끊긴 사이 피해를 입었고, 다음 날 따져 묻자 가해자는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나중에는 장난이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심앤이는 형사 고소를 검토 중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전달한 뒤 가해자와 직접 소통했습니다. 피해자가 또렷하게 기억하는 대목과 카카오톡에 남은 정황을 제시하며 말 바꾸기를 막았고, 가해자가 몇백만 원을 부르자 부제소합의로 마무리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제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최종 합의금은 처음 제안의 약 6배인 2,250만 원이었습니다(사건 보기).
합의하면 가해자가 처벌을 피하는 것 아닌가요?
대부분의 성범죄는 친고죄가 아닙니다. 피해자가 합의했다고 해서 수사와 재판이 자동으로 멈추지 않고, 합의는 처분과 양형에서 고려되는 사정의 하나일 뿐입니다. 고소 전 합의를 선택하셨다고 해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합의를 두고 피해자를 향해 던져지는 말들도 함께 정리하겠습니다. 돈을 받고 봐준 것이라는 비난, 진짜 피해자라면 끝까지 갔어야 한다는 말은 전부 틀렸습니다. 피해 회복의 방법을 정하는 사람은 피해자입니다. 몇 년이 걸릴 절차를 감당할지, 지금 생활을 지킬지는 피해자가 자기 사정에 맞춰 고르는 문제입니다.
반대로 가해자 측이나 주변에서 합의를 종용하는 상황이라면 그 자체가 압박입니다. 이럴 때 대리인을 통한 협상은 피해자를 설득하는 장치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판단할 시간을 벌어 주는 장치로 쓰셔야 합니다.
합의가 결렬되면 무엇이 남나요?
결렬은 실패가 아닙니다. 협상 과정에서 가해자가 혐의를 인정한 대화, 사과한 기록, 금액을 제시한 문자는 그대로 남습니다. 고소로 전환할 때 이 자료들은 사건 초기에 확보하기 어려운 증거가 됩니다.
고소 이후에도 합의의 기회는 다시 열립니다. 검찰 단계에서는 형사조정 절차가 있고, 재판 단계에서는 양형을 앞두고 가해자 측이 먼저 조건을 들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점이 뒤로 갈수록 가해자가 잃을 것이 커지므로, 협상에서 불리해지는 쪽은 피해자가 아닙니다.
합의는 사건을 덮는 일이 아니라 끝내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금액과 조건을 정하기 전에 지금 내 사건의 증거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부터 확인하시고, 가해자와의 연락은 대리인으로 창구를 좁혀 두시기 바랍니다. 합의금의 기준과 합의서 작성에서 놓치기 쉬운 항목은 합의금·합의대행에 단계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