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직전에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공증입니다. 가해자 측에서 "공증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먼저 공증을 하자고 제안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판단 기준은 하나입니다. 상대가 이 합의서를 어겼을 때 내가 무엇을, 얼마나 빨리 받아낼 수 있는가입니다.
합의서는 그 자체로 계약이라 공증이 없어도 효력이 있습니다. 문제는 효력과 집행력이 다른 말이라는 점입니다. 효력이 있다는 것은 약속을 어긴 쪽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이고, 집행력이 있다는 것은 법원을 통해 상대의 재산을 곧바로 압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공증은 이 두 번째를 미리 확보해 두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공증을 할지 말지를 두고 고르는 대신, 공증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위반 이후의 절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나란히 놓고 봅니다. 그리고 그 절차를 짧게 만드는 조항을 어떻게 적는지까지 이어서 정리했습니다.
합의서에 공증이 꼭 필요한가요?
필요하지 않습니다. 공증은 합의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고, 당사자가 서명한 합의서는 공증이 없어도 유효한 계약입니다. 다만 가해자가 돈을 제때 주지 않거나 조항을 어겼을 때, 회수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달라집니다.
공증을 먼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합의금을 나눠 받기로 한 경우, 지급일이 서명일보다 뒤인 경우, 가해자의 직장이나 재산 사정이 불안정한 경우입니다. 반대로 서명하는 자리에서 전액이 입금되고 남는 의무가 접근 금지 같은 행위 제한뿐이라면, 공증의 실익은 줄어듭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공증을 해 두면 가해자가 접근 금지를 어겼을 때 곧바로 제재가 들어간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공정증서의 힘이 미치는 범위는 정해져 있고, 그 범위를 알아야 조항을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순서도 뒤집지 마셔야 합니다. 조항을 먼저 다듬고 그다음에 공증입니다. 공증은 문서의 내용이 공정한지 가려 주는 절차가 아니라 적힌 그대로에 힘을 실어 주는 절차라서, 가해자 측 초안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들고 가면 불리한 조항까지 함께 굳습니다.
인증과 공정증서, 집행력이 갈리는 지점
공증사무소에서 받을 수 있는 문서는 크게 두 가지인데 이름이 비슷해 자주 섞입니다.
사서증서 인증은 당사자가 그 문서에 직접 서명했다는 사실을 공증인이 확인해 주는 절차입니다. 나중에 가해자가 "그 서명은 내가 한 것이 아니다"라거나 "내용이 바뀌었다"고 다투는 것을 사실상 막아 줍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인증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 계좌를 압류할 수는 없습니다.
공정증서는 합의 내용을 공증인이 직접 작성한 문서입니다. 여기에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승낙한다는 취지의 문장이 들어가면 성격이 달라집니다. 민사집행법은 그런 공정증서를 집행권원의 하나로 정하고 있어서, 소송으로 판결을 받는 단계를 건너뛰고 집행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집행력을 만드는 것은 공증사무소에 갔다는 사실이 아니라 집행을 승낙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공정증서입니다. 비용을 들여 공증을 했는데 인증만 받아 온 경우가 실제로 있으니, 작성된 문서의 이름과 그 문구가 들어갔는지를 그 자리에서 확인하셔야 합니다.
작성 방식도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공정증서는 당사자가 공증사무소에서 신분 확인을 거쳐 만드는 문서라, 가해자와 같은 자리에 서지 않으려면 방문 시간을 나누거나 대리인을 세우는 방법을 협의 단계에서 합의해 두어야 합니다. 수수료를 누가 부담하는지도 합의서 안에 한 줄로 적어 두면 나중에 다투지 않습니다.
작성된 공정증서의 원본은 공증사무소에 남고, 당사자는 정본을 받아 옵니다. 그래서 받아 온 정본을 잃어버리더라도 그 사무소에 다시 신청해 정본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문서를 분실했다는 이유로 집행이 막히지는 않는다는 뜻이라, 이 점은 사본 한 부만 남는 일반 합의서와 다른 부분입니다.
어겼을 때 절차가 이렇게 갈립니다
같은 합의서라도 문서의 형식에 따라 위반 이후의 경로가 달라집니다.
| 구분 | 합의서만 작성 | 사서증서 인증 | 집행 승낙 공정증서 |
|---|---|---|---|
| 계약 효력 | 있음 | 있음 | 있음 |
| 서명 진정성 다툼 | 다툴 여지 있음 | 사실상 차단 | 사실상 차단 |
| 미지급 시 첫 단계 | 소송·지급명령 | 소송·지급명령 | 집행문 부여 신청 |
| 판결받는 절차 | 필요 | 필요 | 불필요 |
| 압류 착수 시점 | 판결 확정 뒤 | 판결 확정 뒤 | 집행문 받은 직후 |
| 집행되는 대상 | 판결 주문 | 판결 주문 | 금전 지급 조항 |
공증이 없을 때 흔히 쓰는 지름길이 지급명령입니다. 서류만으로 진행되어 빠르지만, 가해자가 통지를 받고 2주 안에 이의를 내면 그대로 일반 소송으로 넘어갑니다. 합의를 어길 정도의 상대라면 이의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때부터는 변론과 선고를 기다려야 합니다.
집행권원을 손에 쥐어도 남는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상대의 재산이 어디 있는지 모르면 압류할 곳이 없습니다. 이때는 법원에 재산명시를 신청해 채무자가 직접 재산 목록을 내게 하고, 그래도 드러나지 않으면 재산조회로 금융기관 등을 확인하는 절차로 이어집니다. 공정증서는 이 긴 길의 앞부분을 통째로 줄여 주는 문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부제소 조항, 어디까지 포기하는지부터 정합니다
부제소 합의는 이 사건과 관련해 민사소송을 내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가해자 측이 금액을 올릴 때 거의 예외 없이 요구하는 조항이고, 효력도 강합니다. 대법원은 부제소 합의를 어기고 제기한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본안 판단 없이 각하한다는 입장입니다(92다21760). 한 문장을 적는 것으로 민사 카드가 사라진다고 보셔야 합니다.
그래서 서명 전에 확인할 것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범위입니다. "본 건과 관련한 일체의 청구"처럼 넓게 적으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까지 함께 포기됩니다. 치료가 진행 중이거나 촬영물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사건이라면,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로 범위를 좁히고 새로운 피해가 나타나면 따로 다툴 수 있다는 단서를 남깁니다. 부제소 조항으로 포기하게 되는 청구가 무엇인지는 민사 손해배상에서 항목별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둘째는 다른 청구권이 함께 쓸려 들어가지 않는지입니다. 유부남·유부녀 기망 사건처럼 형사와 별개로 민사 위자료를 다투는 부분이 있거나, 배우자가 제기하는 상간소송처럼 뒤따라올 분쟁이 예상된다면, 그 부분은 문장을 나눠 적어야 합니다.
좁게 적은 예: “피해자는 본 합의 성립일까지 확인된 이 사건 피해에 관하여 민사상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다. 다만 촬영물의 존재나 유포 사실이 새로 확인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위약벌은 금액으로 적어야 집행됩니다
공정증서의 집행력은 돈을 달라는 청구에 미칩니다. 접근하지 말라, 발설하지 말라 같은 의무는 성질이 달라서 공정증서를 들고 가도 그것만으로 집행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행위 의무를 금액으로 바꿔 적는 방식을 씁니다. 어기면 얼마를 지급한다고 숫자로 정해 두고, 그 금액에 집행 승낙 문구를 함께 거는 것입니다.
| 합의서 조항 | 어긴 모습 | 금액을 안 적었을 때 | 금액을 적어 뒀을 때 |
|---|---|---|---|
| 접근금지 | 직장 앞에서 기다림 | 손해액을 입증해 청구 | 정해진 금액을 바로 청구 |
| 연락금지 | 제3자를 통해 연락 | 손해액 다툼이 길어짐 | 1회 위반마다 발생 |
| 비밀유지 | 지인에게 사건을 발설 | 피해 입증이 어려움 | 위반 사실만 증명 |
| 촬영물 미소지 | 파일이 뒤늦게 발견 | 처음부터 다시 소송 | 위약벌과 고소를 함께 |
| 분할금 지급 | 2회차부터 미납 | 회차마다 따로 청구 | 남은 전액 즉시 청구 |
문구를 쓸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고, 어느 쪽인지는 조항에 붙인 이름이 아니라 그 내용의 실질로 판단됩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읽히면 금액이 지나치게 많을 때 법원이 깎을 수 있고, 위약벌이라 적었더라도 액수가 지나치게 무거우면 그 부분의 효력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장을 두 겹으로 씁니다. 위약벌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이로써 메워지지 않은 실제 손해는 따로 배상한다는 문장을 붙여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구별되게 적고, 금액도 위반의 정도에 견주어 납득할 만한 선에서 정합니다. 접근 한 번에 수억 원을 적어 두는 식으로 올려 잡으면, 정작 다툼이 생겼을 때 그 조항 자체가 흔들립니다.
위약벌은 한 번 어길 때마다 발생하도록 적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이미 받은 합의금은 그대로 둔 채 추가 배상을 다시 청구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적어 둡니다. 사건 유형에 따라 넣어야 할 조항이 달라지는데, 금액과 조항을 어떤 순서로 요구하는지는 합의금·합의대행에서 다룹니다.
위약벌 예문: “가해자가 제3항 내지 제5항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위반 1회당 금 ○○○원을 위약벌로 지급하고, 이로써 전보되지 아니한 손해에 대하여는 별도로 배상한다. 가해자는 위 금원에 관하여 즉시 강제집행을 받더라도 이의가 없음을 인낙한다.”
가해자가 합의금을 나눠 내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원칙은 한 번에 전액을 받는 것입니다. 나눠 받는 순간 이행이 끊길 위험을 피해자가 떠안게 되고, 남은 회차를 받으려면 결국 집행 절차로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정상 분할이 불가피하다면 세 가지를 반드시 넣습니다. 한 번이라도 늦으면 남은 금액 전부를 한꺼번에 청구할 수 있다는 문장, 늦어진 기간에 붙는 지연이자, 그리고 그 전액에 대한 집행 승낙 문구입니다. 분할 지급 합의서야말로 공정증서를 만들어 둘 실익이 가장 큰 경우입니다.
서류를 넘기는 순서도 중요합니다. 처벌불원서는 합의금이 실제로 입금된 것을 확인한 다음에 전달합니다. 서류를 먼저 넘기고 돈을 받지 못하면 감형은 이미 이뤄진 뒤이고 피해자에게는 회수 절차만 남습니다.
낼 곳은 사건이 지금 어느 단계에 놓여 있는지를 따라갑니다. 아직 경찰이 수사 중이면 사건을 맡은 경찰서, 이미 송치되어 기소 여부를 검토하는 중이면 기록을 들고 있는 담당 검사, 기소되어 공판이 열렸다면 재판부입니다. 송치 뒤인데 경찰서에 내면 반영 시점을 놓칠 수 있으니, 넘기기 전에 사건이 어디까지 갔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사건이 지금 어느 단계에 놓여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수사절차(경찰·검찰)에 정리돼 있습니다.
2026년 10월 2일에는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바뀌지만, 검사가 경찰이 보낸 기록으로 기소 여부를 정하는 구조는 그대로여서 위 세 갈래도 달라지지 않습니다(개정 내용 정리).
합의금을 받으면 세금을 내야 하나요?
내지 않습니다. 합의금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곧 위자료의 성격이라 소득세를 매기는 소득으로 보지 않습니다. 받은 금액이 그대로 피해 보상이 되므로 세금을 뺀 금액을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고, 가해자 측이 세금을 떼고 보내겠다고 말한다면 근거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받은 날짜와 금액은 남겨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나눠 받기로 했다면 회차마다 찍히는 입금 내역이 이행 여부를 보여 주는 자료가 되고, 뒤에 미지급을 두고 다툼이 생겼을 때 어디까지 받았는지를 증명하는 근거가 됩니다.
같은 보호 조항이 어떤 문서에 담겼나, 사건 두 건
첫째, 규율이 엄격한 대학 소수 학과에서 선배에게 강제추행 피해를 입은 사건입니다. 가해자 측은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 담은 합의서를 원했으나, 같은 학과에서 계속 마주쳐야 하는 사정을 근거로 특정 시점까지의 복학 금지와 접근 금지를 합의금 4,000만 원과 함께 관철했습니다(사건 보기). 여기서 손에 남는 문서는 당사자끼리 만든 계약서이므로, 조건이 지켜지지 않으면 그 계약서를 근거로 청구하는 절차부터 밟게 됩니다.
이런 문서일수록 이 글에서 정리한 두 가지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위반 1회당 금액과 집행 승낙 문구를 넣어 공정증서로 만들어 두면, 조건을 어긴 사실이 확인됐을 때 판결을 받는 단계를 건너뛰고 그 금액에 대한 집행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둘째, 직장 탈의실에서 불법촬영 피해를 입고 민사를 따로 진행한 사건입니다. 재판부의 조정 회부를 거쳐 위자료 2,100만 원과 함께 다시 접근하거나 연락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 조항까지 결정문에 담겼습니다(사건 보기). 조정 결정이 확정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이 사건에서는 문서 자체가 이미 집행권원입니다.
두 사건을 나란히 놓으면 이 글의 결론이 보입니다. 앞은 계약서 한 장을 쥔 상태이고, 뒤는 법원의 결정문을 쥔 상태이며, 위반이 있을 때 집행까지 걸리는 거리가 그만큼 다릅니다. 공정증서는 그 사이에 있습니다. 소송을 거치지 않고 집행권원을 미리 만들어 두는 방법이고, 그 문서가 제 몫을 하려면 지켜야 할 의무가 금액으로 적혀 있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