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성범죄 합의 언제 하나요, 고소 전·수사·기소 후·항소심 4단계 결정 트리

성범죄 합의를 언제 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고소 전·수사·기소 후·항소심 네 단계에서 피해자가 얻는 것과 내주는 것을 결정 트리와 비교표로 정리했습니다.

2026.09.04 · 읽는 시간 7분 · 글 법무법인 심앤이 성범죄피해자전담센터 심지연 대표변호사

핵심 요약

  1. 합의금은 시점마다 달라집니다. 가해자가 그 단계에서 잃을 것이 얼마나 큰지가 금액과 조건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2. 고소 전 합의는 가장 높은 금액이 가능한 대신 증거 확보 전이라, 결렬되면 즉시 고소할 수 있는 상태로 협상해야 합니다.
  3. 검찰이 주선하는 형사조정은 양쪽 동의가 있어야 열리고, 거절하거나 불성립되어도 원래 절차로 돌아갈 뿐입니다.

가해자 측에서 합의 이야기가 나오면 대부분 금액부터 묻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금액을 결정하는 것은 액수 자체가 아니라 시점입니다. 같은 사건, 같은 피해라도 고소장을 내기 전에 오는 제안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에 오는 제안은 금액도 조항도 전혀 다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합의금은 가해자가 그 단계에서 잃을 것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정해집니다. 잃을 것이 아직 멀리 있으면 제안은 낮게 나오고, 눈앞에 닥쳐 있으면 높아집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내주는 것도 단계마다 다릅니다. 고소 전에 합의하면 처벌이라는 카드를 통째로 내려놓게 되고, 선고 직전이라면 남은 시간이 짧아 조건을 다듬을 여유가 없습니다.

아래에 고소 전, 수사 단계, 기소 후, 항소심 네 단계를 나눠 각각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주는지 결정 트리와 비교표로 정리했습니다. 지금 내 사건이 어느 칸에 있는지부터 확인하시면 판단이 훨씬 쉬워집니다.

4단계 결정 트리, 한눈에 보기

먼저 표로 전체 그림을 잡으시면 좋습니다. 형사조정은 수사 단계 안에 놓이는 선택지라 한 줄을 따로 두었습니다.

단계가해자가 잃을 위험피해자가 얻는 것피해자가 내주는 것
고소 전아직 없음, 다만 전과 회피 가치 큼가장 높은 금액처벌 카드 전부
수사 단계기소 여부가 걸림재판 없이 빠른 종결재판을 통한 처벌
형사조정불성립 시 기소 부담 그대로조기 마무리이후 증액 여지
기소 후 1심실형 가능성금액 상승, 조항 협상사건 장기화
1심 선고 후·항소심실형이 눈앞금액과 조건 모두 정점이미 남은 시간 짧음

표를 세로로 읽으면 흐름이 보입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가해자가 잃을 것이 커지고, 그만큼 피해자가 요구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집니다. 다만 시간과 체력을 그만큼 더 쓰게 됩니다.

이제 순서대로 답해 보시면 지금 결정할 수 있습니다.

- 첫 번째 질문, 가해자가 혐의를 인정했나요? - 아니오 → 협상은 보류합니다. 자백 없이 돈만 건네는 제안은 피해자를 금전 목적으로 몰아가는 근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 예 → 두 번째 질문으로 갑니다.

- 두 번째 질문, 처벌과 보상 중 무엇이 먼저인가요? - 처벌 → 수사 단계 합의는 피합니다. 다만 기소 후 합의도 유죄와 전과는 남기는 대신 형은 크게 낮출 수 있으므로, 실형이 유지되는 결과가 목표라면 합의 자체를 재검토하셔야 합니다. - 보상 → 세 번째 질문으로 갑니다.

- 세 번째 질문, 객관적 증거를 이미 확보했나요? - 아니오 → 고소장을 완성해 두고 협상합니다. 결렬 즉시 접수할 수 있는 상태를 먼저 만듭니다. - 예 → 고소 전 합의도 비교적 안전하게 시도할 수 있습니다.

- 네 번째 질문, 가해자가 잃을 것이 눈앞에 있나요? - 아직 아님 → 기다립니다. 선고가 가까워질수록 협상은 피해자 쪽으로 기웁니다. - 실형이나 법정구속이 임박 → 지금이 협상의 정점입니다.

1단계, 고소 전 합의는 왜 금액이 가장 높은가

고소 전 합의가 가장 높은 금액을 만드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가해자가 사는 것이 수사 기록 자체가 남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조사도 재판도 겪지 않고, 직장과 가족에게 알려질 위험도 없습니다. 그 값이 금액에 얹힙니다.

그런데 이 단계는 피해자가 가장 위험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증거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고, 가해자는 합의를 핑계로 시간을 벌면서 대응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폐쇄회로 영상은 보관 기간이 짧고 메시지와 통화 기록도 시간이 지나면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협상이 길어지는 동안 사라지는 것은 대부분 피해자 쪽 증거입니다.

그래서 고소 전 협상은 고소를 포기한 상태가 아니라 언제든 고소할 수 있는 상태에서 해야 합니다. 고소장을 미리 완성해 두고, 상대가 시간만 끄는 기미가 보이면 그날 접수하는 방식입니다. 금액 산정 기준과 협상 방법은 합의금·합의대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2단계, 수사 단계 합의는 기소유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합의가 성립되면 사건이 기소유예로 끝날 수 있습니다. 재판까지 가지 않고 마무리된다는 뜻이라 빨리 벗어나고 싶은 분께는 장점이 됩니다. 반대로 처벌을 원하신다면 이 시점의 합의는 가장 조심해야 할 선택입니다. 재판이 열리지 않으면 양형에서 다툴 자리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절차 하나를 함께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2026년 10월 2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하는 절차가 없어져 첫 경찰조사의 비중이 커지므로, 그 조사를 마치기 전에 합의부터 서두르면 기록에 남길 내용을 남기지 못한 채 사건이 정리될 수 있습니다. 개정 내용 전체는 개정 내용 정리에 따로 다뤘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오는 제안은 금액이 낮은 편입니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아직 기소될지도 모르는 단계라 절박함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 받은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기소가 임박한 뒤로 미룰지는 처벌 의사에 따라 갈립니다. 조사부터 송치와 기소까지 각 단계에서 피해자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수사절차(경찰·검찰)에 정리돼 있습니다.

검찰 형사조정, 반드시 응해야 하나요?

응하지 않아도 됩니다. 형사조정은 수사기관이 양쪽 동의를 받아 회부하는 절차이므로,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열리지 않습니다. 조정이 열렸다가 불성립되어도 사건은 원래의 형사 절차로 그대로 돌아가고 피해자에게 불이익은 없습니다.

실제로 조정 자리에서 제시되는 금액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민사로 청구할 수 있는 위자료보다도 적은 제안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성립시키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조정이 깨져도 협상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소가 가까워질수록 조건은 오히려 피해자 쪽으로 옮겨 옵니다.

반대로 조정 자리를 제대로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정신적 피해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과 진료 기록을 그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제안 금액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다만 한번 성립된 조정은 뒤집기 어렵다는 점은 기억하셔야 합니다. 서명 전에 금액과 조항을 모두 확정하십시오.

3~4단계, 기소 후와 항소심 합의

기소되면 가해자가 잃을 것이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납니다. 유죄 판결과 전과, 직업에 따라서는 자격 상실과 취업 제한까지 눈앞에 옵니다. 이때부터 제안 금액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정점은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뒤입니다. 실형을 받은 가해자에게 합의는 감형을 얻을 사실상 마지막 수단이라 협상력의 균형이 완전히 바뀝니다. 이 단계에서는 금액뿐 아니라 비밀유지, 접근 금지, 보복과 2차 가해 금지, 통신 제한 같은 조항을 요구해도 대부분 수용됩니다. 안전을 설계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이 단계의 합의에는 분명한 대가가 따릅니다. 합의는 성범죄 양형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감형 사정이라, 합의가 없었다면 실형으로 갔을 사건이 합의 뒤에는 집행유예로 마무리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유죄와 전과는 그대로 남지만 형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므로, 실형이 유지되는 결과가 목표라면 이 시점의 합의를 받을지부터 다시 정하셔야 합니다. 가해자가 어느 시점에 합의에 절실해지는지는 합의 시기와 가해자의 심리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합의는 선고 직전까지 가능합니다. 다만 시간이 촉박하면 조항을 다듬지 못한 채 서명하게 되므로, 실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건이라면 원하는 조항을 미리 문서로 준비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 단계에서 쓸 수 있는 문장입니다. “제시하신 금액으로는 합의가 어렵습니다. 합의서 초안은 피해자 측이 작성한 내용을 그대로 따르는 조건이며, 접근 금지·비밀유지·위약벌 조항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불법촬영 사건이라면 촬영물 미소지 조항까지 넣어 주십시오.”

합의하면 가해자 처벌도 끝나나요?

끝나지 않습니다. 지금의 성범죄는 대부분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니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도 수사와 재판은 그대로 진행됩니다. 합의는 형을 정할 때 유리하게 반영되는 사정일 뿐 사건을 없애는 문서가 아닙니다.

이 사실은 피해자에게 유리한 쪽으로도 읽힙니다. 보상을 받으면서 처벌이 이어지는 결과를 함께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억대 합의 이후에도 유죄와 부가처분이 그대로 선고된 사건들이 있습니다.

다만 일부 죄명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면 공소 제기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내 사건의 죄명이 어느 쪽인지 확인한 다음 협상 카드를 정하셔야 합니다.

단계가 바뀌자 조건이 달라진 사건 두 건

성폭행 사건에서 시점이 조건을 어떻게 갈랐는지 보여 주는 사건입니다. 지인 모임에서 처음 만난 가해자의 집에 단둘이 남게 되면서 피해자분이 제압당한 채 간음 시도를 당했고, 저항 끝에 빠져나온 사건입니다. 가해자는 1심에서 범행을 부인하다 징역 2년 실형을 받은 뒤에야 합의를 요청해 왔는데, 처음 제시한 금액은 2,000만 원이었습니다. 이를 거절하자 최종 9,500만 원에 비밀유지와 접근 금지 조항까지 더해 합의가 성립됐고, 항소심에서 징역 2년 ·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습니다(사건 보기).

두 번째는 연인이던 가해자가 거부에도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하고 파일을 백업해 둔 사건입니다. 가해자는 1심에서 무상으로 합의하겠다고 하면서 법정에서는 금액이 맞지 않아 못 했다는 거짓 진술을 했고, 그 태도 때문에 징역 8개월의 법정구속을 받았습니다. 구속 이후 협상 위치가 뒤집히자 피해자 측이 작성한 합의서 초안을 그대로 받는 조건으로 촬영물 미소지와 위약벌 조항을 넣어 1,000만 원에 합의했습니다(사건 보기). 합의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 · 집행유예 2년이 선고돼 가해자는 출소했지만, 접근 및 보복 금지와 촬영물 미소지 조항이 남아 유포와 2차 가해의 위험은 봉쇄된 상태였습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금액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가해자가 잃을 것이 확정된 다음에 협상이 시작됐다는 점이 조건을 만들었습니다.

합의 시점을 정할 때 놓치기 쉬운 지점

실수왜 문제인가대신 이렇게
첫 제안에 바로 서명협상의 시작가를 끝으로 받음근거를 붙여 재제안 요구
자백 없는 위로금 수령금전 목적 주장에 쓰임혐의 인정 여부를 먼저 확인
고소는 미룬 채 협상만영상·기록이 보관기간에 소멸고소장 완성 뒤 협상 시작
조정 분위기에 밀려 서명성립 후 증액이 사실상 불가금액·조항 확정 뒤 서명
가해자 초안 그대로 수용피해 부인 조항이 숨어 있음안전 조항은 우리 초안으로
공탁에 아무 대응 안 함피해 회복 노력으로 볼 여지수령 거부 의사를 재판부에

마지막 줄은 특히 자주 놓치는 대목입니다. 가해자가 법원에 일방적으로 돈을 맡기는 형사공탁은 합의가 아닙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받을 의사가 없다면 그 뜻을 재판부에 문서로 밝혀 두셔야 합니다.

정리하면 판단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가해자가 지금 무엇을 잃을 처지인지, 그리고 내가 처벌과 보상 중 무엇을 먼저 원하는지입니다. 이 둘이 정해지면 네 단계 중 어디에서 협상해야 하는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범죄 합의는 언제 하는 게 좋나요?
시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합의 조건은 가해자가 그 단계에서 잃을 것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정해지므로, 기소 후와 1심 선고 뒤로 갈수록 접근 금지·비밀유지·보복 금지 같은 조항까지 요구하기 쉬워집니다. 다만 처벌이 먼저라면 수사 단계 합의는 피하시고, 합의를 받을지부터 다시 정하셔야 합니다.
Q. 검찰에서 형사조정을 하자는데 꼭 응해야 하나요?
아니요. 형사조정은 수사기관이 양쪽 동의를 받아 회부하는 절차라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열리지 않습니다. 조정이 열렸다가 불성립되어도 사건은 원래의 형사 절차로 그대로 돌아가고 피해자에게 불이익은 없습니다. 다만 한번 성립된 조정은 뒤집기 어려우므로 서명 전에 조항까지 확정하셔야 합니다.
Q. 합의하면 가해자 처벌도 끝나나요?
끝나지 않습니다. 지금의 성범죄는 대부분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니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도 수사와 재판은 그대로 진행됩니다. 합의는 형을 정할 때 유리하게 반영되는 사정일 뿐 사건을 없애는 문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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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아요.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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