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은 다릅니다, 준강간·준강제추행 항거불능 인정 판례 목록표

준강제추행·준강간의 항거불능이 언제 인정되는지,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의 차이와 인정·불인정을 가른 대법원 판단을 목록표로 정리했습니다.

2026.09.04 · 읽는 시간 7분 · 글 법무법인 심앤이 성범죄피해자전담센터 심지연 대표변호사

핵심 요약

  1. 기억이 끊겼다는 사실 자체는 처벌을 막는 사유가 아니라, 그만큼 깊이 취해 있었다는 정황으로 읽힙니다.
  2. 항거불능은 의식이 완전히 없었는지가 아니라, 마신 양과 평소 주량, 전후 행동을 모아 판단합니다.
  3. 실제로 깨어 있었더라도 가해자가 잠든 줄 알고 범행했다면 준강간·준강제추행의 불능미수가 됩니다.

술자리 다음 날 아침,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장면이 이어지지 않아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대개 같습니다. 기억이 없는데 고소가 되느냐는 것입니다. 답부터 드리면 됩니다. 대법원은 기억이 남았는지가 아니라 그 시점에 스스로 판단하고 뿌리칠 수 있었는지를 여러 사정을 모아 따지라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걱정의 뿌리는 대체로 인터넷에서 본 한 문장에 있습니다. 블랙아웃은 항거불능이 아니라서 준강간이 안 된다는 말인데, 그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수사기관이 두 단어를 이분법으로 갈라 놓고 심신상실을 부정하는 판단을 내리는 일이 실제로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세운 기준은 그 이분법이 아닙니다.

이 글은 두 상태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항거불능이 인정된 쪽과 부정된 쪽을 무엇이 갈랐는지를 목록으로 정리했습니다. 준강간과 준강제추행은 같은 조문에서 갈라져 나오므로 판단 구조는 동일하고, 추행에 그쳤다고 해서 기준이 느슨해지지 않습니다.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의 차이

두 단어는 자주 섞여 쓰이지만 가리키는 상태가 다릅니다. 블랙아웃은 뇌가 그 시간대의 기억을 저장하지 못한 것이고, 패싱아웃은 의식 자체가 꺼진 것입니다. 기억이 없다는 말과 의식이 없었다는 말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항목블랙아웃패싱아웃
의식남아 있음없음
기억저장되지 않음애초에 없음
겉모습걷고 말할 수 있음쓰러져 반응 없음
대화앞뒤가 안 맞아도 이어짐불가능
나중 기억조각으로 떠오르기도 함떠오르지 않음
항거불능사정을 모아 판단대체로 곧바로 인정

표에서 눈여겨보실 칸은 '겉모습'입니다. 블랙아웃 상태에서도 사람은 제 발로 걷고 짧은 대화를 이어 갑니다. 수사기관이 CCTV 한 장면을 보고 판단을 뒤집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입니다. 그러나 걸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곧 거절할 수 있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억이 없으면 항거불능이 아닌 겁니까?

아닙니다. 대법원은 알코올로 인한 블랙아웃과 의식상실을 개념상 구분하면서도, 항거불능 여부는 마신 양과 마시는 속도, 원래의 주량, 가해자를 만나게 된 경위, 사건 전후의 행동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8도9781). 완전히 정신을 잃지 않았더라도 술기운 때문에 판단하고 저항할 힘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합니다.

기억이 사라진 사실은 오히려 정황으로 쓰입니다. 평소 주량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기억이 끊겼다는 점 자체가 그만큼 깊이 취해 있었다는 방증이 되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잠깐 정신이 든 순간이 있었다고 해서 결론이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조사에서 기억을 억지로 메우실 필요가 없습니다. 기억나는 부분과 나지 않는 부분을 구분해 말하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나중에 다른 자료와 어긋나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항거불능 인정과 불인정을 가른 판단 목록

아래는 이 유형에서 반복해서 문제되는 쟁점과, 판단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를 모은 목록입니다. 위쪽 다섯 줄은 성립을 뒷받침하는 법리이고, 아래 두 줄은 실제로 결론이 뒤집힌 자리입니다.

쟁점 상황결론판단 내용근거
필름만 끊긴 경우인정 쪽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대법원 2018도9781
블랙아웃이라는 이유만 든 불송치인정 쪽이분법 자체가 법리 오해대법원 2018도9781
실제로는 깨어 있었던 경우인정 쪽준강간 불능미수 성립대법원 2018도16002
잠든 사람의 옷을 벗긴 행위인정 쪽준강간 실행 착수로 봄대법원 99도5187
폭행·협박이 없었던 경우인정 쪽상태를 이용했으면 성립형법 제299조
위험을 예견하고 취한 가해자감경 배제심신장애 규정을 적용하지 않음형법 제10조 제3항
복도 영상에 또렷한 모습만 남은 경우부정 쪽그것만으로 불송치된 사건 있음실제 사건
술자리 전후를 채울 자료가 없는 경우부정 쪽증거 부족으로 정리되기 쉬움수사 실무

여섯째 줄은 오해가 잦아 한 번 더 풀어 둡니다. 가해자가 술을 마셨다는 사정이 언제나 자동으로 걸러지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10조 제3항은 위험이 생길 것을 예견하면서 스스로 심신장애 상태를 만든 경우에 한해 심신장애를 이유로 한 면제·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술을 누가 어떤 말로 권했는지, 자리를 옮기자고 한 사람이 누구였는지가 그대로 쟁점이 됩니다.

아래 두 줄도 짚어 두겠습니다. 숙박업소 복도 영상에 피해자가 비교적 또렷한 모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준강간 혐의가 불송치된 사건이 있습니다. 그 사건에서도 결론은 신고가 거짓이었다는 것이 아니라, 영상만으로 심신상실을 단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증거가 모자랐다는 판단과 피해가 없었다는 판단은 전혀 다른 말입니다.

신고가 늦어진 사정을 불리하게 보는 시선이 조사 과정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늦어진 것 자체가 잘못이 되지는 않고, 왜 늦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사건 뒤의 심경이 남은 비공개 계정이나 일기, 병원 기록처럼 그 기간을 채우는 흔적으로 지연 경위를 소명해 송치를 받아낸 사건들이 있습니다.

자는 척했으면 준강간이 안 되는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정신은 붙어 있었지만 공포로 몸이 굳어 눈을 감고 있었던 경우여도, 가해자가 상대를 잠들어 저항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기고 실행에 옮겼다면 불능미수로 처벌됩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실제로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가해자 쪽에서 그렇게 믿고 행위로 옮겼다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로 본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대법원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실제 상태가 어땠는지보다 가해자가 무엇을 노리고 실행했는지를 보기 때문입니다.

추행에 그친 경우도 판단 구조는 같습니다. 다만 그 근거는 위 판례가 아니라, 대상의 착오로 결과가 생길 수 없더라도 위험성이 있으면 처벌한다고 정한 형법 제27조입니다. 판례와 조문의 자리를 구분해 두어야 조사에서 근거를 댈 때 흔들리지 않습니다.

'미수'라는 이름 때문에 가볍게 끝난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불능미수는 그 자체로 처벌되고, 형을 깎거나 면제하는 것은 법원의 재량일 뿐 의무가 아닙니다. 죄질이 무거우면 감경 없이 형이 정해지기도 합니다.

저항하지 못한 것을 스스로 탓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얼어붙는 반응은 드문 일이 아니고, 법리상으로도 가해자의 빠져나갈 구멍이 되지 못합니다.

CCTV에 멀쩡히 걷는 모습이 찍혔다면

이 장면 하나로 사건이 접히는 경우가 있어 따로 정리합니다. 대응의 방향은 영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 밖의 시간을 채워 넣는 것입니다.

- 마신 술의 종류와 잔 수, 마신 시간대를 결제 내역과 맞춰 정리합니다.

- 평소 주량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찾습니다. 술을 거의 못 마신다는 점을 아는 지인의 진술도 됩니다.

- 다음 날의 상태를 보여 주는 흔적을 모읍니다. 연차 사용 기록, 취소한 예약, 병원 방문 기록이 여기 해당합니다.

- 가해자가 보낸 메시지를 원본 그대로 둡니다. 기억을 떠보는 말은 그가 상대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 됩니다.

불송치 결정을 받으셨다면 이의신청으로 다툽니다. 다만 2026년 10월 2일부터 불송치 이의신청에 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이라는 기한이 새로 생기므로, 통지서를 받은 날짜부터 세어 두셔야 합니다. 바뀌는 내용 전체는 개정 내용 정리에서 따로 다룹니다. 이의신청서에 무엇을 담아야 판단이 다시 움직이는지는 불송치·불기소 대응에 단계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항거불능을 뒷받침하는 자료와 기록 요령

기억이 조각나 있을수록 주변 자료가 진술을 대신 붙잡아 줍니다. 무엇부터 남겨야 할지 막막하실 때는 아래 항목을 순서대로 채워 보시면 됩니다. 형식은 중요하지 않고, 날짜가 남는 곳에 적어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어디서 누구와 마셨는지 / 몇 시부터 몇 시까지인지 / 마신 술과 대략의 양 / 기억이 끊기기 직전의 마지막 장면 / 깨어난 시각과 장소 / 깨어났을 때의 옷차림과 몸 상태 / 그날 이후 떠오른 조각들

약물이 의심된다면 검사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성분이 몸에서 사라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시기를 놓쳤더라도 포기하실 일은 아닙니다. 가해자의 검색 기록이나 처방 기록처럼 몸 밖에 남는 흔적으로 입증한 사건들이 있습니다.

진료기록은 따로 한 항목을 두고 챙기실 값어치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치상죄에서 말하는 상해에 몸에 남은 상처만이 아니라 정신적 기능에 생긴 장애까지 든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98도3732).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이 상해로 받아들여지면 죄명이 준강간에서 준강간치상으로 올라가고, 법정형의 하한 자체가 달라집니다. 성병 감염이나 몸에 남은 상흔도 같은 자리에서 다뤄집니다.

이때 갈리는 지점은 사건과 진단 사이의 연결입니다. 사건 전에는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는 점, 진단서가 증상이 시작된 시점을 피해 이후로 적고 있다는 점, 진료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는 점이 축이 됩니다. 첫 진료가 늦어질수록 연결을 설명하는 데 품이 더 들지만, 늦었다고 길이 닫히지는 않습니다.

어떤 자료가 흔들리는 기억을 대신 받쳐 주는지는 증거가 없는 경우에서 항목별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나잇으로 만난 상대여도 고소가 됩니까?

됩니다. 준강간·준강제추행에서 따지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아니라 그 순간의 상태입니다. 처음 만난 사이였는지, 호감을 표현했는지, 함께 술을 마셨는지는 성립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아닙니다. 기준은 그 시점에 동의를 표시할 수 있는 상태였는가입니다.

먼저 허용한 스킨십이 있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지점까지 받아들였다는 사정이 그 뒤의 모든 행위에 대한 동의로 확장되지는 않습니다. 과거에 합의된 관계가 있었던 사이라도 이 판단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 유형의 가해자는 거의 예외 없이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술자리 정황과 사건 이후의 태도를 함께 정리해 두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유형 전체의 대응 흐름은 준강간·준강제추행에 모아 두었습니다.

항거불능이 쟁점이었던 사건 세 건

첫째,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하는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반복해 술을 권한 뒤 벌어진 사건입니다. 밀폐된 공간이라 객관적 증거가 없었지만, 사건 뒤 피해자가 여러 차례 그날 일을 되묻는 대화에서 가해자 스스로 상태를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끌어내고 연차·기차표 취소 내역까지 더해 준강간으로 송치됐습니다(사건 보기).

둘째, 회식 후 길가에 앉아 있던 피해자를 모르는 사람이 차량으로 데려간 사건입니다. 가해자는 의식이 있었으니 합의된 관계라고 다퉜지만, 음주량을 역산해 심신상실에 이른 상태였음을 보이고 비틀거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과 일관된 진술을 더해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가해자가 항소하자 항소심에서 위약벌·비밀유지 조항까지 넣은 합의금 5,500만 원을 받아냈고, 최종 선고는 징역 3년 · 집행유예 4년, 성폭력치료강의 40시간 · 취업제한 5년이었습니다(사건 보기).

셋째, 복도 영상을 이유로 불송치된 뒤 가해자가 도리어 무고로 역고소한 사건입니다. 쟁점은 증거 부족으로 인한 불송치가 곧 허위 신고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고, 피해자가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그대로 인정했던 진술 태도가 고의 없음을 뒷받침해 무고는 불기소로 끝났습니다(사건 보기).

세 사건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영상이나 기억 한 조각으로 결론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날의 상태를 보여 주는 자료를 모아 붙였을 때 판단이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한 번의 불송치는 판단이 한 번 어긋났다는 뜻이지, 피해가 없었다는 확인이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준강간으로 고소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항거불능 여부를 마신 양과 마시는 속도, 원래의 주량, 가해자를 만나게 된 경위, 사건 전후의 행동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8도9781). 기억이 끊겼다는 사실은 오히려 평소 주량에 비해 그만큼 깊이 취해 있었다는 정황으로 읽힙니다.
Q. CCTV에 멀쩡히 걷는 모습이 찍혔으면 불리한가요?
그 장면 하나로 결론이 나지는 않습니다. 블랙아웃 상태에서도 사람은 제 발로 걷고 짧은 대화를 이어 가므로, 걸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곧 거절할 수 있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응은 영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신 양과 평소 주량, 다음 날의 상태처럼 영상 밖의 시간을 채워 넣는 것입니다.
Q. 무서워서 자는 척했으면 준강간이 안 되나요?
아니요. 가해자가 상대를 잠들어 저항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기고 실행에 옮겼다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됩니다(대법원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불능미수는 그 자체로 처벌되고, 형을 깎거나 면제하는 것은 법원의 재량일 뿐 의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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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아요.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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