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칸막이 아래에서 렌즈를 봤거나, 지하철 계단에서 누군가 휴대전화를 낮게 들고 있는 것을 알아챈 순간에는 두 가지 질문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이게 신고가 되는 일인가"와 "어디에 신고해야 하나"입니다. 질문의 순서를 바꾸면 답이 훨씬 빨리 나옵니다. 무엇이 찍혔는지가 정해지면 죄명이 정해지고, 죄명이 정해지면 갈 곳도 따라 정해집니다.
가장 자주 엉키는 지점이 초상권입니다. "동의 없이 찍혔으니 초상권 침해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데, 초상권과 카메라등이용촬영죄(카촬죄)는 근거도 절차도 결과도 다릅니다. 둘을 섞어 두면 형사로 가야 할 사건을 민사로 끌고 가거나, 반대로 민사로 정리할 사건을 고소장으로 들고 가 헛걸음을 하게 됩니다.
아래에서는 두 가지를 표로 갈라 본 뒤, 몰카·도촬 신고 경로 네 가지를 목적별로 정리하고, 발견 직후에 되돌리기 어려운 실수 세 가지를 짚습니다. 고소장에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있는 항목과 예문도 함께 넣었습니다.
초상권 침해와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어디에서 갈리는가
초상권은 자기 얼굴과 모습이 함부로 촬영되거나 공개되지 않을 권리로, 인격권에서 나옵니다. 침해가 인정되면 손해배상과 게시물 삭제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초상권 침해죄'라는 형사 처벌 조항은 우리 법에 없습니다. 초상권 침해만을 이유로 경찰서에 고소장을 내면 형사사건으로 접수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구조가 다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동의 없이 찍는 행위 자체를 범죄로 봅니다. 퍼뜨리지 않았어도, 그 자리에서 지웠어도 이미 성립합니다. 갈림길은 하나, 찍힌 것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인지 여부입니다.
| 항목 | 초상권 침해 | 카메라등이용촬영죄 |
|---|---|---|
| 성격 | 민사상 인격권 | 형사 범죄 |
| 찍힌 대상 | 얼굴·모습 일반 | 성적 수치심 유발 신체 |
| 근거 | 인격권(형사 조항 없음) | 성폭력처벌법 제14조 |
| 구할 수 있는 것 | 손해배상·삭제 |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
| 밟는 절차 | 내용증명·민사소송 | 고소·수사·형사재판 |
| 퍼뜨렸을 때 | 배상액이 커짐 | 반포죄로 따로 처벌 |
| 지웠을 때 | 배상 청구는 유지 | 성립에 영향 없음 |
| 찍다가 실패했을 때 | 문제 삼기 어려움 | 미수로 처벌 |
표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줄은 '찍힌 대상'입니다. 나머지 줄은 이 한 줄이 정해지면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그래서 신고 전에 확인할 것은 가해자의 의도나 관계가 아니라, 화면에 무엇이 어떤 각도로 담겼는지입니다.
옷을 입고 찍혔는데도 카촬죄가 되나요?
됩니다. 옷을 입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배제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옷차림과 노출 정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촬영한 장소와 각도, 거리, 어떤 경위로 어떻게 찍었는지, 특정 부위가 부각됐는지까지 함께 놓고 사안마다 따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3도4279 판결).
그래서 실무의 기준은 "옷을 입었나"가 아니라 "누가, 어디서, 어떤 각도로 찍었나"입니다.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에서 뒤쪽 아래에서 올려 찍은 다리, 탈의실이나 화장실처럼 옷을 벗는 공간을 향한 촬영은 옷을 입고 있었더라도 카촬죄로 문제 되는 대표적인 유형입니다. 다만 유형에 들어맞는다고 자동으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성립 여부는 위 대법원 기준에 따라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반대로 회식 자리에서 얼굴만 찍혀 SNS에 올라간 경우처럼 성적 요소가 없는 촬영은 초상권 침해와 삭제 청구의 영역이고, 올린 글의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이 따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경계에 있어서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카촬죄로 신고해도 됩니다. 어느 죄가 되는지를 가리는 것은 수사기관과 법원의 일이고, 피해자가 죄명을 잘못 적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는 않습니다. 판단을 미루는 사이에 사라지는 것은 죄명이 아니라 증거입니다.
몰카·도촬 신고 경로 네 가지
경로가 여러 개인 이유는 각자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장을 보존하는 곳, 수사를 여는 곳, 유포를 막는 곳이 따로 있습니다. 하나만 골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겹쳐서 씁니다.
| 신고 경로 | 이럴 때 | 하는 일 | 주의할 점 |
|---|---|---|---|
| 112 현장 신고 | 카메라를 방금 찾음 | 경찰이 기기를 직접 수거 | 만지지 말고 기다릴 것 |
| 경찰서 고소장 접수 | 가해자를 알든 모르든 | 압수수색 영장 신청 | 비밀 유지를 함께 요청 |
| 112·지하철경찰대 | 역이나 전동차 안 | 다음 역에서 신병 인계 | 하차역·시각을 메모 |
|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 유포가 걱정될 때 | 모니터링과 삭제 지원 | 수사와 별개로 병행 |
표에서 가장 오해가 많은 줄이 고소장 접수입니다. 가해자의 이름을 몰라도 고소는 지금 할 수 있습니다. 피고소인란에 성명불상이라고 적고 인상착의와 발견 경위를 쓰면 접수됩니다. 오히려 특정의 출발점은 피해자가 기억하는 시각과 장소이고, 여기에 CCTV 원본 보존 요청이 더해지면 경찰은 동선 추적과 교통카드·통신 기록 조회로 사람을 좁혀 갑니다. 이름을 알아낸 다음에 신고하겠다고 미루는 동안 정작 특정에 쓰일 영상이 지워집니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수사기관이 아닙니다. 대표번호는 02-735-8994입니다. 촬영물이 이미 퍼졌는지 직접 검색해 보다가 더 무너지는 분들이 많은데, 그 확인과 삭제 요청을 무료로 대신해 주는 곳입니다. 형사 절차와 삭제 지원은 동시에 진행하는 편이 빠릅니다.
고소장을 낼 곳은 경찰서입니다. 2026년 10월 2일 시행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하는 절차가 없어져 첫 경찰조사의 비중이 커지므로, 조사 전에 증거 목록과 수사 요청 사항을 정리해 들어가시는 편이 좋습니다. 바뀌는 내용 전반은 개정 내용 정리에서 따로 다루고 있고, 접수 이후 조사와 송치까지 이어지는 단계는 수사절차(경찰·검찰)에 정리돼 있습니다.
발견 직후 되돌리기 어려운 대응 세 가지
첫째, 카메라를 직접 만지거나 떼어내는 것입니다. 기기에 남은 지문과 설치 흔적은 설치자를 특정하는 거의 유일한 단서인데, 손을 대는 순간 흐려집니다. 위치가 보이도록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고 112에 신고한 뒤, 경찰이 수거하도록 두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미 만졌다면 어떻게 될까요. 숨기지 말고 만진 경위를 그대로 진술하면 됩니다. 실제로 사물함 사이에 놓인 휴대전화를 주인을 찾아 주려고 켜 봤다가 촬영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건도 있습니다. 발견 경위가 자연스러우면 그 자체가 정황이 되지만, 나중에 말이 바뀌면 진술의 신빙성만 깎입니다.
둘째, 가해자에게 삭제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가장 흔하고 가장 아까운 실수입니다. "지워"라는 말은 상대에게 증거를 없앨 시간과 명분을 함께 줍니다. 대신 해야 할 일은 화면을 내 휴대전화로 찍거나 나에게 전송해 두는 것, 그리고 고소장에서부터 압수수색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미 삭제를 요구했고 상대가 지웠더라도 포기할 일은 아닙니다. 삭제된 파일은 포렌식으로 복구되는 경우가 많고, 삭제를 요구하고 상대가 응한 그 대화 자체가 촬영을 인정한 정황으로 남습니다.
셋째, 업주나 관리자에게 맡기고 자리를 뜨는 것입니다. 선의로 받아 든 사람이 기기를 만지거나 옮기면 증거는 훼손되고, 드물게는 그대로 사라집니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그 공간의 출입을 막아 달라고만 요청하고, 기기는 그 자리에 두십시오. 건물 CCTV는 설치자가 드나든 장면이 담기는 핵심 자료인데 보존 기간이 짧은 곳이 많으므로, 신고할 때 원본 보존과 빠른 확보를 함께 요청해야 합니다.
상황별로 남겨야 할 증거
- 설치된 카메라를 찾았을 때 — 기기의 모습과 설치 위치가 함께 보이는 사진, 발견 시각과 경위를 적은 메모, 그 공간의 출입 CCTV 보존 요청 기록.
- 찍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 항의하는 대화의 녹음.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가 하는 녹음은 상대의 동의가 없어도 적법하고, 당황한 상대가 사과하는 반응 자체가 강한 정황이 됩니다.
- 사진첩이나 클라우드에서 발견했을 때 — 파일명과 날짜뿐 아니라 저장된 경로까지 화면에 나오도록 촬영합니다. 잠금이 걸린 보안 폴더인지, 자동 백업 앱 안인지, 클라우드 계정과 연동된 상태인지가 압수수색의 범위를 넓히는 근거가 됩니다.
- 시간이 지난 뒤 알게 됐을 때 — CCTV는 이미 없을 가능성이 크므로 목격자의 자필 사실확인서, 사건 직후 지인에게 털어놓은 메시지, 정신과 진료 기록처럼 시간이 지나도 남는 자료를 모읍니다.
증거를 고르려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메시지 한 줄이 진술의 일관성을 받쳐 주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지우는 일은 나중에 언제든 할 수 있고, 확보는 지금만 가능합니다.
고소장에 그대로 옮겨 적는 항목과 예문
고소장에는 정해진 양식이 없습니다. 다만 아래 다섯 항목이 빠지면 접수 단계에서 되돌아오거나 수사가 늦어집니다. 순서대로 채우면 됩니다.
1. 고소인과 피고소인 표시 — 이름, 연락처, 아는 범위의 인적사항. 이름을 모르면 인상착의와 근무처처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적습니다.
2. 죄명 — 카메라등이용촬영. 가해자가 출입 권한이 없는 화장실·탈의실에 성적 목적으로 들어와 설치한 경우라면 성적 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성폭력처벌법 제12조)을 함께 적습니다.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원래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침입 부분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으니, 장소만 보고 넣기보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함께 적는 편이 정확합니다.
3. 범죄사실 — 일시, 장소, 행위를 한 문장으로. 추측이나 감정 표현 없이 본 것만 씁니다.
4. 증거 목록 — 사진, 녹음, CCTV 소재지, 목격자 이름을 번호를 붙여 나열합니다.
5. 수사 요청 사항 — 압수수색과 비밀 유지 요청. 이 항목이 실제로 사건의 방향을 가릅니다.
범죄사실 예문: “피고소인은 2026년 ○월 ○일 ○○시경 ○○빌딩 3층 여자화장실 두 번째 칸에서, 칸막이 아래 공간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고소인의 신체를 촬영하였습니다.”
수사 요청 예문: “피고소인이 고소 사실을 알기 전에 휴대전화·태블릿·외장하드 및 클라우드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집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피의자 소환에 앞서 고소인 조사를 먼저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섯 번째 항목을 빼놓으면 사건은 임의제출로 흐르기 쉽습니다. 경찰이 가해자에게 기기를 가져오라고 연락하는 방식인데, 그 연락을 받은 사람은 기기를 바꾸거나 데이터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영장의 문턱은 생각보다 낮습니다. 촬영을 인정한 문자나 녹취록 정도만 있어도 발부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증거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요청을 접어 둘 이유는 없습니다.
경찰이 불송치하면 언제까지 이의신청할 수 있나요?
기한은 통지를 언제 받았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2026년 10월 2일 이후에 불송치 통지를 받는 사건부터 통지받은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을 해야 합니다. 개정법에서 새로 생긴 기한이므로, 그 전에 통지를 받은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고 종전처럼 기한 없이 이의신청할 수 있습니다. 시행일 무렵에 받은 통지서라면 통지서의 발송일을 먼저 확인하십시오. 인터넷에 남아 있는 "30일"이나 "90일" 설명은 피해자의 이의신청 기한이 아니니 그대로 믿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했을 때 밟는 절차는 항고와 재정신청입니다. 항고 30일, 재정신청 10일이라는 기간 자체는 그대로지만 바뀌는 지점은 서로 다릅니다. 항고는 불기소 처분을 한 지방공소청·지청에 항고장을 내면 관할 광역공소청장이 판단하는 구조이고, 재정신청은 2027년 2월부터 관할이 고등법원에서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옮겨 갑니다. 어디에 내는지와 어느 기관이 판단하는지가 다르므로, 처분 통지서에 적힌 접수처와 기한을 그대로 따르시면 됩니다.
이의신청서에는 새로운 증거를 붙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불송치 이유서를 먼저 열람해 어떤 점이 인정되지 않았는지 확인한 뒤, 그 지점을 메우는 자료만 골라 제출하는 순서입니다. 이의신청과 항고를 어떻게 준비하는지는 불송치·불기소 대응에 단계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탈의실 카메라와 촬영물 없는 미수, 두 사건의 경과
첫째는 직장 탈의실 사물함 사이에 놓인 휴대전화를 피해자가 직접 발견한 사건입니다. 회사가 대신 신고하는 바람에 정작 피해자에게는 형사기록이 한 장도 없었던 것이 문제였는데, 본인이 작성한 진술조서와 사유서를 열람·복사해 확보한 뒤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민사 절차를 미리 밟아 두었습니다. 그 결과 위자료 2,100만 원과 함께 접근금지·통신제한·보복금지 조항이 담긴 강제조정결정을 받았습니다(사건 보기). 형사 절차와 별도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방법은 민사 손해배상에 정리돼 있습니다.
둘째는 부서가 다른 직장 상사가 뒤에서 다리를 촬영한 것을 동료의 제보로 알게 되고, 보복이 두려워 1년이 지난 뒤에 고소한 사건입니다. 기기를 압수해 포렌식까지 했는데 영상은 한 건도 검출되지 않았고, 상사는 카메라가 스스로 켜진 것이라며 고의를 부인했습니다. 그럼에도 CCTV에 남은 접근 장면을 분 단위로 짚어 그가 다가오기 전에 이미 녹화가 시작돼 있었다는 점을 드러냈고, 목격자의 자필 사실확인서와 진료·119 신고 기록을 더해 촬영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사건 보기).
두 사건의 공통점은 시작이 불리했다는 점입니다. 한쪽은 기록이 없었고, 다른 쪽은 촬영물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절차가 끝까지 간 이유는 남은 흔적을 지켰고, 갈 곳을 정확히 골랐기 때문입니다. 촬영물 확보와 압수수색을 중심으로 한 불법촬영 사건의 전체 절차는 불법촬영(몰카)에서 이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