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결과지를 받아 든 날 머릿속에 남는 질문은 대개 두 개입니다. 정말 그 사람 때문인가, 그리고 이걸로 고소가 되기는 하는가. 두 번째 질문에는 이미 답이 나와 있습니다. 성병 감염은 몸의 기능을 해친 결과로 보아 형사상 상해로 평가되고, 옮긴 사람은 상해죄 또는 과실치상죄로 수사를 받습니다.
막히는 곳은 그다음입니다. 상대는 몰랐다고 하고, 증상이 없었다고 하고, 원래 있던 것이 재발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1형과 2형은 다른 병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이런 해명이 사건을 끝내지는 못하지만, 어느 해명이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정리되는지 모르면 고소장 첫 줄을 쓰기가 어렵습니다.
앞선 편에서는 죄명이 나뉘는 기준을 다뤘습니다. 이번 편은 상담에서 실제로 반복되는 열다섯 가지 질문을 놓고, 각각 어떤 답이 나오는지를 순서대로 적었습니다.
죄명이 갈리는 자리, 상해죄와 과실치상죄
가장 먼저 정해지는 것은 죄명이고, 기준은 하나입니다. 상대가 자기 감염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입니다. 알면서 말하지 않고 관계했다면 상해, 정말 몰랐더라도 위험을 줄일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과실치상으로 갑니다.
옮았다고 해서 무조건 고소가 되는 것인가요?
감염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감염이 상대와의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경로가 특정돼야 합니다. 다만 이 경로는 피해자가 혼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자료가 붙으며 채워집니다. 진단을 받은 시점에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고소를 미룰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가 몰랐다고 하면 처벌이 안 되나요?
몰랐다는 말이 사실로 받아들여져도 과실치상은 남습니다. 다만 이 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더 진행되지 않는 구조라서, 합의를 좌우하는 열쇠가 피해자 쪽에 있게 됩니다.
상해와 과실치상 중 하나를 골라서 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상해를 주된 죄명으로 적고 과실치상을 예비적 죄명으로 나란히 기재하는 것이 이 유형의 통상적인 구성입니다. 수사에서 상대의 과거 진료 이력이 확인되면 상해 쪽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주의의무 위반 쪽으로 무게가 옮겨 갑니다.
관계 자체가 강제였다면 어떻게 되나요?
감염이 곧 상해로 평가되므로 죄명이 한 단계 무거워집니다. 강간이나 준강간에 상해가 결합된 형태로 다뤄지고 법정형도 크게 올라갑니다.
상황별 죄명 갈림표
| 상황 | 죄명 | 갈리는 기준 | 절차상 특징 |
|---|---|---|---|
| 감염 알고도 안 알림 | 상해 | 과거 진료 이력 | 피해자 의사와 무관 |
| 감염을 정말 몰랐음 | 과실치상 | 예방 조치 여부 | 처벌 의사 필요 |
| 수포 보고도 관계 | 상해 다툼 가능 | 발진 인지 여부 | 예비적 기재 병행 |
| 콘돔 요구 무시 | 과실치상 | 주의의무 위반 | 민사 병행 유리 |
| 1형 이력만 있는 상대 | 상해 다툼 가능 | 교차감염 법리 | 진료 사실이 방증 |
| 강제된 관계에서 감염 | 강간등 상해·치상 | 강제성 여부 | 성폭력 사건으로 |
표의 죄명별 조문과 법정형은 성병 상해죄에 정리돼 있습니다. 같은 감염이라도 관계가 강제였는지에 따라 적용 법률 자체가 성폭력 처벌 규정으로 옮겨 가므로, 죄명을 먼저 확인한 뒤 고소장을 쓰는 편이 순서가 맞습니다.
1형·무증상·재발, 상대가 자주 드는 세 가지 해명
상대가 자기는 1형이라 2형은 옮길 수 없다고 하는데 맞나요?
상대에게 1형 확진 기록만 있어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두 유형은 몸의 다른 부위로 옮아갈 수 있고, 1형 때문에 비뇨의학과나 피부과 진료를 받은 사실 자체가 자기 상태를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 됩니다. 반대로 나에게 입술 쪽 1형 이력이 있어 공격을 받는다면, 2형과는 별개의 바이러스라는 점을 공공기관 자료로 소명하면 됩니다.
상대가 증상이 없었으니 몰랐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무증상 상태에서도 전파는 일어납니다. 그래서 무증상 주장은 자기가 알고 있었다는 점, 즉 고의만 부인하는 논리입니다. 검사를 받아 보지 않았다는 사정이 책임을 덜어 주는 것도 아니어서, 이 해명 하나로 사건이 닫히지는 않습니다.
원래 있던 것이 재발했을 뿐이라는 해명은 통하나요?
이 해명은 오히려 상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때가 많습니다. 재발이라는 말 자체가 자신이 보균 상태임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 발언이 통화 녹음이나 메시지로 남아 있다면, 고의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세 해명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상대의 말로 시작해서 상대의 기록으로 끝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반박을 준비하기보다, 기록이 나오도록 절차를 밟는 쪽이 실질적입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옮았다는 건 어떻게 증명하나요?
증명은 한 방에 되지 않고 세 층으로 쌓입니다. 상대가 감염돼 있었다는 사실, 내가 최근에 감염됐다는 사실, 그리고 그 시기에 상대와만 관계했다는 사실입니다. 세 층 중 첫 번째는 수사기관이, 두 번째는 병원이, 세 번째는 통신 기록과 일정이 채웁니다.
상대의 진료 기록을 제가 떼어 와야 하나요?
아닙니다. 수사기관이 사실조회나 압수수색으로 상대의 요양급여 내역과 병원 기록을 확인합니다. 다만 상대가 스스로 골라 제출하는 방식이면 민감한 항목이 빠질 수 있으므로, 영장으로 전체 항목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검사는 한 번 받으면 충분한가요?
한 번으로 끝내지 않는 편이 유리합니다. 오늘 한 번, 2~3주 뒤에 다시 한 번 받아 수치가 움직인 궤적을 남기면 그 변화 자체가 최근 감염을 가리키는 자료가 됩니다. 항체 유형이 표시된 결과지는 원본으로 보관하십시오.
항체가 둘 다 음성으로 나왔는데 소용없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두 항체가 모두 음성이라는 결과는 감염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뜻이어서, 오히려 시점을 좁혀 줍니다. 관계 직후에 받은 검사일수록 이런 해석이 힘을 갖습니다.
시점별 증거 확보 순서
| 시점 | 확보할 자료 | 왜 필요한가 |
|---|---|---|
| 진단 당일 | 진단서·검사결과지 원본 | 감염 시점의 출발선 |
| 진단 당일 | 대화·통화 기록 원본 보존 | 인정 발언이 남는 자리 |
| 첫 주 | 관계 전 검진 기록 | 감염 선후를 고정 |
| 2~3주 뒤 | 같은 항체검사 재실시 | 수치 변화가 근거 |
| 고소 시 | 상대 진료 이력 조회 요청 | 죄명을 가르는 자료 |
| 이후 계속 | 재발·치료 일지 | 지속 피해의 입증 |
이 표의 자료가 다 갖춰지지 않아도 고소는 됩니다. 직접 증거 없이 기록과 진술만으로 사실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증거가 없는 경우도 함께 보시기 바랍니다.
고소장에는 무엇을 적어야 하나요?
정해진 양식은 없습니다. 다만 이 유형은 수사관이 자주 접하는 사건이 아니어서, 고소장이 쟁점을 미리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래 항목을 순서대로 적으면 조사 전에 사건의 구조가 전달됩니다.
순서대로 적을 여섯 가지
- 관계 시점과 증상이 시작된 날짜를 날짜로 특정
- 진단명과 진단일, 검사 항목과 결과
- 관계 전에 받은 검진 결과가 있다면 그 날짜와 결과
- 상대가 증상이나 과거 이력을 언급한 대화의 일시
- 주된 죄명은 상해, 예비적으로 과실치상 병기
- 상대의 진료 이력 조회를 명시적으로 요청
적을 문장: “2026년 ○월 ○일 피고소인과 관계를 가졌고, 닷새 뒤인 ○월 ○일 헤르페스 2형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관계 전 ○월 ○일 검사에서 같은 항목은 음성이었습니다. 피고소인의 과거 성병 진료 이력에 대한 조회를 요청드립니다.”
피할 문장: “그 사람이 옮긴 게 확실합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 결론만 있고 날짜와 자료가 없으면 조사에서 다시 처음부터 설명해야 합니다.
날짜가 기억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진료 영수증과 메시지의 전송 시각으로 역산해 적으면 되고, 확실하지 않은 부분은 확실하지 않다고 적는 편이 낫습니다.
합의와 민사, 순서가 있습니다
상대가 먼저 합의를 제안해 왔는데 받아도 되나요?
첫 제안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이 유형에서는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서둘러 합의를 청해 오는 일이 흔한데, 그 서두름 자체가 책임을 알고 있다는 정황이 되기도 합니다. 금액만 보지 말고 비밀유지와 접촉 금지 조항이 서면에 들어갔는지 확인하십시오.
형사와 민사 중 어느 쪽을 먼저 해야 하나요?
대체로 형사가 먼저입니다. 형사 판결이 확정되면 민사에서 위법한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새로 다투는 부담이 크게 줄기 때문입니다. 완치가 없는 질환이라 앞으로 들어갈 치료비까지 손해로 인정된 사건도 있으므로, 치료비와 검사비 영수증은 처음부터 모아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불송치되면 그걸로 끝나나요?
끝이 아닙니다. 경찰이 사건을 넘기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피해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사건은 다시 검토됩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는 이의신청에 기한이 생겨, 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해야 합니다. 그전에는 기한이 없었으니 통지서를 받으면 날짜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의신청서에 무엇을 담아야 판단이 다시 검토되는지는 불송치·불기소 대응에 단계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같은 날부터 고소와 고발은 경찰에만 할 수 있게 되어, 10월 2일 이후 고소장은 경찰서에 냅니다.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하는 절차도 없어져 첫 경찰조사의 비중이 커집니다. 성병 사건은 자료가 늦게 붙어 보완수사가 자주 걸리는 유형인데,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경찰은 1개월 안에 마쳐 통보해야 합니다(개정 내용 정리).
네 건의 사건이 갈라진 지점
성관계 후 헤르페스 2형에 감염됐는데 상대가 감염 사실을 부인한 사건입니다. 병원이 협조하지 않아 보완수사가 두 차례 이어졌지만, 가해자가 몇 개월 전 재발을 인정한 녹취록과 영장으로 확보한 비뇨기과 진료기록을 묶어 감염 사실을 숨긴 채 관계했다는 점을 밝혔고 상해죄로 벌금 500만 원이 나왔습니다(사건 보기).
오래 만난 연인에게 감염된 사건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상대의 10년치 의료기록을 조회했는데 성병으로 진료받은 흔적이 없었고, 그래서 고의가 아니라 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쪽으로 구성을 바꿨습니다. 상대는 과거 노출을 뜻하는 항체가, 피해자는 급성 초기 항체가 나온 대비를 근거로 과실치상 송치를 받았습니다(사건 보기).
데이팅 앱으로 만난 상대에게 감염된 사건은 발진을 직접 본 정황이 갈림길이었습니다. 두 번째 관계에서 확인한 성기 부위의 상처와 짧은 관계 간격을 근거로 첫 관계 때 이미 발진이 있었을 가능성을 세워 상해로 특정했고, 고의가 부정될 경우에 대비해 과실치상까지 함께 요청해 상해 혐의로 송치됐습니다(사건 보기).
술자리에서 만난 상대에게 감염된 뒤 오히려 네가 옮긴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은 사건도 있습니다. 진료 이력이 없어 과실치상으로 방향을 잡고, 콘돔 착용 요청을 무시한 정황과 관계 5일 만의 양성 판정, 두 항체가 모두 음성이라는 소견을 묶어 인과관계를 세웠습니다. 결과는 과실치상 송치였습니다(사건 보기).
네 사건의 결론이 서로 달랐던 이유는 피해의 크기가 아니라 상대의 기록이 무엇을 말했는지였습니다. 진료 이력이 나오면 상해로, 나오지 않으면 과실치상으로 갔을 뿐, 어느 쪽도 사건이 안 되는 경우는 아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