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서를 받아 든 다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물음이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옮았다는 사실을 무슨 수로 증명하느냐는 것입니다. 헤르페스는 무증상 보균이 흔하고 잠복기도 있어서, 가해자는 처음에는 병원비를 대겠다고 했다가 며칠 뒤에는 다른 데서 옮은 것 아니냐고 말을 바꿉니다. 그래서 이 유형은 감염 사실이 아니라 감염된 시점을 다투는 사건이 됩니다.
시점을 좁히는 도구가 항체검사입니다. IgM은 감염 직후에 먼저 나타났다가 몇 달 안에 사라지고, IgG는 뒤늦게 올라와 오래 남습니다. 두 항체의 조합과 변화를 시차를 두고 기록해 두면, 증상이 나타난 날을 기준으로 감염이 어느 구간에서 일어났는지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기록이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검사를 언제 받았는지, 몇 번 받았는지에 따라 남는 자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래에서는 증상일을 기준으로 한 검사 시기표, 결과 조합이 가지는 의미, 가해자 진료기록이 확보되는 절차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죄명이 상해로 갈지 과실치상으로 갈지 갈리는 기준은 성병 상해죄에서 따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헤르페스 전염 사건은 결국 시점 싸움입니다
수사기관이 확인하려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가해자가 감염되어 있었는지, 피해자가 언제 감염되었는지, 그 시기에 다른 경로가 없었는지입니다. 셋이 모두 채워질수록 송치 가능성은 올라가고, 하나가 비면 남은 둘을 그만큼 촘촘히 쌓아야 합니다. 뒤에서 보겠지만 첫 번째가 끝내 확인되지 않은 사건에서도 정황만으로 기소의견 송치까지 간 예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피해자가 직접 준비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상대의 몸속 사정은 수사로만 확인됩니다. 세 번째는 통신 기록과 동선, 지인의 진술로 채웁니다. 피해자 본인이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것은 두 번째, 자신의 감염 시점을 자료로 남기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IgM은 언젠가 사라지고 병변은 아뭅니다. 증상이 나타난 첫 몇 주가 사실상 증거를 만드는 기간이라는 말은 그런 뜻입니다.
증상일 기준 검사 시기표
아래 표는 증상이 나타난 날을 0일로 두고, 어느 시점에 무엇을 받아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정리한 것입니다. 여기 적힌 간격은 반복 검사로 추이를 남겨 결론을 뒤집은 실제 사건에서 쓰인 간격이고, 결과의 의학적 해석은 담당 의사의 소견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 시점 | 받아 둘 것 | 결과가 가지는 의미 | 남겨 둘 자료 |
|---|---|---|---|
| 증상 당일~3일 | 병변 진료와 1차 항체검사 | 두 항체 음성이면 극초기 | 진단서, 결과지 원본 |
| 3~7일 | 늦어도 이때 1차 검사 | IgM 단독 양성은 최근 감염 | 수치가 보이는 결과지 |
| 2~3주 뒤 | 2차 항체검사 | IgG 경계선 전환 여부 확인 | 같은 병원 검사 기록 |
| 2차 뒤 같은 간격 | 한 번 더 항체검사 | IgG 양성 전환이면 추이 완성 | 세 차례 수치 비교 |
| 관계 이전 | 과거 검진 기록 발급 | 음성 기록은 선후를 고정 | 검진 결과지 사본 |
| 진단 직후 | 상대에게 알리는 대화 | 인정과 송금은 인지 정황 | 녹음과 대화 원본 |
표에서 가장 자주 비는 칸이 세 번째와 네 번째 줄입니다. 한 번 검사해 양성이 나오면 그것으로 할 일이 끝났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수치 하나보다 수치의 움직임이 훨씬 강한 증거입니다. 음성에서 경계선을 거쳐 양성으로 올라가는 궤적은 항체가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어서, 감염이 오래된 것이라는 반박을 정면으로 막습니다.
다섯 번째 줄도 놓치기 쉽습니다. 회사 건강검진이나 산부인과 정기검진에서 받았던 예전 음성 결과는 감염의 선후관계를 사실상 고정해 줍니다. 몇 달 전 결과지 한 장이 뒤늦게 사건을 살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마지막 줄은 검사가 아니라 대화입니다. 진단 사실을 알렸을 때 상대가 보이는 첫 반응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만들 수 없습니다. 통화라면 녹음하고, 메시지라면 지우지 말고 그대로 두시면 됩니다. 당사자가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합법입니다.
IgM·IgG 조합이 말해 주는 것
항체 결과는 양성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두 항체의 조합으로 읽습니다. 조합마다 사건에서 쓰이는 방향이 다릅니다.
| 검사 결과 | 의학적 의미 | 사건에서 쓰이는 방향 |
|---|---|---|
| IgM 음성·IgG 음성 | 감염된 지 얼마 안 됨 | 극초기로 시점 압축 |
| IgM 양성·IgG 음성 | 급성 감염 초기 | 최근 감염 주장의 축 |
| IgM 양성·IgG 양성 | 최근 감염 정황 있음 | 반복 검사로 추이 보완 |
| IgM 음성·IgG 양성 | 과거 노출이 있었음 | 상대 결과면 방향 대비 |
| IgG 음성에서 양성으로 | 항체가 형성되는 중 | 추이 자체가 시점 증거 |
첫 줄을 받아 들고 실망하는 분이 많습니다. 둘 다 음성이니 남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실은 반대입니다. 두 항체가 모두 음성이라는 결과는 감염이 아주 최근이라는 뜻이어서 시점을 오히려 좁혀 줍니다. 관계 며칠 뒤 확진을 받았는데 항체가 아직 잡히지 않았다면, 그 자체가 최근 감염 소견의 근거가 됩니다.
네 번째 줄은 상대 쪽 결과에서 나올 때 의미가 커집니다. 가해자에게서는 예전 노출을 의미하는 IgG가, 피해자에게서는 급성기의 IgM이 확인되는 구도입니다. 이 대비가 잡히면 바이러스가 어느 쪽에서 어느 쪽으로 옮겨 갔는지 방향이 드러납니다.
다섯 번째 줄은 한 번의 검사로는 만들 수 없는 결과입니다. 같은 병원에서 같은 항목으로 반복 검사를 받아야 수치를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습니다. 병원을 옮겨 다니며 검사하면 기준값이 달라져 비교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가해자의 진료기록은 누가 확보합니까?
피해자가 직접 떼어 올 수 있는 자료가 아닙니다. 수사기관이 사실조회 또는 압수수색을 통해 상대방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 그리고 병원 진료기록을 받아 봅니다. 기간은 최대 10년까지 잡히고, 비뇨의학과와 산부인과, 피부과 기록에서 성병 진단과 처방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를 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요령이 있습니다. 본인이 골라서 출력해 낸 서류에는 민감한 항목이 빠져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소 단계에서부터 영장으로 누락 없이 모든 항목을 받아 달라고 구체적으로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고소장 증거방법란에는 이런 문장을 넣습니다.
피고소인의 최근 10년간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피부과 진료기록에 대한 사실조회 내지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요청드립니다. 성병 관련 진단과 처방의 최초 시점, 그리고 진료받은 과목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절차 면에서 올해 달라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는 고소장을 검찰청이 아니라 경찰서에 내고,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하는 절차가 없어져 첫 경찰조사의 비중이 커집니다. 기록 확보 요청을 조사 뒤로 미루지 말고 고소장에 미리 적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개정 내용 정리).
보완수사가 내려왔다는 통지를 받으면 사건이 나빠졌다고 여기기 쉬운데, 실제로는 부족한 부분을 다시 설명할 자리가 열린 것입니다. 이 국면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검사 결과를 제출해 결론이 달라진 사건이 있습니다. 불송치 통지를 받은 뒤 이의신청으로 판단을 다시 받는 절차는 불송치·불기소 대응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가해자에게 1형 기록만 있으면 사건이 끝납니까?
끝나지 않습니다. 헤르페스 1형은 입 주위, 2형은 성기 주위라는 구분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두 바이러스는 몸의 다른 부위로 옮겨 갈 수 있습니다. 상대의 기록에 1형 확진만 남아 있더라도 교차감염 가능성을 의학적 근거와 함께 주장하면 2형 감염의 경로를 다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층을 갈라 두어야 합니다. 옮겨 다닐 수 있는 것은 감염되는 부위이고, 1형과 2형이라는 형(型) 자체가 서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부위는 넘나들 수 있지만 바이러스의 종류는 그대로라는 이 구분을 잡아 두어야, 아래의 반대 상황까지 하나의 논리로 설명됩니다.
오히려 진료 과목이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입술 부위 증상이라면 보통 내과나 피부과를 찾는데, 굳이 비뇨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았다면 스스로 성기 부위 증상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됩니다. 진단명만 볼 것이 아니라 어느 과에서 언제 진료받았는지를 함께 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반대 상황도 대비해야 합니다. 피해자에게 입술 포진 이력이 있으면 상대는 원래 있던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때는 앞서 갈라 둔 구분이 그대로 방어가 됩니다. 부위는 옮겨 갈 수 있어도 1형과 2형은 별개의 바이러스이므로, 입술 포진 이력이 성기 부위 2형 감염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공신력 있는 자료로 반박하면 됩니다. 기존 이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염 경로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검사 시점을 놓쳤다면 방법이 없나요?
있습니다. 항체 추이를 만들지 못했더라도 사건이 거기서 끝나지는 않습니다. 상대의 진료기록이 아예 나오지 않은 사건에서도, 감염 사실을 알렸을 때의 반응을 근거로 기소의견 송치까지 간 예가 있습니다.
이때 힘을 발휘하는 것은 정황입니다. 감염 사실을 알리자 치료비를 먼저 보낸 행동, 결과지를 보여 달라고 해도 계속 미룬 태도, 헤르페스는 대단한 병이 아니라며 위험을 축소한 발언, 콘돔 착용 요청을 반복해 무시한 사실이 모이면 몰랐다는 말은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자료마저 부족할 때 어떤 순서로 증거를 쌓아 가는지는 증거가 없는 경우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자주 하는 실수도 정리해 두겠습니다. 첫째, 감정이 격해진 대화가 부끄러워 지우는 일입니다. 그 대화 안에 상대의 인정 발언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상대가 먼저 제안한 소액 합의에 서둘러 서명하는 일입니다. 서명하고 나면 이후 확보되는 자료가 아무리 좋아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금액을 정하는 기준과 합의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조항은 합의금·합의대행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셋째, 처음 검사한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재검을 받아 수치 비교가 흐려지는 일입니다. 넷째, 증상이 재발한 날짜를 적어 두지 않아 피해가 지금도 이어진다는 점을 설명할 자료가 남지 않는 일입니다. 재발 일지는 형사 단계의 양형뿐 아니라 이후 배상 국면에서도 쓰입니다.
감염 시점을 입증한 세 사건
첫째, 성관계 뒤 헤르페스 2형 확진을 받았는데 상대가 검사조차 거부하고 연락을 끊은 사건입니다. 수사관을 통해 확보한 비뇨기과 진단서에서 관계 이전의 1형 확진 이력이 나왔고, 1형과 2형의 교차감염 가능성을 의견서로 거듭 주장해 상해 혐의 기소의견 송치를 받았습니다(사건 보기).
둘째, 결혼을 약속한 연인에게서 헤르페스 양성 판정을 받은 사건입니다. 상대의 10년치 의료기록에 성병 진료 이력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자 죄명을 과실치상으로 잡았고, 한쪽은 IgG 양성, 다른 쪽은 IgM 양성이라는 대조로 인과관계를 세워 과실치상 송치까지 갔습니다(사건 보기).
셋째, 관계 사흘 만에 증상이 나타난 사건입니다. IgM 양성에 IgG는 음성이거나 경계 수치라는 결과로 감염 초기임을 보이고, 과거 병원에 가 본 적이 있다는 대화와 고지를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함께 제출해 미필적 고의가 성립한다고 주장했고, 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습니다(사건 보기).
세 사건의 공통점은 결과지 한 장이 아니라 시점이 드러나는 자료들의 배열이었습니다. 관계 이전의 음성 기록, 증상 직후의 항체 수치, 상대의 진료 이력, 그리고 대화 원본이 시간 순서로 놓였을 때 감염의 방향이 보였습니다. 지금 가지고 계신 자료가 적어 보여도, 날짜가 붙어 있는 자료라면 그 자체로 쓸모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