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름 진단을 받고 상대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찾아보는 말이 "고소가 되나요"입니다. 결론부터 적으면, 성병을 옮긴 사람은 상해죄나 과실치상죄로 고소할 수 있고 곤지름을 일으키는 HPV도 그 대상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성병이라도 HPV 사건은 다른 감염 사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벽을 만납니다.
그 벽은 잠복기입니다. 헤르페스처럼 관계 며칠 뒤에 수포나 궤양이 올라오는 병은 증상 발현 시점만으로도 감염 시기를 좁힐 수 있습니다. 반면 HPV는 감염되고 한참 지나 사마귀 형태로 드러나는 일이 흔하고, 아무 증상 없이 보유하다가 검진에서 처음 확인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사람에게서 옮았다"는 말을 시점 하나로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한계를 감추지 않습니다. 대신 어떤 자료가 있을 때 입증이 되고 어떤 경우에 막히는지를 표로 갈라 놓고, 막히는 자리에서 무엇을 다음 카드로 쓸 수 있는지까지 이어서 적었습니다.
입증이 되는 경우와 막히는 경우, 판단표
수사기관이 성병 감염 사건에서 확인하는 것은 딱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감염이 상대에게서 왔다는 인과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가 자기 감염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입니다. 앞의 것이 무너지면 죄명 자체가 서지 않고, 뒤의 것이 무너지면 상해가 과실치상으로 내려갑니다.
HPV 사건에서 흔들리는 쪽은 대부분 앞의 것입니다. 그래서 표를 읽을 때는 내가 가진 자료가 인과관계 축을 채우는지 인지 축을 채우는지를 갈라서 보셔야 합니다. 두 축은 서로를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 내 사건의 상황 | 채워지는 입증 축 | 실무상 가는 죄명 | 지금 먼저 할 일 |
|---|---|---|---|
| 관계 전 검진에서 음성 기록이 있음 | 인과관계 가능 | 상해 또는 과실치상 | 검사지 원본 확보 |
| 상대가 감염 사실을 인정·사과함 | 인지 축, 인과관계는 별도 | 상해 | 대화·통화 원본 보존 |
| 상대가 과거 진료·증상을 말로 인정함 | 인지 축, 인과관계는 별도 | 상해 | 요양급여내역 조회를 고소장에 기재 |
| 상대가 검사를 거부하고 잠적함 | 인과관계 정황 보완 | 과실치상 | 회피 경위 기록 |
| 양쪽 다 검사 기록이 없음 | 인과관계 어려움 | 과실치상으로 다툼 | 사과·송금 정황 정리 |
| 그 사이 다른 파트너가 있었음 | 인과관계 어려움 | 다툼 여지 | 시점별 일지 작성 |
| 관계 후 한참 뒤에 발견함 | 인과관계 어려움 | 다툼 여지 | 진단 시점 특정 |
첫 줄만이 인과관계를 정면으로 채웁니다. 둘째와 셋째 줄은 상대가 보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인지를 뒷받침할 뿐이어서, 관계 전 음성 기록 같은 시점 자료와 결합될 때 비로소 "이 사람에게서 옮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인정 발언 하나만 들고 가면 상대가 "내가 보균자인 것은 맞지만 당신 감염이 나 때문인지는 모른다"고 되받는 자리에서 사건이 멈춥니다.
아래 세 줄에 걸린다고 해서 곧바로 접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시점 자료만으로는 부족하니 상대의 말과 행동에서 나온 정황을 함께 쌓아야 합니다.
셋째 줄에서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상대의 진료 이력 자체는 피해자가 직접 조회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닙니다. 수사기관이 사실조회나 압수수색으로 확보하는 자료이므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대가 과거 병원 방문이나 증상을 인정한 말을 남겨 두고, 요양급여내역 조회를 고소장의 요청 항목으로 적어 두는 것까지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진단서에 적힌 확진일은 감염일이 아니라 발견일입니다. 이 차이가 HPV 사건에서 계속 쟁점이 되므로, 검진을 언제 받았고 증상을 언제 처음 느꼈는지를 날짜로 적어 두는 일이 생각보다 큰 몫을 합니다.
곤지름을 옮았는데 고소가 아예 안 되나요?
아닙니다. 잠복기 때문에 입증이 어려운 것과 고소가 되지 않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성병 감염은 신체의 완전성을 해치는 상해로 다뤄지고, 상대가 자기 감염 사실을 알면서 알리지 않았다면 상해죄, 몰랐더라도 확인할 주의를 게을리했다면 과실치상죄가 문제 됩니다. 접수 자체를 막는 요건은 없고, 2026년 10월 2일부터는 고소와 고발을 경찰이 받게 되므로 그 이후의 고소장은 경찰서에 내시면 됩니다.
실제로 막히는 지점은 접수가 아니라 그 뒤입니다. 수사기관이 상대의 요양급여내역과 진료기록을 확보했을 때 과거 감염이나 치료 이력이 나오면 사건은 상해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과실치상으로 방향을 바꿔 주의의무 위반을 다투게 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 놓고 시작하는 사건이 아닙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과실치상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는 기소할 수 없는 죄라는 사실입니다. 합의를 하면서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면 그 트랙은 닫히므로, 합의 시점과 조건은 형사 절차의 진행 상황을 보면서 정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언제 어떤 조건으로 합의하는지는 합의금·합의대행에 사건 유형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상해와 과실치상, 죄명이 갈리는 지점
죄명을 가르는 것은 감염 여부가 아니라 상대의 인지입니다. 알았으면 상해, 몰랐지만 확인할 수 있었으면 과실치상입니다. 그런데 고소를 접수하는 단계에서 피해자가 상대의 머릿속을 증명해 둘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죄명을 하나로 못 박지 않고 두 겹으로 적습니다. 상해를 주된 죄명으로 두고 과실치상을 예비적으로 함께 기재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해 두면 고의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사건이 그대로 종결되지 않고 과실 쪽에서 다시 심사됩니다.
고소취지 예문 — “피고소인을 상해죄로 고소하오니 처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만일 고의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예비적으로 과실치상죄로 수사하여 주시기를 함께 요청드립니다.”
수사기관에 요청할 사항도 고소장에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의 과거 진료 이력 조회, 관계 전후 검사 기록의 대조, 대화 원본의 확인 같은 항목을 문장으로 남겨 두면 첫 조사에서 빠뜨릴 위험이 줄어듭니다. 죄명별 형량과 입증 구조 전반은 성병 상해죄에서 이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몰랐다'를 뒤집는 정황과 남겨 두어야 할 자료
성병 사건의 상대는 거의 예외 없이 몰랐다고 말합니다. HPV는 무증상 보유가 흔하다는 사정까지 있어서 그 말이 더 쉽게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 사건에서 그 말을 무너뜨린 것은 의학 자료가 아니라 평범한 대화와 송금 내역이었습니다.
아래 표는 정황이 어떤 자료로 남아야 수사에서 의미를 갖는지 정리한 것입니다. 캡처보다 원본이 중요하다는 점만 기억하셔도 절반은 지킨 셈입니다.
| 상대의 말과 행동 | 남겨 두어야 할 자료 | 수사에서 읽히는 의미 |
|---|---|---|
|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설명함 | 그 대화의 원본 | 감염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 |
| 검사 결과지 요청을 계속 미룸 | 요청과 회피가 남은 기록 | 확인 회피 |
| 알리자마자 치료비를 송금함 | 송금 내역과 문구 | 사실상의 책임 인정 |
| 조사 전에 합의를 서두름 | 제안 메시지와 날짜 | 미필적 고의의 방증 |
| 피임 요청을 반복해 무시함 | 요청이 담긴 대화 | 주의의무 위반 |
| 과거 병원 방문을 언급함 | 그 발언이 담긴 대화 | 진료 이력 조회의 단서 |
여기서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상대와의 대화방을 감정적으로 정리해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지운 대화를 캡처본만 남겨 두는 것입니다. 원본이 사라지면 그 대화가 언제 오갔는지를 다투게 되어 증거의 힘이 크게 떨어집니다.
상대가 증상이 없었다면 고의를 물을 수 없나요?
증상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고의를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남는 것이 주의의무입니다. 자기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으면 관계를 피하거나 상대에게 알리고, 피임 요청에 응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이전에 비슷한 병변을 겪고도 검사를 미뤄 왔다면, 그리고 피임 요청을 계속 무시했다면, 감염 사실을 정확히 몰랐더라도 과실이 문제 됩니다. 무증상이라는 말은 고의를 부정하는 근거는 될지언정 부주의까지 지워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대가 자신도 몰랐고 확인할 계기도 없었다는 점이 받아들여지면 형사 절차는 거기서 끝날 수 있습니다. 그 지점이 바로 민사로 넘어가는 자리입니다.
형사가 막혀도 남는 민사 경로
형사와 민사는 판단하는 주체부터 다릅니다. 형사는 수사기관이 혐의를 인정해 주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그 인정이 서지 않으면 피해자가 아무리 자료를 갖고 있어도 절차가 멈춥니다. 반면 민사는 수사기관의 인정 없이 피해자가 직접 고의·과실과 인과관계, 손해액을 법정에 세워 다투는 절차입니다.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도 같지 않습니다. 형사는 합리적인 의심이 남지 않을 만큼의 증명을 요구하지만, 민사는 어느 쪽 주장이 더 그럴듯한지를 두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잠복기 때문에 형사에서 인과관계가 걸린 사건이 민사에서는 그대로 끝나지 않는 일이 생깁니다.
인정되는 항목도 치료비 하나가 아닙니다. 이미 지출한 치료비, 앞으로 필요한 치료비,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가 함께 청구 대상이 됩니다. 실제로 장래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붙여 앞으로 들어갈 비용까지 인정받은 사건이 있고, 형사 없이 민사만으로 배상을 받아낸 사건도 있습니다.
위자료에서는 같은 HPV라도 유형을 갈라서 적어야 합니다. 곤지름을 일으키는 유형은 제거 시술과 재발이 반복되는 부담이 가중 요소가 되고, 검진에서 함께 확인되는 고위험형은 자궁경부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별도의 가중 요소가 됩니다. 두 가지를 뭉뚱그려 적으면 어느 쪽 부담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므로, 진단서에 기재된 유형과 향후 검진 계획을 그대로 옮겨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가 연락을 끊고 사라진 경우에도 길이 있습니다. 문서제출명령으로 주소를 확보해 소장을 송달한 사건이 있고, 상대가 응하지 않으면 무변론으로 청구가 인용될 수도 있습니다. 소를 어떻게 제기하고 위자료를 무엇으로 계산하는지는 민사 손해배상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10월 2일 이후 절차에서 놓치면 안 되는 것
2026년 10월 2일 시행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하는 절차가 없어져 첫 경찰조사의 비중이 커집니다. 감염 시점과 대화 정황처럼 나중에 보태기 어려운 내용은 첫 조사 전에 정리해 가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개정법 전반은 개정 내용 정리에 따로 묶어 두었습니다.
인과관계가 다퉈지는 사건인 만큼 불송치 통지를 받을 가능성도 함께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10월 2일부터는 불송치에 대한 이의신청에 기한이 생깁니다. 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이며, 그전에는 기한 자체가 없었습니다. 통지서를 받은 날짜를 그대로 적어 두시기 바랍니다.
사건이 송치된 뒤 불기소가 되면 항고로 다투게 됩니다. 불기소 처분을 한 지방공소청·지청에 30일 안에 항고장을 내면 관할 광역공소청장이 판단합니다. 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재정신청으로 이어지며 그 기간은 10일입니다. 기간이 짧아 통지서를 늦게 확인하면 그대로 지나가 버리므로, 우편물 수령 방법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의신청서와 항고이유서에 무엇을 담아야 판단이 다시 서는지는 불송치·불기소 대응에서 단계별로 다루고 있습니다.
인과관계를 다퉈 결과를 낸 사건 두 건
첫째, 지인 소개로 만난 연인에게 헤르페스 2형을 옮은 사건입니다. 상대는 치료비 명목으로 소액만 보내고 연락을 끊었지만, 관계 전 검사에서 전 항목이 정상이었다는 기록과 과거 병원 방문을 인정한 대화, 초기 감염을 가리키는 항체 수치가 맞물려 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사건 보기).
둘째, 같은 유형에서 고위험 HPV까지 함께 감염된 사건입니다. 상대가 보균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내역과 관계 전 음성 판정 기록을 증거로 세우고, 수사기관에 10년치 의료내역 조회를 요청해 인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합의금 2,000만 원과 상해 혐의 송치라는 결과가 함께 나왔고, 비밀유지와 접근금지 조건도 서면에 남겼습니다(사건 보기).
두 사건의 공통점은 의학적 확신이 아니라 시점 자료였습니다. 관계 전의 음성 기록과 관계 후의 진단 기록, 그 사이에 오간 대화가 나란히 놓였을 때 인과관계가 설명됐습니다. 곤지름 사건에서도 순서는 같습니다. 지금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기록을 먼저 확보하고, 상대와 주고받은 말을 원본으로 남기는 일이 출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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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