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기준표는 국가가 국선변호사에게 값을 매긴 표인 동시에, 국선변호사가 내 사건에서 하게 되는 일의 목록입니다. 항목으로 올라 있는 일은 요청하면 국선변호사의 업무가 되고, 항목에 없는 일은 아무리 급해도 국선변호사의 업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표를 금액표로만 읽으면 얻을 것이 없습니다. 검사의 국선변호사 선정 등에 관한 규칙 제18조가 보수를 지급하는 업무를 열 가지로 열거해 두었고, 법무부가 정한 보수기준표는 그중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기본업무와 추가로 보수를 더 주는 업무를 갈라 놓았습니다. 이 구분이 그대로 조력의 범위가 됩니다.
이 글은 규칙에 적힌 업무 열 가지, 기본보수가 나오는 기본업무, 보수를 더 주는 업무, 보수 항목에 아예 없어 따로 준비해야 하는 일을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보수기준표를 찾는 이유는 금액이 아니라 업무 범위입니다
국선변호사의 보수는 월급이 아니라 사건마다, 업무마다 계산됩니다. 같은 규칙 제19조는 보수와 함께 일당과 여비, 감정이나 통역을 맡길 때 드는 비용,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을 복사하고 진단서를 발급받는 데 드는 비용까지를 지급 범위로 적어 두었습니다.
기준을 정하는 사람은 법무부장관입니다. 예산과 지원 대상 피해자의 수, 지원의 필요성을 고려해 정하고, 검사는 사건의 난이도와 수행한 업무 내용, 피해자를 지원한 시간을 따져 그 기준의 2분의 1 범위에서 보수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습니다.
규칙 요지 — 보수와 비용의 지급 기준은 법무부장관이 정하고, 검사는 사건의 난이도·업무 내용·지원 시간을 고려해 기준의 2분의 1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값을 매기는 쪽도, 올려 줄지 말지를 정하는 쪽도 피해자가 아닙니다. 피해자가 이 표에서 확인할 것은 금액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일이 표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입니다.
보수 지급 대상 업무 열 가지에는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규칙 제18조가 열거한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에 대한 상담,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피해자 조사 참여, 구속 전 피의자심문 절차 참여, 증거보전 절차 참여, 공판절차와 공판준비절차 참여, 보호사건과 피해아동보호명령사건 절차 참여, 그 사건과 관련한 신청과 청구, 항고와 재항고, 재정신청 같은 불복 절차의 청구나 참여, 의견서와 신청서 등 서면 제출, 그 밖에 피해자를 위한 소송대리권 행사입니다.
이 목록에서 먼저 눈여겨보실 것은 수사부터 재판, 불복 절차까지가 모두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국선이라서 조사 동석만 해 준다는 말은 규칙과 맞지 않습니다. 항고이유서도, 재정신청서도 국선변호사의 업무입니다.
다만 목록은 권한을 열어 두었을 뿐, 어느 항목이 실제로 움직일지는 요청하는 쪽에서 정해집니다. 그래서 다음 두 가지를 구분해서 알아 두셔야 합니다. 어떤 업무는 하지 않으면 기본보수 자체가 나오지 않고, 어떤 업무는 해야 보수가 더 붙습니다.
기본보수가 나오는 기본업무 네 가지
법무부는 2021년 10월 보수기준표를 개정하면서 기본업무와 기본보수제를 도입했습니다. 피해자 지원에 빠질 수 없는 업무를 기본업무로 묶고, 그 업무를 수행한 경우에 절차 단계별로 기본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기본업무로 정해진 것은 대면 상담, 의견서 제출, 피해자 조사 참여, 피해자 증인신문 절차 참여입니다.
| 기본업무 | 이 업무가 실제로 만들어 내는 것 | 빠지면 피해자에게 생기는 일 |
|---|---|---|
| 대면 상담 | 사건의 얼개와 남은 절차를 맞춰 보는 자리 | 2022년 개정으로 전화·문자 상담이 대면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
| 의견서 제출 | 피해자의 주장이 수사기록에 문서로 남음 | 구두로만 설명하면 기록에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
| 피해자 조사 참여 | 조사 동석, 부적절한 질문에 대한 제지 | 일정이 어긋나면 혼자 조사를 받게 됩니다 |
| 증인신문 절차 참여 | 법정 증언 때 피해자 쪽 자리 확보 | 가해자 측 반대신문에 홀로 대응하게 됩니다 |
표의 마지막 칸이 이 제도의 실제 모습입니다. 기본업무는 수행 여부만 확인되면 보수가 나가는 구조여서, 상담 한 번과 의견서 한 장으로도 형식은 채워집니다. 그 상담에서 무엇을 물을지, 의견서에 어떤 쟁점을 담을지는 피해자가 좁혀 주는 만큼 달라집니다.
기본보수는 절차 단계에 따라 나뉩니다. 법무부 보도자료와 뉴시스 2023년 1월 보도에 따르면 수사절차 참여 40만 원, 공판절차 참여 20만 원, 그 밖의 절차 참여 10만 원입니다. 사건 하나에 대한 값이 아니라 단계마다의 값입니다.
보수를 더 주는 업무와 표에 없는 일
2022년 2월 법무부는 보수기준표를 한 번 더 손봤습니다. 이때 합의를 위한 상담과 협의, 항고이유서와 재정신청서, 불송치 이의신청서 제출, 야간이나 휴일의 대면 상담과 피해자 조사 참여, 증거보전 절차 참여가 보수를 올려 주는 사유로 들어갔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 일들은 기본업무 밖에 있어서, 요청이 없으면 진행되지 않은 채로도 절차가 끝날 수 있습니다.
| 피해자에게 필요한 일 | 보수기준표에서의 위치 | 피해자가 먼저 해야 할 것 |
|---|---|---|
| 가해자 측과의 합의 협의 | 2022년 2월 개정으로 증액 사유 | 합의 의사와 조건, 수용 한도를 문서로 전달 |
| 항고·재정신청·불송치 이의신청 서면 | 증액 사유이자 제18조 업무 | 처분 통지일과 기한을 먼저 확인해 요청 |
| 야간·휴일 상담, 조사 동석 | 증액 사유 | 조사 일정과 시간대를 미리 알리기 |
| 증거보전 절차 참여 | 증액 사유 | 사라질 위험이 있는 자료를 특정해 요청 |
| 민사 손해배상 소송 | 보수 항목에 없음 | 형사와 별도로 준비하거나 따로 선임 |
| 노동청 진정, 학교·군의 징계 절차 | 보수 항목에 없음 | 절차별로 신고 경로를 따로 확인 |
| 촬영물 삭제 지원, 2차 가해 대응 | 보수 항목에 없음 | 지원기관과 별도 대응을 함께 준비 |
위쪽 네 줄과 아래쪽 세 줄은 성격이 다릅니다. 위쪽은 요청하면 국선변호사가 하는 일이고, 아래쪽은 요청해도 국선변호사의 업무가 되지 않는 일입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형사절차에서의 조력을 전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건 초기에 해야 할 일은 목록을 나누는 것입니다. 형사절차 안에서 끝나는 일은 국선변호사에게 구체적으로 요청하고, 표 밖에 있는 일은 처음부터 다른 경로를 잡아 두셔야 합니다.
불복 절차는 기한부터 확인하십시오
표 안에 있는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못 하게 되는 대표적인 항목이 불복 절차입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는 처분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해야 하고, 그 안에 결정서를 받아 읽고 반박 논리를 세워 서면을 내야 합니다.
직장 상사에게 당한 강제추행 사건이 그랬습니다. 퇴사를 앞둔 회식에서 상사가 집에서 2차를 하자고 했고, 거절 끝에 근처 숙소에서 자리를 이어 가던 중 상사가 의뢰인을 밀어 눕히고 목을 조르며 추행했습니다. 그런데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에게 불리한 자료까지 제출되는 바람에 불기소 결정이 났고, 의뢰인은 항고 단계에서 심앤이를 찾아왔습니다.
심앤이는 불기소 결정서를 받아 검찰이 무엇을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봤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진료확인서와 상담 소견서를 새로 확보하고, 트라우마로 생긴 공포 반응을 가해자가 이용했다는 점과 진술이 일관된다는 점을 항고이유서에 담아 기한 안에 제출했습니다. 검찰은 재기수사명령을 내렸고, 다시 수사가 이뤄진 끝에 가해자는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사건 보기). 결정서를 받아 이유를 확인하는 일이 항고의 출발점입니다.
민사 손해배상은 보수 항목에 없습니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민사소송을 따로 제기해야 하는데, 이 업무는 보수기준표의 항목에 올라 있지 않습니다. 형사절차가 끝난 뒤에야 알게 되면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민사를 염두에 두셨다면 형사 단계에서부터 자료를 함께 모아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오래 신뢰하던 이성 친구에게 피해를 입은 사건이 그 예입니다. 의뢰인은 만취한 사이 성관계를 당했고 촬영까지 당했는데, 당시에는 기억이 끊겨 있었고 상담 과정에서 사건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신고를 포기했습니다. 3년이 지나 가해자가 촬영물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전해 듣고서야 심앤이를 찾아왔습니다.
심앤이는 가해자에게 고소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하면서 압수영장 집행을 요구하는 고소장과 의견서를 냈고, 포렌식으로 촬영물을 확보했습니다. 피해자 조사에도 입회했습니다. 형사는 불구속 구공판으로 기소됐고, 함께 진행한 민사소송에서는 강제조정으로 7,000만 원을 받아 냈습니다(사건 보기). 술에 취해 의식이 흐린 상태에서 벌어진 사건의 입증은 준강간·준강제추행에, 민사 청구의 순서는 민사 손해배상에 정리돼 있습니다.
공판 기본보수 20만 원이 말해 주는 것
뉴시스는 2023년 1월 기사에서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1심 기본 보수가 피고인 국선변호인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가해자는 돈을 들여 변호인을 세우는데, 피해자 곁에 세우겠다며 국가가 매긴 공판 단계의 값은 20만 원입니다.
이 숫자는 개별 국선변호사의 성의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보수를 낮게 매기고 배정을 늘려 놓은 쪽은 국가입니다. 사명감으로 사건을 붙들고 있는 변호사들을 탓할 일이 아니라, 피해자 조력을 싸게 때우려는 설계를 탓해야 합니다.
"피해자에게는 이미 국선이 붙어 있으니 됐다"는 말도 이 표 앞에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기본보수가 나오는 최소한의 업무와, 피해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조력 사이의 간격은 제도가 남겨 둔 빈틈입니다. 그 빈틈을 피해자가 요청과 준비로 메우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국선에 무엇을 요청하고, 무엇을 따로 준비해야 합니까?
요청은 좁을수록 움직입니다. 의견서를 부탁할 때는 가해자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그 주장을 무엇으로 반박할 수 있는지를 함께 적어 전달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조사 동석은 날짜가 잡히기 전에 알려야 일정을 맞출 수 있고, 불복 서면은 처분 통지서를 받은 날을 알려 주는 데서 시작합니다.
반대로 표 밖에 있는 일은 기다린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민사 손해배상,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조치, 촬영물 삭제처럼 형사절차 밖의 문제는 처음부터 따로 계획하셔야 합니다. 사선 변호사를 별도로 선임하는 경우 그 비용을 가해자에게 청구하는 길은 변호사비용 청구에 정리돼 있고,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가 직접 챙길 수 있는 준비는 수사절차(경찰·검찰)에 단계별로 나와 있습니다.
보수기준표는 피해자를 위해 만들어진 표가 아닙니다. 그래도 이 표를 알고 있으면, 국선변호사에게 무엇을 부탁할 수 있는지와 어디서부터는 다른 손이 필요한지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 구분을 사건 초기에 해 두시는 것이, 절차가 끝난 뒤에 후회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