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성범죄 변호사 없이 고소하면 생기는 일, 혼자 하다 뒤늦게 선임해 갈린 사건

성범죄를 변호사 없이 고소하면 고소장 죄명과 첫 조서, 합의 협상과 기한에서 무엇이 어긋나는지, 혼자 진행하다 뒤늦게 선임해 결과가 갈린 사건 네 건과 구간별로 되돌아오는 범위를 정리했습니다.

2026.09.19 · 읽는 시간 8분 · 글 법무법인 심앤이 성범죄피해자전담센터 심지연 대표변호사

핵심 요약

  1. 변호사 없이도 고소는 접수되고 수사는 진행되지만, 혼자 지나온 구간마다 기록에 빈자리가 남고 그 자리가 가해자 측의 공격 지점이 됩니다.
  2. 고소장 죄명과 첫 진술조서, 합의 협상은 뒤늦게 선임해도 상당 부분 복구되지만, 서명한 합의서와 이미 지나간 기한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3. 혼자 조사를 받고 1회 공판까지 넘긴 뒤 선임해 실형과 취업제한을 받아낸 사건이 있고, 혼자 대응하다 무고로 역고소당해 방어한 사건도 있습니다.

변호사 없이도 고소는 접수되고 수사는 그대로 진행됩니다. 달라지는 것은 수사기관의 태도가 아니라 기록에 들어가는 재료의 양과 순서이고, 혼자 지나온 구간마다 남은 빈자리가 나중에 가해자 측이 파고드는 자리가 됩니다.

그래서 문제는 "혼자 하면 진다"가 아닙니다. 실제로 결과가 갈리는 지점은 몇 군데로 정해져 있습니다. 고소장에 죄명이 빠진 채 접수된 경우, 첫 진술조서에 핵심 사실이 들어가지 못한 경우, 합의 금액을 가해자 측이 먼저 정해 버린 경우, 그리고 아무 연락 없이 기한이 지나간 경우입니다.

이 글은 구간별로 무엇이 생기는지, 뒤늦게 선임하면 어디까지 되돌아오는지, 끝내 되돌릴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성범죄 변호사 없이 고소하면 실제로 무엇이 달라집니까?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정보의 흐름입니다.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는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 참고인에 가까운 지위에 있습니다. 검사가 언제 기소했는지, 공판이 언제 열리는지, 어떤 판결이 났는지조차 피해자가 신청해야 통지됩니다(형사소송법 제259조의2). 신청하지 않으면 사건은 피해자를 건너뛰고 흘러갑니다.

반대편은 사정이 다릅니다. 가해자는 피의자이자 피고인으로서 처음부터 방어권을 가지고, 변호인을 선임하면 기록을 보며 반박을 설계합니다. 같은 사건인데 한쪽만 서류를 들고 있는 상태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성폭력범죄 피해자에게도 변호사를 둘 근거는 법에 있습니다.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은 형사절차에서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받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그 변호사는 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진술하고 공판절차에 출석하며 소송행위에 관한 포괄적 대리권을 가집니다(성폭력처벌법 제27조).

혼자 지나온 구간과 뒤늦게 되돌릴 수 있는 정도

아래 표는 피해자가 혼자 넘기기 쉬운 구간을 순서대로 놓고, 그 구간에서 실제로 생기는 일과 나중에 선임했을 때 어디까지 복구되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를 옮긴 것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에서 반복되는 양상을 묶은 것입니다.

혼자 넘긴 구간그 구간에서 생기는 일뒤늦게 선임했을 때
고소장 접수죄명이 빠지거나 가벼운 죄명으로 접수보충서로 대부분 복구
첫 경찰조사핵심 사실이 조서에 안 들어감추가 조사·의견서로 보완
증거 제출낼 시점을 놓쳐 자료가 흩어짐남아 있으면 가능, 삭제되면 불가
처분 통지신청하지 않아 진행을 모름신청 시점부터만 통지
합의 협상상대가 제시한 금액이 기준이 됨서명 전이면 재협상, 후면 불가
공판 단계가해자 주장만 기록에 쌓임의견서·진술권으로 보완
무고 역고소혼자 대응한 이력이 공격 재료기록 확보 뒤 방어

표를 세로로 읽으면 복구되는 칸과 복구되지 않는 칸이 갈립니다. 서류로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은 거의 되돌아옵니다. 고소장은 보충하면 되고, 빠진 진술은 다시 넣을 수 있으며, 의견서는 언제든 낼 수 있습니다.

되돌아오지 않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이미 서명한 합의서와 이미 지나간 기한입니다. 이 둘은 뒤늦게 아무리 좋은 주장을 해도 원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므로, 혼자 진행 중이더라도 이 두 지점만큼은 결정 전에 확인하셔야 합니다.

고소장에 죄명이 비어 있던 사건

첫 구간부터 보겠습니다.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가해자의 자취방에서 술을 더 마시다 기억이 끊긴 피해자가 있었습니다. 가해자는 만취한 피해자에게 유사강간을 저지르고 그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습니다. 피해자에게 남은 기억은 옆집으로 기어가 살려 달라고 애원한 장면뿐이었고, 옆집 신고로 가해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선임 직후 확인해 보니 피해자는 경황이 없는 상태로 혼자 조사를 받았고 제대로 된 고소장조차 접수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심앤이는 진술조서부터 확보하고 죄명을 다시 검토해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검찰 단계에서는 범죄피해평가보고서와 정신과 진료기록을 근거로 의견서를 냈습니다.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과 법정구속이 나오자 곧바로 민사를 준비해 압박했고, 2,000만 원만 가능하다던 가해자 측이 3,600만 원까지 올려 합의가 성사됐습니다. 항소심 형은 징역 2년 · 집행유예 3년이었습니다(사건 보기).

이 사건이 보여 주는 것은 죄명과 고소장이 뒤에 고칠 수 있는 항목이라는 점입니다. 다만 고치는 데 시간이 들고, 그 시간 동안 수사는 원래 접수된 죄명을 기준으로 움직입니다. 죄명별 수사 진행 방식은 수사절차(경찰·검찰)에 단계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합의금 협상을 혼자 하면 금액은 누가 정합니까?

상대가 정합니다. 협상 자리에서 기준이 되는 금액은 시세가 아니라 먼저 제시된 숫자이고, 피해자가 혼자 앉아 있으면 그 숫자는 대개 가해자 측이 부르는 금액입니다. "다들 이 정도에서 끝낸다"는 말이 함께 따라옵니다.

입사 일주일 차 신입사원이 교육 담당 팀장에게 당한 사건이 그랬습니다. 스무 살 가까이 많은 가해자가 교육을 핑계로 저녁 자리를 만든 뒤 2차 술집에서 피해자를 껴안고 키스했습니다. 술집 CCTV에 장면이 남아 가해자는 자백했고 회사는 그를 해고했지만, 피해자는 트라우마로 결국 퇴사했습니다.

혼자 협상하던 피해자에게 가해자 측이 제시한 금액은 500만 원이었습니다. 심앤이가 선임되자 금액을 올릴 수 없다던 태도가 곧바로 바뀌었고, 엄벌탄원서와 피해자 변호사 의견서를 법원에 내며 압박한 끝에 합의금은 1,000만 원으로 올라갔고 합의서에는 접근금지·비밀유지·손해배상 조항까지 들어갔습니다. 가해자는 합의에도 징역 4월 · 집행유예 1년과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을 선고받았습니다(사건 보기).

직장 안에서 벌어진 사건은 퇴사 여부와 인사 기록까지 협상 재료가 되므로 금액만 보고 결정하시면 안 됩니다. 이런 사건의 구조는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혼자 진행한 사실이 가해자의 무기가 될 때

가장 아픈 경우입니다. 대학 동아리 선후배 사이에서 술자리 중 잠든 피해자를 가해자가 추행했습니다. 1심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지만, 가해자는 합의된 접촉이었다는 거짓 주장을 하며 항소했고 2심에서 무죄가 났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피해자를 무고로 맞고소했습니다.

피해자는 자기 사건 기록을 한 장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심앤이는 정보공개청구로 수사기록을 확보하고 재판부에 열람·등사를 신청해 공소장과 판결문을 받아 낸 뒤, 조사 전에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의견서의 핵심은 가해자는 사선 변호인을 세워 항소심을 다퉜지만 피해자는 참고인 지위여서 항소심 진행 사실조차 안내받지 못했다는 비대칭이었습니다. 경찰은 무고 혐의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사건 보기).

여기서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하면 오히려 무고로 의심받는다"는 말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근거 없는 말입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상대에게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하려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달라야 합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156조).

요건은 목적과 허위성이지 조력을 받았는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혼자 대응해 절차를 놓친 사정이 역고소의 빌미가 됩니다. 역고소를 당했을 때의 방어 순서는 무고죄 방어에 정리돼 있습니다.

혼자 있는 동안 조용히 지나가는 기한

되돌릴 수 없는 쪽에 속하는 것이 기한입니다. 통지를 신청하지 않으면 결정문이 왔는지도 모른 채 날짜가 지나갑니다. 아래는 성범죄 피해자가 실제로 마주치는 기한입니다.

놓치면 닫히는 절차기한근거
불송치 이의신청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개정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제3항
불기소 검찰항고통지받은 날부터 30일검찰청법 제10조 제4항
재정신청항고기각 통지받은 날부터 10일형사소송법 제260조 제3항
검사에게 항소 요청선고일부터 7일형사소송법 제358조

이의신청 기한 3개월은 개정 형사소송법이 새로 둔 제한이고, 2026년 10월 2일 이후 통지분부터 적용됩니다(개정 내용 정리).

표에서 가장 짧은 칸을 보십시오. 1심 판결에 불복할 수 있는 시간은 7일입니다. 피해자는 항소권자가 아니므로 검사에게 항소를 요청해야 하는데, 판결 결과를 일주일 안에 알아야 요청도 가능합니다. 기한 관리는 사건을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사건을 살려 두는 최소 조건입니다.

조사와 첫 공판까지 이미 혼자 넘겼다면

늦었다고 접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헬스 트레이너가 자세 교정을 빌미로 회원의 집에 들어와 성적인 발언과 함께 옷을 벗으라고 요구하며 추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해자는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과도 없었습니다. 피해자는 변호사 없이 혼자 조사를 받고 1회 공판까지 마친 뒤에 심앤이를 찾았습니다.

심앤이는 그간의 기록을 빠르게 확보한 뒤 가해자와 주고받은 카카오톡에서 강습을 빌미로 한 성희롱 발언 정황을 찾아냈고, 자필 진술서와 피해 상담 사실 확인서, 엄벌탄원서를 더했습니다. 공판검사와 소통한 끝에 재판장은 피해자가 직접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열어 주었습니다. 가해자가 공판 전날 기습적으로 공탁하자 다음 날 오전에 수령 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서면을 냈고, 공탁은 양형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선고는 징역 10월 실형이었고 법정구속과 함께 취업제한 5년,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이 붙었습니다(사건 보기).

강제추행에서 실형이 나오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이 결과는 새로 나타난 물증이 아니라 뒤늦게라도 기록에 피해자의 목소리를 넣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국선변호사가 있으니 괜찮다는 말에 대하여

검사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고, 19세 미만 피해자 등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반드시 선정해야 합니다(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6항). 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한 진전입니다.

다만 국선변호사가 선정됐다는 것과 기록이 내 손에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진행 상황을 전달받지 못해 답답하다며 재판 단계에 이르러서야 따로 선임하시는 피해자가 적지 않습니다. 국선을 유지하실 생각이더라도 내 진술조서와 처분 결과만큼은 직접 확보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혼자 진행 중이시라면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세 가지입니다. 통지를 신청해 사건의 진행을 눈에 보이게 만들고, 내 진술조서를 확보하고, 합의서에는 내용을 확인하기 전까지 서명하지 않는 것입니다. 비용 때문에 망설이고 계신다면 형사절차에서 쓴 변호사 비용을 가해자에게 청구하는 길이 열려 있다는 점도 함께 보시기 바랍니다. 그 요건과 사건별 인용 범위는 변호사비용 청구에 정리돼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범죄 변호사 없이 고소해도 되나요?
고소 자체는 됩니다. 변호사가 없어도 고소장은 접수되고 수사는 진행됩니다. 다만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는 참고인에 가까운 지위여서 공소제기 여부나 재판 결과조차 신청해야 통지되고(형사소송법 제259조의2), 그 사이 가해자 측은 기록을 보며 반박을 준비합니다. 혼자 진행하시더라도 통지 신청과 진술조서 확보는 먼저 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Q. 혼자 조사받은 뒤에 변호사를 선임해도 늦지 않나요?
늦지 않습니다. 고소장 죄명은 보충서로 고칠 수 있고, 빠진 진술은 추가 조사와 의견서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혼자 조사를 받고 1회 공판까지 마친 뒤 선임해 재판부로부터 피해자 의견 진술 기회를 얻고 징역 10월 실형과 취업제한 5년을 이끌어낸 사건이 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서명한 합의서와 지나간 기한뿐입니다.
Q.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하면 무고로 몰리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상대에게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하려는 목적과 신고 내용의 허위성이 함께 인정돼야 하고,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156조). 조력을 받았는지는 요건과 무관합니다. 오히려 혼자 대응하다 절차를 놓친 사정이 역고소의 빌미가 된 사건이 있습니다.
Q. 합의금은 혼자 협상하면 얼마나 차이가 납니까?
사건마다 다르지만, 먼저 제시된 금액이 기준이 되는 구조 자체가 불리합니다. 직장 상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사건에서 혼자 협상하던 피해자에게 제시된 금액은 500만 원이었고, 선임 뒤 1,000만 원으로 올라가면서 접근금지와 비밀유지 조항까지 합의서에 들어갔습니다. 금액보다 조항이 더 중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Q. 국선변호사가 선정됐는데 따로 변호사를 선임해도 됩니까?
됩니다. 검사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고 19세 미만 피해자 등에게는 반드시 선정해야 하지만(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6항), 이후 피해자가 별도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을 막는 규정은 없습니다. 국선을 유지하시더라도 진술조서와 처분 결과는 직접 확보해 두시기 바랍니다.
Q. 불송치나 불기소 통지를 받았는데 기한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불송치 이의신청은 통지받은 날을 기준으로 3개월, 검찰항고는 불기소 통지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30일 안에 해야 합니다. 항고가 기각되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재정신청을 낼 수 있습니다.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기간은 선고일부터 7일이며, 피해자는 항소권자가 아니므로 그 안에 검사에게 항소를 요청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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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아요.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내 사건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글은 일반론이에요. 내 사건의 답은 상담에서 찾아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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